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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MS Choice] 박우재의 거문고에 무엇인가를 더한다 2014-08-19

박우재의 거문고에 무엇인가를 더한다
[PAMS Choice]  비온뒤 -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의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는 인터뷰어인 본인과는 한국음악앙상블 ‘바람곶’에서 함께 활동했던 음악 동인이었다. ‘바람곶’이 활동을 중지하고 멤버들이 각자 활동을 하고 나서도 틈틈이 함께 작업을 해 온 박우재와 인터뷰어와 인터뷰이로 만나서 그의 새로운 프로젝트와 이전에 듣지 못했던 깊은 이야기들에 대해 들어 보았다.

바람곶 활동과 무용 음악작업

Q(박재록) : ‘거문고 더하기’ 이전의 박우재씨 활동, 바람곶 시절부터 이야기를 시작했으면 한다.

A(박우재) : 내가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했을 당시에 교수님으로 재직 중이었던 원일 감독님과는 스승과 제자 관계로 처음 만났었다. 원일 감독님은 관현악 수업의 지휘자였고 나는 많은 거문고 학생 중 한명이었다.  LG아트센터가 막 오픈했었던 그때에도 나는 무용에 관심이 많아서 자주 공연을 보러 갔고 그곳에서 우연치 않게 여러 번 감독님을 마주치게 되면서 인연이 시작되었다. 원일 감독님이 새로운 한국음악 앙상블을 조직하려고 사전 작업을 하면서 거문고 연주자로 나를 픽업하셨다. 이 새로운 앙상블은 한국의 전통적인 음악 어법을 기반으로 시나위를 재창조하려고 했었고, 나도 전통을 넘어선 새로운 시도를 갈망하고 있었기 때문에 추구하는 바가 맞아 떨어져서 함께 팀을 하게 되었다. 이 팀이 나중에 바람곶이 되었다.

Q : 바람곶 활동을 하면서 현대무용 작가들과 다양한 공동작업을 하지 않았나?

A : 프랑스와 벨기에에서 활동하던 현대무용가 김남진과 함께 작업하면서 알게 되었는데 그 후부터 그의 작품에 음악감독을 맡게 되었다. 한국-벨기에 수교 행사 중 하나로 벨기에 안무가들과 국제 교류 작업이 있었는데 그때 김남진이 한국을 방문했던 시디 라르비 셰르카위(Sidi Larbi Cherkaoui)에게 나를 소개했고, 그 이후로 셰르카위와 지속적으로 연락을 해 왔다. 스케줄 문제로 몇 번의 기회를 지나치고 나서 셰르카위의 회사인 이스트만(EastMan)과 일본의 분카무라(Bunkamura) 극장, 영국의 새들러스 웰스(Sadler’s Wells) 극장이 공동 투자한 〈테즈카(Tezuka)〉라는 작품에 뮤지션으로 참가해서 함께 세계 투어를 돌았다. 최근에는 그의 신작인 〈프랙터스(FRACTUS)〉에 참여하고 있다. 이 작품은 현재 사전작업이 진행 중이고 내년에 벨기에를 시작으로 월드 투어를 진행할 예정이다.

무용가 김남진과 함께 작업한 댄스씨어터 창의 〈미친 백조의 호수〉

박우재가 음악작업한 〈테즈카(Tezuka)〉 Ⓒ이스트만(EastMan)

무용가 김남진과 공동작업한

댄스시어터 창의 〈미친 백조의 호수〉

박우재가 뮤지션으로 참여한〈테즈카(Tezuka)〉 Ⓒ이스트만(EastMan)


Q : 무용가과의 작업이 가지는 매력은 무엇인가?

A : 함께 하는 무용가들에 따라서 작업 방식이 다르다. 셰르카위와의 작업에서는 여러 뮤지션과 함께 작업해 왔다. 다국적의 여러 뮤지션들이 장면에 따라 음악을 만들어 나가는 형태인데, 참여한 뮤지션들이 모두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의견을 제시하면서 음악을 만들어 나간다. 한국에서 김남진과 했던 작업에서는 보다 능동적이고 연출적인 부분까지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음악감독의 역할이었다. 프로덕션의 초기부터 연출과 음악을 함께 고민하면서 공연을 만들어 나갔다. 작업 방식은 다르더라도 내가 음악으로 의도했던 이미지가 무대에서 관객에게 보여 지는 그 순간이 무용 작업의 매력 같다. 

박우재의 거문고에 무엇인가를 더한다

Q : 그럼 본격적으로 작품 이야기를 해보자. 이번에 서울아트마켓(PAMS)에서 공연할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에 대한 소개를 부탁한다.

A :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를 풀어서 설명하자면 ’박우재의 거문고에 무엇인가를 더한다.’라는 의미이다. 그 ‘무엇’은 거문고에서 발견한 새로운 주법이나 음색, 혹은 딜레이, 루핑(looping), 오버더빙과 같은 전자적인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루핑, 오버더빙 기법을 사용하면 실제로는 한 명의 박우재가 연주를 하지만 음향적으로는 4명의 박우재 혹은 100명의 박우재가 동시에 연주를 하게 된다. 이번 공연에서는 올 초에 했던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 : 이상변이〉 공연 중에서 〈수동〉, 〈흥청〉, 〈표류〉, 〈이상변이(Morphosis)〉, 〈카레스(Caress)〉 작품을 골라서 연주한다.

Q : 박우재씨 음악은 고전적인 음악, 전문 작곡가의 음악과는 다른 음악이라고 생각한다. 대체로 어떤 식으로 음악을 만들어나가는가?

A : 음악을 만들 때 단초가 되는 것은 대체로 두 가지이다. 보이지 않는 이미지에서 시작하는 경우가 있고, 새로운 음향이나 새로운 주법에서 시작하는 경우도 있다. 곡을 완성해 나갈 때도 청자로 하여금 큰 이미지를 그리거나 이야기가 느껴지도록 완급조절을 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있다. 전통적인 작곡 방식과는 방향성이 좀 다른데 이것이 나의 장점이자 단점이라 생각한다. 공연으로서는 한 명의 솔로 연주자의 연주력을 보고 듣는 연주회보다는 다양한 색채와 부피감 있는, 그러면서도 이미지와 정해지지 않은 이야기가 전달될 수 있는 음악회이길 바란다. 작곡과 연주로 관객의 자유로운 상상의 시간을 함께 하고 싶다.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 이상변이〉공연 포스터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 공연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 이상변이〉

 공연 포스터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 공연


Q : 박우재씨는 전통적인 연주법을 벗어나 활을 사용한다던지 스트로크(stroke)1)주법으로 거문고를 타고, 전자음향과 함께 연주하는 등 항상 새롭고 독특한 방식으로 거문고를 연주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이렇게 새로운 연주법을 추구하는 이유가 궁금하다.

A : 색다른 시도를 하는 것에서 재미를 느꼈다. 시작은 장난스럽고 우연에 의한 것들이 많았다. 놀이처럼 하던 것들에서 나온 것들을 지속적으로 연구하고 실험하면서 현재의 주법들로 자연스럽게 발전하였다. 이번에 연주하는 〈이상변이〉라는 곡은 바람곶 시절에 박재록씨와 함께 작업하면서 전자음향에 대해 흥미를 느끼고 이펙터(effector)2) 나 음색에 관심을 가지게 되면서 만들게 된 곡이다.


1) 기타 주법에서 여러 줄을 내려치거나 올려치는 주법.
2) 전기 신호화한 음을 가공하여 원음과는 다른 음으로 변화시키는 일반적인 기기


Q : 거문고를 오래 연주하면서 악기에 대한 한계를 느낀 것인가?

A : 그런 것은 아니다. 거문고의 정체성을 확장시킨다거나 거문고의 한계를 뛰어넘겠다는 의도보다는 개인적인 흥미에서 시작했던 것이었다. 여러 가지 시도 중에서 재미있었던 작은 아이디어를 지나치지 않고 계속 바라보고 그것을 계속 발전시킨 것이다.

Q :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또 다른 한계를 느끼진 않았는지?

A : 새로운 주법을 발전시켜 나갈 때는 여러 번의 시행착오를 거쳐야 했다. 오랫동안 한국적인 음악과 전통적인 주법을 교육받았기 때문에 거기에서 벗어나는 시도를 할 때는 더 많은 노력을 해야 했다. 이 주법들을 더욱 세련되게 발전시키려면 앞으로도 더 많이 노력해야할 것 같다.


거문고로 음악하는 음악인 박우재

Q : 지금까지도 많은 일을 해왔지만 새로운 작업에 대한 열망도 많을 것 같다. 앞으로 어떤 계획을 가지고 있는가?

A : 〈거문고 더하기〉 컨셉의 공연들을 몇 차례 더 만들어 보고 싶다. 음향 엔지니어와 더 적극적으로 협업하여 현대적이면서 거문고가 더욱 확장되는 음악을 만들고 싶다. 한편으로는 거문고 전통음악을 재해석하는 음악을 진행하고 있다. 멈춰진 산조의 발전을 나만의 방식으로 다시 시도해서 거문고 전통의 시김새3)를 확장하는 등 서양 음악 기법이 아닌 거문고만의 전통 주법을 잃지 않으면서도 새로운 산조를 만들고 싶다. 또한 무용가를 비롯한 다른 장르 작가들과의 작업을 통해서 뮤지션 박우재라는 또 하나의 정체성을 갖추길 기대한다. 단지 ‘거문고 연주자’가 아닌 ‘거문고로 음악 하는’, 음악인 박우재로 만들어 가고 싶다.


3) 전통음악에서 선율을 이루는 골격음의 앞이나 뒤에서 그 음을 꾸며주는 장식음이나 음길이가 짧은 잔가락, 올라가는 음, 내려가는 음, 꺾어지는 음을 일컫는 용어


Q : 이런 계획들이 다 진행되고 있는가?

A : 하고 싶은 것들은 다 진행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행복한 사람이다.

Q : 그렇다면 더 먼 미래에는 어떤 음악가가 되어있길 바라는가?

A : 현재 국악계는 전통을 지켜나가는 경향과 함께 새로운 변이를 추구하는 경향이 있다. 지금 내가 하는 것도 이러한 변이의 하나일 수 있다. 그렇지만 나는 온전히 새로운 것만을 추구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우리 국악계에도 그런 사람 하나는 필요하지 않을까?!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 비온뒤


2014 팸스초이스 선정 작품 :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는 거문고 연주법에 혁신적인 변화를 가져와 세계적으로 주목 받고 있는 아티스트 박우재의 ’수동’, ’표류’, ’이상변이’, ’카레스’ 4곡으로 구성된 무대로, 독자적인 스트로크 주법과 적극적인 활연주를 이용한 타현(打絃)에서 찰현(擦絃)으로의 연주 전환이 이색적인 작품이다. 박우재의 거문고 연주와 음향감독 김병극의 사운드디자인이 결합하여 전에 없던 새로운 거문고 음색과 자유로운 박우재 스타일의 연주로 채워지는 이 작품은, 무대 위 한 대의 거문고로 연주되는 음악이 사운드디자인을 통해 사전에 녹음해 둔 거문고 연주와 합쳐져 입체적 사운드로 객석에 전달되는 것이 특징이며, 이는 기존의 MR에 맞추어 연주하는 방식과는‘다른 차원의 연주’이다. 거문고의 음악적 확장을 다양한 연주법과 음색에 대한 실험으로 풀어온 박우재의 음악 세계를 접할 수 있는 〈박우재 거문고 더하기〉는 2014년 2월 초연되어 많은 관계자로부터 호평을 받고 있다.

2014 팸스초이스 선정단체 : 공연예술컨설팅그룹 ‘비온뒤’

공연예술컨설팅그룹 ‘비온뒤’ : 전통음악에 바탕을 둔 음악 전문 에이전시로 전통음악, 월드뮤직, 음악극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과 음반을 기획・제작한다. 거문고 연주자 박우재 외 바람곶, 박순아, 김효영, 정민아 등 실력 있는 아티스트를 발굴하여 세계무대에 소개한다.
※ 비온뒤 홈페이지 : http://beondi.org
  • 기고자

  • 박재록_상명대학교 뮤직테크놀로지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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