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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PAM의 젊은 실험 2013-02-27

TPAM의 젊은 실험
[동향] 2013 요코하마 공연예술미팅(TPAM) 리뷰 


요코하마 공연예술회의(Performing Arts Meeting in Yokohama: 이하 TPAM)는 1995년에 설립된 국제공연예술아트마켓이다. 도쿄에서 시작된 도쿄공연예술마켓(Tokyo Performing Arts Market)이 2011년 요코하마로 이전하였고 이름도 ’마켓’에서 ’미팅’으로 바뀌면서 ’요코하마 공연예술미팅’으로 개칭했지만 브랜드화된 TPAM 이라는 명칭은 유지해오고 있다.

YCC(요코하마 창작센터, Yokohama Creativity Center), 1층:정보데스크, 2층:콘퍼런스홀로 사용


금년 TPAM 기간은 약 10여 일이었고(2013. 2. 9~17) 40여 개의 공연과 쇼케이스, 그 외에도 거의 매일 콘퍼런스, 스피드 미팅, 토론과 회의가 개최되었다. TPAM은 그동안 표면적으로 내세웠던 ’견본시’의 명분을 버리고 정보교환, 상호학습, 교류, 네트워크 구축을 강조하는 ’미팅’이라는 간판으로 바꿔 달았다. 그전과 프로그램 구조가 크게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성격은 완연히 달라졌다. 이전 같으면 상당한 규모로 치러졌을 전시 부스는 30여 개 단체로 축소되어 행사 말미에 오픈되었고, 그 대신 다양한 만남과 회의, 그리고 공연 관람과 작가와의 대화가 본격적인 프로그램이 되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민간 전문가들의 교류에 국고가 꾸준히 지원된다는 점이 반가웠다. 참가자들은 공연 작품을 사고파는 부담에서 벗어나 자유롭게 자신의 활동을 표현하고, 의견을 교환하고, 친구를 만들고, 아시아와 유럽의 공연 동향을 파악하기에 분주해 보였다.


YCC 1층 정보데스크 전경

전시 부스, 뱅크아트 스튜디오 2층

이번 TPAM에서 인상적이었던 점은 두 가지인데, 2011년부터 진행된 일본 공연예술계의 세대교체의 징후가 뚜렷해졌다는 점과, 후쿠시마 지진이 예술계에 미친 진폭이 생각보다 깊다는 것이었다. 2011년 요코하마로 개최도시를 옮기면서 쇼케이스 중심으로 진행되던 프로그램에 ’TPAM Direction’이라는 프로그램이 등장했다. 보통 3명의 젊은 프로듀서나 감독을 선임해 자신이 제작하거나 선택한 작품을 선보이는 것이다. 이들이 선정한 10개의 작품이 TPAM 프로그램의 상단 페이지를 채우는데, 무엇보다 이 젊은 제작자들의 뚜렷한 개성과 성향이 드러나는 점이 인상적이었다. 서울아트마켓에서도 ’팸스초이스(PAMS Choice)’ 라는 프로그램을 통해 분야별로 그해의 작품을 선정해 쇼케이스를 보여주지만 이는 추천된 작품을 심사해서 선별하는 쪽이다. TPAM 디렉션에서 선정된 디렉터들은 스스로 작품선택에 대한 주도권과 책임이 있다는 점에서 독특했다.

주로 30대의 젊은 감독이 선임되어 몇 개의 작품을 선택하거나 제작하는데 이를 통해 ’젊은 감독’들이 성장하고 육성된다는 점은 눈여겨봐야 할 대목이다. 이는 젊은 연출가나 안무가와 같은 예술가를 육성하는 것과는 다르다. 특정분야의 예술가가 아니라 다원적이고 탈장르화되어 가는 컨템퍼러리 공연을 발굴해 내고 제작할 수 있는 프로듀서들, 나아가서는 미래의 일본 공연예술계의 주요한 예술감독들이 성장하는 인큐베이터인 것이다. 3명의 디렉터 중 유카코 오구라는 3년째, 카츠히로 오히라는 2년째 이 디렉션 프로그램을 맡아오고 있다. 이들은 3작품 정도를 TPAM에서 올리고 있는데, 젊은 감독이 자신의 역량을 충분히 쏟을 수 있는 규모로 보였다. 수십 개의 작품을 올리며 과도한 업무에 시달리는 페스티벌이나 지역주민의 대중적 기호에 맞춰야 하는 아트센터의 굴레에서 벗어나 자신의 예술적 지향과 능력을 집중하고 발휘하기에 좋은 기회가 아닐까? 이렇다 보니 선택한 작품의 경향도 아주 뚜렷해지고 있다고 한다. 유카코 오구라의 경우 전통적 무대공간을 벗어난 형식의 퍼포먼스, 텍스트의 완결된 서사보다는 우연적이고 사건성을 강조하는 <추가 커튼콜(Extra Curtain Call)>, <악어는 어디에?(Where is crocodile?)>와 같은 작품을 선보였다. 카츠히로 오히라는 장소 특정성을 기억의 이미지와 접목시키는 <보 야 트 오 수 루(Bo Ya tt O Su Ru)>라는 작품과 관객 한 명을 전신마비 환자로 초대해 체험케 하며 관객성의 문제를 강하게 제기하는 <차이트게버(Zeitgeber)> 등의 작품을 선보였다.

신진 공연예술 그룹이 주도하는 커뮤니티 예술


개막식, 뱅크아트 스튜디오 2층

TPAM Exchange-스피드 네트워킹, 뱅크아트 스튜디오 2층

젊은 그룹들의 약진은 ’온 팸(ON-PAM: Open Network for Performing Arts Management)’이라는 네트워크 모임에서도 뚜렷했다. 일본 전국에서 공연페스티벌이나 제작을 하는 디렉터 13명이 주축이 되어 발족식과 공식미팅을 TPAM의 공식행사로 개최했다. 오픈네트워크라는 용어는 리더가 있는 조직구조나 일시적으로 조직되어 프로젝트가 끝나면 흩어지는 컨소시엄을 지양하고 서로 다른 활동과 문화적 배경을 가진 멤버들이 모여서 수평적 네트워크를 이루겠다는 의지에서 나온 명칭이다. 회원들은 매년 회원비를 내고 일 년에 몇 번의 정기위원회를 열고 활동결과를 리포트로 낸다. 위원회 구성은 문화정책위원회, 국제교류위원회, 커뮤니티기반활동 협력위원회로 구성되는데 이 위원회의 세 가지 성격이 구성원들의 경향과 특징을 그대로 담아내고 있다.

우선 민간에서 현장전문가들이 자발적으로 문화정책을 개발하고 연구한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경향의 그룹이 등장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들은 이질적이고 다양한 분야에서 예술활동을 해온 이들이니 만큼 서로의 분야에 관용성이 높을 필요가 있다. 그래서 민감한 예술적 화제 보다는 정책적 사안들을 공유하는 쪽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공연예술과 관련된 극장법, 예술위원회, 펀딩시스템 더 나아가 예술표현의 자유와 같은 이슈에 참여적으로 활약하고 대응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그러나 ’공연예술’이라는 넓은 영역이 과연 정체성이 다른 이들의 결속력에 충분한 울타리가 되어줄 수 있는가라는 점과 정책개발이라는 사안이 어떻게 구성원간의 구체적인 논의대상이 될 것인가가 이 그룹을 지속하는 데에 관건이 될 것이다.

Open Network symposium, 2월 13일 YCC 2층


한편 이 구성원들의 차별점은 국제 네트워크에서 이미 활동하고 있는 전문가들로 구성되어 있다는 점이다. 교토에서 국제공연예술 페스티벌을 맡고 있는 ’교토 실험(Kyoto Experiment)’ 프로그램 디렉터인 하시모토 유스케, 한국의 공연창작집단 뛰다와 몇 년째 교류 활동을 해온 ’버드 시어터(Bird Theater)’의 사이토 케이, 탈장르적이고 실험적인 작품을 제작하는 프로듀서 집단인 ’프리코그(Precog)’ 의 나카무라 아카네 등이 주축 멤버다. 이들은 주요 국제페스티벌과 공연예술의 정보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네트워크가 있고 이를 오픈네트워크의 멤버들과 공유하면서 일본공연예술의 성장을 이끌어가겠다는 것이다. 외국어 능력도 대부분 갖추고 있어 이미 TPAM에서도 대부분의 주요한 회의와 미팅들을 주도해가고 있었다.

마지막으로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하는 예술활동이 활발해져 가고 있다는 점인데 그 이유로 후쿠오카 지진이 예술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관심을 증폭시켰다는 얘기를 여러 번 들었다. 심지어 오픈네트워크의 출범의 계기에도 각자의 개별적인 작업에 매몰되지 말고 같이 모여 사회적으로 의미 있는 역할을 해보자는 공감대가 배경에 있었다고 한다. 그 사회적인 역할이 네트워크 모임으로 이어지고 커뮤니티 활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얘기였다. 어느 정도로 개연성이 있는 얘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저기서 징후가 포착되기는 했다.

신진 공연예술 그룹이 주도하는 커뮤니티 예술

 

노리미주 아메야(Norimizu Ameya)라는 감독과의 대화
행사 중에 ’노리미주 아메야(Norimizu Ameya)라는 감독과의 대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2010년과 2011년에 TPAM 디렉션에 여러 작품을 선보였던 나카무라 아카네(Nakamura Akane)가 대담을 했다. 아메야는 아방가르드 음악작업을 하는 작가로 알려져 있었는데, 최근 <이리쿠치데쿠치(Irikuchidekuchi)>(2012년 쿠니사키 아트프로젝트) 프로젝트와 <블루 시트(Blue Sheet)>(2013.1. 이와키 소고고등학교 퍼포먼스)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이 두 프로젝트를 영상으로 보여주고 대담하는 프로그램이었다. <이리쿠치데쿠치>는 1300년간 지역에서 성스러운 산으로 불려온 곳을 참여 작가와 일반인이 함께 리서치하고 탐사하는 현장 프로젝트였다. 단순히 자연과 생태에 대한 취향적 관심을 넘어 오래된 절터를 탐험하고 전설을 들려주기도 하고, 전통 옷을 입은 지역주민과 아이들이 등장해 구전된 의식을 치르면서 몸과 마음을 힐링하는 프로그램이었다. 노리미주 아메야가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과정은 흡입력이 상당해서 영상으로도 농밀한 힘이 담겨 있었다.

두 번째 프로젝트인 <블루 시트>는 후쿠시마에서 43km 떨어진 지역의 고등학생들과 만든 퍼포먼스였다. 이들은 한신 대지진 전후로 태어난 세대이고 2011년 후쿠시마 지진 때 고등학교 입학시험을 치른 아이들이었다. 아이들이 성장하며 겪은 짝사랑 같은 개인사와 자연의 격변을 겪으면서 체험한 이야기들을 긴 대화 과정을 통해 발견해내고, 이를 학생들 스스로 재구성한 퍼포먼스였다. 노리미주는 이들의 이야기를 구성적으로 과도하게 완성하지 않고, 파편적이고 반복적으로 운율화하는 방법으로 연출했는데 결과적으로 상당히 시적이고 울림이 있는 작품이 되었다. 공연하는 학생과 관람객인 학부모들이 모두 깊은 감동을 받았다고 한다. 대담자였던 나카무라 아카네 또한 이러한 리서치를 바탕에 둔 커뮤니티 작업에 상당한 애정을 가지고 인터뷰를 진행했다. 젊은 그룹에서 제작자로서 두각을 나타내 온 그녀의 작품리스트에도 점점 커뮤니티나 생태적인 색채가 짙어져 가고 있었다. 2012년 식물과 인간의 관계를 탐색한 니시하라 세이준의 작품과 자전거로 끌고 다니는 움직이는 집을 통해 소유와 주거의 문제를 다루는 사카구치 쿄헤이의 작품 등을 디렉팅하며 그녀의 성향을 뚜렷히 해왔다. TPAM Direction  작품보기

2012년에는 직접적으로 자연재해를 다루는 작품이 많았다고 하는데, 금년에는 다소 추상화되어 현실적 위험이 무의식화되거나 다른 경향으로 점화되기 시작한 것으로 보였다. 생태나 자연을 다루거나 커뮤니티에 대한 급격한 관심으로 확장되는 작품들이 그것이다. 이러한 점만큼 인상 깊었던 것은 일본 공연예술에서 국제교류의 대표적인 윈도우 역할을 해온 TPAM이 주도적으로 세대교체를 주도하고 노력해오고 있다는 점이다. TPAM은 젊은 그룹에 포커스를 맞추고 대부분의 주요한 장을 그들의 활동과 성장을 위해 기꺼이 내어 주고 있었다. 과연 이 젊은 실험이 자연재해와 경제 침체 속에서 따스한 봄날을 맞이할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다.
  • 기고자

  • 오세형_아시아문화개발원 콘텐츠총괄운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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