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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질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지원을 위하여-미국의 비영리 연극 기관 TCG- 2011-02-07
실질적이면서도 정신적인 지원을 위하여
-미국의 비영리 연극 기관 TCG-

글. 이진아(연극평론가, 숙명여대 교수)
 
TCG(Theatre Communications Group)는 미국 전역에 걸쳐 700여개의 회원 극장 및 관련기관, 12,000명이 넘는 개인 회원이 가입되어 있는 미국의 비영리 연극 기관으로 1961년 창설되었다. 연극 종사자들과 극장 간의 활발한 커뮤니케이션과 네트워킹을 장려하고 이들이 자신들의 지식과 전략들을 나누고 공유할 수 있도록 도우며 연극계의 여러 가지 이슈를 대변하고 지지하는 역할을 한다. 전문가들 간의 네트워킹, 지식 축적과 교육, 연간 2백만 달러에 이르는 지원금 프로그램, 출판사업, 그 외에도 연극계를 위한 정책 수립과 더 많은 지원금을 위한 로비 활동, 예술가들의 이민 정책, 비자 문제의 해결 등 연극인 복지와 권익을 위해 수행해야 하는 다양한 역할이 이들의 주된 업무이다.

| TCG_logo
| The_2009_TCG_National_Conference

연극 분야에 관하여서는 거의 전방위적인 활동을 하고 있다고 할 TCG에 대하여 더욱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뉴욕의 맨하탄 중심부에 자리 잡고 있는 사무실을 찾아 행정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Teresa Eyring(Executive director)과 국제 업무를 담당하고 있는 Kevin Bitterman(Associate Director of International Programs)을 만나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테레사는 올해로 50주년을 맞이한 TCG에 대하여 “우리의 미션은 비영리적인 미국의 직업 극장들을 강화하고 양육하며 프로모트 하는 것이다.(Our Mission is to strengthen, nurture and promote the professional not-for-profit American theatre.)”라고 말한다. 그녀에 의하면, TCG가 창설되었던 1960년대에는 대부분의 극장이 뉴욕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한다. 그 극장들이 미국 전역을 돌며 투어를 했는데, 그러던 중 대도시 뿐 아니라 여러 미국의 작은 지역들에서도 자신의 연극 그룹을 창설하기를 원했다. 새로운 극장을 세우고 극장이 필요로 하는 아티스트와 스텝들을 고용하기 위해서는 서로 정보를 공유하고 연계해야 했었는데, 당시에는 팩스도 이메일도 없었던 시대이어서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아티스트들을 연결해 주는 실질적 도움이 필요했다. 그리고 바로 그 일을 TCG가 담당한 것이다. 이렇게 하여 미국 연극계에 새로운 프로젝트를 가능하게 하고 상호간 협업을 배우도록 격려하며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모으고 네트워킹하는 것이 TCG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 되었다.

“극장들을 연계하는 것은 지금도 우리의 가장 중요한 역할이다. 나아가 현재는 TCG의 멤버들, 즉 아티스트, 매니저, 후원자, 프로덕션 종사자들이 자신의 일을 더 잘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지원하는 역할도 한다.”고 테레사는 말한다. 때문에 기관의 적지 않은 프로그램이 커넥팅, 네트워킹, 지식 축적, 교육에 집중되어 있다고 설명한다. 또한 다양한 리서치 활동도 하는데, 그 중 하나는 재정적인 부분에 대한 리서치라고 한다. 미국 내 극장들의 수입, 종사자들의 급료 등 객관적 수치들과 관련된 조사를 하여 연례 리포트를 작성함으로써 재정적 지원 및 정책 마련을 위한 기본적인 자료가 될 수 있도록 한다. 더불어 TCG는 매해 컨퍼런스를 개최하여 지식과 정보를 공유하도록 사람들을 연계하고, 워싱톤을 방문하여 연극계의 상황을 알리고 필요한 정책적 도움을 호소하기도 한다. 그녀는 미국 내 극장들을 연결하고 돕는 일은 여전히 기관의 중요한 역할이지만, 동시에 해를 거듭할수록 국제적인 연계를 위한 사업이 계속 늘고 있다고 강조한다. 특히 1999년부터는 ITI(International Theatre Institute)의 US 센터가 TCG에 자리하게 되었는데, 이를 바탕으로 더 많은 국제 교류가 이루어진다고 한다. 컨퍼런스에도 해가 갈수록 더더욱 많은 해외 인사들이 참여하고 있다고 한다.

미국 극장 및 연극 종사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하여 TCG가 많은 역할을 하고 있지만 그러한 목적에만 그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테레사는 덧붙여 설명한다. “우리는 또한 이러한 실질적 목적 뿐 아니라 정신적인 목적(spiritual purpose)도 담당하는데, 예컨대 세계가 어떻게 변하고 있으며 이러한 변화가 극단에 미치는 영향은 무엇인지, 그리고 극단 간에 어떤 문제가 있을 경우 해결하기 위해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들은 어디에 있는지를 알려주고 우리의 전문가들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조언을 주고 도움을 주는 역할을 한다.”고 말한다.

TCG에는 다양한 기관 및 기금들과 파트너십을 가지고 있는 지원금 프로그램이 있다. 연극계의 전문 인력들이 경력을 계발할 수 있도록 기회를 부여하는 제도부터 시작하여 지리적으로 떨어져 있는 아티스트들 간의 공동창작과 협업을 적극적으로 격려하거나 예술적 기술적 혁신을 촉진할 수 있도록 재정적으로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이러한 지원금 프로그램의 수혜자 선정은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지원자를 선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일이며 특히 경쟁이 매우 심하기 때문에 더욱 그러하다고 테레사와 케빈은 말한다. “단순한 것에서 복잡한 것까지 매우 다양한 방식으로 한다. 가장 기본적인 방식은 가이드라인을 정확하게 제시하는 것이다. 그랜트 프로그램마다의 목적이 무엇이며, 어떤 프로그램들이 있는지, 어떤 예술가를 원하는지 등에 대한 분명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준다.” 그들이 설명한 구체적인 선정의 과정은 사실 우리와 크게 다르지는 않았다. 수혜자에 대한 결정은 TCG가 직접 하는 것이 아니고 선별을 위한 패널을 선정해 심의를 위한 판정단을 구성한다고 한다. 이들이 지원서를 검토하고 토론을 통해 다음 단계로 통과시킬 지원서들을 거르면, 다시 그로부터 약 두 달 후에 두 번째 토론이 시작된다고 한다. 때로는 이 단계에서 지원자들에게 자신들의 지원서를 보충할 더 많은 자료를 요청하기도 한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200명의 지원자가 50명으로 줄고 이어 다시 최종 수혜자가 선택되는 것이다.

| Aha_Program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TCG의 수혜자 선정 과정이 아닌 선정 이후의 과정이었다. 지원자들이 최종적으로 선정되면 사전에 충분한 미팅을 갖도록 한다는 것이다. 통상 뉴욕으로 와서 2일간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을 갖게 되는데, 이 미팅 중에 함께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고 서로에 대해 알게 하고 여러 가지 이슈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개인 아티스트와 기관 간에, 또 극단과 기관 간에 서로를 알아가는 시간을 갖는다고 한다. 이러한 미팅은 모든 프로그램이 끝난 후 다시 한 번 갖게 되는데, 말하자면 ‘EXIT Meeting’이다. 여기서는 프로젝트의 경험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그것을 서로 공유하게 한다. 그렇게 하는 이유에 대하여 테레사는 “그랜트 프로그램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 중의 하나는 지원자들이 서로 간의 네트워킹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며, 이 프로그램이 동시에 그들에게 교육 프로그램이 되어서 전문분야에서의 성장 뿐 아니라 개인적인 성장도 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라고 설명한다. 결과보다는 과정을, 가시적 성취보다는 내적인 성취를 중요시 여기는 관점은 사후 평가에서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러한 지원이 어떤 성과를 내었는지를 어떻게 평가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하여 케빈은 “우리의 지원금은 프로젝트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 아니고 프로세스를 지원하기 위한 것이기 때문에 마지막 목적이 공연을 만드는 것에 있지 않다.”고 답변한다. 그는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업을 발전시키는 과정에 포커스가 맞추어져 있다. 모든 지원금의 수혜 예술가들이 프로페셔널한 발전을 할 수 있도록 돕고 그러한 부분으로 평가를 한다.”고 말한다.

| American_Theatre

TCG에서 하고 있는 또 하나의 중요한 사업 중 하나는 출판사업이다. 미국의 대표적인 연극 저널 <아메리칸 씨어터>을 발간하고 있으며 북아메리카에서 희곡문학 분야에 있어서 가장 큰 독립 출판사를 소유하고 있다. 희곡 작품으로만 200개가 훨씬 넘는 출판물이 있는데, 토니 쿠쉬너(Tony Kushner), 데이비드 매맷(David Manet), 영진리(Young Jean Lee) 등 많은 미국의 중요한 현대 작가들의 작품이 TCG를 통해서 출판됐다. 이러한 적극적 출판 사업을 할 수 있는 것은 TCG 자체가 미국의 가장 유력한 출판 배급자이기도 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그들은 온라인과 오프라인 서점들과 대학들에 배급하는 전통적 방식 외에도 새로운 전자 매체(Sony e-reader나 Amazon Kindle 같은)를 통해 다양하게 출판하고 있다고 한다. 케빈은 “우리의 대부분의 희곡 출판물은 연출가들이나 극단이 연극을 만들도록 하기 위한 것이라기보다는 희곡문학 그 자체로서의 출판을 위한 것이다. 그리고 이렇게 출판된 것은 종종 미국 대학의 여러 프로그램들과 수업 자료로 많이 사용된다. 때로는 미국 작가의 엔솔로지도 발간한다.”고 설명한다. “우리 기관은 마틴 시걸 센터가 출판한 출판물들의 배포자이기도 하다. 그 밖에도 몇몇의 중요한 출판사들과의 협업으로 서로의 책을 배포해주고 있다. 캐나다 작가들의 출판물과도 교류한다. 그들 작품 중 미국 관객에게 흥미로울만한 것을 우리가 소개하고, 우리가 출판한 희곡 중 캐나다 관객이 흥미로워할 것을 소개하며 작가를 교환한다.” 케빈은 자신들의 출판사업에 있어서 주목할 사항의 하나로 TCG의 지원 작가들에 대한 출판을 꼽았다. “우리가 하는 중요한 출판 업무 중 하나는 우리가 지원하는 작가들의 작품은 언제든 반드시 그 작가가 원할 경우 출판한다는 것이다. 그들이 글을 쓰는 한 그들이 출판을 원할 경우, 심지어 그 작가가 사망한 경우에도 언제나 그들의 작품이 출판될 수 있게끔 지원한다. 모든 출판사가 그렇게 모든 창작물에 전폭적인 지원을 하는 경우가 드물겠지만 우리는 우리가 한번 지원한 작가에 대해서 어떠한 작품이라도 끝까지 책임지고 출판해 준다.”고 강조한다.

TCG는 미국 작가들 외에도 몇몇 해외 작가들 작품도 출판하기는 했지만 그 경우도 대부분 영어권 작가였다고 한다. 예를 들면, 카릴 처칠(Caryl Churchill), 코너 맥피어슨(Conor McPherson) 등의 경우이다. 그런데 단 한번 쿠바계 미국인 작가인 닐로 크루즈(Nilo Cruz)의 작품 은 영어와 함께 스페인어판으로도 출판한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이렇게 이중 언어로 출판하는 것은 매우 드문 예라고 말한다. 테레사는 “더 많은 이중 언어 출판물이 있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도 한다.”고 하면서 “만약 당신네들에게도 미국 관객들에게 소개할만한 매우 좋은 희곡 작품이 있다면 그리고 훌륭한 영어 번역이 가능하다면 출판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제안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TCG의 모든 활동은 연극 종사자들과 아티스트들에게 매우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도움을 주기 위한 것들이었다. 그들은 필요한 부분에서 정확하게 움직이고 있었고 연극계의 권익을 위해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그러나 이러한 활발한 활동을 넘어서 TCG 방문을 통해 얻은 가장 강렬한 인상은 그들이 아티스트들의 전문적 영역에서의 계발 뿐 아니라 인간적이고 정신적 영역에서의 계발을 언제나 염두에 두고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의 예술 지원 정책과 지원 철학을 되돌아보게 하는 지점이었다.

TCG 홈페이지: http://www.tcg.org/
  • 기고자

  • 이진아 _ 연극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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