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섭으로 앙상블을 이루다
[Who&Work] 앙상블 시나위_신현식, 정송희, 이봉근, 김지혜
그냥 젊은 국악팀으로 알고 있던 ‘앙상블 시나위’가 나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왔던 것은 올해 3월, 국내 마이너한 예술장르에서 삶을 영위하고 있는 예술가들의 힘든 현실에 대하여 다룬 모 일간지의 기획기사를 통해서였다. 그 당시 나는 국내의 국악 팀과 함께 해외투어 중이었고, 처음에는 죽도록 고생했지만 점점 나은 환경 속에서 좋은 작품을 만들어 낸 사례로 묘사되었던 ‘앙상블 시나위’는 그래도 국악이라는 한솥밥을 먹고 있는 우리들에게 어느 정도의 위안과 감동을 안겨주기에 충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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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름의 공존과 조화
A 신현식 (이하 ‘신’) : 원래는 ‘프로젝트 시나위’라는 스터디 그룹이었어요. 예전의 시나위는 어땠을까, 현재 퓨전과 크로스오버 같은 여러 가지 형식으로 국악으로의 많은 접근이 있지만, 거꾸로 우리는 전통을 끌어내어 이것을 극대화 함으로써 세계로 나아가는 것이 차라리 지름길이지 않을까 하는 고민해서 출발했습니다.
그렇게 모임이 계속되면서 ‘공부보다 중요한 것은 모색이다’ 라는 생각으로 작품활동을 결심하게 되었고 ‘앙상블 시나위’로 이름을 바꾸면서 본격적인 팀 활동을 시작했습니다. 전통에서 즉흥음악인 시나위를 극대화시키면서 우리가 잃어버렸던 정서를 다시 찾아내는 동시에, 이 시대에서의 우리의 이야기 (혹 그것이 전통이 아닐지라도)를 그 시나위의 정서를 담아서 풀어내고 싶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가 하고자 하는 앙상블은 음악과의 앙상블일 수도 있지만, 통섭의 개념으로 어떤 방법으로 사람들에게 어디까지 접근할 수 있는가에 대한 고민이기도 하며, 우리와 같은 곳을 바라보고 있는 타 장르, 다른 아티스트들과의 앙상블 이기도 합니다.
이렇듯 그들이 말하는 좀더 광의적으로 통섭적인 앙상블의 개념은 어쩌면 ‘앙상블 시나위’ 내부 맴버들 개개인의 그것에서 시작되지 않았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겼다.
A 정송희 (이하 ‘정’) : 저는 주로 건반과 악보작업을 하고 있으며, 팀원들 중에서 가장 늦게 전통 음악을 접했어요. 우리 음악에 대하여 공부를 하기 위해서 한예종에 들어갔는데, 전통음악이 전공으로 한다고 해서 알 수 있는 것이 아니더라고요. 너무 광범위 하기도 하고, 각 뿌리가 깊이 연결되어 있기도 하고.. 그래서 내가 이것을 전체적으로 어떻게 이해 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중에 스터디 제안을 받게 되었어요. 겨울에 같이 합숙을 하면서 옛 어르신들이 했던 연주와 노래를 공부하고, 전공이 아닌 일상으로 국악을 해오고 계신 지역의 분들을 만나 뵙기도 하면서, 아 이것이 직접 겪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 이구나, 머리로 공부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구나……하는 생각을 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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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악의 여러 가지 시도를 둘러싼 담론 중에 피아노나 키보드의 사용에 대한 불신과 효용성에 대한 논쟁의 여지가 있는 것이 사실이기 때문에, ‘앙상블 시나위’내에서의 이 양악기의 역할에 대하여 물었다.
A 신 : 서양악기의 사용이 우리 전통의 특수성을 더욱 극명히 대비시키는 장치가 되는 동시에, 충분한 고민을 통하여 오직 한국 사람만이 한국의 정서로 표현 할 수 있는 감정, 장단 등의 아이덴티티를 창조해 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악기와 악기가 만나서 음악을 만드는 것이 아니라 각자 그 속에 녹아 있는 것들이 만나 하나의 새로운 그루브를 만들어 내고, 그것이 보편성과 당위성을 획득할 수 있다는 확신이죠.
정송희씨는 본래 법학을 공부했지만, 한예종에서 창작을, 그리고 카이스트에서는 미디어 인터렉티브 분야를 공부했습니다. 저는 송희씨의 역할이 단순히 피아노 연주나 작곡, 편곡이 아니라 우리의 전통적인 예술과 정서들을 ‘앙상블 시나위’안에 녹여내어 그 어떤 것보다도 강력한 우리 문화의 힘으로 만드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면 피아노나 건반 이외에 다른 양악기의 사용에 대한 이들의 생각은 어떠할까?
A 신 : ‘어떤 악기인가?’ 보다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정서를 연주하는가?’ 등이 더 중요한 문제 인 것 같습니다. 정송희씨처럼 누군가는 양악기 연주를 통하여 우리만이 연주할 수 있는 정서를 만들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시대에 따라 변해오고 있는 우리의 정서를 이해하고 그것을 음악으로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누구든 함께 연주하고 싶습니다. 물론 연주력도 중요하겠지만, 같은 곳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 그럼 사람이 필요합니다.
A 이봉근 : 저는 판소리를 전공했고, 시나위에서는 타악과 소리, 그리고 재즈적인 창법인 스캣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저는 악기들의 합주, 특히 즉흥을 함께 연주할 때 목소리를 악기처럼 구사하여 제 소리 또한 하나의 앙상블을 이루는 요소로 만들고 있습니다.“
A 김지혜 : ’앙상블 시나위’에서 타악을 맡고 있는 김지혜입니다. 선배님들의 권유로 함께 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큰 부담이었어요. 신현식 선배님이 저희 전통 예술원1기 시거든요.. ‘내가 과연 저분들과 함께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니까요. 저 는 9기예요 (웃음).. 처음에는 그냥 배워야겠다라는 자세로 시작했는데, 지금은 사소한 것 까지도 공유하는 가족 같아요. 사실 여기서 저는 진정한 앙상블은 단순히 함께 연주하는 것 뿐만 아니라, 시간을 가지고 같은 경험과 나눔을 공유함으로써 만들어지는 것이라는 것을 가장 크게 느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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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원들 각자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앙상블 시나위는 어느 한 사람에 의하여 이끌려 가는 방식이 아니라, 각자 즐겁게 역할을 다 해가며 완성해 나가는 축제 같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A 신 : ‘앙상블 시나위’에서는 누구나 리더가 됩니다. 그러나 누구도 리더가 될 수 있지만, 다양한 장단으로 전체적인 음악을 이끌어 나가는 것은 지혜고, 관객들이 순간순간 느낄 수 있는 다채로운 색깔을 입히는 것은 봉근이죠. 송희는 음악작업을 통하여 저희의 방향성을 만들어 주고 있고요. 세라는 뛰어난 개인 연주력과 더불어 공연과 관련된 모든 부분을 관리함으로써 저희가 계속 공연을 해 나갈 수 있게 해 줍니다. (웃음) 음악적으로 제가 제일 부진한 것 같은데요?
Q: 2007년에 스터디를 시작하고 나서 지금까지 계속 음악활동을 해오고 있는데, 지금의 ‘앙상블 시나위’의 모습이 갖춰진 것은 언제부터인가?
A 신 : 2007년 겨울 처음 스터디를 만들 때부터 지금까지 한가지 변치 않는 목표가 있습니다.. 국가의 정책에 기대어 안일하게 음악을 하는 것이 아니라, 음악의 진정성으로 승부하는 그런 팀이 필요하다는 것이죠. 시작했을 때는 10명도 넘는 사람들이 있었지만, 냉정하게 말해 음악에 대한 열정 이외에 다른 곳에 관심이 있었던 사람들이나 열정이 아예 없이 시작했던 사람들은 다 나갔고 정말 처절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친구들만 남았습니다. 저 자신도 결혼도 하고 먹여 살려야 하는 자식도 있었지만, 이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어떤 단체나 기관에도 지원하지 않고 같이 음악을 하는 친구들만 바라보고 연습을 했습니다. 그리고, 2010년 유럽에서 열린 환경회의에 연주를 다녀오면서 지금의 매니저인 정선구씨를 만나게 되어 앨범작업을 비롯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고, 이때 작업들을 통하여 지금 ‘앙상블 시나위’ 단원들 개개인에 대한 믿음도 확고해지고 우리의 정체성과 방향성이 만들어 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3-4년의 노력을 통하여 내실을 다지고, 그 힘을 바탕으로 정체성과 방향성을 다지는 모습이, 어쩌면 내가 일하고 있는 자라섬국제재즈페스티벌의 모습과 많이 닮았다는 생각을 했다.
진짜 국악과 진정한 ‘앙상블 시나위’
Q : 내재된 힘 없이 방향설정과 추진은 불가능하고, 한 단계 도약을 위한 발돋움을 위해서는 새로운 생각과 순수한 열정을 가진 젊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A 신 : 우리의 정체성과 방향성을 찾아 가는데 많은 예술가들로 영향을 받아왔습니다. 지금까지 가장 큰 영향을 받았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은 영국 기타리스트 존 맥러플린 (John McLaughlin)과 인도 타블라 연주자 자키르 후세인 (Zakir Hussain)이 주축이 된 프로젝트 ‘리멤버 샥티(Remember Shakti)’입니다. 전통의 음악의 진정한 세계화를 위해서는 각자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잊지 않는 동시에 테크닉, 감성, 그리고 거기에 철학이 얹어져야 한다는 것을 명확히 보여주었습니다. ‘리멈버 샥티’의 음악을 들으며 내가 어떤 음악을 하고 싶어하고, 왜 이런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인가. 내가 살고 있는 이 시대는 어떤 시대이고 어떤 음악을 원하는가에 대한 물음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왔습니다. 여기에 같이 먹고 자며 함께 작업했던 프랑스 태양극단의 무누슈킨(Ariane Mnouchkine)은 삶이 녹아나지 않으면 진정한 예술작품이 나올 수 없다는 중요한 사실을 더해 주었죠. 국내에서는 함께 작업을 하면서 뵈었던 박근형 선생님께서는 길의 중요함을 알게 해 주셨습니다. 처음에는 사람들이 시나위라는 이름만으로 열광했으면 하는 그런 환상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우리의 이름이 아닌 우리가 만들어 내는 음악이라는 것, 그리고 이 음악의 길을 계속해서 걸어가야 한다는 것을 배웠죠.
그리고 이들의 음악적 여정은 작년부터 충무아트홀의 상주단체로 지정이 되면서 그들의 외연을 넓히는 도약의 시기를 맞게 되었고, <전통에서 길을 찾다> (2011년 9월 15,16 충무아트홀 소극장 블루), <전통에서 말을 하다” (2012년 2월11.12일 충무 아트홀 소극장 블루> <전통에서 춤을 추다> (2012년 3월11일 충무아트홀 대극장) 라는 삼부작 기획공연을 완성하였다.
A 신 : 충무아트홀에 오기 전에 상주단체에 대한 제안이 몇 군데서 있었지만, 단순히 자금을 지원받고 우리의 하고자 하는 음악과는 다른 연주를 해주는 식의 상주단체는 되고 싶지 않았습니다. 우리가 가장 필요한 것은 공간이었고, 여기 충무아트홀과는 공간제공만 받고 예술적 활동에 대한 것은 터치하지 것으로 서로간의 의견을 모았습니다. 실제로 예술단체와 공간이 서로 완벽히 윈윈(Win-Win)해 나간다는 것은 너무나 힘든 여정입니다. 상업적인 작품을 위하여 공간이 절실한 예술가는 드물고, 비 상업적인 공연을 올리는 것을 좋아하는 공연장은 없기 때문이죠. 충무아트홀은 감사하게도 ‘앙상블 시나위’가 하고자 하는 음악을 존중해 주었고, 진정성있는 공연을 만들어 달라는 요청을 해 주셨습니다. 물론 우리도 일년에 몇 번씩 중구 구민들을 위하여 하는 콘서트들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공연 조차도 우리는 단순히 관객들의 수준에 맞추어 즐겁게 해주는 공연이 아니라, 지금까지 알지 못했던 진짜 국악과 진정한 ‘앙상블 시나위’의 음악을 보여주는데 힘쓰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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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기본적으로 전통음악 (Traditional Music)으로서의 국악이 세계 속의 음악(World Music)으로 서의 가능성을 충분히 가지고 있다고 믿는 사람이다. 이들에게 월드뮤직으로서의 ‘앙상블 시나위’의 목표와 가능성에 대하여 물었다.
A 신 : ’리멤버 샥티’에서도 볼 수 있듯이, 그 밴드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음악, 그 연주자가 아니면 할 수 없는 그러한 음악이 바로 월드음악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말하자면 전세계의 그 어느 밴드와도 구별되는 그 밴드만의 브랜드를 갖게 되는 작업이며, 동시에 우리 ‘앙상블 시나위’가 가고자 하는 길입니다.
정 : 월드음악으로서의 우리 음악을 위하여 어떤 문화권을 타겟으로 삼는다던가 스터디를 하지는 않아요. 가장 베이스가 되는 전통음악에도 충분히 다양한 것이 있기 때문에 거기에서부터 시작해 보고 싶습니다. 자주 다른 문화권의 연주자들과 함께 연주할 수 있는 기회가 있는데, 그러한 경험들이 많은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시나위의 한국의 음악양식에서 거의 유일하게 볼 수 있는 즉흥음악이다. 이 이름처럼 그들에게 있어서 즉흥은 무엇일까?
A 신 : 보통 국악에서는 즉흥이 힘들다, 특히 현악기 보다는 관악기에서 그 즉흥의 극대화가 힘들다고 이야기 합니다. 하지만 저는 농현과 시김새의 질감을 극대화 시키는 것이 즉흥의 기본이라고 생각하고, 그런 면에 있어서 즉흥음악으로서의 국악의 가능성은 분명히 있습니다. 다만 국악의 현재 모습은 이론이 먼저 선행되고 이 이론의 프레임 안에서 연주하는 것이 정례화가 되어 있기 때문에 즉흥이 힘든 것처럼 보이는 것뿐이죠. 산조가 처음 만들어 질 때 그랬듯이 개인의 연주력을 극대화하여 프레임을 벗어나는 연주가 선행되고, 이것이 이론으로 정립된다면 이것이야말로 한국형 즉흥이 될 것입니다.
즉흥음악으로 대화를 마무리 하면서, 재즈가 본업인 나는 ‘앙상블 시나위’와 묘한 동질감을 느꼈다. ‘한번 갔던 길을 다시 가지 않는 것이 재즈다’라고 재즈를 정의했던 마일즈 데이비스((Miles Davis)의 말처럼, 끊임없는 변화하고 외연의 확장에 노력하는 ’앙상블 시나위’의 모습이 이런 재즈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들의 무대에서 포효하는 완전 몰입은 참으로 그 방출하는 에너지가 대단하여 청중을 사로잡을 수 밖에 없다. 일단 한번 빠지면 그 매력에 완전 몰입하게 되는 재즈와 다름없다.
맞다. 답은 그것이다. 재즈. 한국의 전통 재즈. 시나위. 한국적 재즈의 전통.
앙상블 시나위가 애초부터 그것을 지향한 것은 아니었을 것이지만, 그들의 활동 방향은 아마 이렇게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월간 음악춘추 2012년 3월호 / 강은수
‘앙상블 시나위’는 2012년 PAMS에서 <전통에서 길을 찾다>라는 작품으로 그들의 음악을 세계 무대에 선보일 예정이다. 이번 공연은 우리 고유의 장단을 기본 바탕 위에 시나위의 즉흥연주 선율을 얹어 새롭게 만든 국악 창작곡과 함께 유네스코 지정 무형문화유산인 판소리 등의 현재 모습을 다른 각도로 조명해 보는 살아있는 전통음악의 무대가 될 예정이다.
한가지 재미있는 것은, 그들이 그토록 롤모델로 삼고 뛰어넘고자 노력하고 있는 ‘리멤버 샥티’. 이 ‘리멤버 샥티’의 첫 내한공연을 LG아트센터에서 기획했던 사람이 바로 나였다는 사실이다. 혹시 오늘의 인연이 거기에서 시작되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문득 해보며 이 글을 마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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