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2023 팸스살롱 포럼 ② 지속가능한 공연예술: 다양성과 미래관객 2023-12-21
 

다양성의 시대, 새로운 관객과 어떻게 연결될 것인가
 

 

 

윤대성_월간 댄스포럼 편집장

 


극장의 주인공은 누구인가? 시간을 거슬러 오르면 그것은 배우(출연자)’였고, 후에는 결정권을 가진 디렉터였다. ‘관객의 중요성은 그 공급자 중심의 허들을 뛰어넘지는 못했다. 그러나 팬데믹 기간 세계적으로 많은 극장과 문화공간의 존립을 위협한 관객의 부재를 경험하면서 이런 관점에 변화가 생긴다. 극장을 지탱해온 것은 과연 누구였을까.
 

2023 서울아트마켓 포럼 2023서울아트마켓
 
2023년 서울아트마켓(PAMS)은 공연예술 정보를 공유하는 팸스살롱의 두 번째 포럼으로<지속가능한 공연예술: 다양성과 미래관객>(1012JCC아트센터 콘서트홀)을 택했다. 관객과의 연결고리를 어떻게 재구축하고 확장할 것인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만큼, 그 성공 사례를 듣는 시간을 마련한 것이다. 정인혜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정보팀장의 사회로, 유럽극장협회(ETC)감독 하이디 와일리, 홍콩예술축제 시니어 프로그램 매니저 이안 릉, 두산아트센터 수석프로듀서 김요안, 안산문화재단 공연기획부장 조형준의 사례를 들어볼 수 있었다.
 
발제 혹은 토론자 네 사람의 의견을 종합하면 결론은 하나다. 지속 가능한 공연계를 위해서는 다양한 관객적극적 관객이 필요하다.
 
 
관객층 넓히려면 전문가와 프로그램 다양해져야
먼저 하이디 와일리는 지속 가능한 공연예술에 초점을 맞춘 유럽극장협회 사례를 공유했다. 유럽극장협회는 공적 자금을 지원받는 극장들의 유럽 최대 규모 네트워크로, 30개국 극장 61곳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관객 확장을 위해 이들이 추구하는 것은 크게 네 가지다. 다양한 관객, 다양한 프로그램, 다양한 전문가, 다양한 파트너. 더 넓은 범위의 관객을 끌어들이기 위해서는 확장된 프로그램이 필요하고, 그러려면 만드는 인력이 다양성을 지녀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든 주요 사례는 유럽극장협회에서 진행 중인 영 유럽’(Young Europe). ‘영 유럽는 유럽의 극문학이 백인과 남성에 깊은 뿌리를 두어왔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8개국 9곳의 극장이 3년의 기간을 두고 새로운 희곡을 만든다. 주류적 배경을 지니지 않은 9명의 집필자가 유럽 사회에서 지배적이지 않은 목소리를 담은 교실 희곡’(classroom plays) 8편을 써 내려가는 과정부터, 이 연극에 중·고등학생이 직접 출연해 극장 무대에 오르는 것까지를 지원한다. 다양성 있는 전문가와 프로그램을 통해, 청소년 관객과 새로운 연결점을 만들고 그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이 프로그램의 근거는 10년 전 진행한 연구에서 나왔다. 유럽극장협회와 베를린 한 대학교의 협력 연구에 따르면, 관객층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학교’, ‘다음 세대’, ‘마케팅’, ‘서비스가 필요하다.
 
발제자 하이디 와일리(유럽극장협회 감독) 2023서울아트마켓
 
아울러, ‘영 유럽에서 심도 있게 다루는 주제들은 극장이 갖는 저널리즘의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대중이 세상을 더 잘 이해하기 위한 질문을 던지도록 하고 사회적 주제를 깊이 성찰할 시간과 공간을 제공하는 것이, 하이디가 말하는 극장의 역할이다.
 
전문가 다양성을 위해 여성 디렉터 네트워크 그룹을 만들어 여성 감독의 연대를 구축하거나, ‘유러피언 시어터 아카데미와 상주 프로그램을 통해 신진 예술가를 훈련해오기도 했다. 파트너의 다양성 차원에선, 예술 활동을 지지하는 협력 대상을 학교’, ‘병원등으로 더욱 넓혀야 한다고 했다. 관객과의 접점을 늘려나가는 모두가 접근 가능한 예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관계 맺기와 적극 관객확보하기
홍콩예술축제의 이안 릉은 관객 참여를 강조한다. 그에 따르면, 관객 참여가 이루어지는 길에는 세 가지가 있다. 놀라움을 통해서(by surprise), 선택을 통해서(by choice), 습관을 통해서(by habits). 예컨대, ‘놀라움을 느끼게 함으로써 관람 동기가 낮은 사람들을 관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고, ‘습관적으로 공연을 보는 사람들은 정보만 제공하면 관객이 되려는 동기가 높은 층이기에 궁극적으로 늘려나가야 한다.
 
이안은 관객 구축을 위한 프로그램으로 스쿨 투어를 소개했다. 홍콩의 학교 커리큘럼엔 공연예술이 없기에, ··고등학교 400곳을 방문해 학생들에게 공연예술에 대한 놀라운 경험을 심어주려는 것이다. 그가 보여준 사진에서 공연자는 놀이공원 직원처럼 인형탈을 쓰고 있는데, 마치 인파에 휩쓸린 아이돌처럼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어린이들에게 둘러싸여 환호를 받고 있었다. 또 다른 예로, 고등학교 프로그램은 죄와 벌의 한 장면을 해체해 학생들에게 선택이 어려운 도덕적 질문을 던지는 인터랙티브 연극이 있었다. 몰입감을 높여 학생들의 참여를 이끌어냈다.
 
발제자 이안 릉(홍콩예술축제 시니어 프로그램 매니저) 2023서울아트마켓
 
이안이 강조하는 적극 관객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마치 기업의 인적자원관리(HRM)같은 단계별 노력과 지속성이 필요하다. 조직심리에서 다루는 인력 조달, 유지, 활용의 과정을 관객 충성도를 높이는 원리로써 들여와 공연 현장에 적용한 것처럼 보인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흥미 끌기(attract)붙잡아두기(retain)동기 부여하기(motivate)’의 과정을 통해 관객을 구축할 수 있다.
 
특히, 그의 사례에서 적극적 관객은 스스로 예술의 홍보대사가 되었다. 관객을 예술의 내부자로 만들기 위한 지속성 있는 계획과 실행이 필요한 이유다. 이안은 그들을 고객이 아닌 공동체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한다. 예술가와 관객의 관계는 공급자-소비자가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하나의 공동체를 이뤄야 한다. 어떤 태국 예술가는 전통 가면극을 현대적으로 변모시키며 젊은 층과 청소년들이 그들의 전통문화를 새롭게 인식하는 일을 도왔고, 잭슨이라는 호주 예술가는 카메라를 사용해 젊은 사람들이 선호하는 방식으로 진솔한 인생 고민을 털어놓아 큰 공감을 얻었다고 한다.
 
 
주인의식 지닌 미래 관객의 필요성
토론자로 참여한 김요안 두산아트센터 수석프로듀서와 조형준 안산문화재단 공연기획부장의 사례 또한 앞선 두 사람과 맥락을 같이했다.
 

토론자 김요안(두산아트센터 수석프로듀서) 2023서울아트마켓
 

 
김요안 수석프로듀서는 극장 본연의 사회적 의제 설정기능을 구현하고 그 주제에 맞는 공연, 전시, 강연 등을 통합적으로 운영해온 두산인문극장을 소개했다. 취지는 다양한 주제를 설정함으로써 신규 관객을 개발하고 다양한 장르를 통해 관객 교류가 이뤄지도록 하는 것이었으나, 실제로는 관객의 충성도를 높이는 강력한 역할을 보였다고 했다. 예컨대 전시 관객이 공연으로 넘어가는 경우는 적지만, 서로 다른 프로그램을 모두 향유하는 소수의 핵심 관객층이 두산아트센터 사업을 주변에 적극적으로 알리는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하는 것으로 판단했다.
 
토론자 조형준(안산문화재단 공연기획부장) 2023서울아트마켓
 

조형준 공연기획부장은 안산문화예술의전당의 미래와 비전을 지역사회 주민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커뮤니티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주인의식 있는 미래 관객을 늘려나가야 한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청소년 예술 교육과 청소년 공연 관람에 집중해왔다고 한다. ‘극단 고등어라는 청소년 극단을 예술 교육 차원에서 운영하고, 안산교육지원청과 협력해 학교 현장학습으로 공연 단체 관람을 유도하는 체계를 만들었다. 올해는 영유아 공연 프로그램을 도입하기도 했다.
 

2023서울아트마켓
 

70분간의 포럼은 공연예술과 극장의 사회적 역할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네 명의 발제, 토론자는 공연예술의 생존과 중흥을 위해서는 사회구성원과의 관계 맺기가 중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 본 기사는 서울남산국악당 웹진 산:문과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정보 플랫폼 더아프로(TheApro)에 공동 게재된 기사입니다.
 



 
윤대성
 
윤대성은 한국춤평론가회 최연소 회원이자 월간 <댄스포럼> 편집장으로, 심리학과에서 뇌를 들여다보다가 무용씬 한가운데 착지하여 외부자로, 때론 내부자의 시선으로 공연예술을 바라본다. 저서로 서울특별시 발행 <한량무>,국립무용단 발행<국립무용단60년사>(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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