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러시아의 떠오르는 축제 2010-01-08

새로운 유럽 극예술 축제 (NET),

테리토리 축제(Territory) 그리고 스타니슬라브스키 (Stanislavsky) 특별전

매년 모스크바 축제 프로그램에는 유럽의 실험적인 연극공연과 관련 있는 극단들이 펼치는 여러 가지 공연들이 추가적으로 더 들어있다. 대개 가을이 되면 러시아의 극장들이 축제들을 기획하고 개최하느라고 분주하다. 지난 가을도 예외는 아니었다. 


정기공연 축제인 ‘새로운 유럽 극예술 축제(NET)’ 는 모스크바에서 11월 말에 개최되었다.

이 축제는 러시아 연극 관객들로 하여금 유럽에서 일어나고 있는 실험적인 극예술을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목표를 갖고 열린 최초의 축제였다. ‘새로운 유럽 극예술 축제’는 1988년 시작되어 지금도 매년 열린다. NET 는 새로운 유럽 극 예술(New European Theatre) 이라는 타이틀을 줄인 말로서 축제프로그램이 만들어지게 된 원칙에 기반을 두고 있다. 또한 그 이름은 음성학적으로도 미묘한 의미를 띠고 있다. (NET는 러시아 어로 NO를 뜻한다.) 이렇게 축제의 타이틀이 언어학적으로 미묘한 뉘앙스를 지니고 있다는 사실 때문에 새로운 실험적 작품에는 문호를 개방하고 진부한 작품은 거부하는 성향을 지니게 됐다. (표면적으로는 드러나지 않는다) 


2009년 열린 제 11회 ‘새로운 유럽 극예술’ 축제(NET)에서는 특별히 베를린 장벽붕괴를 10주년을 기념했다. 

장벽이 세워지기 이전의 독일 역사 속에 여러 가지 사건과 직접 관련된 작품은 베를린 막심 고르키 극장 (Maxim-Gorki-Theater-Berlin)이 무대에 올린 럼멜플라츠(Rummelplatz: 독일 역사를 다룬 소설)이다. 아르민 페트라(Armin Petras) 연출이 베르너 브라우니그(Werner Braunig)가 쓴 동명소설을 대본으로 연출한 작품이다. 

다른 작품들의 중심주제가 비록 베를린 장벽 붕괴와 직접 관련이 없다 해도 페스티벌 주최측에서는 ‘이런 무대에 그 작품들이 공연 될 수 있다는 사실 자체가 장벽이 붕괴된 이후 가능했다고 생각했다. 각 작품이 지닌 이념은 베를린 장벽 붕괴 후 발전되기 시작한 유럽통일의 철학에 기반해있다. 즉, 관객들에게 ‘각기 다른 정치제도들이 있었기 때문에 악(惡)이 탄생한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그 악의 근원’ (페스티벌의 웹사이트인 www.netfest.ru에 쓰여있는 말이다)이라는 사실을 알려 주려고 하는 것이 목표다.  


페스티벌의 시작은 오스카라스 코르슈노바스(Oskaras Korshunovas) 가 무대에 올린 ‘햄릿’공연이었다.

(그의 작품들은 여러 번 ‘새로운 유럽극예술축제’ 에서 보여졌다) 그 연극의 등장인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은 극 무대라는 좁은 세상에 맞추어 져 있다. 배우의 연기하는 무대는 분장실이고 이곳서는 배우들이 앉아서 분장 대에 있는 거울 속에 비친 자신들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왜 이런 현실에 처해있는지 스스로에게 설명하려고 한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우리 자신을 가차없이 분석하는 일이 절실히 필요하다.” 라고 코르슈노바스가 자신이 만든 햄릿의 컨셉을 설명하면서 말했다.
이와 비슷한 질문은 자보르 가르데브(Javor Gardev)가 무대에 올린 칼리큘라(Caligula)라는 작품의 컨셉 중 하나이다. 그의 영화인 지프트(Zift)는 모스크바 에서 최근 열린 국제영화제에서 최우수 연출상을 수상했다.
네덜란드의 극단인 호텔 모던 (Hotel Modern)이 공연한 ‘위대한 전쟁’(The Great War)은 실내악 분위기가 나는 작품으로서 인형극 기법과 비디오 촬영을 기발하게 결합하였다. 또한 이 작품은 1차 세계대전 당시 일어났던 여러 가지 에피소드를 재구성해서 만든 것 이었다. 연극이 장난감 미니어처로 무대에 올려지기 때문에 아이러니컬 하게도1차 대전 이라는 대학살이라는 끔찍한 모순과 불일치는 그 어떤 다큐멘터리 연출가의 작품보다 도 더 강력한 인상을 불러일으킨다.     


’새로운 유럽 극예술 축제’ 프로그램 중 가장 큰 논란을 불러일으킨 작품은 벨기에의 연출가이자 예술가인 얀 파브르(Jan Fabre)가 출품한 ‘관용의 향연’(Orgy of Tolerance)이었다. 그는 이 연극을 많은 나라에서 선보였고, 가는 곳마다 파문을 일으켰다. 이 연극은 우스꽝스러운 에로티시즘과 욕설을 너무 지나치게 사용하여 거리낌없이 현대인의 삶을 거리낌없이 패러디한 작품이다. 이 연극을 치욕과 수치라고 생각한 관객들도 있었다. 그러나 러시아 에서는 관객들 사이에서 그리 큰 논란으로 여겨지지 않았다.   아마도 그 이유는 다음과 같이 정리 할 수 있을 것 같다. 첫째, 공연의 내용을 잘 이해 할 수 없을 정도의 언어장벽이 존재하고 둘째, 러시아인 들이 남의 문화를 받아들이고 이해하는 관용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셋째, (가장 중요한 점) 러시아인 들은 자신들에게 처한 문제들뿐 아니라 유럽인들만이 느끼는 삶의 문제에 깊은 관심이 별로 없다는 것이다. 사실 이 작품에 대한 매우 호의적인 기자회견에 모인 언론인들은 작품의 형식이나 줄거리 보다는 암호 같은 이 연극 제목을 어떻게 해석할 것 인가에 대해서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관용의 향연’(Orgy Of tolerance)이라는 제목은 구체적으로 무엇을 뜻하는 것이냐는 질문을 받자, 얀 파브르(Jan Fabre)연출은 다음과 같이 대답했다.

 “한편으로는, 이 글귀는 움베르토 에코(Umberto Eco)가 쓴 ‘미의 역사’(History of Bewuty)라는 책에서 따온 것 이다.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의 책에서 세상 모든 것이 아름다움과 추함으로 뒤섞여서 혼재되어 있으므로 이제는 더 이상 아름다움 이나 추함을 상징하는 예는 찾아 볼 수 없게 되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필자가 매우 우려하는 부분은 벨기에의 플라망어(Flemish) 사용지역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사태이다. 이곳에서는 극우 이념이 대수롭지 않게 여겨 지고 있고 때문이다. 이런 저런 이유 때문에 우리는 그런 사실을 그냥 받아들이고, 이해하며, 진지하게 대화를 시도하기 시작했다. 필자의 생각으로는, 소위 “ 끔찍한 관용의 향연”이란 바로 이런 것이 아닌가 싶다.


(www.netfest.ru<러시아어> 참조)


‘새로운 유럽의 극예술 축제’(NET) 와 거의 같은 시기에, 모스크바는 또 다른 페스티벌인 ‘스타니슬라브스키 기념축제(Stanislavsky Season)’가 열리는 장이 된다. 이 축제를 통해 모스크바의 관객들은 가장 최근에 일고 있는 극 예술계의 혁신을 체험하게 된다. 이 페스티벌은 2004부터 ‘스타니슬라브스키 공공 기금재단’이 2년 마다 열었다

이 페스티벌에서는 러시아 극예술을 개혁한 스타니슬라브스키를 기념하여 최우수 작품을 선정해 상을 수여 하고 있다. 페스티벌 프로그램에 포함된 12개 극단 중 5개(벨기에의 니드컴퍼니, 미국의 마보우 마인즈, 이란의 바즈 컴퍼니 , 에스토니아의 본 크랄 극장 그리고 리투아니아의 메노 포르타스) 는 해외에서 참여한 팀이다. 

관객들은 특히 연출들에게 관심을 보였다. 리투아니아 출신의 에이문타스 네크로슈스(Eimuntas Nekrošius) 연출은 러시아에서 널리 존경의 대상이자 관객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 그가 이끄는 메노 포르타스 (Meno Fortas)극단은 처음으로 토스토예프스키의 작품인 ‘백치’(The Idiot)를 모스크바에서 5시간에 걸쳐 공연했다. 

미국의 유명한 연출인 리 브루어(Lee Bruer)는 ‘새로운 유럽의 극예술 축제”(NET) 에서 입센(Ibsen)의 ‘인형의 집’(The Doll’s House)을 자신이 나름대로 해석하여 공연했다. 이 작품에서 모든 남성 등장인물들의 역할은   5피트 정도의 작은 키의 남자들이 맡았다. 그들은 여자들을 마치 자신들의 지배자이거나 더 우월한 존재로 대한다. 남성을 마치 갓 태어난 신생아처럼 묘사하는 브루어 연출의 비유는 특히 ‘양성 평등을 주장하는 모스크바 관객들’에게 만족감을 주었다. 모스크바 극장 관객들은 또한 이사벨라의 방(Isabella’s Room)을 보고 열광했다. 이 작품은 현재 실험극 분야에서 잘 알려진 벨기에의 얀 라우어(Jan Lauwer) 연출이 만든 다양한 장르가 뒤섞인 공연이다.  
그러나 모스크바의 비평가들 대부분은 여러 차례에 걸쳐서 스타니슬라브스키 기념 페스티벌의 프로그램에는 페스티벌의 이름에 걸맞지 않은 모순되는 작품들이 많다고 다음과 같이 여러 차례 지적했다. 즉, 모든 출품작들은 스타니슬라브스키 작품 전반에 대한 접근법과는 하나같이 다르다. 이런 점에서, 이 페스티벌은 심리극 창시자의 이름을 따서 만들었지만 새로운 극예술과 관련된 다른 페스티벌이 명성을 제대로 빼앗지는 못했다.    


새로운 극 예술 운동은 ‘테리토리 축제’(Territory: 현대 예술 페스티벌)에서도 보여진다.

2006년부터 시작되어, 매년 모스크바에서 열리지만, 금년에는 주최측에서 모스크바를 떠나 우랄 지역의 펌(Perm)이라는 주도(主都)에서 페스티벌을 개최했다. 이런 결정을 하게 된 계기는 주최측과 펌(Perm)시 당국이 서로 이 페스티벌에 관심을 가졌기 때문이다.   

테리토리 페스티벌은 ‘페스티벌의 기본을 배울 수 있는 학교’와 같다. 그래서 처음부터 젊은이들과 학생들을 겨냥하였다. 모스크바는 너무 거대하고, 머물려면 비용도 많이 들고 국가 공무와 관련된 대도시라서 러시아의 다른 도시에서 온 학생들이 자신들만의 모임을 가질 수가 없다. 그래서 뿌리깊은 극예술 전통이 있는 오래된 도시인 펌(Perm)이 대안으로 보이는 이유가 이것이다. 게다가, 현지의 지방 정부는 펌(Perm) 이라는 도시의 이미지를 혁신적인 문화와 현대 예술과 연결 짓고자 하는 데에는 관심을 보였다. 그래서, 모스크바의 페스티벌은 펌(Perm)에서 매우 환영 받는 축제이며, 당국은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페스티벌은 다양한 공연작품을 보여주고 연출 초청 특강 등, 두 가지 프로그램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런 두 프로그램은 일반적인 현대 예술의 모습을 넘어서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페스티벌의 예술 감독인 ‘키릴 세레브레니코브’(Kirill Serebrennikov)은 다음과 같이 말했다. ‘물론 우리는 현대 예술의 전반적인 모습을 팔레트에 담아 다 보여 줄 수 는 없습니다만, 몇 가지 밝은 물감의 흔적을 이곳에서 볼 수 있습니다. ‘(테리토리 웹사이트인 ‘www.territoryfest.ru 참조)    

페스티벌이라는 팔레트 안에 있는 소위 밝은 색 물감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은 토마스 오스터마이어(Thomas Ostermeier, 독일)와 쿠도 타케테루(Taketeru Kudoh, 일본) 연출 초청 특강 이었다. 또한 피포 델보노(Pippo Delbono)가 이끄는 와일드 다크나스 프로덕션 (Wild Darkness Production)과 제네바의 그랜드 발레(Grand Ballet)가 공연하는 파라 다이스(Para-Dice)와 ‘감옥 안의 극장’(Theater in Prison: 러시아와 영국이 공동으로 작업한 특이한 작품)도 주목할 만했다.

이 프로젝트를 이끄는 영국의 배우이자 연출가인 알렉스 도우어(Alex Dower)는 인도주의적인 연극 공연 프로그램에 정기적으로 참여하고 있다. 그가 유명해진 계기는 영국과 아일랜드의 감옥에서 보여준 일련의 무대 공연작품들 때문이다. 그는 전통적인 극예술 공연을 무대에서 펼치는 것보다 죄수들과 작업하는 것이 훨씬 더 스릴 있는 경험이라고 말한다. 왜냐하면 극예술 행위로부터 수감자들이 얻는 경험은 심리적으로 치유의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수개월 동안 도우어(Dower)는 펌(Perm)에 있는 소년원 29호와 수감자 교정시설에서 연극 작업을 했다. 그는 연극에 출연할 죄수들이 저지른 범죄와 복역기간 등은 전혀 묻거나 얘기하지 않았다. 도우어 연출은 30명의 수감자들을 대상으로 배우가 되도록 훈련을 실시하였고, 이런 노력의 결실은 러시아의 작가 이삭 바벨(Issack Babel), 안톤 체홉(Anton Chekhov), 그리고 죄수 중 한 명이 직접 쓴 나비’(The Butterfly) 라는 소설을 원작으로 연극을 만들어 무대에 올리면 되는 것이다. 웹사이트 territoryfest.ru에 그 작품에 대해서 러시아어와 영어로 언론의 보도내용과 관객들의 의견을 게재해 놓았다. 
 
테리토리 페스티벌(현대 예술 축제일뿐 아니라 많은 것을 배울 수 있는 축제)때문에 작은 변방인 펌(Perm) 지역이 아비뇽(Avignon: 남 프랑스 강변도시), 살레빌 메지에레(Charleville Mezieres), 심지어 밀라노나 맨체스터 같은 곳이 여러 가지 극예술 페스티벌 때문에 얻게 된 명성을 얻을 수 있을까? 지금까지는 페스티벌 주최측과 펌(Perm)지역 정부당국은 이 도시를 러시아는 물론이고 외국에까지도 잘 알려진 현대 문화의 중심지라는 이미지를 각인시키기 위해 굉장한 관심과 열정을 지니고 있다. 이는 또한 테리토리 축제에 참여한 사람들의 바램이기도 하다.     


추신: 그러나 이 도시에서 페스티벌이 끝난 지 대략 3개월 후 세계 언론이 펌(Perm) 과 러시아 모든 지역에서 일어난 끔찍한 비극에 대해서 보도를 쏟아낼 줄을 페스티벌 참가자들은 상상이나 했을까? 이 도시의 고급 나이트 클럽에서 화재가 발생하여 사망자 수가 150명 이상(주로 어린 여학생, 남학생들) 이나 됐다.   




* 본 글은 ‘러시아 연방 연극협회’와의 협력으로 Russian Theatre Life in Brief 에 게재되었던 기사를 번역한 것 입니다.


원문: http://www.rtlb.ru/en_infocus_latest/
새로운 유럽 극예술 축제 http://netfest.ru/
테리토리 페스티벌 http://www.territoryfest.ru/  

Tag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