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해외아트마켓 참가연재(4) 몽펠리에 당스 디렉터 인터뷰 2019-09-30

박초아 프로듀서는 (재)예술경영지원센터의 2019년 해외아트마켓 참가지원 사업을 통해 프랑스 대표 무용 축제인 센-생드니 국제 안무 페스티벌(Rencontres Chorégraphiques Internationales de Seine-Saint-Denis)과 몽펠리에 당스(Montpellier Danse)를 리서치했다.

더아프로에서는 지난달부터 박초아 프로듀서의 시장조사 내용 중 일부를 발췌하여 더아프로 포커스에 소개하였으며, 이번 글로 마무리하고자 한다다음 연재는 다른 기획자의 타 지역 시장조사 내용이 소개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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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플] 몽펠리에 당스 이그제큐티브 디렉터 지젤 드푸치오(Gisèle Depuccio) 인터뷰


▲지젤 드푸치오(Gisèle Depuccio)

2019년 7월 1일 / Agora-Cité Internationale de la Danse 사무실

박초아: 바쁜 축제 기간 중에 시간을 내어주어서 감사하다. 나는 이번에 몽펠리에를 처음 방문했고 오늘까지 공연을 비롯해 상당히 많은 몽펠리에 당스 축제 프로그램에 참여했는데 그야말로 놀랍다. 말 그대로 도시 전체가 축제 그 자체이다. 이 모든 게 현대무용 때문이라니. 눈으로 보면서도 이게 실제로 가능한지 자문해보게 된다.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젤: 같은 디렉터의 비전 아래 우리는 39년을 해왔다. 아마도 그 긴 세월 때문 아니겠는가.

박초아: 39년을 쭉 맡았다는 것인가.

지젤: 그렇다. 디렉터 장-폴 몽타나리(Jean-Paul Montanari)는 39년, 나는 37년을 몽펠리에 당스에서만 일했다. 단 한 번도 바뀌지도 쉬지도 않았다.

박초아: 축제는 독립단체인지 알고 싶다.

지젤: 완전한 독립 단체이다. 물론 예산은 정부 여러 곳에서 예산을 받지만, 구조적으로는 완전 독립적이다.

박초아: 디렉터의 임기가 어떤지, 연임이 되고 있는 상황인지 아니면 임기 자체가 없는 것인지 궁금하다.

지젤: 임기 자체가 없다. 장-폴 몽타나리는 자기가 그만두길 원할 때까지 자리를 유지할 수 있다.

박초아: 어떤 면에서는 부럽기도 하다. 가끔은 우리나라의 공기관 디렉터들의 임기가 너무 짧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다. 그게 누구든지 어떤 비전이 구현되기에는 시간이 좀 더 필요한 것 같다.

지젤: 우리가 정부 예산을 받기는 하지만 기관이 철저히 독립적인 구조를 유지하기 때문에 임기는 전혀 없다. 하지만 프랑스의 국공립 단체의 디렉터도 보통 5년에서 10년 정도의 공식 임기를 가지는 경우가 많이 있다.

박초아: 예산은 주로 어디서 오는가.

지젤: 예산은 몽펠리에시를 포함하는 시 지자체(Montpellier Méditerranée Métropole)에서 가장 많이 오고, 그 다음으로 옥시타니(Occitanie)라고 불리는 주 단위 정부에서 받는다. 그 다음이 문화부 예산이다.

박초아: 그 외의 예산도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예를 들면 기업 후원과 같은.

지젤: 물론 있다. 프랑스의 많은 축제들처럼 우리도 베엔페 파리바(BNP Paribas)의 후원을 받는다. 조금 특이한 점이라면, 베엔페 파리바는 그들의 후원금이 아티스트 레지던시를 위해서 쓰이길 원한다고 지정했다는 점이다. 그리하여 그들의 후원금은 전액 연간 레지던시를 운영하고 그들의 창작을 돕는 데에 사용되고 있다.

박초아: 특별히 그들이 그것을 원하는 이유가 있는지 알고 싶다.

지젤: 그것은 베엔페 파리바 측의 요구여서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베엔페 파리바는 프랑스에서도 아티스트 개개인을 많이 후원하고 있기로 유명하다. 젊은 아티스트에게 창작의 기회를 직접 지원한다는 것이 중요한 포인트 아니겠는가.

박초아: 아무리 독립 단체라고는 하나 그렇게 오랫동안 지자체, 주정부의 예산을 받으니 디렉팅에 있어서 약간의 피드백도 받는지 궁금하다. 요구사항이랄까.

지젤: 전혀 없다. 내가 일했던 37년간 단 한 번도 없었다. 물론 그들의 지원금을 사용하기 때문에 매년 두 번 정도 간단한 브리핑을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어떤 것이 초점이고 작년과 대비하여 무엇이 달라지며, 어떻게 구성될지에 대한 아주 개괄적인 설명회다. 그것이 다다. 정부에서 프로그램을 어떻게 바꾸라든지 무엇을 요구한다든지 하는 부분은 내가 아는 한 단 한 번도 없었다.

박초아: 놀랍다. 하지만 시정부나 주정부나 어떻게 보면 각각의 니즈가 있고 예산을 부여하는 입장에서 어느 정도의 긍정적인 방향의 제언은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예를 들어 주정부 소유의 어떤 대학이나 복지기관에 방문해서 작품의 일부를 보여달라든지 워크숍을 하자든지, 디렉션 자체를 좌지우지 하는 큰 부분 말고 지엽적인 부분들 이라면 말이다.

지젤: 음, 그럴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한 번도 없었다. 장-폴 몽타나리는 정치인들과 밀접하게 지내고 아주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정치 쪽 사람들은 장-폴 몽타나리가 축제를 맡았던 39년간 많이 바뀌지 않았다. 교체된 것이 한 번인가 두 번인가 그럴 것이다. 여러 관계와 상황을 고려하여 그가 신중하게 결정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박초아: 축제의 전반적인 디렉팅은 누가 전담하는가. 프로그래밍 팀이 존재하는지 궁금하다.

지젤: 축제 프로그램에 대해서는 몽타나리가 100% 알아서 한다. 우리 사무국에서 그 어떤 제언도 하지 않는다. 심지어 나조차도 할 수 없다. 나는 축제 이외의 프로그램에 대해서 제언하고 실행할 수 있지만, 축제 프로그램에 대해서만큼은 몽타나리의 영역이다.

박초아: 축제는 많은 공동제작에 참여하고 있는데, 그것 또한 몽타나리만의 결정인지 궁금하다.

지젤: 그렇다. 가끔 젊은 프로듀서들이 와서 공동제작을 하자고 제안할 때가 있다. 하지만 우리 축제는 전혀 그런 방식으로는 공동제작을 한 적은 없다. 장-폴 몽타나리가 아티스트 작업을 보고 마음에 들면 축제에서의 초연을 제안하는 방식이고 그 뒤에 누가 공동제작자로 참여하는지는 관심이 별로 없다. 유럽의 젊은 프로듀서들이 그런 방식으로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종종 만들기는 하지만 우리는 그렇지 않다.

박초아: 예를 들어 올해 예프타 반 딘터의 신작은 율리당스(Julidans)*와의 공동제작이다. 이것 또한 율리당스와 합의가 선행된 것이 아닌가.

*율리당스(Julidans): 매년 7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개최되는 국제 현대무용축제

지젤: 아니다. 율리당스 같은 경우는 우리와 상당히 유사하게 제작에 참여하고 있어서 후에 이를 알고 놀랐을 정도이다.

박초아: 얼마 전 센-생드니 국제 안무 페스티벌의 아니타 마띠유 축제 감독과 만나서 같은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는데, 공교롭게도 아니타도 같은 말을 했다. 공동제작은 상대방에 대한 강한 신뢰 없이는 불가능하기 때문에 쉽사리 결정하기가 굉장히 어렵다는 말이었다.

지젤: 장-폴 몽타나리는 아니타와 같은 세대이다. 공동제작에 대해서는 그녀도 몽타나리와 비슷한 생각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박초아: 축제는 동시에 많은 극장을 사용하고 있는데 그들과의 협력 관계는 어떻게 진행되는지 궁금하다.

지젤: 극장마다 굉장히 다르다. 코럼(Corum)같은 극장은 말 그대로 상업적인 극장이어서 우리는 대관료를 내고 시설만 사용하는 식이다. 그 어떤 혜택도 없다. 하지만 다른 시정부, 주정부 소유의 극장은 축제 기간 내에 한해서만 우리가 우선권을 부여 받는다. 수익은 제작에 참여하는 비율에 따라서 극장마다 각기 다르게 나누어진다. 하지만 이 혜택은 오로지 축제 기간 동안 만이다.

박초아: 극장에서 일반 시민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업계 사람이라거나 무용을 하는 사람들은 아니었고, 그야말로 몽펠리에에 사는 시민들이었다. 일반 대중의 참여도가 특별히 높은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는가.

지젤: 음. 일단 시민들은 우리가 무엇을 한다고 하면 궁금해 한다. 무조건 좋을 것이라고 기대한다기보다는 이번에 몽펠리에 당스에서 무엇을 하지? 하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보러 오는 것 같다.

박초아: 이렇게 모든 사람들이 즐기는 현대무용 축제 느낌은 잘 보지 못한 것 같다. 시민들의 인식도 면에서 임펄스탄츠(ImPulsTanz)* 정도가 그나마 조금 비슷하려나. 흔히 현대무용이라고 하면 일부 사람들을 위한 어려운 예술이라는 대중의 통념이 있을 것 같다.

*임펄스탄츠(ImPulsTanz): 매년 8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개최되는 국제 무용 축제. 매년 10만명 이상 방문하고 있다.

지젤: 말했다시피 지내온 세월이 39년이다. 예를 들어, 윌리엄 포사이스는 우리 축제에 열 번째 방문하고 있다. 와서 공연만 하고 가는 것이 아니고 안무가가 직접 와서 작품 설명도 하고 기자회견도 열고, 일반인을 대상으로 워크숍도 하고 실제 레퍼토리 작품을 배워보는 시간도 갖는다. 올해에도 안무가가 직접 오고 게다가 프리미어이다. 사람들은 작품 결과가 어떻든 일단 궁금해 한다.

박초아: 올해에는 머스 커닝햄 백 주년 기념으로 많은 행사가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난주 공원에서 일반인들이 참여하여 수십 년 전 같은 장소에서 머스 커닝햄 컴퍼니가 몽펠리에에서 공연했던 모습을 그대로 재현했다. 완성도를 떠나서 일반 몽펠리에 시민들이 현대무용 작품의 가치를 유의미하게 느끼고 동시에 친근하게 대하는 것 같았다. 사무국은 몇 명이서 일하고 있는지.

지젤: 우리 축제 사무국은 연중 14명 정도가 일하고 있고 몽펠리에 축제 기간이 되어도 증원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 축제 기간 중에는 모든 사람들이 정말 정말 바쁘다.

박초아: 비축제 기간에도 많은 프로그램이 돌아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젤: 그렇다. Public Relations을 담당하는 부서와 레지던시 부서 등이 상시 굉장히 바쁜 편이다. 예를 들면 이 전담 부서는 일 년 내내 대학교에 찾아가서 워크숍도 하고 매 프로그램에 대한 설명도 하고 공연도 한다. 한국에도 이런 부서가 전담으로 있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우리한테는 일 년 내내 진행하는 이러한 일들이 축제의 준비에 있어서 굉장히 중요한 일들이다. 이벤트 직전에서야 홍보 이메일을 발송하고 포스터를 붙이는 것은 축제 홍보나 티켓 매출에 있어서 별로 도움이 안 된다고 본다.

박초아: 축제가 운영하는 레지던시도 궁금하다. 아고라 내에 레지던시를 위한 공간이 있는지.

지젤: 있다. 공간이 많지는 않다. 리허설 스튜디오 하나와 작은 공연까지 할 수 있도록 장비가 준비되어 있는 스튜디오 하나, 그리고 약간의 숙박시설 그것이 전부다. 축제 때는 모든 공간이 부족하므로 레지던시를 하지 않고 비 축제기간에 한정적으로 운영한다.

박초아: 일 년에 몇 명 정도의 레지던시 아티스트를 받는가. 어떤 방식인지 궁금하다.

지젤: 많지 않다. 총 10-12명 정도 될 것이다. 레지던시를 위한 오픈 콜은 하지 않는다. 우리가 아티스트를 선정하고 권유한다. 그리고 그들이 받아들인다면 2주 정도의 시간을 준다. 기간은 사실 우리가 지정하는 것은 아니고 경험상 보면 아티스트들이 2주 이상 원하지 않는다. 다들 그 정도면 충분하다고 한다.

박초아: 레지던시 기간이나 끝에 어떤 의무사항 같은 것이 있는지 알고 싶다.

지젤: 의무는 아니고, 레지던시 기간 중에 한번 작업실을 오픈하기를 권유한다. 다른 사람들도 와서 작업 과정을 보고 이야기를 나눌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그냥 서로의 작업에 대해 알았으면 해서 진행하는 것이다. 하지만 본래의 목적과는 다르게 어떤 피스를 인위적으로 완성하여 보여줄 위험성이 따르기 때문에 굉장히 조심스럽게 접근한다. 아티스트에게도 절대로 그렇게 하지는 않았으면 한다고 당부한다. 작품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그냥 누군가 하는 질문에 답변하는 정도만 해도 충분한 것이다.

박초아: 동감한다. 가끔 레지던시 결과 발표 자리가 굉장히 작위적이고 자기-표절처럼 바뀌는 지점을 가끔 보곤 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어떤 프레셔가 작동하기 때문 아니겠는가.

지젤: 그 부분을 굉장히 조심해야 한다.

박초아: 이렇게 오랫동안 축제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왔는데 향후 몽펠리에 축제의 단 하나의 목표를 꼽는다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하다.

지젤: 무슨 일이 있더라도 아티스트의 창작을 보호하는 것이다. 예산의 삭감이 있더라도, 정치적인 변화가 있더라도, 어떤 일이 있더라도, 아티스트가 계속 작품을 만들 수 있도록 최대한 그들을 보호하는 것이다. 일에는 언제나 변수가 있으니 항상 쉬운 일은 아닐 것이다. 하지만 나는 이것이 우리의 궁극적 목표라고 생각한다.


필자소개   박초아
예술기획 우에쇼아 / 독립프로듀서

대학에서 천체물리와 공연예술학을 공부하고 2008년부터 현대무용계에서 일했다. 안애순무용단, 한국공연예술센터, 국립현대무용단을 거쳤으며, 현재는 기획사 우에쇼아를 설립하고 독립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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