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녹취록(1/2)] 팸스살롱 #3 연극; 아티스트들이 말하는 코로나. 그 속에서 진행되는 국제공동제작과 협력. 2021-01-06

팸스살롱 #3 연극 (1부)
아티스트들이 말하는 코로나. 그 속에서 진행되는 국제공동제작과 협력.
(International Collaboration in the Corona Era: Artists Talks about Corona, and Cases of the International Collaboration)

팸스 살롱 #3 연극
- 운영일시: 2020년 10월 13일(화), 16:00 ~ 17:00
- 운영방법: 상용 영상회의 프로그램을 통해 온라인 라이브 진행
- 주요내용: 전 세계적인 코로나 확산에 따라 국내외 공연예술계는 큰 타격을 입었다. 이 위기가 언제 끝날지 모르지만, 예술계의 상황은 이전과는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연극의 국제교류 현장에서 활동하고 있는 아티스트들을 통해 그들은 어떤 방식으로 창작을 지속시키고 있고, 지역성과 탈 세계화가 강조되는 이시기에 연극의 국제공동제작과 국제협력은 어떠한 전환점을 맞이하게 될지 들여다보고자 한다.
- 세션기획: 이희진 팸스 커넥터 (한국, 프로듀서그룹 도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 좌장: 파윗 마하사리난드(태국, art4d, 대표)
- 발제자
  크레이그 킨테로(대만, Riverbed Theatre Company 연출)
  위르겐 베르거(독일, 평론가/작가)
  배요섭(한국, 공연창작집단 뛰다 연출)

파윗
반갑다. 내 이름은 파윗 마하사리난드로(Pawit Mahasarinand)이며, 태국 방콕에서 참가하고 있다. 팸스살롱에 온 것을 환영한다. 오늘 오후 논의 주제는 “아티스트들이 말하는 코로나, 그 속에서 진행되는 국제공동제작과 협력”이다. 당연히 여기서 말하는 코로나는 맥주가 아니라 바이러스다. 오늘 함께할 발제자는 총 3명이다. 흥미롭게도 내가 각 발제자를 만난 시기, 국가, 장소가 전부 다르다. 우리가 여기 가상의 공간에서 패널로 함께 자리했다는 것은 상당한 우연이다. 사실 발제자의 프레젠테이션 순서는 내가 이들을 알게 된 순서와 정확히 일치한다.

가장 먼저 대만의 리버베드(Riverbed Theatre Company)의 예술감독이자 미국 그린넬 대학(Grinnell College)의 부교수인 크레이그 킨테로(Craig Quintero)를 소개한다. 우리는 1990년대에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서 만났다. 나는 연극과에서, 이 친구는 공연학과에서 공부하고 있었는데, 같이 듣는 수업이 몇 개 있었다. 그 후 한동안 소식이 뜸했다가 대만과 미국을 오가며 작품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금같이 어려운 시기에 두 나라를 오가는 게 쉽지 않을 텐데, 어떻게 양국 모두에서 시간을 보내며 지내는지 흥미롭다. 양국이 코로나 바이러스 대응하고 있는 양상도 상당히 달라서, 대만의 바이러스 억제 정책은 세계 최고 수준인 반면,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는 그냥 이야기를 삼가도록 하겠다. 크레이그는 미국과 대만의 상황이 어떤지, 그리고 각 나라에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 동안 국제교류 프로덕션을 어떻게 운영하고 있는지에 대해 소개할 것이다.

두 번째로 소개할 패널은 독일의 작가이자 평론가인 위르겐 베르거(Jürgen Berger)이다. 나는 그를 2014년에 방콕에 있는 바에서 처음 만났다. 당연히 같이 맥주를 몇 잔 마셨는데, 물보다 맥주를 많이 마시는 것으로 보니 독일 사람인 것이 명백했다. 귀국 후 얼마 지나지 않아 위르겐은 방콕 시어터 페스티벌 참관을 위해 태국을 재방문했다. 그는 프로덕션에 사용된 태국어를 이해하지 못하는데도 불구하고 관람을 했다. 아마도 축제 기간에 가장 많은 수의 프로덕션을 본 평론가였을 것이다. 2015년엔 위르겐과 그의 독일 동료들의 초청으로 태국의 컨템포러리 연극 작품이 오펜 벨트 루트비히스하펜 시어터 페스티벌(OFFENE WELT Internationales Festival Ludwigshafen)에 소개됐고 이는 작은 반향을 일으켰다. 이후에 그는 태국의 비 플로어(B-Floor) 시어터와 독일 칼스루에의 바덴 주립극장 (Badisches Staatstheater Karlsruhe)의 공동제작 작품인 <해피 헌팅 그라운드(Happy Hunting Ground)>에서 작가로 참여했다. 사실 이 협력 프로젝트는 나의 좋은 동료이자 친구이기도 한 위르겐 베르거 덕분에 가능했다. 그는 또한 브라질, 한국, 태국, 필리핀과 독일 사이의 다른 공동제작 프로젝트에도 참여하고 있다. 그는 아시아를 사랑하고, 아시아로 회귀하는 것을 즐긴다. 지금은 하이델베르크에 있어서 입은 옷을 보니 매우 추워 보인다. 좋은 아침이다, 위르겐 베르거. 함께 자리하게 되어서 기쁘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2016년 초에 나는 공연창작집단 뛰다의 <하륵이야기>를 태국 관객에게 소개하는 영광스러운 기회를 얻었었다. 당시 <하륵이야기는> 자카르타, 방콕, 하노이 동남아 총 3개 도시를 투어 중이었다. 방콕에선 출라롱꼰 대학 극장에서 공연되어 태국 관객들의 열렬한 사랑을 받았다. 앞으로도 배요섭 연출과 함께 협력할 기회가 있길 기대하고 있다. 요섭은 현재 벨기에 리에주 극장(Théâtre de Liège)과 함께 합작을 준비하고 있으며 이미 온라인 리허설을 시작했다. 오늘 오후에 리허설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는지 알려줄 것이다.

패널의 소개는 이 정도로 줄이고 여느 때 보다 물리적 거리로 가까이에 있는 나의 미국 친구를 만나기 위해 타이베이로 가보자. 크레이그 킨테로를 소개한다.

크레이그
정말 고맙다. 함께 패널로 참가하게 되어 기쁘다. 오늘의 얘기를 시작하기 전에 양국의 다른 코로나19 대응 방식에 대해 생각해 보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만을 살펴보면 여전히 사람들은 지하철 역 안에서 마스크를 쓴 채로 걸어 다니고 있다.


ⓒCraig Quintero

그에 비해 미국을 보면 모두가 마스크를 쓰지 않은 채로 유세장에 간다. 21.6만명이 넘는 사람이 죽었다.


ⓒCraig Quintero

2주 전 타이베이에서 열린 라이브 공연의 모습이며,


ⓒCraig Quintero

미국의 모습이다.


ⓒCraig Quintero

지금 미국의 상황은 과학적 연구 결과에 근거하여 일상을 살아가는 것, 11월에 진행될 대통령 선거에 적극적으로 투표 참여하는 것, 그리고 아티스트이자 사회활동가로서 우리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보여준다.

#온라인 공연을 창작 방식의 일환으로 받아들이기: 인피니티(Infinity)

나는 타이베이에 소재한 리버베드 시어터의 연출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는 연극작업은 주로 이미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크고 작은 다양한 규모의 밀접한 관극경험을 할 수 있는 공연을 만들고 있다. 파윗이 소개했듯이 나는 아이오와주 글린넬 대학의 부교수로도 재직하고 있다. 글린넬 대학은 매년 4개의 작품을 공연하는데, 그 중 한 작품을 연출을 맡고 있었다. 올 가을에 초연을 목표로 작품을 준비하던 중 갑자기 코로나19 사태를 맞이하게 됐다. 팬데믹 상황에서 가능한 여러 창작 방식을 고민했으며, 바드 대학(Bard University)의 <매드 포레스트(Mad Forest>)이라는 작품을 참고했다. 이 작품은 팬데믹 미국에서 아티스트들이 창작한 여러 대안적인 방식 중 가장 유명한 본보기이다. 바드 대학의 연극공연학과 프로그램을 공연을 준비 중이었던 <매드 포레스트>는 코로나19로 인해 공연 3주 전에 취소됐다. 연출가는 공연을 디지털 퍼포먼스로 전환하겠다는 발상을 하고 학생들과 하루에 4~5시간씩 줌(Zoom)을 통해 리허설을 진행했다. 온라인을 통한 관객 경험을 어떻게 끌어낼 수 있을지 고민했고, 실시간 공연이 올라가는 동안 관객들과 채팅창을 통해 소통했다. 공연 자체는 그린 스크린을 활용한 크로마키 영상으로, 어찌 보면 기본적인 기법이지만 지금 시기에 아티스트들이 어떤 대응을 하고 있고, 적응해가는지 보여주는 일례다.

우리가 준비하고 있는 <인피니티(Infinity)>라는 작품은 온라인 디바이징 시어터 공동 창작된다. 공연이 진행되는 시간 동안 5명의 출연진이 미국 4개 주에서 참여한다. 작화 아티스트와 나는 대만에서, 그리고 제작진인 에릭 새닝(Erik Sanning), 케이트 바움가트너(Kate Baumgartner), 에린 하웰그릿치(Erin Howell-Gritsch)는 아이오와에서 작업을 함께 진행하고 있다. 우선, 준비 과정에서 공연에 적합한 디지털 플랫폼을 찾는 것이 매우 중요했다. 무대를 어떻게 설정할지, 어떤 매체를 사용할지 정하는 것인데, 우리는 최종적으로 와이어캐스트(Wirecast)를 사용하기로 했다. 와이어캐스트는 라이브 스포츠 행사 중계를 가능케 해주는 방식의 플랫폼이다. 여러 다른 카메라나 공간을 장면 전환을 통해 넘나들 수 있다. 그 밖에도 리허설을 위한 디지털 플랫폼을 고민해야만 했다. 우리는 줌이나 웹엑스(Webex)를 사용했으며, 5명의 학생이 배우로 참여했다. 각기 다른 공간과 영상을 통해 공연이 진행되기 때문에 배우 간의 앙상블을 잘 살리는 게 중요했다. 한 공간에서 리허설하는 것이 아니었고, 배우들의 주변 환경도 달랐다. 그렇다면 어떻게 공유를 시작할 수 있을지, 어떻게 마음을 열 수 있을지, 어떻게 창작 과정에 기여를 하는 일원이 될 수 있을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했다. 그냥 누군가가 쓴 대사를 읊는 것이 아니고, 학생들 스스로가 창작에 적극적으로 임해야 했기 때문이다. 이 과정에서 내가 매우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학생들이 각자의 장소에서 자신의 작업을 창작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었다.

이 학생은 자기 집 지하실에서 작업을 했고,


ⓒCraig Quintero

자동차,


ⓒCraig Quintero

화장실에 있는 학생도 볼 수 있다.


ⓒCraig Quintero

그러다가 규모를 바꾸어 가며 실험해보기도 했다.


ⓒCraig Quintero

공연에 참여한 학생들은 리허설 기간 동안 매주 한 편의 짧은 공연을 준비해야 했다. 이러한 작업이 쌓여가며 매체, 작업 프로세스, 공연에 대한 이해를 높일 수 있었다. 비록 같은 공간에서 함께 작업하고 있지는 않지만 서로 연결된 느낌으로 리허설을 이어갈 수 있었다. 바로 예술이 우리를 연결한 것이다.
 
<매드 포레스트>가 그린 스크린을 사용하는 것을 보고, 이런 기법을 활용한 좀 더 흥미로운 방식의 장면 전환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에릭과 케이트는 이 작업을 훌륭하게 해냈다.

이 화면을 보면,


ⓒCraig Quintero

 카메라가 도르래 트랙 시스템 위에 올려진 것을 볼 수 있다.


ⓒCraig Quintero

이 사진을 보면 제작팀이 개발한 트랙을 볼 수 있다.
우리는 트랙을 학생들에게 보내서 자신의 거처에서 직접 제어할 수 있도록 알려주었다.

다음 사진에 보이는 도르래를 이용해 카메라를 올렸다 내렸다 할 수 있다.


ⓒCraig Quintero

사용법이 담긴 비디오로 학생들에게 보냈다.


ⓒCraig Quintero

몇몇 소품도 발송해서 학생들이 스스로 공연을 주도적으로 운영하고 원하는 대로 바꿀 수 있도록 했다.
학생들이 어떻게 했는지 보여주겠다.

사진 속에 소품은 ‘인간 분수’라는 소품이다.
학생들 중의 한 명은 그린넬 대학이 소재한 아이오와에 있었기 때문에 학교의 무대도 사용하고 있다.


ⓒCraig Quintero


ⓒCraig Quintero

이 사진을 보면 좀 더 전통적 형태의 무대 세트가 구축된 것을 볼 수 있다.
모두가 여전히 사회적,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하고 있다. 하지만 이 공간은 여전히 사용할 수 있다.


ⓒCraig Quintero

이보다 더 큰 공간도 만드는 중인데, 어떻게 극장 공간에 마법 같은 느낌을 더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Craig Quintero

이 작업은 공연이 온라인 매체로 옮겨간 상태에서도 어떻게 관객들에게 놀라움을 줄 수 있는지, 새로운 매체에서 어떤 방식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낼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다.


ⓒCraig Quintero

리허설하는 장면을 살펴보자. 한 학생은 화면공유 기능을 공연의 일부로 사용하자는 아이디어를 내기도 했다. 다른 사람의 그린 스크린을 쓰거나, 다른 장소에서 촬영하거나, 거실 안에서 숲으로 장면 전환을 하는 것도 가능했다. 학생들이 제안한 무대 디자인이 극장 무대를 위해 제작되어야 했다면 예산상의 문제가 고려돼야 했을 것이다. 하지만 온라인 세계 속에서 갑작스럽게 이런 일들이 가능해졌다.


ⓒCraig Quintero

공연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사진들이다.


ⓒCraig Quintero

우리 앞에 펼쳐진 새로운 가능성에 대해 생각하기 시작했을 때, 첫 번째로 든 생각은 장소특정적 작업을 할 수 있겠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학생들은 자신의 주변 환경을 공연 장소로 사용할 수 있을지 신경 써서 살펴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되면 그 공간은 이미 공연의 환경, 공연의 세계 속에 존재하는 것이기에 큰 세트를 만들 필요가 없다. 학생들은 배우와 창작진의 역할을 모두 수행하는 과정을 통해, 제한된 시간 내에 작품을 만들어가는 자신의 능력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다. 학생들은 매주 한 번씩 작품을 만들어서 공유하며, 이 과정을 통해 문제점을 해결해 나간다. 평소와 같이 학교 극장에서 공연을 준비했다면 기술 감독과 스태프의 도움을 받았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본인이 배우, 조명 디자이너, 기술 스태프 등 모든 역할을 다 해야 한다. 이런 경험은 앙상블의 일부가 되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학생들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됐다.

그 밖에 참여 학생들은 유연한 사고에 대한 개념도 함께 경험할 수 있었다. 초창기 아이디어가 컨셉으로서 훌륭하더라도 무대/영상에서 구현할 수 없다면, 작업을 중단하고 새로운 것을 찾아야 한다. 생동감 넘치는 과정을 지속하면서도, 새로운 결정을 내리고 새로운 선택을 해야 한다. 친밀감의 개념도 경험할 수 있다. 보통 큰 극장의 무대에 올라가는 공연을 관객과의 거리가 있기 마련이다. 하지만 이제는 그 거리가 정말 가까워졌다. 카메라 렌즈를 정면으로 들여다보면서 관객과 연결될 수 있다. 팬데믹으로 갑작스럽게 사람들 사이에 거리가 생겼지만, 공연을 통해 서로 다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극장 작업의 영화적 가능성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린넬 대학에는 연극과와 무용과가 있으며, 미디어 학과를 개설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갑작스럽게 코로나19 사태를 경험하며 학제 간에 서로 겹치는 부분을 발견하게 되었다. 물론 팬데믹 기간 동안 작업을 하면서 마주치는 한계도 있다. 한 공간에서 일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무한한 가능성이 있다. 아티스트로서 큰 기대를 하게 되며, 학자로서 학생들과 이런 가능성을 발견해 나가게 된다. 그룹 채팅창에 <인피니티> 공연 일정이 나온 링크를 공유하겠다. 미국 시각으로 10월 15, 18, 19일에 공연이 올라갈 예정이다. 15분 정도 길이의 공연인데, 참관해준다면 정말 기쁠 것이다. 공연에서 만나길 바라며, 다른 패널들의 이야기도 매우 기대가 된다. 고맙다.
 
파윗
정말 고맙다, 크레이그. 물리적 거리 두기를 해야 할 때, 주변 환경과 더 깊게 연결된다고 생각한다. 가진 것을 사용하려 노력하고 주변 사람들을 생각한다. 이야기를 들으면서, 극장 공연이 어디서 열릴 수 있을지에 대한 새로운 생각도 하게 되었다. 반드시 극장에서 공연될 필요는 없다. 디지털 기술과 비디오 등 모든 것을 활용해 극장 공연을 만들 수 있다. 다른 패널들의 프레젠테이션을 본 후 논의를 이어가 보자. 유튜브를 통해 보고 있는 사람들을 위해 공지를 하는 것을 잊었는데, 관객들 중 질문이 있다면, 어떤 질문이던 환영한다. 코멘트로 질문을 남겨주면 답변을 하겠다. 이제 독일 하이델베르크를 방문해 보겠다. 위르겐 베르거가 코로나19 팬데믹 이전, 이후의 국제 협력의 차이에 대해 이야기 해 줄 것이다. 마이크를 켜 주기 바란다.

#급격한 변화 속의 유연한 작품제작 방식에 대한 모색: 한국☓독일 공동제작 <보더라인(Borderline)>

위르겐
독일에서 인사를 보낸다. 오늘 아주 흥미로운 논의에 참석하게 되어 기쁘다. 지금 나누고 있는 질문은 국제적으로 공동 제작을 하는 우리 모두에게 가장 중요한 질문일 것이라 생각한다.

파윗
마이크가 다시 꺼진 것 같다.

위르겐
내 말이 들리나? 좋다. 3년 전에 했던 공동제작 프로젝트부터 이야기를 시작하겠다. 파윗이 언급했던 <해피 헌팅 그라운드>이다. 이 프로젝트는 태국 방콕 출신의 연출가 겸 안무가인 타나폴 비룰하쿨(Thanapol Virulhakul), 방콕의 데모크레이지 시어터(Democrazy Theatre), 그리고 독일 쪽에서는 대형 극장 중 하나인 칼스루에의 바덴 주립극장(Badisches Staatstheater Karlsruhe)이 협업했다. 독일과 태국의 공동제작인, <해피 헌팅 그라운드>는 태국 여성과 독일 남성 간의 관계에 대한 이야기다. 타나폴은 연출이지만 안무가의 성격이 강해서 작업에 대한 색다른 콘셉트를 개발하는 과정이 매우 흥미로웠다. 태국에선 4명의 무용수, 독일에선 바덴 주립극장 배우 2명이 프로젝트를 함께 했다. 사진을 하나 보여주고 싶다.

방콕 1번 사진을 화면에 보여주기 바란다.


ⓒJürgen Berger

최종 리허설을 시작하기 6개월 전쯤에 진행한 워크샵을 촬영한 사진이다. 중간에 있는 사람과 뒤쪽에 빨간색 셔츠를 입은 사람이 독일 배우다. 그리고 방콕의 댄서들이 있다. 독일 배우들에게는 큰 도전과제가 주어졌는데, 무용 테크닉을 익히는 것이었다. 사진 속 무대 소품 중 가장 눈 여겨 볼 것은 이어폰이다. 나는 태국에서 몇 차례의 워크샵이 진행되는 기간 동안 여러 사람들과 인터뷰를 나눴고 이를 바탕으로 텍스트를 만들었다. 마지막 워크샵을 통해 우리가 구상한 공연의 컨셉은 배우들이 작품의 텍스트를 이어폰을 통해 듣고, 그 내용 중 일부를 무작위로 선택해 말하는 것이었다. 즉, 무용수와 배우들이 언제 말을 하고 어떤 부분을 말할지 직접 결정하는 것이었다. 이 컨셉을 통해 내가 하고 싶은 말은, 콘셉트를 개발하는 방법과 종국에 이러한 공동 제작을 무대에 올릴지 여부는, 내가 작업을 했던 예를 살펴보면 워크샵을 통해서 대부분 결정이 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워크샵의 일부를 줌이나 다른 인터넷 기술을 통해서 진행할 수 있을지, 아니면 특정 작업 과정은 반드시 한 자리 모여 함께 일을 해야만 하는 것인지 논의 해 보면 굉장히 흥미로울 것 같다.

방콕 2번 사진을 화면에 보여주기 바란다.


ⓒJürgen Berger

이 사진에서 결국 공연이 무대에 올라왔을 때 어떤 모습이었는지 볼 수 있다. 이 사진에서도 무대에서 배우들이 이어폰을 끼고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워크샵을 진행한 후 타나폴은 무대를 축소하고자 했는데, 그녀는 결국 무용적 요소를 사용하기보다 무대 위에서의 움직임을 극대화하여 배우들이 올림픽 선수처럼 뛰어다니도록 했다

두 번째로 소개하고 싶은 국제공동제작 프로젝트는 <스트레인지 홈랜드(Strange Homeland)>로 브라질 포르투 알레그(Porto Alegre)의 극단 써클(Circle)과 독일 팔츠바우 극장(Theater im Pfalzbau)이 협업했다. 이 작품에서 텍스트를 만들어가는 과정은 <해피 헌팅 그라운드>와 비교해 매우 달랐다. 4명의 포르투 알레그 출신의 배우와 1인의 독일 배우가 참여했는데, 브라질 배우의 선조는 독일에서 브라질로 온 이주해온 이민자다. 배우들은 자신의 가족력을 조사하고 이를 무대에서 선보인다. 텍스트 기반의 공연이기 때문에 인터뷰에서부터 대본 작업을 시작했다. 포르투 알레그에서 몇 차례의 워크샵이 진행됐다. 최종 리허설이 시작되기 전에 감독인 미라 랄라인(Mirah Laline)과 텍스트에 관해 논의했다. 그녀가 현재 베를린에 살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그 후 최종 리허설을 진행했는데, 특히 독일 측 배우인 토마스 프렌(Thomas Prenn)에게는 매우 특별한 경험이었다. 그는 드라마 학교를 갓 졸업한 신인으로 이 작품이 데뷔작이었다. 당시 토마스는 동료 배우, 연구자와 함께 포르투 알레그에 거의 두 달 가까이 머물렀다. 이 시기는 참여자들이 함께 시간을 보내고 협력을 할 수 있었기 때문에 프로젝트 전체적으로 봤을 때 굉장히 중요한 순간이었다.


ⓒJürgen Berger

앞서 언급한 작품은 창작 방식에서 차이가 있었다. <해피 헌팅 그라운드>는 텍스트보다는 컨셉에 집중한 반면, <스트레인지 홈랜드>는 텍스트를 개발하는 과정과 최종 리허설에서의 각색이 정말 중요했다. 장르적 방향성이 반영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제 현재 진행하고 있는 작품에 관해 이야기를 해보겠다. 한국과 독일의 공동제작인 <보더라인(Borderline)>이다. 11월 15일에 서울국제공연예술제에서 볼 수 있을 것이다. 이 작품은 한국의 프로듀서그룹 도트, 크리에이티브 VaQi와 함께 만들었다. 독일 측에서는 독일 최고의 드라마 시어터 중 하나인 뮌헨 레지덴츠 시어터(Munich Residenz Theatre) 함께 했다. <보더라인>의 주제는 난민, 사회적 구성원으로의 환대, 30주년을 맞이한 통일 이후의 독일의 상황, 한국의 통일 가능성에 대한 질문이다. 뮌헨 레지덴츠 시어터(Munich Residenz Theater)의 마슈탈(Marstall) 극장에서 10월 3일에 초연이 됐다. 이 작품을 짧게 보여주고 싶다. 영상을 재생해 주기 바란다.


[보더라인 영상] ⓒJürgen Berger

이제 영상을 멈춰도 될 것 같다. <보더라인>은 나에게 있어서 핵심적인 프로덕션이다. 당초 극장에 올리기 위한 전형적인 공연의 성격을 띠었는데, 그러던 중 코로나19 상황이 악화되며 3주 동안에 작품을 전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했다. 뮌헨 공연을 위해 만든 버전에서는 독일 배우 플로리안 야(Florian Jahr)가 뮌헨 레지덴츠 무대에 올라가고, 동시에 크리에이티브 VaQi의 동료 배우 배소현, 장성익, 나경민, 우범진이 서울 모처에 준비된 무대에 올랐다. 물론 독일 공연장에는 관객들이 함께했다. 줌을 활용한 라이브 스트리밍 방식으로 공연을 하면서, 같은 무대에 있는 것처럼 스크린을 통해 서로 반응을 하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뮌헨에서 첫 공연이 올라간 시간은 오후 7시였고 서울은 새벽 2시였다. 그래서 한국측 배우들은 거의 일주일 동안 독일 시각에 맞춰 낮에 자고 밤에 일을 해야 했다. 아날로그 방식으로 시작된 국제 공동 제작이 디지털로 끝난 것은 팀원 모두가 한 번도 경험해 본 적이 없는 첫 사례였다. 현재 계획하고 있는 공동제작 건 두 개에 대해 더 이야기해줄 수 있지만, 나중에 이야기해도 좋을 것 같다. 현재 나의 상황은 다른 이들과 마찬가지다. 어떻게 앞으로 하게 될 공동제작을 설계할 수 있을지, 그 안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중이다. 고맙다.

2편에 계속됩니다. (2021.02.03.(수) 등재 예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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