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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미로 통하는 문 2014-06-11

남미로 통하는 문
[축제/마켓] 2014 제 1회 남미문화산업마켓 리뷰


(재)예술경영지원센터(KAMS) NEXT는 해외 한국문화원을 거점으로 해당 지역에 특화된 국제문화교류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사업이다. 문화예술 기획자가 부재한 그곳에 전문 기획자를 파견함으로써 문화예술 사업을 강화하고, 파견된 기획자에게 파견 국가의 현지 문화예술 현황을 리서치하며 국가별 전문가로 성장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지난 7개월 간 중남미한국문화원의 협력 코디네이터로 아르헨티나에서의 경험은 낯설고 멀게 만 느껴졌던 그곳의 선입견을 불식시키기 충분한 시간이었다. 탱고와 축구로 대변되던 아르헨티나의 자부심은 더 이상 과거 영광에 머물지 않았다. 그들의 영광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이고, 다시 시작일 뿐이다.

아르헨티나, 우리는 어디까지 알고 있나

‘아르헨티나 문화’를 떠올리면 흔히들 탱고만 생각한다. 물론 라쁠라따 강(Rio de la Plata) 유역의 라보까(La boca) 지구가 탱고의 발원지라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기도 하다. 그러나 탱고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이며, 수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세계 도서 수도’로 선정되었으며 매년 천만 명에 달하는 관광객이 아르헨티나를 찾고 있다는 사실은 대부분 알지 못한다.  “아르헨티나여, 나를 위해 울지 말아요(Don’t cry for me Argentina)”로 유명한 <에비타>가 에바 페론(Eva Peron)을 모델로 한 뮤지컬임을 모르는 이는 드물겠으나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세계에서 가장 많은 공연이 상연되는 곳‘이란 사실은 모를 것이다. 파격적인 넌버벌 퍼포먼스(non-verbal performance1))로 세계의 공연계에 센세이션을 불러왔음에도 불구하고 델라구아다(De La Guarda)와 푸에르자부르타(Fuerza Bruta)가 아르헨티나에서 만들어졌다는 사실을 아는 이 역시 드물어 보인다. 하지만 미처 알지 못했던 아르헨티나의 속살과 만날수록 아르헨티나는 탱고와 축구에서 멀어지는 듯 했다. 거센 경제 위기 상황에 잠시 휘청거리고 있는 아르헨티나이지만 여기에 아랑곳하지 않는 듯 여전히 서점과 영화관, 공연장은 사람들로 붐볐다. 경제상황이 어찌되었든 그들은 여전히 보르헤스(Jorge Luis Borges)와 피아졸라(Astor Piazzolla)의 나라처럼 보였다. 우리가 알고 있는 아르헨티나는 수많은 아르헨티나 중에 하나에 불과하다.


1) 넌버벌 퍼포먼스는 비언어 커뮤니케이션 수단을 활용해 이야기를 꾸미는 일련의 무대 콘텐츠들을 일컫는 용어다. 가급적 언어를 배제하고 비언어적 상징과 표현, 몸짓과 소리, 음악 등으로 극을 꾸미는 성격의 공연들을 말한다.

MICSUR 공식 로고

MICSUR 개막식 축하공연

MICSUR 공식 로고 MICSUR 개막식 축하공연

아르헨티나는 ‘남미의 파리’로 불릴 만큼 유럽적 정서를 품고 있는 곳이다. 식민지 시대의 백호주의 정책으로 순수 백인이 대다수(95% 이상)이며 이베로아메리카를 중심으로 한 교역의 경로는 유럽과 북미지역에 이르기까지 영향을 미친다. 그러나 사회문화적 배경과는 달리 지리적으로 남아메리카 남동부에 위치한 아르헨티나는 남미국가연합(UNASUR) 정상회의를 수차례 주관하고, 브라질과 함께 남미공동시장(MERCOSUR)에서 주축을 맡고 있다. 남미 같지 않으면서도 남미 시장을 리드하는 아르헨티나에서 남미문화사업 진흥을 위한 제 1회 남미문화산업마켓(MICSUR; Mercado de Industrias Culturales del Sur)이 열린 건 자연스러운 일처럼 보였다.

남미의 문화산업을 리드하다

2014년 5월 15일부터 18일, 제 1회 MICSUR는 아르헨티나 연방문화부 내 문화산업국(국장 Rodolfo Hamawi)의 주관으로 부에노스아이레스 주(州)에 위치한 휴양도시 마르델쁠라따(Mar del Plata)에서 개최되었다. 2011년부터 격년으로 개최되고 있는 아르헨티나 문화산업마켓(MICA: Mercado de Industrias Culturales Argentinas)을 모델로 하여 마련된 행사였다. 장르적으로는 MICA와 마찬가지로 영상, 출판, 음악, 공연, 비디오게임, 디자인 총 6개 분야의 문화산업을 포괄하고 있으나 그 규모는 남미공동시장 회원국인 10개국(준회원국 포함), 즉 아르헨티나, 볼리비아, 브라질, 칠레, 콜롬비아, 에콰도르, 파라과이, 페루, 우루과이, 베네수엘라를 포함하고 있으니 MICA의 남미 버전으로서, 보다 총체적인 시도를 보여준 것이다.
문화산업은 남미의 국가에서 아주 중요한 분야이다. 수많은 수익과 고용을 창출하며, 그 비중은 국가에 따라 국내 총생산의 2~4%에 달하기도 한다. MICSUR는 이러한 남미 문화산업의 진흥을 위해 마켓을 공유하고 협력관계를 구축하고자 마련되었다. 이번 행사에서는 4일간 각종 포럼/컨퍼런스, 섹터별 카페 운영, 국가별 부스전시, 국영 라디오 방송 진행, 프레스룸 운영, 비즈니스 라운드, 라이브 쇼케이스, 유관기관 국제회의 등이 이루어졌다. 남미 10개국을 중심으로 3,100여 명이 등록하여 9,700여 개의 비즈니스 미팅이 이루어졌으며, 1,200여 명의 프로듀서, 강연자, 스태프가 참여하여 80개의 라운드 테이블, 컨퍼런스, 워크숍이 진행되었으니 숫자로만 추산하여도 그 규모가 상당함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2014 MICSUR 개막연설

MICSUR 포럼

2014 MICSUR 개막연설 MICSUR 포럼

깊지 않으나 보다 다원적인

지리적 차이만큼이나 사회문화적배경이 복합적인 이 광범위한 남미를 대상으로 한 마켓이 어떻게 이루어질까라는 궁금증이 사실 컸다. 큰 틀로 보면 MICSUR는 영상, 출판, 음악, 공연, 비디오게임, 디자인 등의 6개 장르로 나뉘지만 세부적으로 tv, 영화, 출판, 음반, 콘서트, 연극, 서커스, 무용, 비디오게임, 패션디자인, 민속공예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장르를 포함하고 있다. 이 많은 것을 어떻게 다 담아낼 수 있을까하는 염려는 기우에 그치지 않았다. 모든 것을 아우르고자 한 야심찬 포부와 달리 MICSUR에는 장르별 초청자가 따로 모일 수 있는 시간도, 공간도 별달리 마련되지 않았고 포럼 또한 포괄적인 주제 하에 분야별 전문가들이 개괄적인 발제를 하는 데 그쳤다. 가령 ’문화상품의 디지털 순환’에 관해 밴드 매니지먼트, 영화, 비디오게임, 디자인, 디지털 서적, 음악플랫폼 웹사이트의 관계자가 나와 해당 기관의 사례를 소개하고 마무리하는 식이었다. 공연예술보다는 아트마켓에 중점을 둔 MICSUR의 지향점이 아쉬웠으나 산발적인 사례 소개에 구심점이 생기면 이야기의 농도가 짙어질 거라는 바람이 교차되는 대목이다.

<FOTO>공연 모습

패션쇼

패션쇼

공연 모습 패션쇼

그러나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MICSUR는 분명 새로운 시각을 보여주었다. 그것은 ’한 분야에 대한 깊은 탐색’이 아닌 ’보다 다원적인 사고와 소통의 가능성’이다. 다원적으로 이루어지는 소통은 칠레에서 활동중인 디자인 관계자와 아티스트를 위한 창작 워크숍 논의를 가능하게 했고, 우루과이 음반 프로듀서에게 현지 무용페스티벌을 소개받는 예기지 못한 즐거움을 선사했다. 수많은 장르를 포괄하고자 했던 MICSUR의 포부는 이렇게 탈(脫)장르적이고 통합적인 네트워킹으로 수렴되고 있었다. 10개국이 참여한 무용, 패션, 음악, 영상디자인이 결합된 대규모 공동 패션쇼는 바로 MICSUR가 지향하는 바를 응축시켜 보여주었다.

하나 된 남미, 아직은 그들만의 축제

지구 반대편의 우리에게, MICSUR는 분명 ’남미로 통하는 문’이 될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은 아직 활짝 열려있지 않다. 개막식 축하무대에 오른 세사르 이세야(César Isella)와 모든 관객이 범(汎)라틴아메리카 민중가요인 ’모두와 함께 부르는 노래(Canción con todos)’를 열창하는 모습은 장관이었으나 아직 MICSUR는 ’그들만의 축제’에 머물러 있다. 행사 참가자에 있어서도 중남미 지역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북미 및 유럽, 아시아의 참여는 아직 저조한 실정이다. 이번 MICSUR에 참여한 아시아는 한국과 중국, 일본에서 온 20여 명이 전부였다.
테레사 빠로디 장관, photo by 아르헨티나
연방문화부

더욱이 영어로 된 자료가 전무하고 영어 동시통역이 제공된 곳도 영어권 발제자가 참여한 포럼과 비즈니스 라운드 뿐이라서 비(非)서어권 참가자가 확인할 수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다. 다원과 소통을 표방하는 MICSUR가 그들만의 축제가 되지 않으려면 ‘문’은 어디서든 열려져야 할 것이다. 한 쪽으로만 열리는 문은 언젠가는 그 기능을 상실하기 마련이다.  MICSUR는 이제 겨우 걸음마를 떼었다. 지난 5월 7일, 아르헨티나 연방 정부는 문화청(廳)을 문화부(部)로 승격시키며 테레사 빠로디(Teresa Parodi)를 새로운 장관으로 임명하며 더 힘찬 도약을 시작했다. 아르헨티나의 이러한 행보는 남미 문화산업에 대한 아르헨티나의 의지를 보여준다. 민족주의를 벗어나 더 큰 가능성을 보여줄, 남미로 통하는 문이자 세계로 나아가는 문이 될 MICSUR의 내일이 벌써부터 궁금해진다.2)


2) MICSUR는 2016년에 콜롬비아 보고타에서 제 2회 행사를, 2018년에 브라질에서 제 3회 행사를 계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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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고자

  • 김경희_주 아르헨티나 중남미한국문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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