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교류할 것인가’보다는 ’왜 교류하려는 것인가’를 묻는다
[집중조명-공간] 한-독 커넥션 리서치 기관 리뷰
지난해 2012년 12월 3일부터 10일까지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공연예술 글로벌역량강화사업(KAMS CONNECTION)의 일환으로 진행된 한-독 커넥션 사업 1차 연도 프로그램으로 독일 리서치를 위해 뮌헨을 경유하여 베를린을 다녀왔다. 그리 길다고는 볼 수 없었지만, 나름 빠듯한 일정들 속에서 보고, 듣고, 느끼고, 생각했던 것들을 간략하게나마 정리해본다. 연극 부문을 중심으로 조사자의 역할을 하게 된 나는 개인적으로 이번 리서치 프로그램을 통해서 동시대 독일연극의 주요 관심사와 경향을 파악하여 향후 커넥션 사업의 주요 방향과 핵심이 되는 키워드를 발견하는 것을 목적으로 정했다. 유행처럼 번지고 있는 국제교류의 주요 사안인 ’어떻게 교류할 것인가’라는 실용적인 방법론보다는 ’왜 교류하는 것인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답을 찾고 싶었다. 특히, 교류 파트너가 독일이라는 특성에 초점을 맞추어 한국과 독일의 동시대 연극이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본질적인 화두가 무엇인지 발견해 보고 싶었다(아마도 이 대답은 다음 호에 실릴 후편에서 정리해 볼 예정이다).
왜, 무엇을 교류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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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테 인스티튜트(Goethe Institut München) |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Das Haus der Berliner Festspiele) |
베를린에서 방문한 ’베를리너 페스트슈필레(Das Haus der Berliner Festspiele )’는 베를린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예술 축제 프로그램을 직·간접적으로 운영하는 대표적인 축제 사무국이다. 하지만 단순하고 실용적인 프로듀서로서의 제한된 역할에서 벗어나 다양한 예술 분야들을 창조적이고 실험적인 방식으로 융합하는 크리에이티브로서의 역할을 모색하는 곳으로 이미 사무국 건물 안에서 극장과 연습실, 강연 및 토론장, 전시관, 스튜디오 시설을 갖추고서 문화담론을 이끌어내는 교육프로그램과 독립적인 아티스트들을 위한 개성적인 실험의 장이 축제기간의 프로그램과는 별도로 상시적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워낙 다양하고 글로벌한 축제를 이끌어가는 축제 사무국이라서 약간의 피로감도 얼핏 느낄 수 있었지만, 그들 스스로 새로운 시대에 어울리는 새로운 축제의 콘셉트에 도전하려는 강한 의지도 엿볼 수 있었다. 특히, 연극 분야에서는 현재 가장 뜨거운 동시대성을 보여주는 세계적인 연극 축제로 알려진 베를린 연극제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해마다 5월이면 펼쳐지는 독일어권 연극 축제의 준비 과정과 레퍼토리 선정 과정, 그리고 최근 연극제의 주요한 경향들과 앞으로의 과제들에 대한 이야기는 매우 흥미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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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문화의 집(Haus der Kulturen der Welt) |
열흘간의 리서치 기간 동안, 현지의 연극공연을 중심으로 가급적 다양한 공연장에서 다양한 작품들을 많이 관람하여 동시대 독일연극의 경향과 특성을 파악하려 하였다. 그뿐만 아니라, 각 극장의 주요 관계자(드라마터지, 프로듀서, 스태프, 배우 등)들과 공식적인 미팅과 개인적인 만남을 통해 공연에 대한 이야기와 그들의 주요 관심사, 그리고 독일의 연극제작 환경에 대한 논의해 보았다. 직접 방문한 극장과 공연을 간략하게 정리해 보았다. 먼저, 고전명작을 동시대적인 관점으로 새롭게 현대화시킨 다양한 작품들을 관람했다. 극장과 극단이 함께 공존하는 독일 연극 시스템의 특성에 맞게 극장별로 매우 개성적인 접근법을 보여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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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우뷔네(Schaubühne Berlin) | 베를리너 앙상블(Das Berliner Ensemble) 앞의 브레히트 동상 |
독일 동시대 연극의 트렌드를 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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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이체테아터(Deutsche Theater Berlin)의 <무죄(Unschuld)>포스터 |
폴크스뷔네(Volksbühne) |
페스티벌 봄에 초청되어 한국에도 잘 알려진 연출가 르네 폴레쉬는 구 동독 지역의 젊은 극장 폴크스뷔네(Volksbühne )에서 아크로바틱 퍼포먼스 <킬링 유어 달링(Killing your Darling!)>을 선보였다. 자본주의 시스템에 날카로운 사회비판적인 인식을 대담하고 직설적인 아방가르드 퍼포먼스를 통해 보여주는 르네 폴레쉬의 연출적 스타일이 잘 반영된 작품으로 2012는 베를린 연극제에서 초청되기도 했던 역작이었다. 예술감독이자 연출가인 프랑크 카스트로프를 비롯한 폴크스뷔네의 위력은 앞으로 독일연극 뿐만 아니라 세계연극에 신선한 충격을 던져줄 전망이다. 구 동독지역 연극의 전통과 역사의식, 그리고 에르빈 피스카토르로부터 출발하는 시대를 앞서가는 아방가르드적인 실험정신은 폴크스뷔네의 연극세계를 조망하는 중요한 토대를 이루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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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U(Haus der Kulturen der Welt) 홈페이지 | HAU 2관 공연장 앞 |
이러한 공연들로나마 독일 연극의 현황을 몸소 체험할 수 있는 달콤한 경험을 얻었다. 다음 호의 후편에서는 이러한 경험을 바탕으로 독일의 동시대 연극과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는 본질적인 화두가 무엇인지 정리해보려고 한다. 그리고 덧붙여 언더그라운드 문화 및 대학에서 연극교육에 대한 작은 체험도 정리해보려고 한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