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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립 바크만 _ 국립무대 라 꼬메뜨 예술감독, 세계원형극장협회 회장 2011-12-20

유무형의 인프라가 힘이다
[Who&Work] 필립 바크만 _ 국립무대 라 꼬메뜨 예술감독, 세계원형극장협회 회장


인구 50,000명에 불과한 프랑스의 소도시 샬롱-엉-샹파뉴(Châlons-en-Champagne)에 있는 국립무대(Scène nationale) 라 꼬메뜨(La Cométe)를 단기간 내에 국제적 극장으로 탈바꿈시킨 필립 바크만(Philippe Bachman) 예술감독을 만났다. 아시아 작품에도 관심이 많아 2011 서울아트마켓(PAMS)에 참가한 그를 만나 라 꼬메뜨 극장의 프로그래밍 방식과 아시아 작품들에 대한 생각을 들어 보았다.

필립 바크만(Philippe Bachman)

Q: 만나게 되어서 반갑다. 라 꼬메트 극장장과 예술감독을 겸하고 계시다고 들었는데 우선 극장에 대한 소개 부탁한다.

A: 라 꼬메뜨가 위치한 곳은 파리에서 동쪽으로 170km 떨어진, 샴페인으로 유명한 샹파뉴 지역에 있는 샬롱-엉-샹파뉴라는 도시이다. 인구 5만 명에 불과한 소도시에 국립무대 타이틀을 가진 공연장이 있다는 사실이 놀랍지 않나? 국립무대는 프랑스 전역에 70개가 있는데 국립무대라는 타이틀을 얻기 위해서는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한다. 첫째, 공연물을 자체 또는 공동 제작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둘째, 모든 장르의 공연물을 올릴 수 있는 무대와 기술력이 있어야 하고 마지막으로 지역문화 활성화에 기여해야 한다는 것이다.

라 꼬메뜨는 1995년 국립무대로 지정되었다. 616석의 대공연장과 영화관을 겸한 150석의 소공연장 그리고 1100여명을 수용할 수 있는 원형극장을 갖추고 있는데 보통 한 시즌에 100여회의 공연과 600여회의 영화상영이 이뤄지고 있다. 매년 6~8개의 공동제작과 2~3개 작품을 자체제작을 하고 있으며 2~3작품을 세계 초연으로 올리고 있다. 라 꼬메뜨가 성장한 것은 그만큼 유무형의 인프라가 잘 갖춰져 있다고 이야기 할 수 있다. (라 꼬메뜨는 1995년 국립무대로 지정되었다.)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다

Q: 2004년 극장장으로 부임한 이후 괄목할 만큼 관객 수가 증가했는데 극장운영이나 작품선정에 있어서 특별한 기준이 있나? 아니면 음악가로서 당신의 예술적 안목이 프로그래밍에 영향을 끼친 건가?

A: 처음 극장장으로 왔을 때 라 꼬메뜨는 연평균 관객 수가 11,000여 명 정도였다. 도시의 인구수에 비례해 놓고 볼 때 이 숫자가 적당한 정도일지는 몰라도 극장운영의 측면에서 봤을 때는 아직도 상당히 부족한 숫자였다. 그래서 회원제를 적극적으로 도입해서 관객들이 공연을 많이 보면 볼수록 혜택이 커지는 시스템을 만들었다. 지역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주변 도시의 극장과 연계한 회원시스템으로 지금은 회원의 40% 정도가 연평균 10편 이상의 공연을 보고 있다. 현재는 45,000여 명의 관객이 극장을 찾고 있어 5년 사이 3배 이상 증가했다. 현재 극장 1년 예산은 약 3백만 8천유로(한화 약57억 6천 만원)로 이 역시 5년 사이 80% 이상 증가한 것이다. 물론 여기에는 공연작품을 선정하는 방식이 한몫을 했다. 작품을 선정할 때 관객들의 다양한 취향을 생각한다. 다시 말해서 작품을 선정하기에 앞서 나 자신을 관객의 위치에 놓고 나 개인의 취향에 따라 고르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또한 유럽의 16개 공연장과 네트워크가 형성되어 있기 때문에 프로그래밍에 훨씬 더 많은 다양성을 확보할 수 있고 상호 연계하여 작품을 유치하는데 큰 도움을 주고받고 있다.

라 꼬메뜨(La Cométe)

Q: 올 시즌 프로그램을 보면 재즈, 무용, 코미디, 연극, 클래식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물로 채워져 있는데 이런 것들이 관객의 입장에서 고른 작품들인가?

A: 쇼핑몰에서 다양한 상품들을 앞에 놓고 고를 때처럼, 자신의 취향에 따라 작품들을 선택할 수 있다는 점이 그들로 하여금 극장의 프로그램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게 만드는 것 같다. 즉 새로운 공연이나 문화에 대한 발견, 고른 장르 배분, 다른 장르간의 결합 등 다양성을 제시하지만, 동시에 공연들 사이의 균형을 유지하며 전적으로 관객들의 선택에 열려있는 프로그램을 구성하는 것이다.

세계의 예술과 함께하다

Q: 협력 아티스트(Artiste associé) 제도를 도입했는데 어떻게 운영되고 또 어떤 이점이 있나?

A: 현재 라 꼬메뜨의 협력 아티스트는 3명이다. 미국의 작곡가이자 피아니스트 유리 케인(Uri Caine), 프랑스의 작곡가 파트리스 티보(Patrice Thibaud), 현대식 유랑극단인 캐나다의 유버스 티어터(Ubus Théâtre)가 있다. 이들은 2년간 정해진 기간 동안 레지던스에 머물면서 창작활동과 공연을 한다. 보통 1년에 3편 정도의 창작물을 발표하며 2시즌 동안 총 6작품 이상 공연을 올리게 된다. 또한 이들은 학생 및 지역 문화예술인들을 위한 강연회와 세미나 그리고 일반인들을 위한 교육 프로그램에도 함께 참여하여 진행하고 있다. 이러한 행사는 문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친밀한 관계를 만들어 주며 지역주민들의 지속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극장 운영에 아주 큰 이점을 제공한다.

Q: 아시아 예술가(작품)에 대한 관심이 많은 걸로 알고 있다. 이번 한국 방문을 통해 만난 작품들은 어떠했나?

A: 라 꼬메뜨는 지역 극장과 연계한 ‘새로움의 동쪽에서’ (À l''Est du nouveau)란 프로젝트를 통해서 꾸준히 아시아 작품들을 소개해오고 있다. 서울아트마켓에 소개된 한국 작품들을 몇 편 보았는데 아주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다. 특히 컴퍼니 공명, 근동사중주단과 같은 단체의 음악 공연들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남은 기간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앞으로 계속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생각이다. 이번 시즌(2011-2012)에는 대만, 베트남, 태국의 무용과 넌버벌 공연이 관객들을 찾아가고 있지만 다음 시즌에는 한국과 중국, 일본의 작품들을 소개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자스민 바르디몽 컴퍼니(Jasmin Vardimon Company) <7734>
Q: 라 꼬메뜨 극장장 이외에 세계원형극장협회(International Network of Round Artistic Venues)인 네트워크 360˚ (The 360˚ Network)의 회장직을 맡고 있는데 어떤 활동을 하는 단체인가?

A: 샬롱-엉-샹파뉴에는 원래 1899년에 세워진 유서 깊은 서커스 학교가 있었다. 프랑스 최고의 서커스 교육기관이었는데 올해 초 완전히 새롭게 리모델링을 해서 명실상부한 유럽 서커스 교육의 중심지가 되었다. 원형극장은 전통적으로 서커스를 공연하기에 적합하게 설계된 극장이었다. 오늘날 서커스는 프랑스에서 단순한 ‘쇼’가 아니라 하나의 ‘문화’가 되었고 기존의 공연들도 관객과 좀 더 다양한 각도에서 소통하기 위해서 이 원형극장에서 공간의 특징을 활용한 전 방위적인 실험 작품들을 많이 선보이고 있다.

세계원형극장협회는 원형극장의 건축적인 면과 더불어 연출기법에 따른 예술적인 부분과 기술적인 부분을 함께 연구하고 성과를 공유하고 있다. 이를 위해 3~4개월 마다 세미나와 강연회를 열고 매년 연감을 발행하고 있다. 현재 유럽의 10개국과 캐나다가 참여하고 있으며 라 꼬메뜨 역시 협회와 연계해 공연을 기획하고 있다.

2012년 축제 기간 동안 라꼬메뜨를 방문하면 지역 명물 샴페인을 대접하겠다고 약속하며 밝게 웃는 그는 예술가이기 때문에 극장장으로 활동하는데 더 많은 이점을 갖는다고 이야기한다. 공연자들과 작품에 대해 더 깊게 이해하며, 예술가들의 고민과 다양한 비전을 관객과 함께 소통할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면서 자신도 두 역할 속에서 끊임없이 진화하고 있다고.

필립 바크만(Philippe Bachman)

필립 바크만을 이야기 할 때에 빠질 수 없는 단어는 폭넓음과 다양성이다. 파리 고등음악학교에서 피아노를 전공하면서 화성학과 음악사 그리고 재즈를 따로 배웠고 파리 4대학에서 역사학으로 학위를 따기도 했다. 이후 연극공연에서 음악을 담당하다가 빌라 메디치와 풀브라이트 장학금을 받아 미국으로 떠난다. 프랑스로 돌아와서 문화부 아래에서 예술대중화 시스템을 구축하는 실무를 담당한다. 2004년부터 라 꼬메뜨 극장장을 맡아서 대중들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는 기획과 운영으로 지역문화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고 있다. 세계원형극장협회(International network of round artistic venues)인 네트워크360˚(The 360˚ network)의 회장을 맡고 있으면 또한 연주자들을 지원하기 위해 악기수리를 전문으로 하는 컬처쿠프(Culture & Coopération)를 운영하는 등 문화 전반에 걸쳐서 왕성한 활동을 벌이고 있다. 음악원과 파리 4대학과 릴 3대학에 출강 중이기도 하다.

관련링크

| 라 꼬메뜨   바로가기
| 자스민 바르디몽 컴퍼니   바로가기
  • 기고자

  • 장현주 _ 컬처 디자이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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