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포틀랜드 커뮤니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하얀 새’ 2015-11-02

포틀랜드 커뮤니티에 생명력을 불어넣는 ’하얀 새’
[피플] 화이트 버드 공동창립자 폴 킹


미국 서부에서 컨템포러리 댄스 공연만으로 시즌 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곳은 ’화이트 버드(White Bird)’가 유일하다. ’화이트 버드’는 폴 킹(Paul King)과 월터 제프(Walter Jaffe)가 1997년, 오리건주 포틀랜드에 공동으로 설립한 댄스 컴퍼니다. 서울아트마켓(PAMS)을 찾은 폴 킹을 만나 ’화이트 버드’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백종관). 원래 포틀랜드 출신이 아닌 것으로 알고 있다. 어떤 계기로 포틀랜드에서 ’화이트 버드’를 만들게 된 것인가?

폴 킹(이하 ‘폴’): 나와 월터는 원래 뉴욕에 살았다. 나는 페이스트리 셰프였고, 월터는 독일문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출판 쪽 일을 하고 있었다. 우리는 뉴욕을 떠나 다른 삶을 살고 싶었고, 어디가 우리에게 어울리는 곳인지 찾기 위해 몇 개의 도시를 돌아다녔다. 그 결과 정착한 곳이 포틀랜드다. 포틀랜드로 이주한 1996년, 미국서부예술연합(Western Arts Alliance, WAA) 콘퍼런스가 마침 포틀랜드에서 열렸고, 월터 지인의 초대로 우리는 콘퍼런스를 보러 갔다. 거기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알 수 없었지만 우리는 원래 장르를 가리지 않는 예술 애호가였기 때문에 그곳 사람들과 어울리는 것이 재밌을 것 같았다. 그런데 우연히 우리가 뉴욕에서 원래 알고 지내던 폴 테일러 댄스 컴퍼니(Paul Taylor Dance Company) 매니저를 만난 거다. 그는 우리에게 "포틀랜드에서 공연하고 싶은데 여기에는 우리 공연을 무대에 올려줄 만한 사람이 없다"면서 당신들이 공연을 한 번 성사시켜(present) 보라고 제안을 해 왔다. 우리는 공연을 성사시킨다(present)는 것의 의미도 잘 몰랐지만, 그의 제안을 덥석 받아들였다. 그게 화이트 버드의 시작이었다. 이듬해 우리는 폴 테일러 댄스 컴퍼니의 공연을 무대에 올렸고, 첫날 1,400명의 관객이 들었다.

Q. 포틀랜드에 무용 애호가가 원래 많았을까? 처음에는 관객을 모으기도 쉽지 않았을 텐데.

폴: 포틀랜드에서 활동하는 예술단체들의 모임이 있는데, 그들 도움으로 각 단체 회원들에게 공연 소식을 알릴 수 있었다. 또 처음에는 프로모션을 위한 일종의 경품행사를 진행하기도 했다. 폴 테일러 댄스 컴퍼니의 공연이 끝나고 리셉션을 했는데, 우리는 사전에 초대장을 보내면서 그중 70% 정도의 사람들만 와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초대장을 받은 모든 이들이 리셉션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들은 모두 오자마자 폴은 어디에 있느냐고 우리에게 물었다. 그때 폴 테일러는 우리와 함께할 수 없었는데, 사람들은 리셉션 초대장에 쓰인 내 사인 ’Paul’을 안무가 폴 테일러의 이름으로 오해했던 것이다. (웃음)
우리가 포틀랜드에서 두 번째로 소개한 공연은 역시 뉴욕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스티븐 페트로니오(Stephen Petronio)의 작업이었다. 그때는 안무가와 함께 식사할 수 있는 별도의 프로모션 티켓을 판매하기도 했다. 아주 반응이 좋았고, 우리는 그 행사의 수익을 모두 포틀랜드 지역의 에이즈 관련 단체에 기부했다.

폴 킹과 월터 제프, 그리고 화이트 버드 ‘버니’ ©Jennifer Alyse

Q. 컴퍼니 운영 초창기부터 그렇게 기부활동을 진행한 것을 보면 ’화이트 버드’만의 확고한 운영 철학이 있는 것 같다.

폴:  ’화이트 버드’는 우리가 살고 있는 포틀랜드라는 지역 사회와 함께 성장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한다. ’화이트 버드’에는 ‘NEST’라는 프로그램이 있는데, NEST는 No Empty Seats Today의 약자다. 시즌 프로그램 티켓을 예매한 관객들이 자신이 공연을 관람할 수 없는 상황이 되면 해당 공연의 티켓을 기부할 수 있도록 한 제도다. NEST는 포틀랜드의 20여 개 지역단체와 연계되어 있는데, 기부된 티켓들은 이 단체들을 통해 평소에 공연을 접하기 어려운 저소득층 사람들에게 전달된다. 우리는 가능한 많은 사람들이 공연 문화를 접할 수 있게 되길 바라고 이것이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티켓 가격을 정할 때도 터무니없이 비싸지 않은, 합리적인 가격을 맞추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Q. 그렇다면 ’화이트 버드’는 어떤 공연을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싶어 하는 것인가? 무용 공연을 선택하는 과정과 기준이 궁금하다. 또 시즌은 어떻게 프로그래밍하는지?

폴: ’화이트 버드’는 현재 미국 서부의 유일한 컨템포러리 댄스 프리젠터다. 일단, 우리가 발레와 같은 고전무용이 아닌 컨템포러리 댄스에 집중하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이번에 서울아트마켓에 참가한 것처럼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페스티벌, 마켓 등의 행사에 참가해 가능한 많은 현대무용 공연을 접해 보려고 한다. 그리고 ’West Moves’라는 미 서부지역 공연예술 페스티벌 네트워크가 있는데 이 네트워크를 통해서도 무용 공연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한다. 비슷한 지역의 단체끼리 의견을 교환하는 것이 필요한 이유는 외국 무용단의 공연을 초대할 때, 하나의 단체가 추진하는 것보다 몇 개의 단체가 함께 진행하는 것이 경제적으로도 더 수월하기 때문이다. 무용단 입장에서도 한 곳이 아닌 서너 곳에서의 공연이 보장될 수 있으므로 장점이 있다. ’화이트 버드’는 올해로 18번째 시즌을 준비하고 있고, 그동안의 활동을 통해 인지도도 꽤 높아졌기 때문에 여러 곳에서 좋은 공연에 대한 정보를 접하기가 전보다 더 쉬워졌다.
어떤 공연을 선택할 것인가에 대한 문제에서 우리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은 ’화이트 버드’만의 브랜드를 잘 유지할 수 있는가이다. 브랜딩은 신뢰의 문제다. 월터와 나, 모두 개인적인 취향이 있지만, 우리가 선보일 공연을 결정할 때에는 개인적인 취향보다는 ’화이트 버드’라는 브랜드를 함께 해 온 관객의 입장에서 생각해 본다. 한 시즌의 큐레이팅은 마치 여행 코스를 만드는 것과 같다. 우리는 관객들에게 함께 여행을 떠나자고 제안하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유명한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데만 의미를 두는 것이 아니고, 덜 알려졌더라도 그 ’여행’이 성공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새로운 공연들을 발굴하고 소개하려 한다.

Q. 신뢰라는 얘기를 했는데, 브랜딩을 위해 특별히 더 신경 쓰는 부분이 있는가?

폴: ’화이트 버드’의 프로그램은 단지 공연을 무대에 올리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시즌 준비를 위해 무용단들과 처음 접촉할 때부터 포틀랜드 커뮤니티를 위한 공연 이외의 서비스에 대해 의견을 나눈다. 무용단들과 함께 학교에서 무용 수업을 진행하기도 하고 어린아이들을 위한 움직임 워크숍을 하기도 하는 등 다양한 커뮤니티 프로그램을 운영해 왔다. 이런 커뮤니티 프로그램과 NEST 프로그램 등은 무대에 공연을 올리는 것만큼 중요한 일들이다. 우리의 목적은 단지 티켓을 파는 것이 아니다. 우리 지역 사람들에게 받은 만큼 돌려주어야 한다.
티켓 수입 외에 기부금, 단체 지원금 등을 받아서 운영하는데 그중 일부는 지역 커뮤니티가 ’화이트 버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는지를 조사하는 데 쓰인다. 우리는 어떤 요소가 관객들을 극장으로 오게 하는 지가 궁금하다. 포틀랜드 안에도 다양한 계층의 많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데 그들이 각각 ’화이트 버드’에 대해 어떻게 느끼는지, 어떤 공연을 보고 어떤 서비스를 받았을 때 기뻐하고 행복감을 느끼는지에 대해 분석해 이를 토대로 프로그램을 만들려고 한다.

<바리abandoned> 공연포스터 

<바리abandoned> 공연 모습 

좌) 화이트 버드가 속해있는 알렌 슈니처 콘서트홀 ©White Bird
우) 화이트 버드 로고 ©White Bird / 화이트 버드의 NEST 프로그램 로고 ©White Bird

Q. 완성된 공연의 기획만 초대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제작도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공연 제작은 어떻게 이뤄지고 있나?

폴: 그동안 34개의 공연을 제작했다. 화이트 버드 14-15시즌 프로그램 중에는 ‘ODC/DANCE’가 직접 제작한 공연이다. 우리는 매해 우수한 안무가를 선정해 ’바니상(Barney Creative Award)’을 수여하는데(우리들의 CEO인 하얀 앵무새 ’바니’의 이름에서 따왔다), ODC/DANCE의 안무가 케이트 위어(Kate Weare)가 지난 바니상 수상자다. 만오천 달러를 상금이자 제작 비용으로 수여했고 그 결과물을 이번 시즌에 무대에서 선보이게 된다.

Q. ’화이트 버드’ 시즌 프로그램에는 ’Uncaged’라는 섹션이 있다. 어떤 공연들을 만날 수 있는지?

폴: ’Uncaged’라는 이름에는 사연이 있다. 우리는 한 시즌에 3개의 공연장을 사용한다. 그중 하나가 포틀랜드 주립대학(PSU)에 있는 링컨홀(Lincoln Hall)인데, 이곳은 예전에 고등학교 건물이었다. ’White Bird Uncaged’는 원래 ’’White Bird/PSU Dance Series’라는 이름으로 링컨홀에서 진행됐었다. 그런데 링컨홀의 낙후된 시설을 재정비하기 위해 2년간 원래 링컨홀에서 공연하기로 했던 무용단들은 포틀랜드 내 다른 공간에서 공연을 진행해야만 했다. 문을 닫은 놀이공원에서 공연하기도 했고, 커다란 창고, 아케이드 로비 등에서 공연했다. 링컨홀의 리노베이션이 끝난 후 공연은 다시 ’새장(cage)’ 안 무대 위에 올려지고 있지만, 우리는 극장 밖에서 펼쳐졌던 그 에너지를 기억하기 위해 섹션 이름을 ’Uncaged’로 바꾸게 되었다. ’Uncaged’는 그 이름처럼, 비교적 아직 잘 알려지진 않았지만, 혁신적인 안무가들의 작업을 소개하는 섹션이다.

<바리abandoned> 공연포스터 

<바리abandoned> 공연 모습 

실뱅 에말드(Sylvain Émard)가 연출한 <그랜드 콘티넨탈(Le Grand Continental)>
©White Bird
화이트 버드의 공연 및 프로그램 ©White Bird
 

Q. 앞으로 ’화이트 버드’를 이끌어 가는 데 있어 특별한 계획이 있는지 궁금하다.

폴: 올해가 18년째이고, 이제 곧 20주년을 맞이하는데 20주년 기념 공연에 대해 고민하고 있다. 15주년 기념으로는 퀘벡의 안무가 실뱅 에말드(Sylvain Émard)가 연출한 <그랜드 콘티넨탈(Le Grand Continental)>을 포틀랜드 광장에서 선보였었다. 164명의 비전문 무용수들이 10주간의 연습을 거쳐 완성한 멋진 작품이었다. 한국에서도 <그랜드 콘티넨탈>을 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2015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폐막작). 당시 그 공연에 참가했던 시민들을 만나면, 언제 또 <그랜드 콘티넨탈>을 하는지 묻곤 한다. 어쩌면 20주년이 되는 2017년에 다시 할 수 있을지…. 아직은 잘 모르겠다.
특별한 계획이라고 할 만한 것은 없다. 일부러 더 무언가를 덧붙이고 싶진 않다. 대신 지금 진행하고 있는 프로그램들을 계속, 더 제대로 하고 싶고 ’화이트 버드’가 뿌리 내리고 있는 커뮤니티와의 관계를 더 단단하게 다지고 싶다. 포틀랜드의 젊은이들이 이 커뮤니티에 관심을 가지고 또 새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계속 돕고 싶다.
수익을 올리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덩치를 키우는 것을 좋아하는 이들은 우리를 이상하게 생각할 수도 있다. 미국에서 널리 쓰이는 표현 중에 ’어떻게든 버텨내기만 하면 더 강해진다(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라는 말이 있다. 포틀랜드 사람들은 대신 ’어떻게든 이상야릇해지자(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weird)’라고 말한다. 우리는 계속 ’이상한’ 사람들로 남아있고 싶다.

  

©KAMS


 
  • 기고자

  • 백종관_다큐멘터리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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