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히라타 오리자 이후, 일본연극엔 그가 있다 2015-07-09

히라타 오리자 이후, 일본연극엔 그가 있다
[피플] 작가 이와이 히데토


2003년 극단 하이바이(ハイバイ)를 결성해 극작가 겸 연출가 겸 배우로 활약하고 있는 이와이 히데토(岩井秀人)가 한국을 찾았다. 그는 2012년에 NHK BS프리미엄 드라마 <낳으면 태어난다, 그 후(生むと生まれるそれからのこと)>로 ―극작가 출신으로는 이례적으로― 드라마 각본상인 무코다쿠니코(向田邦子)상을 수상하고, 연달아 2013년에 <어떤 여자(ある女)>로 키시다 쿠니오(岸田國士)상을 수상해 큰 주목을 받은 바 있다. 사실 그의 수상에 대해 일본 연극계 곳곳에서 “이제서야!”라는 말이 나왔을 만큼, 그는 이미 관객과 평단으로부터 좋은 평가를 받아왔다. 또한, 그는 작년에 대표작 <히키칸쿤 토네이도(ヒッキー・カンクーントルネード)>를 소설 버전으로 재구성하여 단행본을 출판했고, 올해는 순수문학잡지 『문학계(文學界)』에 소설 <배우 해보지 않을래요? 강좌(俳優してみませんか講座)>를 발표하며 작가로서 그 활동범위를 더욱 넓혀가고 있다.

환타지아 공연 (2014)

환타지아 공연 @광화문 광장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두산아트센터

일련의 ‘히키’ 시리즈에 대해

Q(이홍이) : 이와이 작가의 처녀작이자 대표작인 <히키 칸쿤 토네이도>는 2011년 서울아트마켓(PAMS)에서 해외 쇼케이스로 공연되었고, 그 이후 두산아트센터에서 극단 하이바이의 본 공연을 시도했지만 아쉽게도 무산되었다.

A(이와이히데토) : 그렇다. 서울아트마켓에는 일본 측의 추천으로 참가하게 되었다. 이후 또 다른 대표작 <손(て)>이 런던에서 리딩 형태로 공연되었지만, 극단 하이바이라는 이름으로 해외공연을 한 것은 서울아트마켓이 처음이었다.

Q : <히키칸쿤 토네이도>는 지금까지 아홉 번이나 공연되었고, 올해 7월~8월에는 일본 10개 도시에서 공연이 예정되어있을 만큼 이와이 작가의 대표작이다. 아마도 작가 자신을 모리타토미오라는 인물에 투영시킨 자전적 작품이라 더욱 그런 것 같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후속편들을 지속해서 발표해왔다. 2006년에 <히키칸쿤 연극요법(ヒッキー・カンクーンエンゲキリョウホウ)>을 발표했고, 2012년에는 파르코 극장에서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ヒッキー・ソトニデテミターノ)>를 공연했는데, 일종의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집필한 것인가?

A : 그런 것은 아니다. 실은 그것은 숨기고 있던 사실인데. (웃음) <히키칸쿤 연극요법>은 이번에 두산아트센터 스페이스111에서 공연된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와 같이 모리타 토미오가 집 밖으로 나온 뒤를 상상해서 그린 이야기다. 하지만 그때는 이번처럼 상담소나 기숙사를 취재해서 쓰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한계를 느꼈다.

Q :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의 일본 초연은 파르코 극장에서 이루어졌다. 파르코 극장은 늘 대중들의 관심을 받는 곳이고, 상업극이 많이 올라가는 큰 극장이다. 공연에는 모리타 토미오 역의 후키코시 미츠루(吹越満) 씨를 제외하고 거의 항상 함께 작업했던 배우들이 출연했다. 게다가 스토리텔링 면에서도 대중에게 친근하지만은 않은 작품이라는 점에서 작업과정이 어땠을지 궁금하다.
 
A: 나중에 생각하니까 정말 감사한 일인데, 극장에서는 전적으로 나의 작업을 신뢰해주었다. 물론 극장 측에서 스태프를 추천하는 등 함께 이야기한 부분도 있지만, 내가 작품을 만드는 데 있어서 최선의 선택을 한다는 것을 지지해주었다. 알고 보니 흔한 일은 아니라고 하더라. 특히 텔레비전 방송국에서 일하다 보면, 캐스팅은 그렇다 쳐도 대본에 대해서 여러 말을 듣게 된다. 보는 사람들이 이 부분에서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해야 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그렇지 않은 환경에서 일할 수 있었던 것이 참 좋았다. 또 객석을 억지로 채우려고 초대권을 남발하지도 않았다. 꼭 관객이 가득 차지 않더라도, 보고 싶은 사람들이 와서 보고 즐기는 그런 객석의 분위기가 좋았다. 

세움 유세움 대표(좌), 방영문 아트디렉터(우)

이홍이x 이와이히데토(Iwai Hideto)

극단 하이바이와 제작사 키나다와의 관계

Q : 이번에는 극단 하이바이와 제작사 키나다(quinada)에 대한 질문을 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좀처럼 볼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

A : 한국도 극단 안에 제작/기획 파트가 함께 있는 것이 일반적인가? 사실 나도 처음에는 제작과 기획을 같이 담당했다. 그리고 꽤 재미있었다. 그러나 나 혼자 하기에는 벅차다는 생각이 들었다. 마침 그 시점에 미요시 사치코(三好佐智子) 씨(quinada 대표)를 알게 되었다. 두 단체가 서로 다르다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어느 한쪽이 다른 한쪽을 위해 희생하고 뒤치다꺼리를 해주는 것이 아니라 서로에게 도움이 되도록 함께 일을 해나가는 관계다.  

A(미요시 사치코) : 나는 극단 하이바이의 작품을 제작하거나 기획하는 일이 아니라, 작가의 매니지먼트를 담당하고 있다. 이와이 씨뿐 아니라 극단 샘플(サンプル)의 마츠이 슈우(松井周) 씨도 담당하고 있는데, 만약 이 두 사람이 나를 더 이상 필요로 하지 않는다면 그만둘 것이고, 두 사람이 더는 글을 쓰지 못한다면 나 역시 그들을 떠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처음에 두 사람에게 5년 뒤의 꿈을 물었다. 마츠이 씨는 해외 공연을 하고 싶다고 해서 그때부터 모든 공연에 영어자막을 넣었고, 이와이 씨는 국내 투어를 하고 싶다고 했기 때문에 그것을 실현했다. 작가가 1년에 몇 편씩 좋은 작품을 쓰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들의 인생 전체를 보고 계획해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환타지아 공연 (2014)

환타지아 공연 @광화문 광장

<남자들>©曵野若菜WakanaHikino <히키칸쿤 토네이도>©曵野若菜WakanaHikino

Q : <히키칸쿤 토네이도>리딩 공연을 포함해, 또 다른 대표작 <손>과 <남자들(おとこたち)>이 각각 한국의 서로 다른 연출가에 의해 공연될 예정이다. 앞으로 더욱 많은 한국 관객들을 만날 텐데, 기대되는 점이나 포부를 알려 달라.

A : 사실 이 작품들 모두 일본에서는 다른 연출가에게 공연허가를 하지 않는 작품들이다. 그러나 해외의 경우는 다른 것 같다. 이번에 <히키코모리 밖으로 나왔어>를 보면서 다른 문화권의 한국 연출가와 배우들에 의해 달라진 점을 확인하는 것이 매우 흥미로웠다. 그런 재미있는 발견을 또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대된다. 이 세 작품은 개인적으로 각각 매우 다른 작품이라는 생각이 든다. <손>은 테크니컬 면에서 두 인물의 시점으로 장면이 반복되는 특징이 있다. 그런 점이 신선하게 받아들여졌으면 좋겠고, <남자들> 같은 경우에는 정말 지금 내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 그래서 웃을 수밖에 없는 것을 네 남자의 에피소드로 엮은 작품이다. ‘늙음’과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가지고 있지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주제이기에 즐겁고 밝게 만들었다. 일본에서도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기대가 된다. 끝으로 <히키칸쿤 토네이도>는 리딩 공연이라는 점에서, 레슬링 장면이 어떻게 표현될지 궁금하다. 특히 한국 영화와 한국 배우들에 관심이 많다. 언젠가 함께 작업해보고 싶은 꿈도 가지고 있다.

ⒸKAMS


 
이와이 히데토(Iwai Hideto)

  1974년생으로, 2003년 결성한 극단 하이바이의 대표이자 작가 겸 연출가 겸 배우이다. 2007년부터는 히라타 오리자(平田オリザ)가 대표로 있는 극단 청년단(靑年團)의 연출부에서도 활동하고 있다.
  도쿄지만 도쿄 같지 않은 동네 ’무사시코가네이(武蔵小金井)’를 거점으로, ’대중의 유행이나 움직임을 동경하지만 거기서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바라보는 시선’을 무기로 한 작품들을 선보인다. 그의 작품은 자신과 타인의 거리감에 지나치게 민감한 ‘자의식 안테나’에 기초한다. 여기에 히라타 오리자의 ‘현대구어연극 메소드’를 접목하여 독자적인 절실함과 우스꽝스러움을 발휘한다. 이것은 의외로 많은 사람의 동정과 공감을 얻었고, 이와이의 세계는 점점 자기 자신으로부터 가족, 타인으로 넓어졌다.
  대표작으로는 본인이 만 16세부터 20세까지 히키코모리였다는 지극히 개인적 체험을 코미디로 변화시킨 <히키칸쿤 토네이도>(2003), 폭력적이었던 아버지를 중심으로 그를 둘러싼 가족들의 어긋난 기억을 그린 <손>(2008), 영상과 콜라보레이션을 시도한 젊은 남녀의 일상 판타지 <영혼을 보는 소녀 히도미>(2012) 등이 있다.
  • 기고자

  • 이홍이_디렉터그42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