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공연예술 교류와 공동제작의 현 주소 _ 한일 공연예술 국제교류를 다시 생각하다(2) 2011-04-14
한일 공연예술 국제교류를 다시 생각하다(2)
공연예술 교류와 공동제작의 현주소
글. 기무라 노리코

지난 번 한일 공연예술 국제교류를 다시 생각하며(1)를 통해 최근 일본의 공공극장에 정착되고 있는 아웃리치사업의 현황과 교류의 가능성을 모색해 보았다. 이번에는 활성화되는 한국과 일본 간 공연예술교류의 현재와 공동제작의 가능성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일본에서의 공연예술 초청과 해외공연
1990년부터 2000년까지의 일본의 국제문화교류의 현황을 조사한 「국제문화교류 진출/수입 현황에 관한 조사연구」(닛세이기초연구소 발간)에 따르면, 2000년에 해외에서 일본으로 들어온 문화 관련 사업의 건수는 181건, 해외에서 이루어진 일본의 문화사업 건수는 131건이었다. 10년 전과 비교하면 각각 60%, 249%가 늘었고, 특히 90년대 후반 이후의 증가가 두드러진다. 이는 한국과 일본 간의 공연예술 교류가 활발해진 시기와 일치한다.

이렇게 국제적인 문화교류 사업이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80년대 중반부터인데, 거품경제로 인한 엔고 현상으로 그때까지 비용이 맞지 않았던 공연의 초청이 가능해진 데서 그 배경을 찾을 수 있다. 또한 당시의 뮤지컬 붐에 발맞춰 민간기업이 해외공연 초청을 후원한 것도 증가 추세에 박차를 가했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는 뮤지컬을 통해 성장한 관객을 대상으로 한 쇼비지니스로서 다양한 해외 공연이 초청되게 된다. 또한, 문화예술에 대한 공적 지원이 확대되면서 사이노쿠니 사이타마예술극장,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 아이치예술문화센터 등의 공공극장이 의욕적으로 국제교류를 펼치게 되었다.

특히, 최근에는 외국과의 교류를 기념하는 사업이 이어져, 해외의 공연을 일본에 소개할 기회가 늘었을 뿐 아니라, 해외에서는 일본 정부가 주최하는 ‘재팬 페스티벌’ 등이 열리면서 그 일환으로 일본의 공연이 해외에 소개되는 기회도 급증했다. 월드컵 한일 공동개최를 계기로 한 2002년 ‘한일 국민교류의 해’가 기억에 새로운데, 이때를 기점으로 한국과 일본 간의 공연예술 교류도 비약적으로 다양화되고, 숫자도 급증했다. 그 외에도 일-네덜란드 교류 400주년(2000년), 일본-중국 국교 정상화 30주년(2002년), 일본-미국 교류 150주년(2003년), 한국-일본 국교 정상화 40주년(2005년), 일본-유럽 시민 교류의 해(2005년), 일본-러시아 수호 150주년(2005년), 일본-호주 교류의 해(2006년), 일본 브라질 이주 100주년(2008년), 일본-도나우 교류의 해(2009년), 일본-멕시코 교류 400주년(2010년) 등 문화예술 전반에 걸친 2개국 간 교류가 현재도 적극적으로 이루어져, 이러한 기념의 해를 통해 그때까지 교류가 극히 적었던 국가의 문화예술 시장을 개척하는 것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정부 차원의 국제문화교류 사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면서, 서구의 페스티벌에 소개되는 것에 편중되었던 일본 공연의 해외진출도 크게 확대되었다.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적극적인 지원도 영향을 미쳐, 아시아지역으로의 일본 공연 진출이 활발해졌는데, 2000년에 아시아지역에서의 공연이 전체의 17%였던 것이 2002년에는 유럽지역 46%에 이어 아시아가 38%를 차지하며 큰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일본과 아시아와의 교류는 위와 같은 정부 차원의 교류와는 별개로 민간 차원에서도 교류가 이루어지고 있다. 예를 들어, 도쿄의 소극장 타이니앨리스는 30년 가까이 연극페스티벌을 개최해왔는데, 89년부터 한국이나 중국의 작은 극단을 소개하고 있다. 그밖에도 97년부터 일본, 한국, 홍콩의 연극인들이 매년 한차례씩 모여 공연을 비롯한 교류활동을 하는 ‘아시아, 아시아를 만나다(Asia meets Asia)'', 국제극예술협회(ITI) 일본지부가 2003년부터 격년으로 개최하고 있는 아시아댄스미팅 등 예술가 간의 교류도 증가하고 있다.

주목받는 국제공동제작
해외작품이나 단체의 초청, 일본 단체의 해외공연은 이제는 더 이상 특별한 것이 아니다. 그런데, 최근 국제교류의 새로운 움직임으로 주목받는 것이 국제공동제작이다. 이것은 완성된 작품을 가지고 해외에 가서 발표하는 것이 아니라, 국가나 단체, 언어의 벽을 넘어 예술가들이 함께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 방법이다.

지금까지 특히 국제공동제작에 적극적으로 노력해온 곳이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다. 일본국제교류기금과 공동주최했던 ‘아시아 공연예술가 교류·연수사업’의 성과로 제작된 <빨간 도깨비>(97년, 노다 히데키와 태국 배우의 협업)를 시작으로, 사이먼 맥버니(Simon Montagu McBurney)가 이끄는 영국의 극단 컴플리시티(Theatre de Complicite)와 일본이 <코끼리의> 소멸(Elephant Vanish)(2003)과 <슌킨>(Shun-kin, 2008)을 공동제작했다. 그 외 프랑스와의 공동제작으로 프레데렉 피스바흐(Frederic Fisbach)가 연출한 <병풍> , 조셉 나주가 연출한 무용 <아소부(ASOBU)>를 제작하는 등, 다양한 국제공동제작에 지속적으로 힘을 쏟아오고 있다.

또한, 신국립극장은 2002년 한일 국민교류의 해 기념사업으로 한일공동제작 <강 건너 저편에>를 제작했다. 이 작품은 히라타 오리자와 한국의 극작가 김명화가 공동으로 대본을 쓰고, 히라타 오리자와 한국의 이병훈이 공동으로 연출한 작품으로 한일 양국의 본격적인 공동제작으로 주목을 모았으며 아사히무대예술상의 그랑프리를 수상하기도 했다. 신국립극장은 2007년에도 히라타 오리자와 중국의 리리유이가 함께 쓰고 연출한 <잃어버린 마을>(Lost Village)을 제작했다. 또한 2008년에도 한국의 예술의전당과 공동으로 <야끼니꾸 드래곤>(정의신 작, 정의신․양정웅 공동연출)을 제작했는데, 양국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특히 일본에서는 요미우리연극상 대상과 우수 남자 연기상(신철진), 최우수 여자 연기상(고수희) 등을 수상했다. <야끼니꾸 드래곤>은 재공연에 대한 요청이 많아, 올해 도쿄와 서울, 기타큐슈에서 공연을 가졌고, 효고, 기후에서의 공연도 예정되어 있다.

히라타 오리자, 이병훈 공동연출 <강건너 저편에>
정신의, 양정웅 공동연출 <야끼니꾸 드래곤>
*사진출처_예술의 전당
위에 소개한 국제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적극적으로 지원해온 기관 중 하나가 일본국제교류기금이다. 97년에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태국, 중국, 말레이시아, 일본의 예술가들이 참여한 <리어>(기시타 리오 작, 옹켕센 연출)를 자체적으로 제작한 것을 필두로, 인도, 스리랑카, 네팔, 파키스탄, 방글라데시가 공동으로 제작한 <이야기의 기억>(2004), 인도, 이란, 우즈베키스탄, 일본의 공동제작인 <연기하는 여자들>(2007)을 제작하고 해외공연을 추진하는 등 일본의 국제공동제작에서 없어서는 안 될 역할을 해왔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장기화되는 경기침체와 문화정책의 변화에 따라 현재 자체제작사업은 중단된 상태다.

국제공동제작에는 큰 자본이 필요하다. 때문에 정부나 국립기관, 공공극장 등이 프로젝트를 담당하는 경우가 많지만, 최근에는 소규모이긴 하나, 민간단체 등에서도 서서히 국제공동제작이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
일본과 한국의 공연예술 교류 현주소와 공동제작
앞에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해외공연의 일본초청이나 국제공동제작이라는 문화정책의 큰 흐름 속에서 일본과 한국의 교류도 추진되어 왔다. 하지만, 시대에 따라 국제교류에도 경향성이 있다. 일본의 경우, 서구에서 동남아시아, 동아시아, 그리고 현재는 중동이나 남미로 교류의 흐름이 옮겨가고 있으며, 한국과 일본 간의 공연예술 교류는 어느 정도 심화되었다고 인식되고 있다. 때문에 한일 간 프로젝트로 지원금을 수혜 받을 기회도 이전만큼 많지 많고, 일본 내 공연예술축제 등도 새로운 미개척 국가의 작품을 초청하는 경향이다. 이러한 상황과 배경을 생각할 때, 한일 공연예술 교류는 정착됨과 동시에 신선함을 잃어, 새로운 관점과 패러다임의 전환, 한일 간의 특화된 공연예술 교류의 방법론에 대한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는 일본뿐 아니라 한국에서도 마찬가지인데, 그 한가지 방향으로서 공동제작의 가능성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한국이나 일본의 영화나 텔레비전 등에서는 몇 년 전부터 국제공동제작의 움직임이 활발해지면서 다국적 콘텐츠가 개발되고 있다. 특히 방송계는, 주로 유럽의 공공방송국과 손을 잡고 기획 단계부터 의견을 조율하고, 전반적인 제작시스템이나 예산, 스케줄 등을 협의하면서 기술과 자금을 공동투자하는 큰 스케일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것이 이제는 일반적이라고도 이야기된다. 세계화 속에서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수준 높은 작품제작과 그에 따른 시장개발, 그리고 우리가 사는 동시대를 표현하고자 한다면 한 나라에 머물지 않고, 세계적인 관점에서 창작하지 않으면 자국과 계를 모두 담아내기는 힘들 것이다. 공연예술에도 마찬가지의 관점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일본과 한국 간의 공동제작에는 2008년 초연, 올해 재공연까지 화제를 일으켰던 <야끼니꾸 드래곤>이라는 성공적인 사례가 있다. 이 작품은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시대에 농락 당하면서도 씩씩하게 살아가는 재일한국인들의 이야기지만, 양국의 역사를 배경으로 한, 한국과 일본이 아니면 만들 수 없는 수준 높은 현대연극으로서 역사를 현재에 전하는 수작(秀作)이라고 평가 받았다. 또한 2009년에는 삿포로 소재의 홋카이도연극재단이 극단 청우와 공동으로 <게와 무언가(無言歌)>(사이토 아유무 작, 김광보 연출)를 제작하여 홋카이도 5개 도시에서 순회공연을 가졌으며, 홋카이도라는 지역성을 잘 살린 작품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처럼 지방도시에서의 국제공동작업도, 아오모리의 히로사키극장과 한국의 극단 골목길의 공동제작 <서울의 비>(2007), <아오모리의 비>(2008)를 필두로, 소수이긴 하나 진행되고 있다. 올해에도 극단 무천과 가이분샤가 제작하는 <모래 정거장>(오타 쇼고 작, 김아라 연출) 등도 예정되어 있다.

극단 간 공동제작이 숫자가 많지는 않으나 확대되는 경향을 보이고 ‘교류’라는 타이틀을 넘어 작품 완성도 측면에서도 성과를 내고 있는 한편, 최근에는 일본의 공연단체가 배우나 연출가 등의 한국예술가를 초청하여 공연을 만드는 사례도 서서히 늘고 있다. 지금까지 일본의 음악가나 조명디자이너, 무대미술가 등이 한국단체에 초빙 스태프로 참여한 경우는 적지 않았지만, 언어의 장벽을 가진 배우가 초청되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것 같다. 그런데, 작년에는 극단 마레비토노카이의 <히로시마/합천>에 한국의 안무가 정영두가 참여했고, 올해는 극단 린코쿤의 <다락방 뒤>에 2009년 <다락방> 서울공연에 참여했던 배우 두 명이 합류하여 일본의 관객 앞에 선다. 또한, 내년에도 이러한 작품이 적지 않게 준비되고 있다. 그들은 연출가와 함께 작업한 경험이 있어, 연기력에 대한 인정과 필요 때문에 일본 극단의 공연에 참여하지만, 흥미로운 것은 그들이 결코 한국인 역할로 무대에 서는 것이 아니라,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한 사람의 모습을 그리기 위해 캐스팅이 된다는 점이다.

한국과 일본은 물론 다른 면도 많지만,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최근 들어 사람과 정보의 왕래가 급속히 늘어 사회, 역사, 문화적으로 공유하고 있는 것도 많다. 이러한 가운데, 공동제작이라는 방향성은 어떤 의미에서는 당연할지도 모른다. 그렇다면, 앞으로 EU처럼 예술가나 스태프가 작품의 내용이나 프로덕션의 조건, 자본의 움직임 등에 따라 한 나라에 갇히지 않고, 양국을 왕래하면서 작품을 만들 가능성도 기대할 수 있지 않을까.

하지만, 양국의 공연예술계가 표면적으로는 많은 왕래가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수요와 공급이 만나기 위한 정보도, 장도 적은 것이 현실이다. 개인적인 경로를 통해 이러한 작업이 추진되는 경우가 대부분으로, 요코하마공연예술회의(구 동경예술견본시)나 서울아트마켓 등이 아직 충분히 활용되지 못하는 느낌이다. 앞으로의 양국 공연예술 교류는 수요와 공급이 만나는 장을 만들어 새로운 관점과 패러다임의 전환, 한국과 일본만의 독자적인 공연예술 교류의 방법론을 만들어나가는 것이 과제일 것이다.
관련 링크:

| 아웃리치 사업을 통한 국제교류의 가능성_한-일 공연예술 교류를 다시 생각하다(1) 바로가기
 
  • 기고자

  • 기무라 노리코 _ 한일연극교류협회 전문위원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