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지역에서 답을 찾다
_극단 산 대표 윤정환 인터뷰
2022-01-05

지역에서 답을 찾다

_극단 산 대표 윤정환 인터뷰

_김일송(더아프로 편집장)

2021년 제10회 예술경영대상 예술경영지원센터 대표 표창은 극단 산에 돌아갔다. 예술경영대상은 문화체육관광부와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한 해 동안 가장 우수한 경영사례를 보인 예술법인과 단체를 발굴해 시상하는 행사이다. 2022년 창단 20주년을 맞는 극단 산은 그동안 강원도 정선의 지역예술인과 협업하여 유휴공간이었던 ‘아라리촌’을 활성화하고, 뮤지컬 퍼포먼스〈아리 아라리〉상설공연을 전국으로 확장하는 등 지역 상생 발전에 힘쓴 노력을 인정받아 수상의 영광을 안게 되었다. 혹시 지역과의 협업을 계획 중이거나 고민 중인 단체에 도움이 될까 싶어 극단 산 대표 윤정환에게 전화를 걸었다.

극단 산 대표 윤정환(극단 산 제공)
극단 산 대표 윤정환(극단 산 제공)

작년과 올해 코로나19로 힘든 시기를 보내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쓰린 기억을 씨앗 삼아 시민을 위로하는 작품을 제작하기도 하셨는데, 개인적으로, 혹은 극단으로서 어떤 한 해를 보내셨나요?
2020년 8월 극단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나오면서, 공연계 코로나19 집단감염 1호가 되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확진자가 나오자마자 공연을 취소하고, 방역 조치를 하는 등 발 빠른 대응으로 확산을 막을 수 있었습니다. 배우들은 병원과 생활치료센터에서 격리 생활을 했습니다. 하지만 확진 이후에 대한 매뉴얼이 없는 상황이었고, 일종의 낙인효과마저 있어, 결국 그해에는 아무런 활동을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먼저 경험을 했으니 다른 이들에게 알리는 차원에서 제가 코로나19에 관련된 공연을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했고, 우리가 경험한 사실을 바탕으로 2021년 6월〈어느 날 갑자기…!〉를 공연했습니다. 경험을 공유하자는 취지도 있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은 단원들이 받은 마음의 상처를 위로해보자는 의도였습니다.

이번 수상이 힘든 시간에 대한 보상처럼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다시 한번 수상을 축하드립니다. 이번 수상은 지역과 모범적인 네트워크를 구축한 결과로 짐작되는데요. 지역과의 협업을 고민하게 된 배경부터 말씀해주시겠어요?
저희가 2002년 창단해 2022년에 20년이 되는데, 처음에는 지원금에 의존하지 않고 작업했어요. 그런데 단원들도 나이가 들어 가정을 꾸리고, 저도 점차 지원금 없이 작업하기가 어려워지더라고요. 사재를 터는 데에도 한계가 있고요. 그러면서 작업이 위축되었어요. 레퍼토리 공연은 하지만, 신작 발표가 어려워지게 되었어요. 자연스럽게 지원금을 받기 시작했는데, 최근 5~6년 정도는 지원금을 받지 못했어요. 그러면서 생각했어요. 이게 우리끼리 경쟁하는 게 아닌가? 우리(공연예술단체)가 공급자가 되어 수요자인 관객을 만나야 하는데, 문화예술위원회나 재단이 공급자가 되고, 우리가 지원을 받아야만 하는 수요자가 되는 것 같았어요. 그런데 예술단체나 관객의 대부분, 80% 이상이 서울과 수도권에 집중되어 있잖아요. 결국은 서울과 수도권 단체가 지원금을 두고 경쟁을 벌이는 구조인 셈이죠. 그래서 지역으로 눈을 돌리게 됐어요. 서울에서 경쟁하기보다 지역과 연계해서 작품을 만들고, 잠재적 수용자인 지역 관객을 직접 만나자는 거죠. 그렇게 해서 역으로 지역에서 시작하여 서울에서도 공연하면 좋지 않을까 싶은 생각으로 협업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2018년에 뮤지컬 퍼포먼스〈아리 아라리〉를 제작하면서 정선과 연을 맺은 것 같은데, 정선을 선택한 이유가 있을까요?
제 선택이라기보다는, 정선에서 저를 선택한 거예요. 정선에서 평창 동계올림픽을 맞아 정선아리랑을 지역 특화 브랜드로 만들어 현대화, 대중화하려고 했어요. 그 작업을 저에게 맡긴 게 2017년 8월이었어요. 그때 제가 쓰고 연출한〈아리 아라리〉가 한국전통극 대표 공연으로 동계올림픽 기간인 2월 10일에 공연되었고, 지금은 상설공연으로 장날마다 4년째 공연되고 있어요.〈아리 아라리〉로 시작해 자연스럽게 다른 작업도 함께 하게 되었어요.

뮤지컬 퍼포먼스〈아리 아라리〉공연사진(극단 산 제공)
뮤지컬 퍼포먼스〈아리 아라리〉공연사진(극단 산 제공)

그런데, 지역예술가들의 반발은 없었나요? 쉽지는 않았을 것 같은데요.
지역예술가들 사이에 ‘우리 (지역) 돈 빼먹고 갈 것’이라는 인식이 있긴 했어요. 이전의 경험 때문인 것 같아요. 예전에 지역과 협업한다면서 단발성 공연 올리고, 인건비는 극단에서 챙기고, 노하우는 전수하지 않는 서울 단체가 많아 그런 불신이 있었던 것 같아요. 텃세와 불신. 그 두 가지가 가장 힘들었어요. 그래서 우리는 우리가 없어도 자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자는 마음으로 시작했고, 5년차 되는 이제야 조금 수월하게 작업하게 됐어요.

한편 지역문화재단이 지역예술가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다는 이야기도 있잖아요.
두 가지 문제가 서로 연관되어 있어요. 문화재단은 준공무원 기관 같아요. 가장 큰 특징 중 하나가 순환보직이죠. 공연사업을 실행하려면, 지역 단체의 활동이나 지역 관객의 수요를 파악해야 하는데, 파악할 때쯤이면 인사이동을 하게 되죠. 그러니 전문성이 떨어질 수밖에요. 그래서 지역예술가들이 판이 넓은 서울로 가는 거예요. 제가 처음에 정선에 왔을 때, 정선엔 아무것도 없었어요. 극단도 없고, 협회도 없었어요. 우리가 활동하면서 지역극단이 하나 만들어져, 우리 사업을 지역극단에 넘겼어요.

공연 외에 다양한 사업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개인적으로 교육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이전부터 사람을 키우려고 했어요. 극단에서도 오래전부터 팀원 교육을 해왔고요. 여기에서도 일을 이어받을 사람을 키우기 위해서 교육을 중점적으로 했어요. 물론, 이쪽 일이 결국은 경험을 통해 노하우가 생기는 게 중요한 일이라, 그런 기회를 많이 제공하려고 했어요. 기획부터 철수까지 공연의 과정을 소화하는 워크숍을 수행하면서 경험하게끔. 보통은 처음 경험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이제는 자신들이 극단을 만들어 사업을 꾸리고 있습니다.

교육프로그램 ‘카타르시스’ (극단 산 제공)
교육프로그램 ‘카타르시스’ (극단 산 제공)

그런가 하면 놀이문화(즐길 거리)도 기획하신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라리촌이죠?
아라리촌은 20분이면 다 볼 수 있는 작은 민속촌이에요. 무료로 개방되는 공간인데, 그전까지는 사람들이 잘 모르던 곳이에요. 그래서 2018년에 공연을 하면서 쌓인 신뢰를 바탕으로 제안을 했죠. 정선 관광을 오신 분들이 조금 더 즐기다 가실 수 있게 민속촌 전체를 활용하는 야외 공연을 기획해 제안했어요. 공연도 하고, 투호 던지기 등의 전통 놀이도 곳곳에 배치했어요. 좀 전에 지역극단에서 운영하고 있다고 말한 사업이 이거예요.

공연사업, 교육사업, 그리고 기타 사업까지 다양한 사업을 하시면서, 느낀 고충이나 보람이 있다면 말씀해주시겠어요?
고충은 아까 말씀드린 대로 텃세와 불신이었어요. 그런데 그건 시간이 해결하는 것 같아요. 애초 돈을 벌거나 우리가 고집해 운영할 생각은 없었어요. 그래서 그렇게 했고. 시간이 흐르면서 다행히 우리의 진심을 알아주신 것 같아요. 한편, 저 사업이 모두 공공기관 담당자들의 의지와 협조가 있어야 가능한데, 협조가 되지 않을 때 힘들었던 것 같아요. 그럴 때 답답하죠. 그래도 전 행운아인 것 같아요. 다행히 저와 함께 한 사업에 참여한 공무원들이 다 (열정과 추진력 충만하다는 좋은 의미에서) ‘돌아이’ 였어요. 그분들이 제 이야기를 귀담아듣고, 행정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열정을 가지신 덕에 모든 일이 추진되었어요. 보람이 있다면, 그분들을 만난 게 행운이죠.

지역과의 협업을 고민하는 단체가 많은데, 지역 문화기관(단체)과의 협업에서 가장 중요한 건 무엇일까요?
내 일처럼 하는 열정적인 공무원을 만나는 게 제일 중요해요. 하지만, 그 지역에 좋은 문화를 뿌리내리겠다는 마음으로, 경험과 지식을 지역 단체에 전수하겠다는 마음으로 임해야 할 것 같아요. 결국은 사람, 그리고 사람의 마음가짐이죠.

아라리촌 사진(극단 산 제공)
아라리촌 사진(극단 산 제공)

그러면 지역 문화기관(단체)이 유념해야 할 점은 무엇일까요?
지자체가 만들어지면서, 지역에 축제가 많아졌어요. 하지만 특색있는 축제가 많지 않아요. 어디서 뭐가 잘된다면 다 그걸 해요. 레퍼토리도 비슷해요. 요즘 트로트가 유행이라 많은 측제에서 트로트 공연을 많이 해요. 트로트도 좋지만 지역의 문화를 담아낼 공연 하나가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정선에서 <아리 아라리>를 4년째 공연하고 있는데, 공연 보신 분들이 “정선 산골에 이런 공연이 있느냐”며 다른 분들을 다시 모시고 와요. 그러면서 시장도 보고, 지역경제에도 도움이 되고 있어요. 한 3박 4일 축제에도 몇십억이 들어가는데, 같은 금액으로 1년에 8개월 공연한다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런 생각을 했으면 좋겠어요.

이 성공모델을 다른 지역에 이식하실 계획은 없나요?
기회가 되면 다른 지역에서도 해보고 싶어요. 지금 2년째 속초의 극단과 작업을 하고 있는데, 지역 연극인들은 서울 연출가와 작업해보고 싶은 마음이 크더라고요. 저는 서로서로 경험하면서, 또 다른 색깔이 만들어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그게 문화교류 아닌가요?

마지막으로 협업을 고민하는 지역 문화기관이나 예술단체에 남기고 싶은 당부의 말씀이 있으면 부탁드리겠습니다.
제가 정선에 처음 왔을 때, 공무원분들이 “정선아리랑은 (전 국민이) 다 많이 알지 않느냐”고 했어요. 정선에서는 화장실에서도 정선아리랑이 나오거든요. 그래서 여기 분들은 다른 지역 분들도 정선아리랑을 다 알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데 요즘엔 아리랑 아는 분도 드물어요. 실제로 오디션에 100명이 왔는데, 아리랑을 아는 배우는 5명이고, 정선아리랑을 아는 배우는 1명이었어요. 그러니까 우리 걸 다 알고 있다는, 우리 것이 좋은 거라는 생각을 접어야 해요. 그리고 바깥에서 가치매김을 해봐야 해요. 우리의 가치를 밖에서 봐야 해요. 우리에겐 특별한데, 다른 사람들에겐 아무 가치가 없을 수도 있고, 우리에겐 일상인데, 다른 사람들에게는 가치 있는 추억이 될 수도 있어요. 그렇게 지역 안에 있는 문화에 대한 지역민과 외부인의 가치 매김의 방식이 달라져야 합니다. 지역 문화에 대한 생각과 접근의 방식이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양질의 콘텐츠가 만들어질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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