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 in 말레이시아(1) |
글: 기무라노리꼬 (프리랜서 공연기획자) |
| 3월 27일(토)과 28일(일) 이틀간, 말레이시아의 수도 쿠알라룸푸르의 센트럴마켓에 있는 아넥스 갤러리에서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가 열렸다. 이번 회의는 올 3월 동경예술견본시(TPAM)에서 열렸던 ‘공연제작자네트워크회의’에 이어 개최된 것이다. ‘공연제작자네트워크회의’란 아시아지역에서 동시대 공연예술 제작자에게 필수불가결한 상황분석과 발 빠른 정보교환을 보다 효율화, 활성화하고, 세계를 향한 창구역할을 할 아시아의 프로듀서 네트워크를 구축하기 위한 국제회의다. 도쿄의 첫 회의에는 아시아 각국에서 활약하는 열네 명의 프로듀서가 초청되어 성숙한 서구 프로듀서 네트워크의 존재의미, 아시아에서의 프로듀서라는 개념의 수용도, 동시대성의 의미에 대한 지역과 사회에 따른 다른 해석 등을 분석하고 공연예술 교류와 공동작업의 가능성을 확대하고 질적인 향상에 기여하는 네트워크 구축에 대해 토론한 바 있다. 이틀간의 첫 회의에는 200명이 참가, 높은 관심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한, 이 회의에서는 2년 후인 2012년에 정식으로 아시아 프로듀서에 의한 네트워크 창설을 합의하고 정식 발족까지 지속적으로 회의를 갖기로 했다. 이에 이어 첫 회의에 프리젠터로서 참가했던 말레이시아 파이브아츠센터의 준 탄(June Tan)이 보다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해 말레이시아에서 회의를 유치, 일본국제교류기금과 아시아연극창조연구센터가 협력하여 이번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가 실현된 것이다. 말레이시아 회의에 프리젠터로서 참가한 사람은 싱가포르에서 프린지페스티벌을 주최하고 있기도 한 극단 네세서리 스테이지(The Necessary Stage)의 앨빈 탄(Alvin Tan), 말레이시아 파이브아츠센터의 마리온 드크루즈(Marion D’Cruz)와 루치성(Lew Chee Seong), 일본과 수많은 콜라보레이션 공연을 해온 CHAI(Instant Café House of Art & Ideas)의 조 쿠카서스(Jo Kukathas), 일본 아시아연극창조연구센터의 마츠이 켄타로(Matsui Kentaro), 오키나와 키지무나페스티벌의 나미카와 사야(Namikawa Saya), 현재 필리핀에서 코디네이터로 활동하고 있는 다카야마 리사(Takayama Risa), 싱가포르에서 교편을 잡으면서 코디네이터로도 활동하고 있는 다키구치 켄(Takiguchi Ken), 그리고 필자이다. 이번 프리젠터 선정에서 흥미로운 점은 말레이시아를 중심으로 인접국가의 프리젠터들이 모였을 뿐 아니라 해외에 이주하여 활동하고 있는 일본인 코디네이터들이 모였다는 점이다. 회의는 아넥스 갤러리 인근의 작은 스튜디오에서 진행됐는데, 살롱 느낌의 매우 편안한 분위기에서 말레이시아 국내는 물론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등에서 프로듀서와 아티스트 등 60명 정도가 참가하여 이틀간 활발하게 의견을 교환했다. 회의 첫날, 우선 앨빈 탄이 싱가포르 공연예술 창작 환경에 대한 이야기와 국가적 차원에서 국제공동제작을 추진하고 있는 현황을 전했다. 싱가포르에는 연출가 옹켕센(Ong Keng Sen)을 필두로 동남아시아의 독립예술가, 문화사업 관계자, 예술관계자에 의해 설립된 국제적 지원단체인 ANA(Arts Network Asia)가 있다. 지원분야는 시각예술, 필름/비디오/뉴미디어, 공연예술, 문학, 비평/평론, 예술경영 등 넓은 범위를 아우르며, 포드재단과 아시안 컬처럴 카운실을 통한 록펠러재단의 지원을 받고 있다. 현재 11개 언어(영어, 인도네시아어, 일본어, 크메르어, 한국어, 라오스어, 중국어, 신할리어, 타밀어, 타이어, 베트남어)로 운영되며, 이중 어떤 언어로든 신청할 수 있다. 또한, 국가적 차원에서 문화예술의 국제화를 추진하는 싱가포르와는 대조적으로 국가보다는 기업 등의 민간 지원 비중이 높은 말레이시아의 현황을 류치성이 파이브아츠센터의 활동을 중심으로 발표했다. 두 명의 발표에 이어 프로듀서의 역할과 기능에 대한 의견교환이 이루어졌지만, 전체적으로 토론보다는 말레이시아 내의 문제점, 관객동원, 프로듀서의 고생담 등의 이야기가 많아 말레이시아의 상황을 파악할 수는 있었으나 모두가 참여할 수 있는 토론으로 이어지지 못한 점은 다소 아쉬웠다. 이어서 일본과 말레이시아 간 공동제작 공연의 구체적인 사례를 다키구치 켄, 마리온 드쿠르즈, 조 쿠카서스, 마츠이 겐타로, 네 명이 발표했다. 일본과 동남아시아는 1970년대 후반 필리핀 PETA(필리핀교육연극협회)와의 공동작업으로 교류를 시작해 긴 기간에 걸쳐 관계를 구축해 왔다. 하지만, 개인적인 협력관계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 관점에서 공동제작의 기반을 만들려는 움직임이 시작된 데는 1990년대 후반 이후 일본국제교류기금이 주도하여 시작한 일련의 공동작업 시도가 크게 영향을 미쳤다. 말레이시아의 경우 2003년 일본국제교류기금의 쿠알라룸푸르 일본문화센터가 기획한 파파 타라후마라(Pappa TARAHUMARA, 대표 고이케 히로시)의 <쿠알라룸푸르의 봄>(Spring in Kuala Lumpur), 일본국제교류기금과 세타가야퍼블릭씨어터가 기획했던 2001년의 <사이의 섬>(The Island in Between), 2006년의 <호텔 그랜드 아시아>(Hotel Grand Asia) 등의 공동제작이 있다. 또한, 현재도 이들 공동작업에 참여했던 개개인이 파생적으로 공동제작 작품을 발표하고 있기도 하다. 이렇게 일본과 동남아시아의 공동제작 사업은 일정한 성과를 올렸지만, 지속적이고 발전적인 공동제작을 계획, 실행해 나갈 기초형성에는 이르지 못했다는 것이 현황으로 이는 앞으로의 큰 과제로 남아있다. 이날은 개최국인 말레이시아와 인접국의 공연예술 환경 현황에 대한 인식을 공유하고 향후 공동제작의 과제를 모색함과 동시에 “왜 공동작업이 필요한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회의 이틀째, 우선 필자가 한국과 일본의 교류 및 공동제작 사업을, 다카야마 리사가 코디네이터 및 통역으로 참가했던 공동제작 작품을 사례로 일본과 필리핀의 교류에 대해 발표했다. 전날의 말레이시아, 싱가포르의 사례공유를 포함해 지금까지 국제공동제작은 착실하게 성과를 쌓아왔음이 분명하다. 또한 그 과정에서 형성된 아티스트 네트워크도 크게 확장되어 국경을 넘는 공동작업과 콜라보레이션이 결코 드물지 않다는 것이 현재 아시아 공연예술의 한 단면이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 제작문화의 차이, 언어, 재원조성, 프로듀서나 코디네이터, 통역과 번역 등의 인력양성, 작품의 주제, 정보부족 등 아시아 공동제작에서의 과제가 서서히 떠올랐다. 참가자들은 이들 과제를 앞으로 아시아 전체에서 공유하고 토론하면서 프로듀서 주도의 공동제작을 구체화해 나가기 위해 기존의 ‘얼굴 익히기’ 네트워크가 아닌 ‘실질적인 네트워크 구축’과 ‘데이터베이스 구축’에 대한 토론을 제안했다. ‘실질적인 네트워크 구축’을 위해서는 향후에도 각국을 돌면서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를 개최하여 공동제작을 가능케 하는 네트워크와 기초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논의되었다. 차기 회의 장소가 확정되지는 않았지만, 이르면 올해 오키나와 키지무나 페스티벌에서 개최될 예정으로, 참가자들이 각자 자국으로 돌아가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의 개최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또한 유럽을 중심으로 한 공연예술전문가들의 네트워크인 IETM(현대공연예술국제네트워크)의 분과로서 아시아 프로듀서에 의한 네트워크와 회의를 추진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의견도 있었다. ‘데이터베이스 구축’을 위해서는 독자적인 홈페이지의 개설과 각국/각단체가 가진 기존의 데이터베이스의 활용이 검토되었다. 하지만, 두 가지 모두 누가 책임을 지고 관리할 것인가 라는 문제가 남게 되는데, 이 날 회의에서는 싱가포르의 앨빈 탄이 운용하는 3000명 이상의 공연예술관계자가 등록되어있다는 메일링 시스템을 활용, 시험적으로 자유로운 교류의 장으로 이용하기로 하고, 향후에도 서로 정보를 제공하거나 연락을 주고받기로 함으로써 이틀째 전체회의를 마쳤다. 필자는 이번 회의에 참가하여 아시아 다른 지역의 공연예술 현황과 더욱 심도 있는 공동제작을 지향하는 프로듀서들의 열정에 감탄하면서도 한 단어로 ‘아시아’라고 해도 다종다양한 배경과 상황이 있어 국제회의가 쉽지만은 않다고 느꼈다. 특히 오픈세션에서 회의 진행을 위해 본래 설정됐던 테마보다 개최국의 실정이나 과제가 중심이 되어버려, 큰 비전을 향한 심도 있는 토론이 이루어지지 못한 점이 무엇보다도 안타까웠다. 2년 후의 정식 네트워크 발족을 위해 앞으로도 계속될 회의에서 회의의 지속뿐 아니라 심도 있는 토론을 위한 회의의 형식을 함께 검토해야 할 것이다. 이번 글에서는 이틀간의 회의 전체를 소감과 함께 간단히 스케치 했다. 다음 글에서는 국제공동제작의 과제로 이야기된 것들의 구체적인 내용과 아시아공연예술제작자회의의 비전을 좀 더 심층적으로 다뤄보고자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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