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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도시형 거리예술축제를 꿈꾼다 2013-02-26

21세기 도시형 거리예술축제를 꿈꾼다
[피플] 최석규_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왜 거리인가? 획일화되어가고, 도시 공간의 그 특유한 장소성을 잃어가는 이 시대의 도시는 무엇인가?" 2012년 10월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으로 선임된 직후 최석규 감독이 가졌던 가장 큰 질문이다. 최석규 감독은 1993년 춘천국제연극제와 연을 맺은 이후 사무국장, 부예술감독으로 몸담았던 춘천마임축제를 비롯해, 국제교류를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 네트워크 ’아시아나우’의 대표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동해온 말 그대로 일꾼이다. 이제 그는 15년 동안 일했던 공간을 벗어나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으로 자리를 옮겼다. 그리고 새로운 고민을 시작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행보에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현장 활동을 통해 단계적으로 쌓아올린 그의 삶이 보여주듯, 공연예술 현장에 대한 이해와 관심, 비전이 구체적이기 때문이다.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10년을 목전에 둔 지금, 최석규 감독과 함께 또 다른 도시형거리예술축제를 꿈꾸기 시작했다.

2013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포스터


Q : 춘천국제연극제 통역 자원봉사부터 시작해서 춘천마임축제 사무국장, 부예술감독에 이어 예술감독으로 일을 하게 됐다. 모두 그런 것은 아니지만 축제 예술감독을 수행하는 분들이 이렇게 단계별로 올라가는 경우는 거의 없었던 같다. 현장을 이해하고 있다는 부분에서 최석규 감독을 바라보는 기대가 남다른 것 같다.

A :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안산문화재단에서 주최하는데 시민과 직접적으로 만나는 외형적으로 가장 큰 행사다. 그리고 내년이면 축제 개최 10년째가 된다. 무언가 새로운 변화가 필요한 시기라는 점에서도 부담이 있다.(웃음) 안산에서는 축제 쪽 실무 경험과 아시아나우를 통해서 축적된 예술적 제작경험, 그리고 국제교류 소통에 대한 기대를 하고 있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문제는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 예술가, 관객, 그리고 관(官)까지 각자의 니즈를 어떻게 균형 있게 만들어 가는가에 있다. 관공서의 니즈가 컸을 때는 전시성 축제로 갈 위험성이 있고, 지나치게 관객 중심으로 갈 경우에는 엔터테인먼트로만 치우칠 수도 있다. 반면 예술가들을 위주로 했을 때는 예술가들 스스로의 잔치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축제를 만들면서 이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그런데 너무 균형과 조화만 맞추다보면 축제의 색깔이 안 보이는 부분도 있기 때문이다. 결국 내가 생각하는 축제에 대한, 거리예술에 대한 비젼과 가치를 분명히 제시하고, 그것을 관을 설득하고, 예술가와 관객들과 함께 만드는 과정이 중요한 것 같다. 그래야만 차별성 있는 축제가 될 것 같다.

Q : 올해 9회째를 맞이하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이제 축제로서의 안정기를 거쳤다고 봐도 될 것 같은데, 현재 안산국제거리국축제의 특성과 한계는 무엇이라고 생각했나?

A : 경기도만 거리예술축제를 표방하는 것이 네 가지가 있다. 과천축제, 수원화성국제연극제도 야외축제로 돌아섰고, 고양호수축제, 그리고 안산까지. 같은 형식을 취하고 있는 축제들과 어떤 차별성을 가질 것인가 하는 질문으로부터 환경 분석을 해봤다. 2005년부터 2008년까지는 버스킹, 마임, 클라운 등 작은 규모로 거리에서 즐길 수 있는 공연이 위주였고, 2008년∼2009년을 기점으로 거리극이라는 컨셉이 들어오면서 해외의 메이저 공연도 오고, 안산문화광장으로 공간도 이동했다. 거리극축제의 본격적인 출발을 하던 시기라고 볼 수 있는데, 긍정적인 부분들은 거리극이라는 개념을 지속적으로 분명히 가져왔다는 것, 안산시민을 위한 축제라는 명확성과, 안산문화재단과 안산시의 분명한 축제에 대한 의지가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다른 거리 축제와의 변별력은 두드러지지 않았던 것 같다. 축제가 펼쳐지는 공간이 상대적으로 상업공간의 도심, 국내 거리예술 예술단체의 수적인 한계, 시에서 원하는 새로운 안산의 특징이 있는 작업들이 축제에서 부족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다문화, 도시 이야기 등.

안산국제거리극축제 예술감독 최석규
Q : 임기가 2년이다. 굉장히 짧은 기간이다. 앞서 말했던 변별력이라는 것을 만들어내기도 쉽지 않은 기간이다. 그래서 직을 수락하기 까지 고민도 많았을 것 같다.

A : 과연 도심형 축제가 가능할까 하는 것이 고민이었다. 이전에 활동했던 춘천은 자연경관이 수려한 특징 있는 자연적 공간의 특성을 가진 축제 공간이었다. 즉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오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태도부터 다르다. 반면 안산은 서울로 통근하는 거주자들이 많은 계획도시다. 우리가 말하는 공업화된 산업 도시가 축제가 가능할까, 그렇다고 안 되니까 그걸 부정할 것인가, 살릴 것인가? 그럼 고민 속에서 가장 큰 관심은 도심형 축제에 대한 도전이었다. 두 번째는 어떤 변별력을 가진 축제를 만들 것인가 하는 거였다. 과연 거리극만 가지고 축제를 할 수 있는가, 안산에 대한 이야기가 배제된 채 해외의 공연들만 들여오고, 거리극이 생산되는 것은 하나도 없는 상황에서 안산의 차별성은 어떻게 만들어갈 수 있을까에 대한 고민도 많았다. 마지막으로 축제 제작 시스템에 대한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대부분의 축제들이 예술감독 중심이고 작품들을 선정해서 오고, 축제를 만드는 사람들의 시스템도 수직적인 구조다. 거기에 시에서도 축제가 잘 된다고 평가하면서 ’문화관광’이라는 측면들이 지나치게 강조된 지점들이 있었기 때문에 현재와는 조금 다른 축제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21세기 도시형 축제는 뭘까? 오프라인보다 온라인에서 살고 있는 아이들, 그리고 점점 더 빌딩숲을 만들어서 분락을 만들어가고 있는 도시, 그것이 지금 우리 시대의 현상이라고 보면서 안 된다고 내버려둘까? 그래서 다시 도심 공간을 고집한다. 안 된다고 하는 그 공간을 어떻게 도전해볼까? 숙제이자 축제감독의 의무인 것 같다."

Q : 그러한 고민들 속에서도 일을 하기로 결심했던 이유는 안산에서 해볼 수 있는 것들에 대한 비전이 있기 때문이었을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고 올해 축제는 어떻게 준비되고 있나?

A : 도심의 공간을 어떻게 일상의 공간에서 탈피할 수 있는 난장을 만들어 줄 것인가, 그래서 거리극이라는 개념을 탈피하고 공간에서부터 출발하겠다는 생각을 했다. 거리라는 공간적 소통 개념을 통해서 장르가 이야기 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안산은 장소성의 의미를 상실해가는 공간들이 많다. 다시 말해 도심공간들이 이야기에 의해서 만들어진 것이 아니라 구역화 된 상업공간이라는 이야기다. 거기서 무엇으로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 그것이 꼭 극이라는 형식이 아니어도 음악이나, 미술, 미디어아트 등 공간적 개념으로 확대를 해야겠다는 것이 기본적인 생각이다. 두 번째는 공연예술축제는 주제를 갖고 그 주제를 풀어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그걸 풀어내는 방식이 시스템의 변화라고 생각했고, 거리예술 크리에이터라는 시스템을 작년에 처음 시작했다. 내가 가지고 있는 축제에 대한 주제, ’도시 이야기’라는 고민의 지점을 동의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2년간 같이 작업을 해나갈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세 명의 프로듀서, 네 명의 아티스트를 선정했고, 워크숍, 레지던시를 진행 중이다. 그래서 올해 그 시스템을 통해 주제를 갖는 축제, 이야기를 만들어낼 수 있는 축제를 만들어보고 싶다. 축제는 놀이의 난장도 중요하고 소통의 가치를 주는 것이 맞물리는 카니발이다. 서울에서 출발해서 안산까지 오는 4호선 지하철 안에서의 안산이야기, 안산을 리서치해서 설치미술과 영상으로 도시이야기를 풀어내는 등 같은 주제 안에서 도시에 대한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세 번째 프로듀서 시스템을 도입했다. 개인적으로 미술을 좋아하지만 내게는 그 영역에 대한 노하우나 네트워크를 갖고 있지 않다. 음악도 마찬가지고. 그래서 선정된 젊은 프로듀서와 예술가들에게 예술감독으로 축제의 분명한 비전과 프로그램의 성격을 공유하고, 그들과 함께, 축제를 만들어 가면서 축제가 좀 더 풍성해질 수 있게끔 하려고 한다. 그게 올해까지의 바람이다.

Q : 단기간에 많은 변화가 예고되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시스템의 변화가 눈에 띈다.

A : 축제 기획자 워크숍이나 강의를 통해 후배들을 만나보면 그 친구들의 가장 큰 고민이 5년에서 7년 정도 일을 하고 나면 갈 데가 없다. 위로 올라갈 데는 없고 그렇다고 밑으로 내려갈 수는 없다. 보장이 안 된다. 적어도 축제를 통해 그 친구들에게 기회를 주자는 의미에서 그런 프로듀서시스템을 만들었다. 그것도 축제 예술감독의 역할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운도 좋았고, 개인적으로 그런 단계를 뚫고 왔지만 그런 경우가 극소수라고 본다면 어느 정도 그런 길들은 열어주어야 하지 않느냐는 생각이 있다. 축제 내부 제작팀도 프로듀서 시스템으로 전환도 그것이다.

Q : 안산국제거리극축제는 2005년 ’거리극’이라는 이름을 거의 처음으로 명기하고 시작된 축제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거리예술은 한계와 폭이 굉장히 약하다. 지금은 다양한 페스티벌에서 거리예술을 목격할 수 있지만, 여전히 발전에 대한 비전은 약해 보인다.

A : 그렇다. 국내 거리예술은 비정상적으로 커왔다. 공연예술의 거리극은 과천한마당축제(현 과천축제), 춘천마임축제 등 축제가 커지면서 콘텐츠가 필요해지면서 커졌다. 즉, 거리예술이 확장이 되면서 축제가 커지는 게 아니다. 거꾸로 된 형태다. 95년도 이후에 지방자치제가 시행이 되면서 도시 활성화의 측면에서 거리축제가 커진 것도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 보면 거리예술이 장르로서 인정받지도 못하고, 창작자들에게 기본적인 활동영역이라는 것이 담보되지도 못한다. 거리공연은 다 무료고, 공연을 할 수 있는 공간을 찾기가 어렵다. 이제는 정책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다. 공연예술 거리예술의 장르적 인정과 지원정책의 제도 없이 축제 속에서만 진행이 된다면, 축제를 위한 거리예술은 만들어지겠지만, 일반 예술로서의 거리예술이 확장될 수는 없는 것 같다. 지금까지 축제가 거리예술을, 혹은 거리예술에 헌신했던 예술가들이 만들어왔다면 이제는 그것을 발전시킬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우리나라 거리예술 축제와 예술의 앞으로의 전망 역시 굉장히 약해질 것이다. 지나치게 극적인 장르적 한계라는 그 소극적인 생각에서도 탈피해야 할 것 같다. 거리라는 공간에 대한 소통성에 대한 이해가 필요하다. 거리예술축제가 커져가기 위해서 그 두 가지 생각이 오픈이 되어야한다고 생각한다.

Q : 공연예술에 대한 현장 경험, 그것을 토대로 만들어질 안산국제거리국축제의 새로운 모습이 기대된다. 예술감독으로서의 첫 출발이기도 해서 개인적으로 갖는 기대와 설렘 이면에 스스로의 치열한 각오도 엿보인다. 축제를 통해 바라보고 싶은 지점은 무엇인가?

A : 축제는 고정화되고 정형화돼서는 안 된다. 축제가 그 시대의 사회성, 역사성, 이슈성, 그 시대의 예술가, 관객의 요구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봤을 때 지금 이 시대의 거리예술이라는 것이 무엇인가를 고민하게 된다. 거리에서 공연을 보여주는 것도 중요하고 노는 것도 중요하지만 왜 거리에서 노느냐 하는, 그 이야기를 풀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 시대의 가치를 한번쯤 던지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그래서 여러 가지 시스템을 통해 질문을 던지고자 한다. 남들은 내가 장소 특정적 공연(Site-specific Theatre)에 미쳤다고도 하지만(웃음). 왜 거리인가, 지금 내가 살고 있는 장소, 도시의 공간은 무엇인가? 그 공간에서 펼쳐지는 축제는 무엇으로 만들어져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이 시대의 축제에 역할을 정립해갈 수 있는 것 같다. 21세기형 거리축제는 무엇인가? 그 고민을 하고 있고, 그래서 안산이라는 공간을 이해하고, 공간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내고 싶다.

또 하나 한 가지 잊지 않으려고 하는 것이 있다. 그간이 경험이 오만함이 돼서 새로운 것들을 여는데 방해가 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다. 경험을 했기 때문에 안 된다, 된다 할 수도 있지만, 그것이 자칫 다른 것을 받아들이는 데 저해요소가 되기 때문이다. 지나친 나의 예술적 편향이 관객들의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제한하고 있지는 않은가에 끊임없이 고민한다. 축제의 예술감독의 역할은 그 축제가 가지고 있는 축제의 미션과, 그 축제를 맞게 되는 개인이 갖고 있는 특징에 의해서 정해져야 한다면, 나는 안산국제거리극축제의 예술감독으로 스스로를 창의적 프로듀서로서(Creative Producer)로 정의 하고 싶다. 프로그래밍만 하는 사람이 아닌, 창의적 프로듀서로인 예술감독으로, 축제를 통해 이 삭막한 도시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소통의 카니발적인 난장을 경험하게 해 주고 싶고, 그리고 우리가 살고 있는 도시에 대한 질문을 한번쯤 던지게 하는 경험을 제공하고 싶은 바램이다. 그 바램이 어떻게 평가 될지는 모르겠지만(웃음)

  • 기고자

  • 최윤우_한국소극장협회 정책실장, 연극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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