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1월에는 칠레에서 만나요” 2015-06-16

“1월에는 칠레에서 만나요”
[집중조명] 칠레 산티아고아밀 페스티벌 리뷰


요즘 여러 분야에서 중남미가 새롭게 조명되고 있다. 지난 3월 부산에서는 미주개발은행(IDB)•미주투자공사(IIC) 연차총회가 열려 한•중남미 비즈니스 정상회담이 개최되었고 이는 정부가 10억 달러 규모의 ’중남미시장 개발협력플랜’을 마련하는 계기가 되었다. 동기간에 기획재정부와 부산광역시의 주최로 열린 ’한•중남미 문화교류주간’에서는 영화제, 미술교류전 등 다양한 문화행사를 선보였다. 그리고 외교부에서는 2006년부터 시행되고 있는 ’쌍방향 문화교류 증진사업’을 통해 2009년과 2012년에 중남미를, 2013년에 쿠바를 소개한 데 이어 올해 또다시 ’쿠바문화예술축제’를 추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지금 이렇게 중남미가 각광 받는 것에 대해 경제 전문가들은 ‘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중산층의 비중이 41%에 달하는 성장 잠재력’과 ‘평균 연령이 30세 미만일 정도로 젊은 인구가 다수를 차지하는 미래시장’이라는 점을 이유로 꼽았다. 그리고 이는 분명 문화예술 분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중남미 시장에 진입할 것인가?

2012 중남미문화축제

2013 쿠바문화예술축제

2015 한-중남미 미술교류전

‘12 중남미문화축제 ‘13 쿠바문화예술축제 ‘15 한-중남미 미술교류전

중남미 진출의 길, ABC+

중남미 권역을 이야기할 때 흔히 중점국가로 ABC 3개국을 특정한다. 이는 중남미 경제의 중심으로 꼽혔던 아르헨티나(Argentina), 브라질(Brazil), 칠레(Chile)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2012년도에 현대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자료에 의하면 중남미에서 이들의 경제적 비중은 GDP의 57%를 담당할 정도였다. 아르헨티나의 디폴트 문제로 경제적 상황이 꽤 달라졌을 수 있지만, 문화적 영향력은 여전히 크게 다르지 않다고 보인다. 요즘은 콜롬비아를 합쳐 중남미 4개국으로 통칭하기도 한다. 따라서 중남미 진출을 원한다면 ABC+에 먼저 주목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명확히 꼽자면 ABC에 콜롬비아와 멕시코를 포함한 5개국이다. 콜롬비아와 멕시코를 더하고자 하는 것은 중남미 최대 국제 공연예술제로 불리는 콜롬비아의 이베로아메리카노 연극제(Festival Iberoamericano de Teatro de Bogotá)와 세계 10대 축제 중 하나로 꼽히는 멕시코의 세르반티노 국제 페스티벌(Festival Internacional Cervantino), 그리고 지속해서 한국 공연에 관심을 표하고 있는 마니살레스 국제연극제(Festival Internacional de Teatro de Manizales)의 몫이 크다. 게다가 아르헨티나, 브라질, 멕시코에는 한국문화원이 있고, 콜롬비아에는 아시아-이베로아메리카 문화재단(대표 양삼일)이 있어 다양한 한국 공연을 소개하고 있다.

‘14 이베로아메리카노 연극제에 소개된 한국 공연들

‘14 부에노스아이레스 현대무용제에 초청된 <모던테이블>

‘14 이베로아메리카노 연극제에 소개된 한국 공연들 ‘14 부에노스아이레스 현대무용제에 초청된 <모던테이블>

칠레는 산티아고를 통해

반면 칠레에는 주재국과의 문화 교류를 관장하는 기관이 아직 없다.1) 그러나 칠레는 남미국가 중 최초로 대한민국을 승인(1949년 5월)한 곳이며 우리나라의 최초 자유무역협정(FTA) 대상국(2004년 4월)이고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센터스테이지코리아(Center Stage Korea)’ 사업을 통해 처음으로 MOU를 체결한 ‘산티아고아밀(Santiago A Mil)2)  페스티벌이 개최되는 곳이다. 작년 10월, Escena70-부에노스아이레스 공연예술마켓에서 만난 중남미 프로그래머들이 당연하다는 듯 다음 만남을 기약했던 바로 그 축제. 그 실체를 봐야 했기에 올해 1월, 칠레 산티아고로 향했다.


1) 지난 2014년 12월, 한국학 센터가 개소하였으나 이는 동북아 안보, 경제협력, 한반도 통일 문제 등 다양한 한국학 프로그램으로 운영 예정이라고 한다. 
2) 산티아고아밀은 아시아 포커스를 계기로 (재)예술경영지원센터와 MOU를 체결하였으며 이후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으로 극단 서울공장의 <두 메데아>, 문화마을 들소리의 <월드비트 비나리>, 밀물현대무용단의 <아이즈>와 <뿌리 깊은 나무>가 2009년 축제에 참가하였다.

산티아고 시립 극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화센터

산티아고 시립 극장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화센터

산티아고아밀은 1994년에 카르멘 로메로(Carmen Romero)와 에블린 캠벨(Evelyn Campbell)에 의해 처음 개최된 칠레의 대표적인 공연예술제이다. 2001년부터 국제적 행사로 규모를 키운 이 축제를 통해 2004년에는 비영리 문화재단인 테아트로아밀(FITAM; Fundación Teatro a Mil)이 설립되었고, 이 재단은 칠레 현대 공연예술의 창작, 보급, 중개, 국제화에 초점을 맞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물론 중점 사업은 산티아고아밀이며 이는 연극, 거리극, 아동극, 무용, 음악 등 폭넓은 공연예술 장르를 포괄한다. 축제명인 ‘Santiago A Mil’은 ’1,000페소로 만나는 산티아고’ 정도로 설명할 수 있는데, 이는 축제의 입장료들 중 가장 낮은 금액을 나타내는 것이라고 한다. 현재 환율을 보아도 1,000페소는 한화로 약 1,800원 정도이니, 산티아고아밀은 ‘적은 금액으로 많은 이들이 향유할 수 있는 공연예술 축제’를 표방한다 하겠다.

전 세계의 공연이 한자리에

올해 12회를 맞이한 산티아고아밀 페스티벌에는 27개국, 92개의 작품이 선보였다. 이는 지역과 성격에 따라 다양한 부문으로 구분되었는데 전체 초청작의 반수 정도는 중남미 작품이었고 한국에서는 극단 마방진의 <칼로막베스(Killbeth)>가 공식 초청되어 ‘아시아의 보물(Tesoros del Asia)’과 ‘클래식 리로디드(Clásicos reloaded)’, 두 가지 부문에서 소개되었다. 산티아고아밀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축제가 실로 다양한 국가의 공연을 소개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기존에 참석했던 여타 중남미 행사는 중남미 공연의 홍보에만 너무 집중한 나머지 ‘라틴아메리카’ 공연예술제인지 ‘인터내셔널’ 공연예술제인지 알 수 없었던 데 반해, 산티아고아밀에서는 중남미를 넘어 북미, 유럽,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아시아, 중동에까지 이르는 그야말로 전 세계의 공연이 소개되고 있었다.

Rimini Protokoll(독일)의 <Remote Santiago>

ViajeInmóvil(칠레)의 <Otelo>

Rimini Protokoll(독일)의  ViajeInmóvil(칠레)의

올해 초청작 중 가장 인상적이었던(혹은 가장 반응이 좋았던) 작품은 단연 칠레 비아헤인모빌(Viajeinmóvil)의 <오셀로(Otelo)>와 브라질 테아트로 다 베르티겜(Teatro da Vertigem)의 <파트로나토 999미터(Patronato 999 metros)>, 그리고 이젠 우리에게도 익숙한 리미니 프로토콜(Rimini Protokoll)의 <리모트 산티아고(Remote Santiago)>이다. 이 중 <리모트 산티아고>와 <파트로나토 999미터>는 완벽한 장소특정형(site-specific) 공연으로, 도시의 방대한 지역을 아우르며 특정 거리와 수많은 건물을 무대로 하였다. 물론 나의 경우 언어의 장벽 때문에 고전의 재해석이나 체험 형식의 공연이 더욱 와 닿았음은 부정할 수 없지만, 산티아고 맞춤형으로 작품을 번안한 두 단체의 창의성과 공연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축제 측의 노고가 깊이 느껴지는 바였다. 축제의 근간이 되는 도심 곳곳의 공연장과 특색 있는 문화 공간 역시 인상적이었다. 이들 중 가장 중심이 되는 공간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문화센터(GAM; Centro Cultural Gabriela Mistral)3) 인데 주말마다 이곳에 모여 K-팝 커버 댄스를 연습한다는 칠레 청소년들을 구경하는 재미가 퍽 쏠쏠했다.


3) 가브리엘라 미스트랄(1899-1957)은 칠레의 시인이자 작가 겸 외교관으로, 1945년에 중남미 최초로 노벨 문학상을 받았다.

플라테아(Platea) - 프리젠터 주간

또 하나 주목해야 할 것은 축제 기간에 공연예술 전문가들이 따로 소통할 수 있도록 마련된 ‘플라테아(Platea)-프리젠터 주간’이다. 작년에 만난 중남미 프로그래머들이 1월의 만남을 기약한 건 바로 이 행사 때문이었고, 물론 나는 그들 중 대부분을 다시 만날 수 있었다. 플라테아에는 2년 이상의 경력을 가진 프로그래머, 축제 감독 등이 전문가 군으로 초청되며 지원재단, 리서처, 프레스 등은 참관인 자격으로 참가할 수 있다. 공연의 제작, 유통에서의 협력 관계를 도모하기 위해 주최측은 참가자들에게 칠레와 중남미 공연 중 20편의 무료 티켓을 증정하고, 기타 공연에 대해서는 50%의 할인 혜택을 제공한다.4) 


4) ‘Platea’는 공연장의 좌석 중 가장 높은 등급의 좌석을 뜻하는 단어로, 이는 플라테아-프리젠터 주간의 비전과 미션을 정확히 함축하고 있다고 보여 진다.

(플라테아 프로그램 중)테아트로아밀 재단 소개

(플라테아 프로그램 중)국제공동제작 모델-미국 사례 발표

(플라테아 프로그램 중)워크 인 프로그레스

 테아트로아밀 재단 소개 국제공동제작 모델-미국 사례 발표  워크 인 프로그레스

2015년 플라테아에는 약 170명의 프리젠터(칠레 25, 남미 61, 북미 38, 유럽 43, 아시아/오세아니아 2)가 참가하였다. 프로그램은 ‘신진 아티스트 발굴’, ‘워크 인 프로그레스(work in progress)’ 등 주로 아티스트들과의 소통을 지향하고 있었으며 ‘공연예술 연구소’ 제하 ’중남미 공연예술 경향’, ’국제문화경영 사례’ 등의 학술 프로그램도 진행되었다.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건 행사 후반부에 마련된 ‘관심사 공유(sharing interests)’ 프로그램이었다. 이는 인근 지역의 프리젠터들끼리 관심 작품과 초청 계획을 나누는 ’매핑 액서사이즈(mapping exercise)‘로 처음 시도되었는데 꽤 흥미로운 시간이었다. 칠레 문화행정관을 초청하여 각국 주재 칠레문화원의 도움을 받도록 정보를 제공한 것 역시 아주 적극적인 기획이었다고 본다.

 칠레의 훌륭한 공연예술 인프라와 산티아고아밀의 안정적인 프로그램, 권역 내 영향력 있는 프로그래머들이 모두 모이는 플라테아는 중남미 진출에 있어 아주 효율적인 진입로가 되어 줄 것이다. 아직은 낯선 중남미이지만 우리에겐 잠재 시장인 만큼 무궁한 가능성을 내포한다는 것을 재차 피력하고 싶다. 테아트로아밀 재단 관계자에게 들은 바로는 ‘무용과 음악 장르의 비중을 더욱 늘릴 계획’이라니 언어의 걸림돌을 넘어 보다 많은 기회가 마련될 것이라는 기대를 가지며, 앞으로 1월의 칠레에서 더 많은 한국 작품을 만날 수 있길 바라본다.

 

Ⓒ김경희


 
  • 기고자

  • 김경희_주 아르헨티나 중남미한국문화원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