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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거창한 발전(crazy dream)보다 완성도다 2015-10-21

축제는 거창한 발전(crazy dream)보다 완성도다
[피플] 캘거리 포크뮤직 페스티벌 예술감독 케리 클락


최근 한국음악이 유럽 월드뮤직 시장에서 화제가 되면서 유럽 및 미국 음악시장을 목표를 하는 국내 음악팀들이 늘고 있다. 미국과 가까운, 그러나 비자에 있어 미국보다 자유로운 음악시장이 있다. 바로 캐나다다. 캐나다는 해마다 6월 말부터 9월까지 각종 축제의 연속이다. 코미디페스티벌에서부터 재즈페스티벌까지 종류도 장르도 다양하다. 워멕스(World Music Expo, WOMEX)의 캐나다 문화예술위원회(Canada Council for the Arts) 부스를 방문하면 60여 개가 넘는 음악페스티벌 리스트를 받아볼 수 있는데, 포크뮤직, 재즈, 리듬 앤 블루스, 월드뮤직 등 다양한 음악페스티벌이 소리 없이 강한 이들의 네트워크를 입증하고 있다. 캐나다 최초의 월드뮤직 마켓인 문디알 몬트리올(Mundial Montréal)의 5회째 개최를 앞두고 세계 음악을 향한 소통의 문을 활짝 연 캐나다. 서울아트마켓 월드뮤직 전문가 교류프로그램(Journey to Korean Music)의 초청인사로 서울을 방문한 캘거리 포크뮤직 페스티벌(Calgary Folk Music Festival) 예술감독, 케리 클락(Kerry Clarke)을 만나보았다. 

캘거리 포크뮤직 페스티벌은

Q(이수진). 캘거리 포크뮤직 페스티벌은 어떤 축제인가, 캐나다 내에 어떻게 자리 잡았나.

케리 클락(이하 ‘케리’): 캐나다 포크뮤직 페스티벌의 역사는 5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에스텔 클라인(Estelle Klein)이라는 여성 감독의 아이디어였다. 당시에는 웨스턴 전통음악(western traditions)을 위주로 했고 어쿠스틱 음악인 싱어송라이터들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었다. 이어서 위니펙 포크뮤직 페스티벌(Winnipeg Folk Festival)이 약 42년 전에 시작되었고, 이후에 밴쿠버, 캘거리, 에드먼턴 등에서 포크뮤직 페스티벌이 시작되었다. 대략 37년 전의 일이다. 당시에는 20명 정도의 아티스트가 참여한 이틀간의 작은 축제였고, 웨스턴 포크음악들이 무대의 주류였다. 점차 규모가 커져서 4일로 축제 기간이 늘었고, 워크숍과 같은 프로그램이 생겼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매년 70명 정도의 아티스트들이 참여한다. 웨스턴 포크음악, 켈틱음악(Celtic)1) 켈트 문화권인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콘월, 브르타뉴, 갈리시아에서 불리고, 연주되는 음악을 중심으로 블루그래스(bluegrass)2) 194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발생한 컨트리 음악의 하위 장르. 하이톤의 보컬과 피들, 기타, 만돌린, 베이스, 다섯 줄 밴조로 편성되며, 밴조 또는 기타가 리드하는 점이 특징., 세계의 전통음악뿐만 아니라 아프리카 일렉트로닉 등 진화된 현대음악들도 다루고 있다. 축제는 도심에 있는 공원(Prince’s Island Park)에서 이루어지는데, 지역사회와의 접근성이나 그로 인한 축제 수익을 고려한 대중적인 장소이다. 물론 뮤지션들이 좋아하고 편안해 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하루 평균 만이천 명 정도의 관객들이 축제를 찾는다. 메인무대, 콜라보레이션 워크숍(collaboration) 등 축제 본 프로그램 외에도 지역사회 주민들을 위한 음악교실(teaching workshop)을 캐나다 현지 뮤지션들이나 캐나다를 투어 중인 뮤지션들과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매번 200명가량의 지역주민들이 참여한다. 악기나 작곡을 배우고 지역 극장과 연계해서 공연을 기획하기도 한다.

1) 켈트 문화권인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콘월, 브르타뉴, 갈리시아에서 불리고, 연주되는 음악
2) 1940년대 후반 미국에서 발생한 컨트리 음악의 하위 장르. 하이톤의 보컬과 피들, 기타, 만돌린, 베이스, 다섯 줄 밴조로 편성되며, 밴조 또는 기타가 리드하는 점이 특징.



Q. 축제의 운영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가, 재원조성은 어떻게 하는가?

케리: 캐나다 아티스트들은 주로 캐나다 문화예술위원회로부터 창작기금을 지원받고, 우리 같은 지역 축제들은 캐나다 문화유산부(Canadian Heritage)를 통해 정부기금의 일부, 지방정부 에이전시라고 할 수 있는 캘거리 문화예술발전위원회(Calgary Arts development)와 앨버타 문화예술재단(Alberta Foundation for the Arts, AFFA)이 운영하는 복권기금의 일부를 운영비로 지원받고 있다. 연간 35억(4 million dollars CDN) 정도의 예산을 운영하고 있는데 20%는 공공재원에서 조달하고, 나머지는 민간기업 후원, 티켓 판매, 비어가든(beer garden) 등을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수익금으로 충당한다.

<바리abandoned> 공연포스터 

<바리abandoned> 공연 모습 

거문고팩토리의 콜라보레이션 무대
©Geomungo Factory
CJSW 라디오방송국 라이브 녹음 스튜디오. 케리가 일했던 곳이기도 하다.
©Geomungo

축제 내 콜라보레이션에 대하여

Q. 페스티벌 중 메인무대나 라인업 못지않게 흥미로운 프로그램은 콜라보레이션 워크숍3)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아이디어는 어떻게 시작되었는가?

케리: 축제에 오게 되면 뮤지션들끼리도 무대를 공유하거나 마주칠 일이 많지 않다. 보통 콜라보레이션 무대는 뮤지션들끼리 한 무대에 서서 번갈아 가며 음악을 들려주고 서로의 음악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진행된다. 예를 들어 한 뮤지션이 음악을 소개하고 ‘나의 이 음악의 영감은 어머니로부터 받은 것’이라 설명하면, 다음 뮤지션이 그의 어머니로부터 영감을 받았던 곡을 연주하여 화답하는 것이다. 이런 식의 음악적 교감을 마친 이들은 함께 하모니를 이루며 무대를 완성해 나간다.
콜라보레이션이 늘 성공적이지는 않다. 난 그것을 준비된 신기루(arranged mirage)라고 부른다. 어떨 때는 무작위로 만난 두 뮤지션이 너무도 성공적인 무대를 만들기도 하고, 어떨 때는 안 하느니만 못한 무대가 나오기도 한다. (웃음)

3) 콜라보레이션 워크숍은 무작위로 선정된 라인업의 여러 뮤지션들이 한 무대에서 즉흥 연주를 선보이는 프로그램, 여러 뮤지션들이 리허설 없이 워크숍 무대에서 처음 만나는 게 특징이다. 캐나다 포크뮤직 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Q. 관객들은 오히려 그 예기치 못하는 지점에 열광하는 것 같더라. 실제 이런 무대들이 축제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케리: 콜라보레이션의 또 하나의 장점은 헤드라인을 장식하지 못하는 국내외 아티스트의 발견이다. 캐나다 출신의 신인 뮤지션들, 그리고 해외 월드뮤지션들의 단독무대에는 많은 관객들이 오기 어렵다. 그러나 관객들은 콜라보레이션을 통해 익숙지 않은 악기들이 내는 소리를 접하게 되고, 뮤지션들이 함께 만들어나가는 하모니에 눈을 뜨기도 한다. 거문고팩토리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거문고라는 악기에 대해 캐나다 관객들은 전혀 알지 못했다. 이바 비토바(Iva Bittová)와 같은 바이올리니스트와의 하모니, 레오나드 섬너(Leonard Sumner)와 같은 래퍼와의 하모니, 스테판 나일스(Stephane Nilles)와 같은 펑크뮤지션과의 하모니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관객들은 거문고라는 악기와 이 밴드에 익숙해지고 귀를 열게 된다. 이런 경험은 관객들뿐만 아니라 뮤지션들에게도 음악적으로 많은 영감과 경험을 주는 동시에 그들의 음악을 홍보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된다.

Q. 어떻게 이런 아이디어가 시작되었나? 캐나다 음악축제의 전통인가?

케리: 그렇다. 아마도 매리포자 포크 페스티벌(Mariposa Folk Festival)이 시초였을 것이다. 위니펙에서 동부지역 전까지, 주로 캐나다 서부지역 포크 페스티벌에서 이런 콜라보레이션을 하고 있다.캐나다 록 페스티벌이나 월드뮤직 페스티벌 등 다른 장르 페스티벌에서는 이런 콜라보레이션을 하지 않는다. 캐나다 서부지역 포크 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는 특징이다. 아주 ’캐나다(very canadian)스러운’ 광경이다. 그 외 ’캐나다스러운’ 것은 타 음악 페스티벌과는 다르게 모든 음악 장르를 아우르고(mashed) 있다는 것이다. 인디, 블루그래스, 펑크, 월드뮤직…. 이런 다양한 음악무대는 캐나다 서부지역 포크 페스티벌에서만 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개리 크리스톨(Gary Cristall), 당시 밴쿠버 포크 페스티벌 예술감독이 이러한 아이디어의 선구자였고, 전 세계에서 아티스트들을 불러모으기 시작했다. 그것을 본 다른 축제 감독들에게 우리도 할 수 있겠다는 영감을 줬고, 지금까지 전통처럼 해오게 된 거다.

Q. 해외의 뮤지션들을 어떤 루트로 알고 초청하게 되는가? 네트워크가 궁금하다

케리: 캐나다에서 처음으로 선보였던 월드뮤직(캐나다 외 제3세계)은 아프리카와 캐리비안 음악이었다. 아프리카 음악은 월드뮤직 음악 전파의 시초였는데, 최근에는 인도음악 등 아시아 음악이 주목을 받고 있고 월드뮤직 무대에서도 조금씩 아시아 음악을 접하고 있다. 페스티벌 감독 간 네트워크가 실질적인 정보통이 되고 있다. 거문고팩토리 같은 경우는 워멕스에서 담당자 미팅 전, 한국을 방문했던 위니펙 포크뮤직 페스티벌 감독 크리스 프레이어(Chris Frayer)의 추천이 있었고, 들소리도 캐나다 에이전시가 있었던 걸로 기억하지만 결정적인 계기는 밴쿠버 축제감독이 좋아하던 그룹이었다. 몇몇 감독이 잘 알고 있는 인도 뮤지션이라던가, 멕시코 뮤지션이라던가 해외의 뮤지션들에 대한 정보를 동료들에게 주는 식이다. 그리고 캐나다 문화예술위원회에는 캐나다 뮤지션이나 해외 뮤지션의 투어를 지원할 수 있는 기금이 있다. 그래서 위원회는 우리 축제에 맞는 뮤지션들을 찾아 초청을 제안하기도 한다. 초청할 밴드의 국가에서 항공비 지원이 있는 경우도 있는데, 그렇게 되면 초청이 훨씬 수월해진다. 모든 팀들의 국제항공료까지 지원해주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원거리에 있는 뮤지션들의 경우 더더욱 그렇다.

Q. 거문고팩토리와 들소리가 작년 캘거리 포크뮤직 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한국팀은 처음이라고 알고 있는데 한국 뮤지션들에 대한 캐나다 관객들의 반응은 어떠한가?

케리: 그렇다. 처음이다. 콜라보레이션에 대한 반응도 좋았다. 관객들이 해외음악이나 새로운 음악에 대해 열려있다. 아시아 무대는 접할 기회가 많이 없어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 거문고팩토리의 경우, 무대를 보면서 우려되는 면도 있었다. 거문고팩토리는 무대 플로어에 앉아서 연주하는 팀인데 그런 경우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축제 공연팀이 워낙 많다 보니 셋업 시간이 정말 짧은데(15분가량) 이러한 무대전환에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그룹인지도 잘 알지 못했다. 콜라보레이션의 경우도 거문고와 같은 현악기 그룹끼리 무대에 올린다든지, 아시아 그룹끼리 묶는다든지 아이디어를 짰는데, 아시아 음악끼리도 타악기와 밸런스가 맞는지 사전 검증이 되었던 것이 아니어서 어떤 무대가 될지 걱정되기도 했었다. 결과적으로 사고 없이 무대가 끝났다.

캘거리 포크뮤직 페스티벌 예술감독 케리 클락
©KAMS  
캘거리 포크뮤직 페스티벌 2015 포스터
©Calgary Folk Fesival

 

Q: 케리, 당신의 개인적 이야기를 듣고 싶다. 어떻게 이 직업을 시작하게 되었나?

케리: CJSW 캠퍼스 라디오국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했다. 다양한 음악을 접하게 되면서 비상업적인 음악을 좋아하게 되었다. 그러던 중 캘거리 포크뮤직 페스티벌에서 예술감독직 공고가 났고, 지금까지 일하고 있다. 20년이 넘었다. 

Q: 20년이 넘게 캘거리 포크뮤직 페스티벌을 위해 일하며 갖게 된 남다른 애정이 있을 것 같다. 축제감독으로서, 개인으로서 향후의 계획은?

케리: 오는 2월에는 실내공연(indoor)축제를 기획하고 있다. 3개의 무대에 25명 뮤지션들의 공연들을 계획하고 있는데 이를 잘 해내는 것이 최근 가장 큰 이슈이다.
캘거리 포크뮤직 페스티벌에 대한 사견은 지금의 축제를 잘 유지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최근에는 환경과 안전에 대한 크고 작은 문제들을 해결하거나 주류 허용 범위를 조절하는 등 기존의 프로그램들이 수월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노력을 기울여 왔다. 축제를 20년 넘게 운영해오면서 축제의 규모가 너무 커졌다. 이브닝 메인 공연부터 트위너 공연, 애프터 파티 공연까지 나흘 동안 11개의 무대에서 120회의 공연을 준비하는 셈이다. 축제의 무대 수를 늘리거나, 기존의 프로그램에 대한 대대적인 변화(crazy dream)를 꿈꾸기보다는 올해 어떤 뮤지션들을 세우고, 어떤 국가의 음악을 조명할지에 대해 고민하는, 기존의 틀을 유지하되 축제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에 더 집중하고 싶다.

  

ⓒKAMS




 
  • 기고자

  • 이수진_(재)경남문화예술진흥원 문화정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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