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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Choice] 사람이 먼저라는 휴머니스트들의 진한 울림 2014-09-02

사람이 먼저라는 휴머니스트들의 진한 울림
[PAMS Choice] 블랙스트링


블랙스트링(Black String)은 즉흥 음악을 바탕으로 재즈를 차용하면서 국악을 기본으로 거문고를 연주하는 허윤정, 대금과 소금의 이아람, 그리고 재즈 기타리스트 오정수로 이루어진 밴드이다. 컨셉에 따라 타악주자 강민수와 재즈 드러머 신동진이 더해지면서 음악적 지평을 넓히고 있다. 한국 음악의 깊은 울림을 세계에 알리는 블랙스트링 멤버 3명을 만나 우리 음악이 지나왔고 가야할 길에 대해 얘기 나누었다.

‘현금’(玄琴)은 우주의 소리

Q(김광현) : 블랙스트링(Black String)이란 팀명의 의미를 먼저 묻고 싶다.

허윤정(거문고 연주자, 이하 허) : 거문고를 ‘검을 현(玄)’에 ‘거문고(현악기) 금(琴)’을 써서 ‘현금’이라고도 하는데 그걸 우리말로 푼 게 거문고다. 그렇다보니 블랙스트링은 자연스럽게 거문고를 뜻하지만 사실 ‘블랙(Black)’은 동양에서 끝이 없는 우주를 상징하는 신비한 단어이기도 하다. ‘스트링(String)’은 현악기를 의미하지만 동시에 한국 음악이 지닌 선(율)적인 면을 상징하고 있다. 끊어지는 직선이 아니라 율동감이 있는 곡선, 어디로 흘러갈지 모르는 소리를 표현하고 있다.

이아람(대금 연주자, 이하 이) : 거문고나 기타와 달리 대금은 현악기가 아니다. 하지만 외국인들은 대금 소리를 들으며 양(陽)적인 소리보다 음(陰)적인 소리를 느낀다. 블랙이라는 이미지와 잘 맞는다고 생각한다.

Q : 두 사람의 국악 연주자와 한 사람의 재즈 연주자가 팀을 이루고 있다. 팀을 만들게 된 계기가 궁금하다.

블랙스트링 (이하 블랙): 2011년 (재)예술경영지원센터 (이하 센터)의 한-영 문화 교육 프로그램인 ‘UK 커넥션’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기획되었다. 먼저 영국 내에서 프로모터와 뮤지션을 만나고 한국에서 협연할 수 있는 뮤지션을 찾았다. 허윤정 선생과는 토리 앙상블을 같이 하고 있었는데 새로운 사운드에 대한 얘기를 그때부터 많이 나누었다. 영국에 가기 전만 해도 블랙스트링이 계속되리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뮤지션과 ‘통’하면서 지금에 이르고 있다. 블랙스트링의 확대 버전이라 할 수 있는 문화체육관광부 해외문화홍보원 순회 프로그램 공연팀 모자이크코리아(MosaiKOREA)까지 선보이게 됐다.

Q : 해외 공연도 성공적이었다고 들었다. 그동안의 활동을 소개해 달라.

허: UK 커넥션 사업으로 한국 뮤지션 3명과 영국 뮤지션 4명이 런던재즈페스티벌에서 협연을 했고 폴란드에서도 공연을 했다. 2013년에는 센터 전통예술 해외아트마켓 및 페스티벌 진출지원 사업의 일환으로 오슬로월드뮤직페스티벌과 말레이시아 페낭아일랜드재즈페스티벌(Penang Island Jazz Festival)에서 초청을 받았다. 주로 해외 페스티벌 프로모터들이 한국에 왔을 때 우리 팀의 쇼케이스를 보고 초청을 해온다.

블랙스트링

블랙스트링

Q : 블랙스트링의 음악은 국악과 재즈가 더해져 크로스오버나 월드뮤직으로 분류될 것 같다. 이에 대해 스스로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오정수(기타 연주자, 이하 오) : 컨템포러리 국악이나 컨템포러리 코리안 트래디셔널 뮤직 등 복합적인 장르 명칭이 있겠지만 실제로는 장르 구분이 명확하지 않도록 자세를 취한다.

: 우리를 초청하는 페스티벌이 월드뮤직 내지 재즈인 것을 보면 이미 블랙스트링이 장르에 유연한 팀이라는 걸 보여주는 게 아닌가 싶다. 장르 구분도 중요하지만 우리에게는 음악으로 일치를 이루는 과정이 더 중요하다. 겉으로 보여지 듯 재즈와 국악이 만나고 국악기와 양악기가 만나는 피상적인 관계가 아닌 연주자 자체에 관심을 갖고 그들의 음악이 융합되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그래서 내 안에 있는 음악과 다른 사람의 음악이 어떻게 만나느냐에 따라 음악이 다르게 나온다. 가령, 정수 씨가 재즈를 하고 있어서 같이 하고 싶은 게 아니라 오정수라는 연주자가 가진 음악성, 음악적 경험들, 여러 필링(Feeling) 중에서 우리가 필요하고 만날 수 있는 걸 그 순간에 꺼내는 거다.

해답을 찾다보면 결국 사람을 만나게 된다

Q : 국악과 재즈의 만남에 여러 시도들이 있었지만 쉽지 않은 작업이다. 어떤 부분에서 어려움을 느끼나?

: 내 생각엔 대화인 것 같다. 서로 배울 것과 배려할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밸런스를 맞추는 게 가장 어려운데, 음악과 음악이 만나는 것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만나는 것 아닌가. 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면 좋은 결과물을 내기 힘들다. 블랙스트링의 경우 인간적인 친밀도가 음악을 서로 함께 하고 대화하는데 있어서 잘 섞이고 밸런스를 맞출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 같다. 내 경우엔 이 팀이 국악에 좀 더 베이스를 두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개인적으로 공부해서 배워나갈 게 많다고 생각한다.

: 그동안 두 장르는 수많은 콜라보레이션과 퓨전이 있었다. 그런데 왜 좋은 음악이 안 나올까? 간혹 나오긴 했지만 ‘이거다’ 하는 게 없을 땐 방법에 문제가 있는 것일 텐데 난 뮤지션에게 해답이 있다고 생각했고 그래서 사람에게 집중했다. 만약 어떤 뮤지션이 30년 동안 음악을 해 왔다면 그가 배워온(가능성까지) 모든 것들의 총체적 집합이 바로 그 뮤지션, 자신이다. 그동안 나는 동아시아 민속 악기와 협연도 해 봤고 서양 악기와 국악기가 함께 하는 앙상블도 해 봤다. 그런데 악기가 달라지고 팀이 달라졌을지라도 그 안에서 추구한 건 같다. 뮤지션 그 자체에 답이 있고 그걸 끄집어내 보자는 것이다. 그건 내 취향일 수도 있고 이 작업들이 어떻게 평가될 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블랙스트링 안에서는 이렇게 음악을 하려 했다. 지속적으로 하다 보면 답이 좀 나오지 않을까 싶다.

Q : 2014 팸스초이스(PAMS Choice)에 선정되었다. 이제 활발한 활동만 남았는데 해외 활동을 얼마나 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지 않나. 2012년 선정된 잠비나이 같은 경우는 지금도 매우 활발하다.

: 잠비나이 활동을 잘 지켜보고 있다. 하지만 그들의 역할과 우리의 역할은 다르다고 생각한다. 잠비나이는 아직 젊고, 그들을 주목하는 시장이 있고, 그들도 해외를 목표로 열심히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 경우는 팸스초이스 선정이 20년 동안 음악을 해 온 연장선상에서 조금 더 좋은 환경과 조금 더 많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된 것이라 생각한다. 많은 공연보다는 방점을 찍을 수 있는 중요한 공연을 하는 게 우리 역할이라는 것이다. 좋은 공연을 하는 것, 좋은 뮤지션과 콜라보레이션 하는 것, 좋은 극장에서 무대를 펼쳐 그들과 관계를 맺는 것 등이 그러하다.

블랙스트링

2013 페낭아일랜드재즈페스티벌 공연모습

선입견을 버리고 직관에 의지하면 어떨까

Q : 해외에서는 어떻게 받아들이는지도 궁금하다. 특히 거문고는 낯선 악기이지 않나.

: 해금이나 대금, 가야금 같은 전통 악기들은 그 나라마다 비슷한 류의 악기 군들이 있다. 거문고는 경험하지 못한 소리이기 때문에 오히려 직관적으로 받아들이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거문고를 보고 역사가 있는 전통 음악일 거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걸 가지고 아방가르드하고 모던한 음악을 할 때 오는 반전을 많이 느낄 수 있도록 유도한다.

: 대금은 비슷한 악기군이 있지만 그래도 청이라는 갈대를 붙여서 내는 독특한 소리 구조가 있어서 무척 신기하게 여긴다. 그런데 결국 사람들은 새로운 소리를 신기하게 여기다가도 자신들이 가지고 있는 어떤 악기 소리와 닮았나를 찾는다. 또한 음악의 본질로 들어가서 저 사람이 어떤 문화를 갖고 있고 어떤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하는지 궁금해 한다는 느낌도 받는다.

Q : 프리, 아방가르드는 지속적인 접근이 중요한 것 같다. 그러기 위해서 자국의 반응이나 지원 없이는 해외 활동이 쉽지 않을 듯한데.

:오래 전부터 논의되고 있지만 국악을 가지고 국내 시장을 만들어내는 것은 무척 힘든 일이다. 비단 국악뿐 아니라 다른 마니아적인 장르가 다 그렇다. 우리는 관객지향적인 음악이 아니다. 관객을 기대하며 음악을 만드는 순간 그 음악이 어떻게 변할지는 뻔하지 않나. 한국 관객들은 국악에 대해 직관은 닫아버리고 선입견으로만 바라보는 경우가 종종 있다. 역사의 질곡과 환경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음악이라는 것이 손에 잡히지 않는 무형성을 가지고 있는 데다가 음악마저 추상적이 되면 굉장히 어렵게 느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그만큼의 가치는 있다. 한국의 교육이나 문화적 환경에서 창의적이고 독창적인 면이 억압되어 있지만 그런 걸 끄집어내는 게 블랙스트링의 역할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현재 운영하는 극장(북촌창우극장)에서 국악을 바탕으로 자유로운 잼(Jam)을 상시적으로 진행하고자 한다. 국악 내에서도 그런 관심과 수요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다.

Q : 작업에 항상 엔지니어 곽동엽 실장이 함께 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 거문고 사운드를 잡을 수 있는 건 엔지니어와의 꾸준한 커뮤니케이션이 있기 때문에 가능했다. 국악기 안에서도 거문고와 장구 사운드만 해결되면 다 된다는 얘기가 있다. 국악 음향을 전문으로 하시는 분들도 어려워하는 부분이다.

블랙 : 공연에는 연주자와 기획자 그리고 테크니션이 같이 있어야 한다. 국내 팀들이 해외에 나가는 경우 라이더 준비도 미비하고 커뮤니케이션도 힘든 경우가 많다. 곽동엽 실장은 모든 공연에 참여해 보다 좋은 사운드를 만들기 위한 노력을 아끼지 않는데, 이는 뮤지션 모두 공감하고 필요로 한다.

Q : 앞으로 계획을 말해 달라.

오는 10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에서 오블리크(Oblique)라는 미디어 창작집단과 콜라보레이션 작업이 있다. 우리만 하는 건 아니지만 의미 있는 공연이 될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12월에 초연곡으로 이루어진 국내 독주회를 제대로 진행할 예정이고, 내년에는 독일을 비롯해 해외에서 몇 차례 공연이 있을 듯하다.

?필립 피키에(Philippe Picquier)사에서 출판된 황석영의 『바리데기』

▲ 2007년 칸영화제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이창동 감독의 <밀양>

▲ 한국의 삼지애니메이션스튜디오와 프랑스의 티몽 애니메이션 사이버 그룹 스튜디오(Timoon Animation, Cyber Group Studio)의 한-불 합작 프로젝트, 영화 〈피쉬와 칩스〉

대금 이아람 거문고 허윤정 기타 오정수

 

Ⓒ블랙스트링


2014 팸스초이스 선정 작품 : 블랙스트링 - 세계를 향한 21세기 한국 음악의 깊은 울림

블랙스트링은 한국 전통 음악에 단단한 뿌리를 두고 ‘즉흥성’이라는 유사한 특징을 가진 ‘재즈’와 조화를 이루면서 현대적이고 독특한 아름다움을 선보이고 있는 음악그룹이다. 각 연주자의 뛰어난 기량에 새로운 사운드를 탐구하는 다양한 음악적 시도가 더해져 높은 예술적 완성도를 보여준다. 블랙스트링만의 음악을 통해 전통 음악의 특별함과 예술적 우수성을 알리는 동시에 월드뮤직으로서의 한국 전통 음악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하고자 한다. 블랙스트링은 지난 해 노르웨이 오슬로월드뮤직페스티벌과 말레이시아 페낭아일랜드재즈페스티벌에 초청을 받아 공연을 펼친 바 있다.

2014 팸스초이스 선정단체 : 블랙스트링

블랙스트링은 BBC 찰리 길렛의 월드뮤직(BBC Charlie Gilett’s World of Music)에서 한국의 전통 현악기 거문고 명인인 고(故) 찰리 길렛이 마지막으로 소개한 한국 음반의 주인공인 허윤정을 중심으로, 장르를 넘나들며 왕성한 연주와 창작 활동을 하고 있는 기타리스트 오정수와 대금 연주자 이아람이 모여 결성한 팀이다. 트리오를 중심으로 타악 파트에 젊은 국악인 강민수와 재즈 드러머 신동진을 영입하여 보다 다양한 시도를 통해 음악적 지평을 넓혀 왔으며, 앞으로도 전통음악을 활용한 새로운 현대음악으로서의 블랙스트링만의 음악을 통해 한국 전통 음악의 특별함과 예술적 우수성을 널리 알리고자 한다.
  • 기고자

  • 김광현_월간 [재즈피플]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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