더아프로 포커스

마츠이 겐타로 (Matsui Kentaro)_아시아연극창조연구센터 대표, 후지미시민문화회관 키라리☆후지미 관장 2010-07-30
극단 블랙텐트를 거쳐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의 프로듀서로 활약했던 마츠이 겐타로 씨. 두 곳을 거치면서 필리핀, 말레이시아를 비롯해 동남아시아와의 교류 현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가교 역할을 하며 아시아 연극 교류를 선도해왔다. 세타가야퍼블릭시어터를 떠난 후, 2009년에 ‘아시아연극창조연구센터’를 설립하면서 더욱 다각적인 아시아 연극교류를 추진한다고 한다. 아시아 연극 교류와 마츠이 씨의 앞으로의 활동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인터뷰: 기무라 노리코 (프리랜스 공연예술 기획자)


Q.아시아 연극인들과의 교류는 언제부터 시작됐나요.

1980년에 극단 블랙텐트에 입단했는데, 블랙텐트가 82년부터 필리핀의 PETA(필리핀교육연극협회, Philippine Educational Theater Association)와 교류를 시작했습니다. PETA는 67년에 설립된 비영리 연극단체죠. 사회적인 소재를 테마로 한 창작극 공연과 함께 각 지역을 돌며 민중의 관점으로 지역의 문제를 파헤치고 그것을 노래나 연극으로 표현하도록 지도하는 활동, 그리고 JFC(일본과 필리핀의 혼혈아)나 거리의 아이들, 농촌이나 슬럼가 사람들, 교육관계자 등을 대상으로 워크숍도 하고 있었습니다. 블랙텐트와는 워크숍 교류를 시작으로 97년에는 일본의 농촌청년과 일본으로 돈을 벌러 온 필리핀 여성과의 사랑을 그린 공동작품 <희극 로미오와 줄리엣>을 공연했고 1998년에는 필리핀에서도 공연을 가졌습니다. PETA의 확고한 방향성을 보여주는 이러한 활동, 민중과 연극을 공유하는 방법론은 저에게 아주 큰 자극이었습니다. 그 후 90년대에 들어 필리핀과의 교류는 싱가포르 연극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극작가 쿠오파오쿤, 말레이시아 연출가 크리센 지드, 홍콩의 연출가 대니 융 등과의 만남으로 이어지고 각국 현대연극의 최전선에서 활동하는 연극인들과 아시아 연극 네트워크로 발전하고 공동작업으로 이어져갔습니다. 그 때의 경험이 지금 활동의 기초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한국과의 만남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극작가이자 연출가였던 기사라기 고하루 씨가 중심이 되어 1992년에 아시아여성연극인회의(The Conference for Asian Women and Theater)가 발족되었습니다. 그녀가 88년에 개최된 제1회 국제여성극작가대회에 참가했을 때 국제교류 중에서도 특히 아시아 사람들과 지속적으로 교류할 필요성을 느껴 그 회의에서 알게 된 아시아 여성극작가들을 일본에 초청하기 위해 시작된 네트워크였습니다. 이 회의는 2005년까지 도쿄, 필리핀, 인도, 중국 등 각국에서 몇 년 간격으로 개최되고 있습니다. 저도 첫 회의에 참가해 극단 무천의 김아라 씨와 만나게 되었고 개인적으로는 연극평론가로도 활동을 하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연극에 흥미를 갖게 되었습니다. 블랙텐트는 70년대에 시인 김지하 씨와 교류하며 <분씨물어> <캬바레 김지하> 등을 공연하며 정치운동과 연극을 고민해 왔지만, 개인으로서는 이 때 처음으로 한국연극의 ‘현재’를 접했던 것 같습니다.












김아라 씨는 미국에서 서양연극을 공부한 사람입니다. 그럼에도 한국의 전통연희에도 조예가 깊어 서양연극과 아시아연극을 접목시킨 현대연극을 보여주었습니다. 프랑스의 태양극단을 떠오르게 했습니다. 아시아의 어떤 국가든 서양연극에 어떻게 그 나라의 독자적인 문화예술을 접목시켜 현대연극으로 창출해 낼 것인가 하는 문제를 안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것을 훌륭하게 승화시킨 것이 한국 현대연극의 일면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Q.아시아 연극인들과 함께 해 온 수많은 콜라보레이션 작업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본격적이고 지속적으로 콜라보레이션에 참여한 것은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가 개관한 후부터입니다. 극단 블랙텐트의 대표인 사토 마코토가 세타가야의 예술감독이었는데, 그 역시 아시아에 대한 고민이 있어 다양한 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그 중 많은 작업은 일본국제교류기금과의 공동제작으로 이 기관의 지원 없이는 실현 불가능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우선 97년에 태국 연극인들과 노다 히데키 작?연출의 <빨간 도깨비>를 공연했습니다. <빨간 도깨비>는 한국에서도 공동 공연된 바 있죠. 그 후 동남아시아에 대해 리서치를 하고 말레이시아에서 만난 연출가 겸 극작가 조 쿠카서스를 기용하여 현대연극 공동제작 <사이이 섬>을 2001년에 공연했습니다. 말라카해협에 떠 있는 ‘사이의 섬’. 아직까지 개발의 손이 비치지 않았던 그 정글에는 아주 오랜 옛날부터 자라온 수많은 신비의 힘과 죽은 이들의 기억이 잠들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 섬을 말레이반도와 수마트라 섬을 연결하는 거대한 다리의 중계지로 만들려는 사업이 시작됩니다. 그 프로젝트의 책임자로 한 일본인 건축기사가 아내와 함께 이곳에 부임하지만, 둘은 섬에 사는 유령과 정령들이 일으키는 수많은 불가사의한 일들에 휘말리고 마침내 생각지도 못했던 인생의 위기에 직면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일본과 말레이시아의 역사와 현대를 연결한 작품이었습니다.


2002년부터 2005년까지는 3년 계획으로 ‘아시아현대연극프로젝트’를 기획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한명의 연출가 아래 각국의 배우가 함께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인도네시아, 필리핀, 태국, 일본 등 아시아의 연극인 16명이 모여 테마도 없고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은 채 워크숍을 거듭하면서 작품을 만들어나가는 실험적인 프로젝트였습니다. 참가자가 서로에게 자극을 주고받고 하나의 작품을 만들어가는 프로세스를 통해 콜라보레이션의 진정한 의미를 모색하고 아시아적 개념을 재발견하려는 시도였습니다. 그 작업을 통해 <호텔 그랜드 아시아>라는 작품이 탄생했습니다. 참가 멤버들은 3년에 걸친 타인과의 공동작업 속에서 연극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다시 생각하고, 서로의 문화적 차이를 살리면서 공동으로 연극작품 만들기를 가능하게 하는 다양한 연극적 방법론을 만들어냈다고 생각합니다.


이 경험과 방법론을 자국으로 가져간 참가자들이 각자의 활동범위 안에서 훌륭한 콜라보레이션 작품을 계속해서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 2007년에는 말레이시아 네세서리 스테이지의 제안으로 4개국 연극인이 참가한 <모바일>(예술감독 앨빈 탕)을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에 초청했습니다. 이 작품은 현대 아시아 국가들의 뒤엉킨 관계와 각 사회의 각기 다른 문제를 표출하는 중층적 이야기로 호평을 받았죠. 2008년에는 말레이시아의 <브레이-킹>(Break-ing, 격파)(작/연출 조 쿠카서스), 인도네시아의 <온/오프>(작/연출 딘동 WS) 두 작품을 초청했습니다. 이들은 ‘아시아현대연극프로젝트’에서 파생된 작품이지만 일본뿐 아니라 각각의 나라에서도 공연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한 번의 콜라보레이션이 씨앗이 되어 네트워크가 넓어지는 것은 굉장히 기쁜 일입니다.



Q.마츠이 씨에게 아시아연극은 어떤 의미입니까.


저는 유럽이나 미국 등을 둘러보러 오가곤 합니다만, 서구의 연극은 한 가지 모델, 아니면 거울이라고 할까요…. (모든) 연극의 판단기준이 되어있죠. 일본의 연극계가 서구의 연극을 따라간들, 그것은 종속적인 것밖에 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아시아는 일본을 제대로 비춰주는 거울, 그것도 일본인인 우리가 보고 싶지 않은 굴절된 것까지도 비춰내는 거울입니다. 그런 의미로 보면 아시아연극을 이용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예술적인 것뿐 아니라 정치, 역사, 문화까지도 외국의 엄격한 관점으로 비판해줬으면 하는. 지금 생각해보면 일본 현대연극의 부족한 부분을 명확히 하기 위한 도구로서 아시아연극을 대치시킨 콜라보레이션을 해온 것 같습니다.


Q.아시아연극창조연구센터는 어떤 단체입니까.


아시아연극창조센터는 제가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에서) 독립한 후 만든 임의단체로 현재 저 이외에 일본인이면서 말레이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연극활동을 하고 있는 멤버들이 참가하고 있습니다. 높은 예술성과 사회와의 강한 연결지점을 겸비한 현대연극 작품을 만드는 것, 또한 그것을 가능하게 하는 환경을 만드는 것을 목표로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아시아를 중심으로 해외와 일본 국내 연극인이 교류할 수 있는 장을 마련하면서 그들 연극인과 공동으로 작품을 창작하고, 동시에 세계 각국의 연극 이론이나 메소드, 창작환경이나 문화정책 등에 대해 연구할 예정입니다. 또한 이런 활동을 통해 축적된 지식이나 방법을 살려 여러 강좌나 워크숍을 개최하고 일본의 현대연극을 위한 인재육성과 함께 연극이 가진 다양한 힘과 가능성을 교육과 복지, 지역활성화 등 사회의 다른 영역에 응용, 보급하기 위한 활동을 하고자 합니다. 이런 비전을 가지고 지금까지의 경험에 기반하여 아시아연극과 함께 무언가 발전적인 것을 만들어낼 수 있는 장으로 만들고 싶습니다. 아직 시험운영 단계로 개인적으로는 센터에 대한 방향성과 목적은 있으나 관련된 사람들이 함께 만들어가는 장이였으면 하고, 재미있는 일을 확장시켜 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되었으면 합니다. 제 자신이 만들었지만, 저 역시 센터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 기대를 갖고 지켜보고 있습니다.

 

현재 가장 큰 활동은 ‘공연예술제작자네트 워크회의’의 구축입니다. 2009년과 2010년 TPAM(동경예술견본시)에서 아시아 각국의 프리젠터들과 조직형태, 운영방법, 활동방침 등을 논의하고 2년 후에 정식으로 창설하기로 결정했습니다. 하지만, 서로 얼굴만 익히는 기존의 네트워크와는 달리 실제로 공동작업의 기회를 만들어내고 하나의 창작수단이 될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고 생각해 ‘공연예술제작자네트워크회의’와 병행해 좀 더 작은 규모의 모임인 ‘아시아공연제작자회의’를 개최하기로 했습니다. 이 회의는 올해 3월 말레이시아에서 첫 회의를 가졌습니다. ‘공연예술제작자네트워크’와 ‘아시아공연제작자회의’는 서로 독립적이지만 두 회의에서 검토된 것이 서로에게 충분히 반영되고 보완적으로 기능함으로써 이제까지와는 다른 장기적 관점의 네트워크 형성이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시아공연제작자회의’는 앞으로도 아시아 각국에서 실시될 예정입니다.


그 외에 와세다대학 연극박물관과 공동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에는 필리핀의 PETA, 영국의 PACE(Development of Professional and Community Education)의 실천, 남미 교육연극의 실천가 아우구스트 보알의 포럼씨어터 등을 사례로 하여 ‘아시아연극과 교육연극의 과거?현재?미래를 생각한다’라는 제목의 세미나와 워크숍을 개최했습니다. 이 세미나와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남미의 포럼씨어터에 대해 지속적으로 연구하는 팀이 만들어졌습니다. 올해는 말레이시아의 인형극과 일본의 인형극을 비교, 연구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할 예정입니다.


Q.올해 4월 후지미시민문화회관 키라리☆후지미 관장에 취임하셨습니다.


후지미시(市)는 도쿄에서 한 시간 정도의 거리에 있는 도시로 후지미시민문화회관 키라리☆후지미는 2002년에 개관했습니다. 히라타 오리자, 이쿠타 요로즈가 예술감독을 역임했고, 올해는 약관 33세의 신진연출가 타다 준노스케가 예술감독에 취임하고 제가 관장이 되었습니다. 키라리☆후지미는 일본에서는 드물게 3년 간 이곳을 거점으로 활동할 세 개 극단을 선정, 극단을 서포트하면서 공연 기회를 제공하는 사업을 하는 공공극장입니다. 아직 예술감독과 이야기를 나누지 못해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극장을 운영할 지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타다 준노스케의 취임공연은 한국과 일본의 배우가 참가한 <러브>라는 작품입니다. 한국에서는 네 명의 배우가 참가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는 몇 년 전 한국연극연출가협회가 주최한 ‘아시아연출가워크숍’에 참가해서 <로미오와 줄리엣>을 아르코예술극장에서 공연한 적도 있다고 하니 앞으로 한국과의 교류가 늘어날지도 모르겠습니다.

 

아시아연극창조연구센터, 후지미시민문화회관 키라리☆후지미의 활동에 기대가 큽니다. 감사합니다.

  • 기고자

  • 기무라 노리코 _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