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과 음악의 조화를 통해 소통과 공감을 이루다.
[Who&Work]유경화 월드뮤직앙상블 이도: E-DO 유경화, 서정철, 임청, 조민수
월드뮤직앙상블 ‘이도’는 한국전통음악을 그 근간에 두고 인도음악, 재즈, 록 등의 다양한 연주어법들을 수용하여 동시대성을 획득하고, 나아가 세계 음악 속에 한국음악의 새로운 좌표를 그리고 있는 팀이다. 2012 팸스초이스 무대를 준비하고 있는 수원의 한 녹음실에서 ‘이도’의 멤버들을 만나 이야기를 청했다.
소통과 공감의 키워드 ‘이도:E-DO’
Q: ‘이도: E-DO’라는 팀의 이름이 특이한데, 어떠한 의미를 담고 있는가?
A 유경화 (이하 ‘유): 우리 민족문화를 찬란하게 꽃피운 조선시대 ‘세종대왕’의 이름을 본떠 팀 이름을 짓게 되었다. 세종대왕은 여러 분야에서 대단한 업적을 일궈냈지만 그 중에서도 전통음악을 정비하고, 발전시키는 데에 큰 업적을 이루었다. 그는 어찌 보면 작곡가이고, 연주가이며, 편종, 편경에서부터 모든 악기를 정비한 악기제작자이다. 세종 27년(1446)에 세종의 명으로 완성된 노래곡 ‘여민락’이 만들어졌는데, 이는 백성을 위하는 음악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 그 당시에 음악이 신성시 되어있고, 특수 귀족사회에서만 통용되어오던 음악들을 백성과 함께 소통하고, 공감하며, 즐겨야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는 것이다. 세종이 여민락을 지어서 서민들과 소통하고, 공감을 하려 했듯이 앙상블 ‘이도’ 역시 음악을 통해 이 시대의 사람들과 공감하겠다는 의미를 담았다. 이는 단순히 세종대왕의 이름만 본 딴 것이 아니라 그가 가지고 있던 ‘공감과 소통’의 음악적 철학을 담으려 했다.
Q: 특이하고 심오한 의미를 가진 팀 이름처럼, 범상치 않은 멤버들이 모여 있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멤버들을 한 명씩 소개해 달라.
A 유: 우리 팀은 전통음악분야에서 활동하던 연주자 2명과 대중음악분야 출신 연주자 2명으로 이루어져있다. 철현금 & 장구, 대금, 베이스기타, 드럼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다들 각자의 분야에서 왕성하게 활동했던 뮤지션들이다. 다들 각자 2가지 이상의 악기를 연주하는 공통점이 있어서 우스갯소리로 ‘악기 두 가지 이상 연주하지 못하면, 우리 팀에서 받아주지 않는다’라고 말하곤 한다. 대금, 소금, 태평소 등을 연주하는 이영섭은 한국의 대표적인 월드뮤직그룹 ‘바이날로그 (Vinalog)’의 대표로 한국전통음악의 새로운 지평을 만들었던 장본인이다. 베이시스트 서정철은 퓨전재즈밴드 워터컬러의 멤버로 재즈, 팝, 라틴의 영역을 넘나들며 작곡에도 굉장한 능력을 가지고 있기로 유명하다. 드러머 임청은 한국 록의 전설인 밴드‘백두산’의 드러머로 활동하였으며, 스틸하트 (Steel Heart)와 레이프가렛 (Lief Garrett) 등의 대형 뮤지션들의 내한공연에 게스트로 활약하기도 했다. (귓속말을 하듯이 손을 모으며) 레이프가렛은 임청에게 속된 말로 댐핑 (Damping)이 좋다고 칭찬했다. 정말 파워풀한 드러머이다. 타악을 맡고 있는 조민수는 그룹 공명의 창단멤버로 활동하면서 공명의 음악들을 창작하며 한국전통타악의 기적을 만들어냈다. 3년 전부터 솔리스트로 활동 중인 것을 알고 삼고초려 끝에 어렵게 함께하였다. 그리고, 피아노와 작곡을 맡고 있는 양승환은 현재 NYU에서 석사과정 중이다. 각자 음악적 내공이 대단하다. 이렇게 대단한 연주자들과 함께 음악을 만들다 보면 시간이 어떻게 지나가는지 모르겠다.
|
| |
| 이도: E-DO |
음악은 곧 사람, 사람이 곧 음악
Q: 각자 다른 장르에서 활동한 이력을 봤을 때, 이렇게 개성이 넘치고 서로 다른 음악적 스타일을 가지고 있는 연주자들이 모여서 어떤 음악을 어떻게 만들고 있는지 궁금하다.
A 유: 우리 팀의 음악은 멤버들 자체이다. 임청은 록커이기 때문에 록적인 요소가 강하고, 조민수와 이영섭, 그리고 나는 전통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에 전통적인 음악을 추구한다. 서정철은 라틴, 재즈 등 다양한 장르를 두루 섭렵하고 있고, 전통에 대한 이해가 뛰어나다. 서로 각자가 평생 해오던 장르에서 연주하면서 느꼈던 부분이나 내가 인도에서 1년간 머물면서 느꼈던 모든 어법들이 모여 하나의 색깔을 만들고 있는 것 같다.
서정철 (이하 ‘서’): 서로의 악기를 알아야 곡을 작업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유경화가 연주하는 철현금을 알면서 그녀를 알게 되고, 임청의 드럼을 알면서 그를 알게 된다. 그동안 실용음악을 하면서 전통을 잘 모르고 있다 보니, 최대한 전통음악을 살리면서 조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이것은 단순히 악기를 이해하는 것을 넘어서 사람을 이해해야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이해해야 그들의 음악세계를 알 수 있고, 그들의 음악을 알아야 함께 연주하는 연주자들을 알 수 있다. 그렇게 서로를 이해하려 노력하면서 음악을 만들고, 연주하는 즐거움을 알게 되면서 음악을 하는 게 행복해졌다.
유: 즉흥을 통해 음악을 만들다 보니, 좀 더 자유롭게 서로의 기량을 뽐내기도 하고, 서로를 존중하는 과정을 반복하고 있다. 물론, 함께 연주하면서 어려운 점들도 있다. 전통에서의 장단의 개념은 서양음악의 리듬과는 다르다 보니, 이런 부분에서 어긋날 때도 있었다. 하지만, 모두가 전통적인 어법을 이해하기 위해 전통을 지속적으로 공부하는 과정을 통해 전통에 대한 이해의 폭이 넓어졌다. 산조 같은 경우 임청이 전통음악의 유기적인 장단의 규칙이나 어법들을 이해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지만, 지금은 누구보다도 전통음악의 장단을 잘 이해하며 연주하고 있다. 결국 이런 과정은 서양음악의 국악화를 이루고 있다고 보면 된다. 그 동안은 우리나라에서는 국악의 양악화가 이루어졌다. 나도 예전에는 그러한 방향으로 갔었지만, 지금은 양악의 국악화를 통해 우리음악의 보편성을 찾아내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인도에서는 서양음악이 그들의 음악으로 흡수되어 더 방대해지고, 확대되고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한 깨달음을 바탕으로 서양음악의 국악화로 방향성을 잡고 연주를 하고 있다.
|
| |
| 유경화 |
Q: 즉흥이라는 개념이 쉬운 것 같지만, 너무도 어려운 개념인 것 같은데 어떠한 방식으로 즉흥연주를 하고 있는가?
A 임청 (이하 ‘임’): 즉흥은 대화이다. 누군가가 “이건 이런 거야!”라고 음악으로 이야기를 걸어오면, 나는 “아 그런 거야?”라고 다시 음악으로 대답한다. 이것이 즉흥인 것 같다.
유: 즉흥은 즉흥이 아닐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정말 수많은 연습과 훈련을 거친 사람만이 즉흥을 할 수 있다. 자유만 있다고 해서 즉흥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중도의 미덕, 그리고 한국적 정체성
Q: 해외의 음악관계자들이 한국의 전통음악을 바라보는 시선 중 서양악기들이 국악 팀에 편성되면서 생기는 부작용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이 많다.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A 유: 그러한 우려는 멤버의 기량과 관련이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이 팀에서 자랑스러운 점은 함께하는 멤버들이 각자의 분야에서 최고를 자부한다는 점이다. 멤버들이 가지는 확고하고 단단한 음악세계가 우리 팀의 보배라고 생각한다. 서양음악과 한국전통음악이 만났을 때, 서양악기를 연주하는 연주자들의 기량이 떨어지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단순히 우리음악을 뒷받침해주는 역할로는 진정한 조우가 될 수 없다. 이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연주자들의 뛰어난 기량이 전제가 되어야 한다. 음과 양이 같은 기운으로 묶이는 게 아닌 것처럼 동양과 서양의 음악이 음양의 조화가 이루어져야 하는데 어느 것이 많거나, 적어도 안 되는 것처럼 음악도 마찬가지이다. 말 그대로 동서양의 합일이 필요한 것이다.
서: 지금까지 퓨전이라는 이름 아래 만들어진 음악들은 재즈의 형식에 국악기가 삽입되어 멜로디를 잠깐 연주하는 정도였다. 좋은 음악을 만들기 위해서는 이 둘의 적절한 조화가 최우선시 되어야 한다. 어느 한 곳에 치우치는 것이 아니라 서양음악과 우리의 음악이 함께 연주하는 동안에는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는 중도의 미덕이 필요하다. 연주 이전에 애정을 가지고 서로를 이해하려는 노력이 있어야만 서로의 음악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것 같다. 사람이 곧 음악이라고 하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
| |
| 이도: E-DO |
Q: 서로의 나이가 적지만은 않은데, 보다 젊었을 때 음악을 접하는 마음가짐과 현재의 마음가짐은 어떻게 달라졌으며, 음악에 대한 자신만의 신념은 무엇인가?
A 유: 나이가 들면서 음악이 더 어려워지는 것 같다. 20대, 30대 직면했던 음악이 다른 것처럼 앞으로 더 연륜이 생겨야 음악을 더 많이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 어렸을 때는 고도의 테크닉을 구사하고 어려운 음악을 하는 것이 멋지다고 생각했지만, 나이가 들면서 쉬운 음악을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다. 아직도 그것이 어렵다.
임: 기분이 좋지 않은 상황에서 무대 위에 올라가 연주를 한 적이 있다. 그때 연주를 들었던 관객이 오늘따라 왜 이렇게 드럼소리가 슬프냐고 나에게 물었다. 그때, 내가 치는 드럼소리에 감정이 전달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나는 삶에서 드럼을 치는 이유를 찾는다. 음악에 삶과 감정을 싣는 연주를 하기 위해 노력한다. 연주를 하는 동안에는 매번 그런 연주를 하고 싶다.
조민수: 음악을 연주하다가 기로에 섰던 적이 있었다. 그때마다 내 옆에 있는 아내가 나를 많이 위로해줬다. 덕분에 ‘내 길은 음악뿐이다.’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한동안 음악을 좋아했지만 움직일 수는 없었다. 예전에는 음악으로 세계의 중심이 되고 싶은 생각을 가질 때가 있었는데, 지금은 음악을 하고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행복할 수 있게 되었다.
서: 어릴 때부터 관심사가 계속 변해왔다. 음악가들은 본능적으로 새로운 것들을 찾는 것처럼 나도 다른 장르를 많이 연주하고 공부해왔지만 점점 공허해짐을 느꼈다. 그러면서 오리지널리티에 대한 생각이 깊어졌다. 한국 사람으로서 음악을 하는데 오리지널리티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국의 재즈뮤지션들이 외국에서 공연을 할 때 외국 사람들은 ‘창’을 보는 것과 같이 바라본다. 그만큼 뮤지션 스스로가 가지는 정체성을 중요한 문제이다. 그런 생각을 하고 나서 국악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나에게 있어서 음악을 하는 원동력은 ‘재미’이다. 재미유발이 음악을 하는 데에 가장 중요한 요소이다. 그런데 지금 이 순간이 재미있다. 그렇기 때문에 음악을 하고 있는 것이다.
|
| |
| 이도: E-DO |
Q: 팸스초이스의 쇼케이스와 앞으로의 활동계획이 궁금하다.
A 유: 현재 2012팸스초이스 쇼케이스를 준비하고 있다. 메인레퍼토리인 ‘망각의 새’와 ‘아유타라’는 곡은 다양한 음악적 스타일이 접목되어있다. 이펙터를 활용하여 새로운 사운드를 만들어 내기도 하고, 어떤 곡에서는 다이나믹하고 에너지가 넘치며 때로는 이완을 통해 균형을 맞추고 있다. 우리는 무대 위에서 모든 것을 쏟아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러한 에너지가 우리의 공연을 보고, 음악을 듣는 관객들에게 그대로 전달되기를 바란다.
서: 현재 1집 앨범을 녹음 중이다. 이 안에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가지가 섞이고 있다. 앞으로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각자의 개성과 기량을 바탕으로 보다 자유롭고 즐겁게 연주를 해나갈 생각이다. 앞으로는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것, 즐겁게 할 수 있는 것을 장르를 초월하여 우리의 악기를 통해서 오랜 시간 견고하게 만들어 나갈 예정이다.












PREV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