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아시아토파 “Deep Dive: Tuning in and Turning on online” 2022-08-03

포스트팬데믹에서 예술가의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한 노력

김민영(아르떼사피엔스 대표)

에어밋(Air Meet)은 (재)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사업본부에서 추진하는 담론 프로그램입니다. 이번 에어밋에서는 호주아트마켓(APAM)의 ’넥스트 모빌리티’ 사례를 공유합니다. 영상은 8월 12일부터 25일까지 2주간 유튜브 '예술경영지원센터 (KAMS)' 에서 확인하실 수 있으며, 해당 기간에만 영상 시청이 가능합니다.

모든 것이 급변하는 세상이다. 특히 지난 2년간 지속해오고 있는 코로나19는 이러한 현상을 가속화하며 공연예술의 창작, 유통 그리고 소비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뿐만 아니라 공연예술의 기본 특성인 ‘대면’이 불가능해지며 국제유통, 이동성, 특히 국제협업에 제약이 생겼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계 각국에서는 공연예술계의 생태계를 유지하기 위하여, 예술가들의 정체성을 고수하기 위하여 다양한 방식으로 상황을 헤쳐 나가고 있다. 그 중 한 사례로 줌(Zoom)을 통해 진행된 호주의 아시아 토파(Asia TOPA) “Deep Dive : Tuning in and Turning on online”를 소개하고자 한다.

아시아토파 “Deep Dive : Tuning in and Turning on online”
아시아 토파는 3년에 한 번 열리는 여름 행사로 아트센터멜버른를 중심으로 도시 전역의 예술인들이 컨소시엄을 이루어 발표를 한다. 2017-2020년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거점 예술가들을 지원해 이들이 다양한 형식의 작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그 작품을 국제적 축제에서 선보였다. 2020년에는 20개 지역 및 국가 출신의 예술가들을 초청하여 멜버른에서 총 90만 명을 대상으로 60개의 작품, 전시 그리고 무료 행사를 진행하였다. 또한 에이팸(APAM)과의 파트너십을 통해 모임을 제공하고 원주민 예술가들을 위한 블랙 랩(Black Lab)을 열었다.

아시아 토파 역시 이를 피해 갈 수 없었으나 그들이 보여준 발 빠른 대처는 인상적이다. 아시아 토파는 가상 랩(Virtual Lab)이라는 새로운 타이틀로 행사를 온라인으로 전환하고, 온라인 플랫폼을 서로 다른 지역에 있는 예술가들을 계속 연결하고 협업하게 하는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그렇게 지난 5월 호주 APAM이 개최한 온라인 디지털 프로그램 ’PAUSE, PLAY, PERFORM’에서 아시아 토파는 ’Deep Dive: Tuning in and Turning on online’라는 주제로 코로나 시기 동안 온라인상에서 예술가들을 연결하고 협업을 시도했던 사례들을 소개했다.

가상 랩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아티스트들은 디지털 기술을 작업에 활용하였다. 또 하나 주목해야 할 부분은 샌드핏(Sandpit)이라는 조직과 파트너쉽을 맺었다는 점이다. 샌드핏은 디지털 스튜디오로, 2년간 아시아 토파 랩과 협업해오고 있으며 문화계에서 다양한 작업을 하고 예술가로서 라이브 공연 및 극장 관련 작업도 하고 있다. 한 가지 주목해야 할 부분은 “디지털 드라마트루기”라는 새로운 역할을 만들어 라이브 공연제작자를 위한 툴킷을 구축한 것이다. 갑작스럽게 온라인으로 전환되어 미처 온라인 작업을 위한 역량을 갖추지 못한 예술가에게 자신감을 준 협업 사례이다. 이번 줌 세션에서는 가상 랩에서 제작한 세 가지 프로젝트〈바이니의 항해(The Voyage of Bayini)〉,〈베티 에러 트립(Betty Error Trip)〉,〈망상 세계(Lu Yang Delusional World)〉를 소개하고 참여 예술가들의 제작 과정과 소감을 공유하였다. 세 작품은 아시아토파 웹사이트에서 관람할 수 있다.

가상 랩에서 제작한 세 가지 프로젝트
한 작품씩 살펴보자. 먼저〈바이니의 항해(The Voyage of Bayini)〉는 원주민 예술가들을 위한 블랙 랩에서 시작되어 대만과 아넘 랜드의 원주민 예술가 그룹이 협업하여 만든 그들의 선조와 연결된 새로운 교차 문화적 음악, 노래, 댄스 필름 작품이다. 대만 상 메이-천(Sang Mei-Chaun)과 라바가 타루(Labaga Taru)와 미쿠 퍼포밍 아트(Miku Performing Arts)의 디렉터 레이첼 월리스(Rachael Wallis)와 프로듀서 캐스 패파스(Kath Papas)는 2018년 아트백 NT를 통해 대만의 한 레지던시에서 처음 인연을 맺었다. 6주간 교류하며 서로의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2020년 블랙 랩을 통하여 호주에서 레지던시를 진행할 예정이었지만 팬데믹으로 인하여 줌으로 작업을 하였다. 레이첼은 팬데믹 기간 중 주거지에서 작업을 하는 것이 잘 맞고 좋았다고 하며 캐스는 지금 시점에서 작업을 이어갈 수 있다는 것이 기쁘다고 말했다.

〈베티 에러 트립(Betty Error Trip)〉은 타이베이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사운드 아티스트이자 공연 제작자인 DJ Cheng Yi-Ping-활동명 베티 애플(Betty Apple)-과 시드니를 거점으로 활동하는 실험 공연 제작자 엠마(Emma Maye Gibson)-활동명 베티 그럼블(Betty Grumble)-의 레지던시의 결과물이다. 이들은 작업을 위해 “베티”라는 같은 이름을 사용하며 물리성, 디지털, 유형성, 신비함 사이의 글리치(화면이 멈추거나 정지하는 것) 공간을 재미있게 탐색한 작품을 만들었는데, 전 세계가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을 겪고 있는 지금의 상황이 마치 시스템 글리치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 프로젝트를 구현하였다고 한다. 또한 인스타그램 필터를 만들어 필터를 사용하는 누구나 자신들(베티)이 될 수 있게 하여 필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 자신들의 에너지를 받아가기를 바란다고 한다. 그들은 필터를 쓴다는 것은 그들이 공유하는 현실이라고 간주하였다. 이 작업물은 올해 말 호주국립박물관에서 공개될 예정이며 인스타그램 필터도 선보일 예정이다.

마지막 프로젝트는 중국 다원 예술가 루양(Lu Yang)의 새로운 작품〈망상 세계(Lu Yang Delusional World)〉로 예술가 루양과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 맷 스피스바(Mat Spisbah)의 협력 결과물이다. 이 작품은 루양의 전작〈전자기 뇌과학(Electromagnetic Brainology)〉을 발전시켜 인간 정체성의 디지털화를 중심에 두고 구축되었고 모션 캡쳐 아바타 기술이 사용되었다. 맷은 아바타 및 환경 디자인 컨설턴트로 아바타 구축과 3D 환경 텍스처 및 경로의 새로운 영역을 연구하고 있다.

맷은 아시아 토파 가상 랩을 통하여 루양과 협업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장했다는 사실이 흥미롭다고 말했다. 이들은 2020년 초반부터 함께 작업을 해왔는데, 가상랩은 이 모션캡쳐 공연 작품을 확장하고 여러 다른 버전으로 전환시킬 수 있도록 하였다. 맷은 베티프로젝트와 비슷하게 이들은 둘의 관계가 온전히 디지털로만 맺어졌다는 것을 강조하였다. 수천 개의 위챗 메시지와 통화, 줌 통화들을 활용하여 진행하였음에도 협력을 통해 큰 성과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이런 국제적 협력을 누구도 만나보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했다는 것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온라인 협업의 새로운 가능성
“Deep Dive : Tuning in and Turning on online”은 예술가들에게 작업 과정에서 디지털 전문가를 창작 팀의 일원으로 영입하고 싶은지 아니면 직접 기술을 작업에 더해서 본인이 전문가가 되고 싶은지 질문을 던지며 마무리 된다. 이에 예술가들은 모두 전문가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스티븐은 온라인은 시간의 흐름이 다르고 내러티브 전달이 다르기 때문에 이야기를 구상할 때 색다른 방식으로 생각해볼 필요가 있으며 그것이 제작, 소통, 관객 경험에 반영되므로 ‘디지털 드라마트루기’ 같은 역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필자는 이 질문이 본 줌 세션의 가장 중요한 핵심을 관통한다고 생각한다.

스티븐이 버추얼랩을 통해 팬데믹에도 “예술가로서 정체성을 잃지 않으며 온라인 기획을 통해 예술가로서 활동을 이어갔다”는 점은 현재 한국 예술계에도 큰 울림을 준다. 그는 가상 랩은 과정을 완전히 기록하려는 것도 아니었고 최종 결과를 원한 것이 아니며 기본적으로 여러 나라에서 완전히 고립되어 있는 경험을 창의성, 공유, 상상의 시각을 통해 기록으로 남기는 것이 핵심이었다고 말한다. 스티븐의 이런 철학이 있었기에 협업이 가능했다고 생각하며 우리나라도 이러한 취지의 사업들이 지원되면 좋을 것 같다. 팬데믹이란 상황을 새로운 관점으로 바라본다면, 코로나로 인해 공연예술계-무대와 현장성에 익숙한 예술가들은 온라인 환경에서 창작을 시도하며 자신의 새로운 재능을 발견하게 한 계기 일수도 있다. ‘무대’, ‘극장’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한 환경에서 자신의 창작자로서의 정체성을 확인해보는 것은 예술가로서 성장의 계기가 된다.

기호학을 집대성한 철학가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 버트런드 러셀의 유명한 구절이 떠오른다. “인류를 구원할 수 있는 유일한 것은 ‘협력’뿐이다.” 팬데믹 이후의 세계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는 ‘협력할 줄 아는 태도’가 예술가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이 아닐까.

김민영

김민영
융합예술공연기획사 아르떼사피엔스 대표로 고스트그룹, 멜랑콜리댄스컴퍼니, 정록이댄스프로젝트, 컴퍼니 시센스와 함께 하고 있다.〈초인(위버멘쉬)〉,〈모빌리티〉,〈희년연구〉,〈아나토미〉등 다수의 작품과 댄스필름을 기획하였다. SK텔레콤 메타버스 앱 이프랜드의 공식 인플루언서로 무용계 최초로 현대무용을 메타버스에서 선보였다. 안무가 김호연, 정재우와 함께 매주 수요일 오후 10시 30분〈기승전댄스〉라는 무용콘텐츠를 기획 및 진행하고 있다. 무용을 공연에 국한되지 않은 다양한 형태로 더 많은 이들의 생활 안으로 들여와 더 나은 일상과 세계를 만드는 법을 진지하게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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