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더아프로 인터뷰] 그루브앤드(groove&) 2023-03-10
 

타악그룹 그루브앤드(groove&) 해외진출 기담

인터뷰어: 허영균_1도씨 대표
인터뷰이: 그루브앤드 이상경


타악을 주축으로 하는 국악그룹 그루브앤드(groove&)는 월드뮤직엑스포(WOMEX, 이하 워멕스)와 문디알 몬트리올(Mundial Montreal)을 통해 성공적인 쇼케이스를 선보였다. 국내의 숨, 잠비나이, 악당광칠, 동양고주파 등의 음악 단체가 참여한 바가 있는 이 행사들에서 그루브앤드는 한국음악의 또다른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동안 세계에 자리 잡은 달라진 ‘한국’에 대한 인식은 한국음악에 대한 새로운 관심으로도 이어졌다. 활동 초기부터 해외진출을 꿈꾸며 작업해온 그루브앤드는 탄탄한 준비, 적극적인 행동성, 기획자와의 협업, 현장에서의 행동력 등을 기반으로 세계 시장에서 통하는 뮤지션으로 성장해 나가고 있다.


그루브앤드, 해외 진출의 시작과 준비

허영균:
안녕하세요. 《더아프로》입니다. 해외교류에 관심이 있거나, 계획 중인 아티스트들께 좋은 인사이트를 전할 수 있을 것 같아 그루브앤드의 인터뷰를 요청 드렸습니다. 먼저 팀 소개를 간단히 부탁드립니다.

이상경: 안녕하세요. 저희는 같은 학교 선후배 사이로 이루어진 국악팀입니다. 보통의 국악팀들이 4명 이상으로 구성된 것과 달리 저희는 3명이라는 특이점이 있습니다. 모두 타악을 전공했고, 여러 악기를 두루두루 다루고 있습니다. 장구, 꽹과리가 베이스이고, 무율 타악기 외에도 유율 타악기를 활용한 음악을 하고 있습니다. 그루브앤드라는 이름은 ‘END’가 아닌 ‘AND’라는 뜻처럼, 우리의 음악을 듣는 이들의 상상력에 연결해서 맡겨본다는 의미로 지었습니다. 

허영균: 코로나19라는 제한적인 상황 속에서도 해외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시게 된 경로가 궁금해지는데요. 결성 이후 지금까지 어떻게 활동하고 계시는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이상경: 2017년도에 팀을 창단하고, 정동극장에서 열린 ‘청춘만발’ 프로그램에 참여한 것이 첫 활동이었습니다. 이달의 아티스트로 선정이 된 후,  점차 여러 활동을 할 기회가 생겼어요. 2020년에 ‘21세기 한국음악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되었는데요. 그때부터 공연 빈도가 크게 늘었습니다. 3~4년 정도 활동을 하며 모았던 음원과 자료들을 모아서 작년에 워멕스에 지원했는데, 덜컥 한 번에 되어버렸습니다. 

허영균: 처음 지원하는 아티스트들에게는 준비해야 할 자료가 많아 쉽지 않다고 들었는데요. 팀을 결성할 때부터 해외 진출을 염두해 두신 결과일까요?

이상경: 해외 진출은 막연한 꿈이었어요. 이름을 영문으로 지은 건 그런 소망을 반영한 한 것이기도 하고요. 팀을 결성하자마자 주목받는 팀들도 있지만, 저희는 그런 축은 아니고 2~3년 동안 큰 성과 없이 활동을 이어갔어요. 그러다 우연히 국악방송의 21c한국음악 프로젝트에 참여했던 것이고, 운 좋게도 대상을 타게 되면서 여러 활로가 열렸어요. 신작 지원도 받게 되었고요. 

허영균: 구체적으로 해외 진출을 하신 과정이 궁금해지는데요. 

이상경: 악단광칠 등 여러 공연팀을 매니지먼트하는 '문화상인보부'의 천재현 대표님께서 2019년에 신진팀이나 앞으로 기대가 되는 팀들을 모아 페스티벌을 여셨어요. 저희도 거기 초대받았고요. 국내 공연 기획자들이 주 대상인 축제였기 때문에 다양한 재단 관계자 분들, 독립 기획자 분들, 국제 교류 기획자 분들 등을 만날 수 있었어요. 그 축제에서 공연을 하고, 이어지는 비즈니스 미팅에서 지금의 기획자님인 이승철 국장님을 만나게 되었어요. 그러다 해외진출 이야기가 나왔는데, 저희 팀은 꼭 해외로 나가고 싶다고 강하게 어필했던 기억이 나네요. 그리고 6~7개월이 지나서 이승철 국장님으로부터 연락이 왔고, 악단광칠과 동양고주파를 해외 진출시킨 노하우를 저희에게 전해주셨어요. 

허영균: 워멕스에 지원하게 된 계기군요? 

이상경: 네, 근데 생각보다 준비할 게 너무 많더라고요. 음원도 5개 이상이어야 하고, 1시간짜리 공연도 한두 개 있어야 하고... 1~2년 활동한 팀으로서는 낼 수 없는 자료들이 많았어요. 거기다가, 어떤 음악을 보여줄 것인가를 두고 의견 충돌도 있었어요. 저희는 한국에서 주로 활동을 하니까 한국 관객들이 원하는 음악의 방향성을 추구하는 편이 맞다고 느꼈는데, 해외 관객들이 바라보는 저희의 음악은 관점이 아주 많이 달랐거든요. 막상 가서 경험을 해보니까 그들이 선호하는 것이 무엇인지 좀 구분할 수 있는 눈도 생겼어요. 
 

워멕스 공연사진 ⓒJacob crawfurd


기획자와의 협업 - 다른 입장 사이에서 성장하기

허영균:
좋은 기획자님을 만난 것도 성공적으로 해외 진출을 한 발판이 된 것 같아요. 말씀주신대로 기획자와 아티스트의 협업도 해외 진출을 하는데 중요한 요소인 것 같은데요. 다른 아티스트들에게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그 과정에 관해 이야기 해주실 수 있을까요?

이상경: 기획자님은 아티스트를 소개하는 것이 최대의 목적이니까, 최대한 해외의 관점에서 저희들을 바라보셨어요. 한국에 이런 팀이 있고, 이런 음악을 한다고 홍보해야 하는 거죠. 그들의 입장에서는 국악 내지는 한국음악에 대한 개념이 없으니까 ‘오리지널 즉, 전통’에 대한 관심을 많이 갖고 질문하더라고요. 그루브앤드의 음악이 ‘한국 전통음악’인지가 궁금한거죠. 그들에게는 생소한 국악기로 연주하는 모든 음악이 전통음악으로 보이는 거예요. 

허영균: 우리에게 전통음악은 한복입고 연주하는, 창작 국악이 아닌 전승된 음악을 뜻하는 것과 달리 말씀이시죠?

이상경: 네 맞아요. 기획자님께서는 해외 관객들은 이러이러한 걸 선호한다고 하셨던 것도 저희 입장에서는 저희 타악기 전공자들로서는 못 내려놓는 부분도 있었고요. 처음엔 의견 조율 과정이 필연적으로 있었어요. 가장 부딪혔던 부분은 사실 음악적 성향보다는 볼륨이었는데요. 대부분 공연장에서 연주하다보니까 타악기 소리 100%를 낼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데 저희는 정말 크게 연주하거든요. 우리가 들었을 때는 괜찮은데, 기획자님 입장에서는 소리가 너무 크다고 판단하신 거죠. 특히 꽹과리가 문제가 됐는데, 꽹과리 소리가 너무 시끄럽다고 조절을 요청했어요. 근데 저희는 꽹과리 음악을 너무 좋아해서 포기할 수가 없더라고요. 다행히도 반응이 제일 좋았던 음악이 꽹과리 곡이었어요. 반응이 국내와 참 달라서 재밌더라고요.

허영균: 넷플릭스 등의 영향으로 ‘한국’이라는 국가에 대한 인식이나 영향력이 많이 달라졌다고 하셨는데요. 새로운 시장이 열린 셈이네요. 

이상경: 네, 중국 아니면 일본 밖에 없던 해외의 동양 인식에서 ‘한국’의 자리를 체감할 수 있었던 몇 해인 것 같아요. 

허영균: 팀 자체도 많은 노력을 했다고 들었어요. 특히 행사 4일 동안 미팅만 100번 이상 하셨다고 하고요. 
 

워멕스 부스 오픈 첫 날 Ⓒ 그루브앤드 제공



이상경: 맞아요. 아침 10시부터 저녁 6시까지, 4일 동안 운영되는 부스에서 관계자 100명 넘게 만나고, 우리 소개하고, 앨범 선물하면서 정말 열심히 홍보했어요. 사실 공연이 금요일이면 제일 좋은데, 공연하고 주말인 토요일에 비즈니스 미팅으로 이어질 수 있으니까요. 안타깝게 저희는 토요일 저녁 마지막 타임 공연에 배정되어서 공연과 관련한 피드백을 많이 못 받았어요. 


한국과 한국음악

허영균: 다른 한국 아티스트들에 대한 관심은 어때요?

이상경: 한국음악에 대한 경험이 있으신 분들에겐 기준이 ‘잠비나이’더라고요. 한국에서도 인기가 많은 팀이지만, 해외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킨 팀이잖아요. 워멕스의 전설이라고도 하는데, 그러다보니 한국 아티스트의 음악을 대하는 기준이 꽤 높더라고요. 그리고 악단광칠, 동양고주파 등등. 한국에서 온 팀은 모두 색다르다는 인식도 있고요. 믿고보는 한국 음악공연이라는 개념이 있어서 부담도 됐지만, 자랑스럽기도 했어요. 그들이 보기에 저희는 일렉기타도 안 쓰고, 엠프도 안 쓰고, 생전 처음보는 악기로 연주를 하니까 상대적으로 더 전통음악으로 생각하기도 하더라고요. 

허영균: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워멕스 부스를 마련하고, 문디알 몬트리올 개막의 밤을 진행하시기도 했는데요, 그런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지원사업이 아티스트들에게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이상경: 비용의 부담을 덜어준다는 점이 제일 크죠. 항공비와 숙박비 지원을 해주시니까요. 홍보를 위한 쇼케이스에 참여하는데, 나라의 세금으로 지원해주신 거니까 좀 더 사명감이 생기기도 하고요. 본격적인 해외진출이라기 보다도, 전통음악을 하는 아티스트들이 ‘대한민국에 이런 음악이 있다’는 것을 조금이나마 알려줄 수 있는 계기가 늘어나는 게 제일 큰 도움이라고 생각해요. 또 예술경영지원센터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단체니까, 저희가 부스 홍보를 할 때도 한국 정부의 지원을 통해서 이곳에 참여한 아티스트라는 것도 어필이 되고요. 

허영균: 재미있는 에피소드도 있었나요?

이상경: 저희 기획자님이 계속 소주를 사라는 거예요. 왜 그런가 했는데, 기획자분들 관계자 분들이 거의 매일 축제 기간 내에 가볍게 와인파티를 하더라고요. 소주랑 한국과자를 잔뜩 사가지고 갔는데, 그야말로 반응이 터졌었어요. 유럽국가의 부스들은 대부분 와인을 준비해두더라고요. 아무래도 소주는 처음 마셔보는 거잖아요? 

허영균: 이야기가 흥미진진한데요. 혹시 아쉬운 점은 없었을까요? 

이상경: 축제가 열리는 국가들이 대체로 5월부터 8월 날씨가 좋잖아요. 그러다보니 축제가 거의 붙어있어요. 제일 많은 건 7월이고요. 초대 받은 축제의 일정이 많이 겹쳐서 선택을 해야만 한다는 점이 활동에 제약이 돼요. 

허영균: 문디알 몬트리올에서의 이야기도 조금 더 나눠보면 좋겠습니다.

이상경: 문디알 몬트리올에서는 워멕스랑 반대로 공연이 맨 첫타임이었어요. 개막식에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으니까 저희 공연도 사람이 많이 왔어요. 공연 다음 날 아침 9시가 비즈니스 미팅이었는데, 그날 바로 축제 초청을 받았어요. 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 공연 전에 회의 기획자들 모셔서 식사하는 자리가 있었는데, 그때 저희 공연에 대한 어필을 많이 해주셨대요. 덕분에 에이전시 분들, 기획자 분들이 공연에 많이 참석해주신 것 같아요. 

문디알 몬트리올 치열했던 비즈니스 미팅 현장  Ⓒ 그루브앤드 제공


아티스트의 노력 - 준비를 준비하기

허영균:
아티스트 본인들이 자발적으로 노력한 부분도 많을 텐데요. 기관의 지원이 있더라도 실질적으로 창작 활동을 하고, 그걸 정리하는 것은 아티스트들 몫이니까요. 

이상경: 팀 활동에 대한 기록을 꾸준히 남기는 것이 중요한 것 같아요. 한국은 이제 대체로 인스타그램을 많이 쓰는데, 영어권 국가들은 아직 페이스북을 더 선호한다고 하더라고요. SNS 창구에 영어로 우리 활동 기록을 계속 남기고 있어요. 저희 유튜브도 하고 있고요. 그리고 무엇보다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 것이 영어인 것 같아요. 직접 소통을 하는 것이 아무래도 제일 중요하다고 느껴져요. 또 하나 추천하자면 스페인어요. 북미권에 가면 스페인어의 영향력을 실감할 수밖에 없는 것 같아요. 기획자님을 통해서도 메일이 오지만, 저에게 직접 연락 오는 경우도 많거든요. 

허영균: 기록이면서, 포트폴리오가 되는 채널들을 관리하고 영어, 스페인어 등 아티스트 본인이 소화할 수 있는 소통의 기술을 연마하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정도의 길이군요. 

이상경: 네, 또 음악이니까 사운드 클라우드도 가지고 있어야 하고요. 홍보용 CD를 120장 정도 제작해서 갔는데, 워멕스에서 모두 소진했어요. 라디오 채널을 운영하시는 분들을 CD로 음악을 플레이 하기 때문에 여전히 CD가 필요한 매체더라고요. 명함처럼 쓰였어요. 
 

앨범 표지 이미지 Ⓒ 그루브앤드 제공


허영균: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과정 자체가 아티스트들에게 큰 공부가 될 것 같아요. CD도 엄청 멋지게 제작하셨네요. 명함처럼 잃어버리기도 쉽지 않고요. 

이상경: CD 커버 이미지로 국악기를 배치했는데, 그들에게는 모두 처음 보는 악기니까 엄청 신기해 하더라고요. 

허영균: 올해 활동 계획은 어떻게 되시나요?

이상경: 3월 말에 칠레에서 개최하는 월드뮤직페스티벌에 참여하고요. 같은 시기에 남미에도 초청 받았는데, 아쉽게도 일정이 겹쳐요. 해외 활동도 하지만 한국 활동도 놓치면 안 되니까 신작도 준비하고 있는데, 감사하게도 올해 신작 후보에 올라서 열심히 작업 중입니다. 그리고 6월에는 센터스테이지코리아(CSK)에서 주최하는 해외 공모사업에 선정되어서, 체코의 음악 축제에 참여하는데, 이 축제 기획자님들을 워멕스랑 문디알 몬트리올에서 만났었어요. 6월 말부터 7월 사이 약 5주는 거의 유럽, 캐나다 등을 돌면서 활동할 것 같아요. 11월에는 영국에서 공연이 있고요. 

허영균: 하반기에는 거의 국내에 안 계시네요. 국내외의 다양한 활동 응원하고, 기대하겠습니다. 생동감 넘치는 해외 진출 과정과 에피소드들 유익하게 잘 들었습니다. 해외 진출을 준비하는 다른 아티스트들께 많은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유튜브도 구독하겠습니다. 

groove&(그루브앤드)

groove&는 리듬을 탄다는 뜻의 ‘groove’와 무한한 가능성과 청중의 상상력을 표현하는 그리고의 ‘&’가 합쳐진 이름이다. 타악 연주가 김하경, 손민주, 이상경이 모여 결성한 여성 타악 앙상블로, 21C 한국음악프로젝트 대상을 수상했다. 2021년 (재)예술경영지원원센터 저니투코리안뮤직 '저니프로' 쇼케이스에 선정된 것에 이어, 2022년 센터스테이지코리아 지원사업을 통해 세계 최대 월드뮤직마켓 WOMEX와 북미 월드뮤직 서밋 MUNDIAL MONTREAL 공식 쇼케이스에 참여해 성공적인 세계 시장 데뷔를 하였다. 전통음악을 기반으로 타악기의 다양한 소리와 꼼꼼하고 탄탄한 짜임새로 섬세하면서도 감각적인 음악을 선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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