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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이징의 민간공연장 급증 현상 2009-12-20

글: 장혜원 (원커뮤니케이션 대표)



2005년 베이징 유일의 민간극장이었던 북병마사 극장(North Theater)의 도산 이후, 수년간 수도 베이징은 민간공연단체와 개인예술가들을 위한 공간의 부재가 지속되어 왔다. 약 3년의 이러한 공백을 깨고 2008년 말 중국 연극계의 대표적 연출가인 멍징후이(孟京?)가 펑차오 극장(Feng Chao Theater)을 설립하였는데, 필자가 올해 4월 현지 공연계 현황에 관한 글을 쓸 때 까지도 이곳이 거의 유일한 민간 공연장이었다. 당시만 해도 베이징의 전체 공연예술시장규모를 고려할 때, 일부 798 등 예술 특구 내의 대안공간을 제외하고는 설비 등을 제대로 갖춘 공연장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점을 지적한 바 있다. 그러나 그로부터 불과 반 년여의 시간이 흐른 지난 달 베이징을 방문했을 때는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그 단시간 내에 이미 개관하였거나 시범운영체제에 들어간 공연장 및 2010년 개관을 앞두고 있는 곳을 합하여 약 열 군데(그 중 극장 연합촌 성격의 공연장을 별개로 센다면 약 서른 개)의 극장이 생겨날 정도로 폭발적 증가세를 보이고 있는 것이다.


중국 최초의 소극장 연극인 <절대신호>가 린자오화(林兆?)의 연출로 1982년 인민 예술 극원 내 수도극장 3층의 공간에서 초연되었을 때만 해도 중국에는 아직 진정한 의미에서의 소극장이 존재하지 않았고, 그 후 최근까지도 아주 오랫동안 수적으로 서너 개 정도를 유지해 왔다. 그 면면을 살펴보면 9극장(Nine Theater), 동방선봉극장(East Pioneer Theater), 인예 소극장과 실험극장이 있는데 이들은 각각 조양구 문화관, 국가 화극원, 인민 예술 극원에 속해 있다. 이 극장들은 국공립 공연단체의 내부 공연에 우선권이 주어지므로 대관이 쉽지 않고, 민간 공연장인 펑차오 극장 역시 개관초기 안정적 재원확보와 인지도 제고를 위해 예술감독인 멍징후이의 작품만을 공연하기도 바쁜 상황이다. 상당히 지명도가 있는 연출가들조차도 공연장 확보가 가장 골치 아픈 일이라고 하는 마당에 신진 연출가나 프로듀서들의 경우는 말할 나위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내부적 수요가 원동력이 되어 우후죽순처럼 생겨난 민간 극장들로는 동투 극장, 팡쟈후통 46호에 위치한 소규모 아트센터 내의 홍팡, 헤이팡 극장, 펑하오 극장, 펑란 소극장, 판싱 희극촌 등이 있다. 펑란 소극장의 경우 최근 몇 년간 눈에 띄는 활동을 보이고 있는 민간연극집단인 시샤오탕이 베이징 서쪽 한 쇼핑센터 내에 마련한 곳이고, 판싱 희극촌은 각기 다른 크기(약 80석-220석)와 형태의 극장 5개로 이루어진 연합체로 갤러리, 북카페 등 다양한 문화공간이 함께 입주해 있다. 이러한 극장들은 처음부터 공연 목적으로 설계된 것은 아니고 영화관이나 갤러리 등 기존 건물들을 리노베이션한 것이 대부분이며, 그렇기 때문에 짧은 시간 내에 개보수를 마치고 공연장으로 탈바꿈할 수 있었다.


최근 베이징에 불고 있는 소극장공연의 열기는 1999년 <코뿔소의 사랑>(멍징후이 연출)의 대중적 성공이나 북병마사 극장의 실험, 해외교류 시도가 가져왔던 그것과도 다소 다른 양상을 보인다. 교육과 선전의 도구, 외국의 연극 사조나 양식의 수입, 작품 자체에 대한 진지한 탐색 혹은 사회적 토론의 장으로 작용하던 연극이 문화소비의 한 형태로, 오락의 기능을 강조하게 된 것이다. 적지 않은 기업과 개인 투자자들이 앞다투어 민간 공연장 설립에 투자하는 것은 이러한 오락적, 상업적 공연의 증가와 밀접한 관련이 있다. 국공립 공연예술 단체나 공연장을 제외하고는 외국과 같은 정책적인 지원 제도가 전무하다 보니, 오히려 민간 부문에 있어서는 다른 어떤 나라보다도 적자생존의 원칙이 가혹하게 지켜지고 있다고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정부의 지원금도 아닌, 기업의 우호적 후원도 아닌 ‘투자’의 명목으로 자본이 유입되고 있기 때문에, 투자자 입장에서는 당연히 자금 회수와 더불어 추가 이익을 실현하기를 바라고, 그러한 요구에 맞추다 보니 상대적으로 티켓수익이 확보되는 작품들이 많아진 것이다. 현직 치과의사인 왕샹이 사재를 털어 만든 펑하오 극장(약 100석)의 경우는 초기 설립 비용 2억 원 가량과 매달 적자인 운영비를 본인의 병원에서 나오는 수익으로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상황이 지속된다면 앞으로 2년 정도를 더 버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한다. 이러한 이상주의적인 케이스를 제외하고는 판싱 희극촌은 50억이라는 거금이 투자되었고, 시샤오탕 역시 소공연장 시장에 관심이 있는 기업과 협력관계이며, 아시아 연출가 워크샵 및 <조씨고아>, <도화선>등 여러 차례 한국에서 공동작업을 한 바 있는 유명연출가 티엔친신 또한 민간기업과 손잡고 문화예술교류센터를 건립할 계획이다.


신생 민간 공연장들은 운영방식에서도 기존의 국공립 공연장과 다른 면모를 보이고 있다. 판싱 희극촌의 경우는 전례 없는 공연장 공동체의 형태를 가지고 있으며, ‘판싱’이라는 이름의 브랜드화를 꾀하고 있다. 여타 공연장의 절대 다수가 대관이 주 목적이거나, 공동기획의 형태로 공연을 한다면, 판싱의 경우는 50%정도의 작품을 직접 제작하고 있거나 예정 중에 있다. 또한, 극장의 위치 자체가 시단상업지구와 금융가 상권 부근에 있어, 이 지역 화이트 칼라 계층을 주 관객 타깃으로 삼고 있다. 이 외에도, 멍징후이가 예술감독으로 있는 펑차오 극장의 경우, 경영 부분에서는 외부의 전문 경영인을 영입하고, 예술감독은 작품 라인업과 퀄리티에만 집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마련, 전통적인 극장경영 모델과는 현저한 차이를 드러낸다.


금융 위기 하에서 베이징을 비롯, 상하이, 후저우 등지에서 출현하고 있는 이러한 민영 극장들은 적은 자본, 소규모 프러덕션, 30위안에서 50위안 정도의 낮은 티켓 가격 등을 앞세워 객석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지만, 장르를 막론하고 민간 문화예술계에서 늘 언급되는 정책적 지원과 보조가 절실한 것은 이 경우도 예외가 아니다. 지난 한 해 베이징 지역에서 올려진 소공연장의 공연은 이미 총 2000여 회를 넘어섰고, 일부 공연장의 경우는 연간 공연 횟수가 300여 회에 달한다. 상하이의 경우는 최근 반년간 80여 개의 소극장 작품이 올려졌고 이는 전년도의 두 배나 된다. 청년연극제에 참가하여 좋은 반응을 얻었던 신진 연출가들의 작품 중 일부는 매회 공연이 객석점유율 90%를 넘기는 등 성공을 거두었음에도 제작비를 회수하지 못해 공연장을 옮겨 재공연에 들어가기도 하였다.


기존 공연장들의 경우 대관 일정 자체를 잡기 어려운 점은 차치하고라도, 대극장은 일일 대관료가 한화 400-500만원, 소극장은 80만원에서 100만원에 육박하여 민간 단체들이 대관하기에는 어려운 점이 있었다. 최근 생겨난 소규모 민간 극장들의 경우는 기존 극장들보다 적게는 10분의 1, 심지어는 대관료를 받지 않고 제작에 참여하거나 하는 방식을 통해 협력하고 있어, 민간 공연예술 활성화를 촉진하는 하나의 요소가 되고 있다. 민간 공연장이 급증하게 된 데에는 극장 부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이러한 공연계 내부의 필요가 주 원인이 되긴 했지만 이제는 보다 넓은 각도에서 다루어질 필요도 있을 것이다. 기존의 중국 공연장과 다르게 식당, 카페, 갤러리 등 부속 시설을 갖춘 극장들이 많아지면서 단순한 공연 관람을 넘어 관객들의 소비 형태 자체가 변화하고 있으며, 작품의 수가 늘어나면서 조명, 음향, 악기, 의상, 무대제작 등 관련 설비 사업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전문 인력에 대한 업계의 수요도 크게 늘어난 것은 말할 것도 없을 것이다.  


  이러한 변화에 따라 문화 예술계뿐 아니라 정부부처나 연구 기관에서도 조금씩이나마 인식의 전환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즉, 현재의 금융 위기 상황에서 민간의 소규모 공연장이 가지는 긍정적 효용가치를 인정하고, 관련 정책 수립에 있어 이러한 공연장들을 고려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시장 진입, 국제 교류, 행정적, 경제적 지원, 감세나 면세 등 문제에서 유연성이 요구된다. 프린지 상하이의 디렉터 쾅와이랍도 첫 해 페스티벌을 치르면서 선례가 없었던 까닭에 정부 측과 소통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토로한 바 있는데, 전례 없는 새로운 현상으로서의 민간 공연장의 급증도 비슷한 문제를 겪고 있다. 예를 들어, 공상국, 위생국, 환경국 등 각 부문의 심사와 비준을 받을 때 일정한 기준이나 참고할 만한 선례가 없어 길게는 반 년 이상의 시간을 허비하기도 한다. 또한 투자자들이 있다 하더라도 여전히 유동자금 부족으로 정상운행에 어려움을 겪는 공연장들도 존재하고 있다. 베이징, 상하이, 광저우 등 어느 정도 문화예술 환경이 조성된 도시에서는 규제나 관리보다는 지원에 초점을 맞추어 이러한 민간의 실험이 성공적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지원하는 것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신축 극장의 경우 건립 단계에서 지원을 한다거나 공연횟수나 작품수가 일정 수준에 도달한 극장에 대해서 보조금을 지급하는 식의 경제적 지원도 있겠고, 중국적 환경에서는 사실상 경제적인 문제보다 더 큰 어려움으로 다가올 수 있는 공연허가증 발급이나 비영리 재단으로서의 자격 등기 등의 심사 기준을 완화하고, 대규모 개발에 부적합한 정부 소유의 토지나 건물을 이용할 수 있게 하는 등의 정책적 지원도 가능할 것이다.

  • 기고자

  • 장혜원 _ 국립안동대학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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