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던인터네셔널연극페스티벌(LIFT)는 런던 공연예술계 의 국제교류의 선두주자로서 지난 20년 넘게 세계연극계의 흐름을 한 눈에 보여주던 주요축제였다. 그러나 90년대 말부터 바비컨센터, 새들러즈 웰즈 극장, 사우스뱅크 등 각종 해외공연을 정기적으로 선보이는 주요예술센터들의 활동이 활발해지면서, LIFT 는 해외의 주류 공연예술작품을 선보이는 원래의 기능에 있어 경쟁력을 상실하였다. 결과적으로 2001년 부터, 매년 5월-6월 경 3주간 진행되는 ‘Enquiry’시즌을 두고 각종 토론회를 중심으로 하는 축제의 미래를 모색하다가, 결국 커뮤니티 활동에 중점을 둔 프로젝트형 페스티벌로 형식을 전환하였다. 연극적 전통을 벗어난 새로운 형식의 연극, 커뮤니티와 함께 새로운 공간을 찾는 연극을 시도하는 축제로 새로이 자기매김한 LIFT페스티벌의 새 예술감독, 마크 볼을 만나 아직도 계속되고 있는 축제의 변화에 대해 들어보았다.
LIFT festival in change
1981년에 시작하여 20여 년 동안 국제적 연극작품을 런던에 소개하는 주요 페스티벌로 성공을 거둔 LIFT는 밀레니엄에 이르면서, 변화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페스티벌의 창시자인 로즈 펜턴과 루시 닐은 ‘런던에서의 국제페스티벌의 목적’에 대한 질문을 던지면서 2001년부터 2004년까지 ‘LIFT Enquiry’라는 시즌을 두고, 몇몇 연극작품의 소개와 함께 페스티벌 자체의 존재이유와 방향에 대한 각종 토론회를 실시하였다. 유럽 최대의 도시, ‘세계 2위의 다양성의 도시(2nd most diverse city in the world)’ 런던에서 공연예술축제를 한다는 것은 어떤 목적과 형식과 내용을 수반해야 하는가? 4년간의 오랜 질문과 논의를 통해 분명해진 것은, 런던이라는 국제도시의 ‘국제주의(internationalism)’를 국제적인 아티스트와 연결하는 과제가 우선이었다. 그렇게 해서 LIFT는 민초에서 시작하는 커뮤니티 지향의 국제페스티벌, 국제적인 아트스트가 주도하는 관객참여에 포커스를 둔 페스티벌로 방향을 바꾸었다. 이 새로운 모델은 런던의 여러 지역에서 작은 페스티벌을 개최하는 것이었다. 가장 낙후된 런던의 동부를 중심으로 해서 3년 동안 지역사회에 기반하고, 지역사회와 함께 만드는 페스티벌을 주창했다. 그 중심에는 이동무대 ‘리프트(Lift)’가 있었다. 300석 가량의 텐트극장 리프트는 다양한 지역을 돌아다니며 음악, 연극, 무용 및 각종 토론회를 개최하는 관객을 찾아가는 무대로 활용되었다.
Final Change
이러한 이유로, 마크 볼은 임명과 동시에 다시 한 번 페스티벌 포맷의 변화를 계획했다. 원래 LIFT 축제와 사뭇 유사한 방식으로 런던 시 전역을 무대로 이용하는 하이 프로파일, 대형작품을 선보이는 페스티벌 시즌을 복구하겠다는 것이다. 2년에 한 번씩 바이에뉴얼로 개최되는 페스티벌 시즌을 통해 국제적인 프로젝트를 중점적으로 선보이고, 중간 해에는 보다 지역 커뮤니티에 기반한 관객참여형식의 작품을 하되 몇 달에 거친 장기 창작과정을 거쳐, 그 결과물을 다음해 페스티벌 시즌에 선보일 것이다.
Be distinctive
런던의 다른 공연예술제와 구별되는 LIFT 페스티벌 특화 전략에 대해 마크볼은 세 가지로 집약해서 답했다. 첫째, 공간에 기반하는 작품. 즉, 런던 시 전체를 무대로 활용하는 작품을 집중적으로 기획할 것이며, 이를 통해 축제의 주인은 명실공히 도시 자체가 될 것이다. 올해의 예를 들면, 런던 북동쪽의 캐닝타운을 비롯해 동서남북 각 지역에서 여러 가지 프로젝트가 벌어졌는데, 기존 공연장을 비롯해 각종 커뮤니티센터, 심지에 가정에서까지 공연이 이루어졌다. 캐닝타운의 경우에는 캐나다극단이 지역 어린이들과 함께 100가지 파티를 준비하였고, 총 100곳의 공공장소 및 가정에서 각종 파티가 하루 저녁에 모두 벌어졌으며 쿠폰을 만들어 100군데 모두를 방문하는 것이 관객들의 목표였다. 둘째, 예술적으로, 관객의 참여방식을 변화시키는 강력한 힘을 가진 매체를 적극 활용할 것이다. 연극과 미디어, 테크놀로지의 연계를 집중적으로 시도할 것이다. 극단들이 라이브공연뿐만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을 통해 공연을 시도하도록 하여, 디지털 매체를 이용한 공간을 초월하는 이벤트를 실시할 것이다. 사실 한국의 청소년들의 생활이 그 좋은 예라고 마크 볼은 말한다. 학교가 끝나고 나면 집에 가서 컴퓨터 게임을 하면서 친구들과 가상세계에서 공존하는 ‘virtually connected’ 상태를 경험한다. 이러한 것이 공연에서도 가능할 수 있으며 바로 우리가 사는 현재를 반영하는 우리시대의 공연형식이 될 것이다. 세 번째 특화전략은 세계적인 페스티벌로서 세계를 반영하기 위한 노력이다. 이것은 어려운 과제이지만, 예를 들면 향후 4년 동안은 특별대상지역으로 ‘중동’지역을 선택했다. 정치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안고 있는 이 지역을 중점적으로 다루면서, 명실공히 세계를 논하는 국제페스티벌을 추구하기 위함이다.
LIFT 2010
6월 24일부터 7월 17일까지 3주에 거쳐 펼쳐질 내년 페스티벌 시즌에는 이러한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연극의 만남이 페스티벌의 축을 이룰 것이다. TV 및 게임산업계의 인재들과 연극인이 만나 만든 새로운 극단, 하이드 & 식(Hide and Seek)이 대형작품을 준비하고 있고, 최근 배터시아트센터에서 대형작품을 선보인 코니(Coney) 극단이 배우 없이 관객을 배우로 활용하는 게임형식의 작품을 선보일 것이다. 또한 뉴욕의 빌더즈어소시에이션(Builder’s Association)이 <컨티뉴어스 시티(Continuous City)>라는 작품을 통해 온라인 커뮤니티의 시대를 맞아 인간관계가 파편화되어 가는 경향을 이야기할 것이고, 벨기에 극단 빅토리아는 틴에이저들과 함께 인터넷의 포스팅 메시지 및 호출기 메시지를 이용한 공연을 선보일 것이다. 또한 네덜란드 아티스트가 스리랑카에서 공연되는 라이브 퍼포먼스를 런던의 관객과 연결시키는 인터넷 카페를 시도한다. 시차 때문에 공연시간은 런던시간으로 오전 중이 될 것이다. 또한 브라질 버전의 <메데아>가 런던 동쪽 부두에서 자정부터 아침 7시까지 장장 7시간에 걸쳐 공연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시내에 위치한 ICA(Institute of Contemporary Arts)에 페스티벌 클럽이 마련되어 매일 그날의 ‘dialogue’가 운영될 것이고 예술가들의 각종 토론회, 나이트 바(bar)가 운영될 것이다.
LIFT in the future
그 다음해인 2011년은 페스티벌 시즌이 없는 해로, 원래는 3-4주간의 집중 커뮤니티 이벤트가 이루어지는 해이다. 그러나 2011년은 LIFT 30주년을 맞이하여 3-4개의 대형공연이 특정 시즌을 두지 않고 일년 연중 기획되어 있다. 그리고 런던 올림픽이 열리는 2012년은 다시 페스티벌 시즌이 있는 해로, 올림픽과 연계한 대형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현재는 계획은 거대한 데 예산규모가 턱없이 모자란 현실이지만, 그 갭을 채워가면서 페스티벌을 키워갈 것이고, 그 노력을 통해 LIFT 페스티벌은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은 것이 마크 볼의 바램이다. 그리고 그 다름의 중심에는 테크놀로지와 미디와의 활용이 있을 것이다. 마크 볼이 특히 테크놀로지에 관심을 두는 이유는 대규모 관객과의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는 지역페스티벌이었던 Fierce를 창설하여 다년간 운영하면서 실험적인 성격의 공연의 경우 아무리 아티스트가 훌륭하고 예술성이 뛰어나더라도 관객의 숫자는 제한되어 있다는 것을 경험했다. 보다 폭넓은 관객을 수용할 수 있는 공연의 형식 중 하나가 바로 테크놀로지와 미디어를 활용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LIFT 페스티벌은 이러한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대형 공연, 동시에 라이브 공연방식으로 공간에 맞춘 각종 대형이벤트 등을 통해 수십만, 수백만 명에 이르는 관객에게 어필하는 대규모 국제축제를 지향할 것이다.
Avignon, Edinburgh and London
아비뇽페스티벌이나 에딘버러페스티벌과 같은 국제적인 대형페스티벌은 소도시의 장점을 살려 70년 가까이 발전을 거듭하고 있다. 예산만 확보된다면 런던에서도 이러한 공연예술제가 가능할까라는 질문에 마크 볼은 단연 ‘아니다’라고 답했다. 에딘버러는 여름축제기간 동안 인구가 두 배로 늘어난다. 아비뇽 역시 매우 작은 도시이다. 그러한 소도시에서 페스티벌은 방문의 유일한 이유이며, 페스티벌 이외에 사실 다른 할 것이 별로 없다. 얼마 전 시작된 맨체스터 국제페스티벌의 경우는 시 자체의 적극적인 지원과 함께 그 도시가 보유한 오랜 음악적 전통을 살려 음악 위주의 프로그램으로 승부하여 성공을 거두고 있다. 그러나 런던은 다르다. 런던은 너무나 거대한 도시이고 너무나 많은 국제행사가 범람한다. 수백억의 예산이 있지 않고서는 에딘버러나 아비뇽과 유사한 축제의 분위기를 만들기가 불가능하며, 소도시만이 가진 집중력을 만들어내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런던과 같은 대도시의 페스티벌을 달라야 한다. 관객들이 참여하는 방식이 달라야 하고, 런던 전역을 대상으로 하여 지역민이 주인이 되는 행사, 훈련된 예술관객들이 아니라 일반인들이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축제가 되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관객참여를 유도하는 공연들이 필요하고 그것이 바로 LIFT가 지향하는 축제의 방향이다.
Government and Festival
이러한 관객참여를 강조하는 접근성 높은 예술축제의 지향은 단순히 현 노동당 정책의 영향만은 아니다. 사실 그러한 문화정책이나 정부의 방안들에, 마크 볼은 크게 관심이 없다. 오직 우수한 예술가들과 훌륭한 작품을 생산해내는 데 관심이 있을 뿐이다. 그것은 정부가 바뀌어도 변함이 없을 것이라고 믿는다. 현 노동당 정부가 다음 선거에서 보수당에게 자리를 내어주게 된다면, 아마 예술을 위한 예술에 대한 지원은 삭감될 것이다. 예술의 사회적 기능에 대한 요구도 줄어들 것이다. 아마 전체 지원금 규모 자체가 줄어들 것이다. 보수당이 주도하는 정부는 주요 대형예술기관들을 중점 지원할 것이고, 전통적인 모델을 선호할 것이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우수성(quality)을 지향하는 것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마크 볼은 LIFT페스티벌은 보수당이 득세해도 아무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다.
인터뷰 2009년 12월 7일 월요일 오후 2시, LIFT Festival 사무실
인터뷰 진행 및 정리: 정명주 (런던대학 골드스미스 콜리지 연극학과 박사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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