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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작가 및 신작 발굴을 위한 시스템 정착 : 영국 사례 2014-08-19

극작가 및 신작 발굴을 위한 시스템 정착 : 영국 사례
[동향] 영국 로얄코트시어터,  부시시어터,  소호시어터


2000년대 이후 국내 공연 예술 환경은 다양한 형태로 변화하고 있다. 극단 중심으로 이뤄지던 공연 제작과 유통은 이전과는 다른 양상으로, 즉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안정화 되었고, 2008년부터는 공공극장 중심으로 한 중극장(中劇場) 시대를 맞이하면서부터 제작극장이 또 하나의 큰 변화로 다가왔다. 이와는 반대로 1970년 후반부터 자연스럽게 조성되면서 한국 공연 예술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소극장은 갈수록 어려움에 직면해 있는데, 소극장 운영 및 공연에 대한 새로운 방향을 모색해야 한다는 의견이 점점 많아지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시점에서 연극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는 영국의 극장 운영 사례는 우리가 주목해 봐야 할 만한 많은 시사점을 남기고 있다.

극작가 중심극장 : 로얄코트시어터

1956년 개관한 로얄코트시어터(Royal Court Theatre)는 영국과 전 세계의 혁신적인 작가 발굴을 주요 비전으로 삼으면서, 선도적으로 새로운 작품을 찾아 내는 작업에 초점을 맞춘 공공기관(national company)이다. 지금까지 수많은 극작가를 발굴, 양성해 내면서 ‘유럽에서 가장 중요한 극장’이라고 인식되고 있는([뉴욕타임즈]) 로얄코트시어터는 그간의 활동과 성과를 바탕으로 세계적으로 주목받고 있는 극장이다.
그중에서도 매년 엄청나게 많은 신작을 수용하고 평가하는 진취적인 작가 양성 프로그램이 특화되어 있는데, 최근 로얄코트시어터는 그 과정을 통해 새롭게 발굴한 작품을 뉴욕, 시드니, 브뤼셀, 토론토, 더블린에서 공연했다. 뛰어난 자체 프로덕션은 물론, 기초 수준(grass roots level)에서부터 국제적 작가 발굴 프로그램까지 각 단계별 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외국 젊은 작가들을 영국으로 초청하여 그들의 모국어로 신작을 쓰도록 지원하고, 영국 작가, 배우, 연출들을 전 세계의 아티스트들과 함께 작업할 수 있도록 하는 교환 프로그램은 물론, 26세 미만의 작가들을 대상으로 격년으로 개최되는 페스티벌과 함께 상시로 운영되는 신진 작가 발굴 프로그램은 이들의 정체성을 확고히 해주는 시스템으로 정착되고 있다. 한때 이러한 운영방식을 놓고 ‘도박수준’이라 우려했던 것과 달리 로얄코트시어터의 작가 발굴 프로그램의 성공은 전 세계 연극계에 극장 운영 방식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해 주었으며, 예술가와 관객 모두의 흥미를 다시 불러일으키는 심장같은 역할을 하고 있다.

로얄 코트 씨어터 전경

로얄 코트 씨어터 카페, 서점

로얄코트시어터 전경 로얄코트시어터 카페, 서점

극장의 또 다른 기능은 플랫폼이다. 로얄코트시어터는 지하에 바(BAR)를 운영하여 공연 관객 뿐 아니라 많은 사람들의 약속 장소로도 이용되고 있다. 극장에 대한 자유로운 접근을 유도하여 보다 친밀하게 공연과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연극관련 전문 서점을 운영하여 로얄코트시어터에서 발굴한 신작 대본 뿐 아니라 연극 전반의 대본, 기술 서적 및 극장과 관련 있는 사무엘 베케트, 캐릴 처칠 등 유명작가의 대본을 구비하고 있는 등 극장의 기능을 다양하게 확장하고 있다는 것도 특징적이다.

젊은 극작가의 요람 : 부시시어터

런던 서부에 위치한 부시시어터(Bush Theatre, 이하 부시)는 새로운 시각의 작품을 배출하는 극장으로 유명하다. 부시는 다양한 배경을 가진 극작가들을 발굴하고 성장시키며, 그들의 작업을 최고 수준으로 극화한다. 부시는 위트와 스타일, 열정을 가진 동시대의 새로운 작품을 찾으며, 파격적이면서도 일반 관객이 좋아하는 작품을 선호한다. 1972년 이래로 40년간 신작만을 공연하고, 획기적인 작품을 수없이 제작하여 초연했으며 전 세계의 진보적인 컴퍼니, 극작가들과도 작업해 왔다. 젊은 극작가들의 요람으로 잘 알려져 있는 부시는 능력 있는 제작자와 유망한 작가들을 연결시키는 것을 비전으로 삼았고, 결국 실력 있는 배우와 연출을 극장으로 모이게 하는데 성공하였다. 부시시어터가 수상한 100개 이상의 상은 그러한 활동과 성과를 반증해 준다.

부시 씨어터

부시 씨어터 내 도서관

부시시어터 부시시어터 내 도서관

부시시어터의 예술감독 마다니 유니스(Madani Younis)는 개성과 소신이 뚜렷하다. 원래 영화계에서 교육받은 그는 대칭적 관계와 기승전결이라는 전통적 연극구조에 대해 단호한 어조로 “낡은 것”이라 주장하기도 했다. 2012년 취임한 이후 그는 2013년에 99%의 관객점유율을 이룬 가장 성공적인 예술감독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연극은 “세상을 보는 렌즈”라는 지향점 아래, 그는 극부와 극빈, 다양한 민족이 함께 살아가는 독특한 환경이 공존하는 지금의 런던, 더 나아가 지금의 세계, 즉 드러내지 않지만 상존하는 인종차별과 백인 중심 문화의 영향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현재의 삶을 담고 있는 과감한 시각의 작품 개발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특히 풀 프로덕션 시스템으로 자체 무대에 올릴 수 있는 극본과 연극을 찾으며, 전통적인 형식과 소재의 연극보다 새로운 목소리와 새로운 이야기에 집중한다. 1년에 두 차례 받는 공모에서는 대본 형태가 아니더라도 가능성 있는 아이디어, 사진, 음악 등 공연으로 확장이 가능하고 작품화 가능성이 있는 소재를 공모하는데 그 편수가 연간 2,000편이 넘는다. 연출가, 제작자, 작가 등 현장 예술인들만으로 구성된 6명의 심사위원을 통해 선택된 작품을 연출가, 제작자, 음악, 미술 등의 스태프들과 공연 가능성을 타진, 보완하여, 최종 4~5작품을 선정하는 시스템으로 운영되고 있다.

디지털 장르의 콜라보레이션 : 소호시어터

런던에서 또 하나의 중요한 의미를 지닌 극장, 바로 최고의 코미디/카바레 극장이라고 일컬어지는 소호시어터(Soho Theatre)이다. 런던 웨스트엔드와 아주 가까이 위치한 극장으로 가장 역동적인 활동을 펼치고 있는, 말 그대로 ‘핫’하고 대중적인 선호도가 높은 극장이다. 소호시어터는 지역에서 가장 북적이는 시어터 바를 운영하고 있는데, 사람들이 보고 싶을 때, 사람을 만나고 싶을 때 찾는 명소로 젊은 층에게 인기가 많은 곳이다.

소호 씨어터

소호 씨어터 카페

소호시어터 소호시어터 카페

현재 삶의 모습과 갈등이 드러난 동시대의 문제점들을 솔직하게 제기하는 새로운 작품, 코미디, 카바레 쇼를 층마다 컨셉이 다른 극장에서 소개하고 있다. 그렇다보니 위의 두 극장에 비해 상업성과 흥행성 비중이 상대적으로 높은 극장이기도 하다. 부시시어터의 목표는 관객이 가장 재미있고 새로운 연극 작업을 접하도록 하는데 있다. 새로운 방식의 퍼포먼스들을 결합함으로써 영국에서 가장 흥미로운 공연을 소개하고 디지털 장르와의 콜라보레이션의 거점이 되고자 한다. 재능 있는 신진 작가 그리고 기성 작가들이 소호에서의 공연으로 새로운 영감을 얻고 작품을 발전시켜 최고의 작품이 공연될 수 있도록 지원하고 있다. 특별한 자격이나 조건 없이 대본을 접수 받는데 한 해 응모 편수가 약 2천 편이 넘는다. 연간 최종 6편을 선정해 공연을 올리는데, 철저하게 공연이 가능한 작품 위주로 선정하고 있다. 새로운 소재의 대본을 찾고 창작 지원을 통한 작가 양성소의 역할도 하고 있다. 더불어 영국 각 지방에서 새롭게 창작되어 공연하고 있는 작품은 물론, 에딘버러 페스티벌 등 프린지 축제에서 주목받는 작품들을 직접 발굴하는 작업도 하고 있다.

콘텐츠를 제작, 개발하는 것이 성공의 요인

앞서 살펴본 영국의 극장 운영 사례를 들여다보면, 몇 가지 공통점이 발견된다. 전통적 연극 어법이 아닌 다양한 장르간의 융합 등과 같은 다원예술에 대해 열려 있다는 점과 극장마다 자생력 확보를 위한 다양한 수익 사업을 병행하고 있다는 점이 그렇다. 또한 아주 사소한 부분이라도 지역 상권과 협업하려는 노력과 관객들에게 극장이라는 공간이 단순히 공연을 관람하는 건물이 아닌, 커뮤니티 공간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한 부분도 주요 성공요인으로 볼 수 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공통 분모는 바로 ‘신작 발굴’이다. 극장마다 선호하는 스타일은 다르지만, 동시대를 반영하는 작품 개발에 그 무엇보다 많은 투자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다시 말해 극장은 늘 새로운 창작물에 대한 도전과 기회가 끊이지 말아야 한다는 반증이다. 새로운 아이디어와 가능성에 대한 적극적인 태도들이 예술가를 모이게 했고, 좋은 작품을 탄생시켰고, 관객들을 불러 모았다. 결국 극장의 운영은 좋은 콘텐츠가 답이다. 앉아서 누군가가 가져오는 콘텐츠를 기다리지 않고, 보다 명확한 비전으로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는 판을 열어 놓는 것, 그것이 극장이 지녀야 할 새로운 지향점이 되어야 할 것이다.



정대경

  • 기고자

  • 정대경_ (사) 한국소극장협회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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