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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 2019 커넥션 에세이 연재 [연극/거리예술]; 아홉수(No.9) 프로젝트, 살롱 거리예술 축제와 파사지 페스티벌 2020-07-30

2019 커넥션 에세이 연재 [연극/거리예술]
- 아홉수(No.9) 프로젝트, 살롱 거리예술 축제와 파사지 페스티벌 -


리투아니아 국립극장 소속 배우 미글 포리케피치우테(Migle Polikeviciute, 34)와의 인터뷰 / ⓒ장병욱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의 다양한 배우들과 인터뷰할 수 있었고, 그들의 지인 중 일반인들과도 우리가 지금 고민하는 아홉수, 그리고 변화에 관해서 이야기 나눠볼 수 있었다. 우리가 만난 리투아니아 사람들은 공통으로 자신의 문화에서는 아홉이라는 숫자가 가지는 큰 의미는 없다고 했고 나이를 묻는 것은 흔한 경우가 아니라고 말했지만, 아홉이라는 숫자에 대해서 뭔가의 시기가 여물고 다음 단계를 준비하는 시점에서 느끼는 다양한 감정들에 대해서는 서로 통하는 공감대가 있었다. 그중 국립 극단의 여배우인 미글(Migle)과 모니카(Monika)의 이야기는 많은 생각들을 던져줬다. 먼저, 미글은 21살에 리투아니아의 유명 연출가인 야나 로스(Yana Ross)의 “욕망에 눈뜨다(The Sexual Neuroses of Our Parents)”라는 작품을 통해 주목을 받으며 데뷔한 올해로 34살이 된 여배우였다. 그녀는 자신이 데뷔한 이후로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왔는지 배우로서의 경험과 그리고 갑작스럽게 아이를 갖게 된 후 미혼모로서 아이를 키우며 살게 된 과정들에 대해서 마음을 열고 자신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었다. 그러면서 30대 중반에 자신이 배우로서 해내고 싶은 것, 동시에 자신이 30대 중반에서 앞으로 중장년 역할을 잘 해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걱정, 동시에 젊은 배우들은 계속 쏟아져 나오는 상황 속에서 이들과 경쟁하여 젊은 배역을 따낼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염려 등 아이를 어느 정도 키운 뒤 다시 복귀하기 위해 준비하는 과정 안에서 드는 생각들을 이야기해주었다.

그리고 미글의 이야기는 모니카라는 50세의 중견 배우가 해준 이야기와 중첩되어 들렸다. 모니카 또한 리투아니아 연극계, 영화에서 왕성히 활동해 온 배우인데 그녀는 50이라는 나이에 접어들며 무대에서 내려오는 순간에 대한 생각들을 많이 한다고 이야기했다. 자신은 25년간 무대에 서왔고 20대, 30대 때는 가족, 친구에 대한 것보다도 오직 연극만을 생각하면서 살아왔지만, 지금은 자신에게 연극이란 것이 과연 무슨 의미를 가지는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한다고 했다. 그리고 자신은 오랫동안 등과 허리에 통증이 있었는데 침을 맞으며 치료를 받아 몸이 많이 좋아지면서 자신도 침을 놓는 법을 배웠고 현재는 파트 타임으로 돈도 벌고 있고 나중에 무대에 서지 않는 날이 오면 이 기술로 자신처럼 아픈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며 살고 싶다고 했다. 이 두 명의 배우와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는 없었지만 서로 비슷한 경험을 공유하는 사람들이 몇 년 전의 자신의 모습, 그리고 몇 년 뒤의 자신의 모습을 서로를 통해 생각하며 지금 맞이하고 있는 변화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면 우리는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지에 대해 많은 생각을 했다. 동시에 나 또한 모니카와 비슷한 연배, 50 즈음이 되었을 때 연극을 계속할 수 있을지, 혹은 무대에서 멀어진 다른 인생을 그리고 있을지에 대한 두려움과 궁금함이 뒤섞인 생각들이 머릿속에 생겨났다.


리투아니아 국립극장 소속 배우 모니카 비시우나이트(Monika Biciunaite, 50)/ ⓒ장병욱

이 두 명은 각자가 배우로서, 그리고 리투아니아에 살아가는 한 여성으로서 경험하는 변화의 모습들과 그 안에서의 자신의 선택과 생각들에 관해 이야기해주었다. 또한 둘은 1990년 러시아로부터의 리투아니아 독립을 기억하는 세대로서 그때의 사회적 변화에 대한 이야기도 많이 했다. 두 사람이 공통으로 이야기했던 것 중, 기억에 남는 것은 러시아로부터 독립하고 나서 자유가 주어졌는데 막상 마음대로 하라고 하니 뭘 어떻게 해야 하는지,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대로 자유를 즐겨도 되는지에 대한 혼란이 있었다고 했다. 미글은 자신의 과거 경험에 관해 이야기를 하며 1990년 리투아니아가 러시아로부터 독립하던 시기의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녀는 어렸을 적 할아버지, 할머니와 같이 살면서 항상 자기 생각을 너무 드러내지 말고 주어진 일에 대해서 잘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았고 그러한 교육과 경험이 지금 자신의 인생에서의 새로운 페이지를 준비하는 과정 안에서 자신의 태도와 생각에 어떤 영향을 주었는지 많은 이야기를 해주었다.

그리고 이 두 명 외에도 19살 학생 줄리자(Julija), 그리고 24살 청년 로리나스(Laurynas)와도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었다. 우리가 만난 이 두 사람은 밝은 에너지를 가지고 있었다. 이들과도 개인적인 이야기 그리고 리투아니아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우리가 리투아니아에 방문했을 당시 총리가 바뀐 지 얼마 안 된 시기였는데, 새로운 총리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은 앞서 인터뷰한 여배우 2명과 달리 이 총리에 대해 긍정적 평가와 함께 기대감을 표했다.

이번 리서치 기간 아홉 명의 리투아니아 사람들과 인터뷰 하며 그들과의 대화를 통해 리투아니아 사회 전체를 이해할 수는 없겠지만, 리투아니아 사람들이 지금까지의 역사 안에서 중요한 변화의 시점이라고 느끼는 것들, 그리고 그것을 경험한 사람들과 경험하지 못한 사람들이 가지는 리투아니아 현 사회를 바라보는 온도 차, 그리고 10대, 20대, 30대, 40대, 50대... 각자 인생의 어느 시기를 마주하고 있는 사람들로서 각자 변화의 순간을 대하는 각기 다른 모습들에 대해 좀 더 알아갈 수 있었다. 이들과 이야기하면서 내가 사는 한국 사회에서 가장 큰 변화의 지점이 어떤 것인지 고민하게 되었다. 단지 개인이 느끼는 변화뿐 아니라 그보다 좀 더 거시적 관점에서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는 사회적으로 어떤 변화를 기대하고 있으며 그 변화를 위해서 어떠한 노력을 하고 있는지, 불과 얼마 전 예술계에서는 블랙리스트, 미투 운동과 같은 큰 변화를 경험하고 난 뒤 우리는 또 어떤 모습을 그리고 있는지, 언젠가 다가올 변화 앞에서 어떤 노력과 선택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이 생겨났다.

작품 개발 미팅

작년 리투아니아 커넥션을 통해 리투아니아 연극을 접하고 새로운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한 뒤 오랜 고민의 시간이 있었다. 아홉수라는 소재를 가지고 “변화”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고 싶다는 제안을 한 뒤, 제작 주최인 리투아니아 국립극장 사람들은 이 내용에 대해 어떤 그림을 그리는지 궁금했다. 또한, 구두 약속 이외에 계약서를 쓴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작업이 중간에 중단될 수 있다는 점에 대해서도 생각 한쪽에는 항상 염두에 두고 있었다.


리투아니아 국립극장 담당자와의 미팅/ ⓒ장병욱

이번 연구 기간 동안 국립극장 예술 감독과 기획팀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며 그들이 이 작업을 통해 시도하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지, 그리고 어떤 면이 앞으로 좀 더 구체적으로 정해져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이해할 수 있었다.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은 최근 몇 년간 리투아니아의 사회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는 작업을 만들어왔으며, 그 중 오토노미(Autonomy)는 헝가리 연출가 아파드 실링(Arpad Schilling), 더 도어(The Door)는 노르웨이 연출가 조 스트룀그렌(Jo Strømgren)에 의해 만들어졌다. 작년 가을 리투아니아에 방문했을 당시, 이 작품들을 보여주며 그들이 해외 연출가들과 어떻게 소통하며 작업해나가는지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해준 바 있다. 그간 외부인의 시선을 통해 바라본 리투아니아 사회에 관한 작업이 의미 있는 바가 있었고 이번 작업을 통해서도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은 한국에서 온 창작자들의 외부 시각을 통해 자신들의 사회를 들여다보는 시도를 한다고 했다.


2018년 리투아니아 국립극장 신작 ‘더 도어(The Door)’, 연출가 조 스트룀그렌(Jo Strømgren)/ ⓒ장병욱

하지만 이 작업에 관해 관심을 가지고 제작을 추진하고 있는 예술감독 마티나스(Martynas)의 연임 여부가 내년 초에 결정되기 때문에 2021년 라인업을 지금 확정적으로 이야기하기는 어려운 단계이고, 이 작품 제작을 확정적으로 결정할 경우에는 리투아니아 국립극장의 레퍼토리로 만들고자 하므로 스태프와 배우들은 리투아니아 국립극장 소속 스태프 및 배우가 50% 이상 참여할 수 있도록 프로덕션을 구성해야 하는 등 프로젝트 진행에 있어서 세부적인 내용을 파악할 수 있었다.

이번 작업은 한국에서 기획하고 개발한 뒤 해외 페스티벌에 출품하는 방식이 아니라 리투아니아 현지에서의 커넥션을 시작으로 해외에서 작업을 의뢰하여 한국의 창작진, 리투아니아 창작진들의 공동 개발로 진행되고 있기에 앞으로의 창작 과정이 스스로 궁금하기도 하고 낯선 문화의 사람들과 생각의 부딪힘 속에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 간다는 것이 나에게는 남다른 의미를 가져다준다. 앞으로 이 작업이 어떻게 진행될지 불확실한 것들이 많지만 이번 작업을 통해 다른 문화권의 창작진들이 함께 서로에 대해 대화하며 씨앗을 만들고 여러 문화권에서 예술적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작품을 만들 기회가 되길 기대한다.

□ 필자소개: 장병욱 (연출가, 해보카 프로젝트)해보카 프로젝트(HaVokA Project)의 연출 장병욱입니다. 다큐멘터리 연극으로 우리가 사는 사회의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요즘은 우리의 일상 언어들과 신체 언어에 관심을 가지고 작업하고 있습니다.

[2] 거대한 축제와 자그마한 축제 사이에 끼여서 생각해보다

이철성 (비주얼씨어터 꽃/체험예술공간 꽃밭 대표)

한국 거리예술의 성장과 한국-유럽 간 네트워크의 구축

공연예술축제 중에서도 거리예술축제는 최근 10년간 국내에서 지속해서 성장하고 있다. 그 역사도 20년 가까이 되었다. 이제 거리예술이나 관련 축제들은 더 변방이 아니라 예술계 전반, 더 나아가 한국의 문화 운동, 사회운동과 겹쳐지면서 큰 역할들을 하고 있다.

한국의 거리예술은 근 40여 년의 역사를 지닌 유럽 거리예술계의 영향을 받고 있다. 단순한 모방이 아니라 구체적이고 실제적인 상호협력을 통해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 최근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과 영국의 거리예술 전문가들이 한국 거리예술계를 탐방하고, 또 역으로는 한국의 공연단체들이 유럽 축제에 적극적으로 진출하면서, 한국은 축제 간의 협업에 있어서 아시아를 선도하고 있다.

하지만 거리예술 최대 시장이라 할 수 있는 유럽 거리예술 시장에서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단체들의 진출은 극히 제한적이다. 먼 거리로 인한 비용의 추가 발생도 이유일테지만, 유럽 중심 시장의 보수성도 하나의 이유일 것이다. 최근 한국이 유독 이러한 한계를 넘어 적극적으로 유럽 시장의 문을 두드리는 것은 주목할 일이다. 몇 년간의 한국 단체들과 축제 감독들의 노력이 쌓여서 이제는 견고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있다.

거대 마켓으로서의 거리예술축제의 매력과 고민들
- 프랑스 ‘살롱 거리예술축제(Chalon dans la Rue)’에서의 쇼케이스 공연과 리서치

비주얼씨어터 꽃의 대표 공연 ‘마사지사’는 2016년 초연 이후 스페인, 영국, 러시아, 폴란드 등 유럽 시장에 진출하면서 지속해서 시장개척을 하고 있다. 진출하는 축제의 성격은 대략 두 가지이다. 하나는 마켓 기능을 하는 대형 축제이고, 다른 하나는 지역형, 도시형의 작은 축제들이다. 스페인 타레가 시의 피라 타레가(FiraTàrrega), 영국 런던의 그리니치 도클랜드 국제축제(Greenwich+Docklands International Festival) 등이 마켓 기능을 하는 대표적인 축제들이다. 그리고 이러한 대형 축제들에서 선보인 쇼케이스를 통해 다른 작은 축제들의 초청으로 공연을 이어나갔다.

살롱 거리예술축제 역시 대규모 마켓형 거리예술축제의 좋은 예이다. 프랑스 샬롱슈흐싸온느시에서 주최하는 축제로 올해로 33회째를 맞이했다. 세계에서 가장 많은 거리예술 단체와 축제를 가진 프랑스에서도(200여 개의 거리예술축제와 800여 개의 거리예술 단체가 있다고 말해진다.) 살롱 축제는 오리악 거리극 축제와 함께 가장 큰 축제로 평가받는다. 그렇기에 차년도 프로그래밍을 해야 하는 축제의 예술 감독들이 해마다 몰려와 공연을 발굴하고, 축제는 네트워크를 쌓는 베이스캠프 역할을 한다. 올해는 7월 24~28일에 걸쳐 프랑스를 비롯해 세계 각국에서 온 약 160여 개의 공연단체들이 시내의 거리, 광장, 강변, 섬, 상점 안 등 일상의 공간들을 예술적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올해는 공식초청 외에 몇 가지의 공식 섹션들을 두고서 새로운 시도를 선보였다. 축제 제작 공연, 타국 축제와의 국제협업 공연, 아동·청소년을 위한 섹션, 실험적 공간을 위한 섹션 등이다. ‘마사지사’는 살롱 축제와 과천 축제의 협업으로 국제 협업 공연 섹션에 참여해 공연을 선보였다. 이 섹션에는 한국, 스위스, 벨기에, 네덜란드 4개국이 참여했다. 눈여겨볼 것은 160여 개의 단체 중 아시아 국가는 한국이 유일하다는 것이었다. 유럽 중심의 완고한 시장을 다시 한 번 절감했다.


살롱축제 내 공연 ‘마사지사’ / ⓒ이철성

대규모 거리예술축제의 매력은 여러 면에서 드러난다. 축제가 시작되기 며칠 전부터 단체들의 치열한 홍보전이 시작된다. ‘마사지사’ 공연을 위한 워크숍 준비를 위해 축제 4일 전에 살롱의 기차역에 내렸을 때, 가로등에 이미 단체들의 공연 홍보 포스터들이 다닥다닥 붙어 있었다. (‘마사지사’ 공연은 해당 지역의 시민들을 공연자로 키워 함께 공연하는 공동체형 공연으로 3~4일간의 사전 워크숍이 진행된다) 마켓 형태의 대규모 축제는 각 단체의 홍보전, 스태프들의 일사불란한 움직임, 전문가들의 미팅과 상호 교류, 다음 해 공연초청을 위한 미팅이 현장에서 직접 이루어지는 등 갖가지 활력으로 끓어오른다.

축제의 또 다른 매력은 공연의 장소들에 있다. 축제는 도시를 잘 읽고 사람들을 잘 읽어야 한다. 그럴 때 예술과 공간과 사람들이 합을 이루어 일상이 예술적 공간으로 변화되는 마술을 선사할 수 있다. 살롱 축제는 도심의 광장과 거리에는 대중적인 서커스와 거리예술들을, 도심 외곽에는 진중한 극과 움직임 공연을, 한 구역 골목들에는 아동 청소년 공연과 워크숍들을, 강변에는 짧지만, 관객들의 적극적 참여가 가능한 실험적인 공연, 음악, 설치물들을(대부분 캠핑카 형태의 공간에서 공연을 진행하고 있었다), 섬에서는 키 큰 나무에 줄을 걸고 자연과 하나가 되어 진행하는 서커스를 적절히 배치함으로써 공연이 진행되는 각 장소들의 잠재된 예술적 씨앗들을 꽃피우게 했다. 거리예술의 핵심인 환경, 사람, 그리고 예술의 대화는 우리 삶의 대안으로서 항상 강력한 힘을 발휘한다.


살롱축제 내 각 단체의 열띤 홍보전과 시민 참여형 공연/ ⓒ이철성

살롱축제의 여러 가지 매력에도 불구하고 매년 제기되는 몇 가지 문제점들이 있다. 지속적인 문제점들은, 공연이 너무 많고 홍보할 수 있는 루트가 많지 않아 전문가들을 대상으로 홍보가 힘들다는 것, 그리고 프랑스 거리예술시장이 다소 폐쇄적이고 프랑스 공연물 위주여서 유럽이 아닌 아시아 국가로서의 한국 단체가 그곳에 진입하기가 힘들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한국의 축제 감독들이 이러한 문제점들을 강력히 항의한 결과, 살롱축제는 타국 축제들과의 국제 협업 부문을 만들고 해당 국가의 축제 감독들과 공식적 미팅을 하는 등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 다년간 지속적으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협업을 이끌어나가는 한국 축제 감독들의 노력과 한국 공연단체들의 우수한 콘텐츠와 지속적인 해외 시장진출이 나은 노력의 결과이다.

작지만 환경+사람+예술이 만드는 사랑받는 축제
- 덴마크 ’파사지 페스티벌(Passage Festival)’ 리서치

덴마크를 여행해 본 사람은 이 나라의 특징으로서 ‘친환경’이란 말을 앞세우는 것에 동의할 것이다. 수도 코펜하겐의 인구 절반이 자전거를 타고 다니고, 차들은 시원하게 달리는 자전거들 옆에 찌그러져 천천히 조심해 달린다. 차선도 대부분 한두 개뿐이다. 도시, 마을, 건물들은 그 주변을 둘러싼 자연환경의 일부인 듯 겸손하다. 세계적인 친환경 건축물들로 유명한 덴마크는 이 외에도 인구의 4분의 1이 사회복지사업에 종사하고 있고 빈부 격차가 가장 작은 나라라는 등의 칭찬이 잇따르는 나라이다. 그러나 이러한 많은 칭찬보다 실제 거리에서 일어난 한 사건이 이 사회의 성격을 적나라하게 목격할 수 있게 하였다.

밤거리에서 한 뚱뚱한 중년의 노숙자가 뒤뚱거리며 내게 다가와 구걸한다. 난 몇 푼을 쥐어주었다. 고개를 주억거리며 감사의 말을 계속 되뇌는 그가 길을 건너오는 두 젊은 여자들에게 다가간다. 그리고는 안아달라는 듯 팔을 크게 벌린다. 젊은 여자 하나가 아무렇지도 않게 안아주고는 손을 흔들며 인사하고 가던 길을 간다. 처음엔 이 장면을 놀랍게 쳐다보다가 이윽고 이 사회에 대해 호기심이 부풀기 시작했다. 코펜하겐에서 기차로 한 시간가량 떨어져 있는 아름다운 도시 ‘헬싱괴르’와 파사지 페스티벌을 경험하면서 이 호기심은 서서히 가라앉았다.

헬싱괴르는 스웨덴과 바다를 사이에 두고 있는 국경도시이자, 셰익스피어의 희곡 ‘햄릿’의 주 배경이 된 크론보르그 성이 위치한 유명한 관광지이다. 이 도시의 대표적 거리예술축제인 ‘파사지 페스티벌’은 매년 7월 말에서 8월 초, 작은 도시의 광장, 거리, 건물의 안뜰, 해안 등지를 거리예술들로 채운다. 올해도 40여 개의 각국에서 온 공연들이 7월 27일에서 8월 3일에 걸쳐 아름다운 바다와 크론보르그 성을 배경으로 도시를 예술의 공간으로 변화시켰다. 특히 눈여겨볼 만 한 것은, 시민들이 참여하여 도시의 화두들을 다루는 참여형 공연의 비중이 높다는 점(가정 폭력의 피해자가 직접 공연을 통해 개인사를 고백하는 장면은 아주 힘 있게 다가왔다)과 바닷가 섹션을 만들어 10~20분 분량의 단편형 참여 공연들과 설치들로 채웠다는 점이다. 마치 뷔페 음식점에 온 것처럼 조금씩 맛있는 공연과 설치들을 맛보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헬싱괴르 시의 크론보르그 성과 바닷가 섹션의 한 캠핑카 공연장/ ⓒ이철성

축제를 리서치하고, 다음 해 공연의 진출을 위해 예술감독과 미팅을 하고, 축제 조직위원회의 회의에 초대되어 한국의 거리예술에 대해 소개하는 자리 등을 가지면서, 지역 축제의 축제에 대한 고민과 노력, 그리고 그 노력에 상응하는 시민들의 축제에 대한 사랑, 그리고 무엇보다도 주어진 환경과 사람과 예술이 합심하여 축제를 이루는 모습은 모범적인 예로 보였다.

거대한 축제와 자그마한 축제 사이에 끼여서 생각해보다

규모 면에서 두 개의 상반된 축제를 리서치하면서 어느 축제가 더 좋은가가 아닌, 큰 틀의 거리예술 생태계에서 둘은 어떻게 각자의 역할을 하고 어떻게 상보적인 역할을 하는가에 주목하게 되었다. 한마디로 말해, 소수의 대규모 마켓 축제가 공연을 시장에 선보이는 적극적이고 효율적인 역할을 잘한다면, 다수의 소규모 지역 축제의 프로그래머들은 대규모 마켓에서 자신들의 지역성에 알맞은 공연을 선별하여서 자신들의 지역 축제 콘텐츠를 풍부하게 살려 나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두 종류의 축제가 같이 성장해야 한다. 한국의 경우, 아쉽게도 두 종류의 축제 모두 부족한 상황이다. 대표적인 마켓 기능을 하는 축제와 함께, 작지만 알찬 지역 축제의 출현과 성장이 필요한 때이다.

□ 필자소개: 이철성 (비주얼씨어터 꽃/체험예술공간 꽃밭 대표) ‘비주얼씨어터 꽃’과 ‘체험예술공간 꽃밭’의 대표로서 시와 시각예술과 공연이 결합한 실험적인 작품들을 국제적으로 발표하며, ’탁월한 시각 연출상’ 등 다수의 상을 받았다. 40개국 이상의 오지를 여행하며 시와 산문들을 써왔고, 문학과지성사에서 펴낸 두 권의 시집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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