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진짜 가족 같은 우리가 정말 좋아서 하는 연극 2016-10-05

진짜 가족 같은 우리가 정말 좋아서 하는 연극
 


‘양배우 입니다.’ 양손프로젝트 블로그에서는 이렇게 매일 듣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DJ처럼 익숙한 첫인사를 건네는 양종욱 배우가 직접 공연소식을 전한다. 진솔하면서도 유머 감각을 잃지 않는 문장과 내용은 담백한 여운을 남기며 자꾸만 다음 글, 또 다음 글을 읽게 한다. 관객들이 손꼽아 기다리며 보고 또 보고 싶어 하는 그들의 작품처럼. 지난여름 아비뇽에서 공연하며 유럽대륙에 첫 발을 내디딘 양손프로젝트는 이번엔 1931년에 발표된 유진오의 연재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여직공>으로 서울아트마켓 팸스초이스 출격을 앞두고 있다. 인터뷰를 위해 만난 박지혜 연출가에게서 서로 간의 긴밀함과 연극에 대한 진지함으로 똘똘 뭉친 이 매력적인 4인조의 삶과 연극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 필자와 양손프로젝트 박지혜 연출가 © 이강혁

▲ 필자와 양손프로젝트 박지혜 연출가 © 이강혁

아비뇽에서 만난 적극적인 관객들 그리고 더 가까워진 우리

말하는 대로 이루어진다고, <모파상 단편선-낮과 밤의 콩트> 공연 준비할 때 저희가 그런 얘기를 했거든요. “이 작품을 프랑스에서 공연한다고 생각하고 만들자.” 그런데 프랑스에 가게 된 거예요.1) 프랑스 고전 작품을 다른 나라, 문화권의 감정과 감각으로 표현한 걸 관객들이 신기해하고 재미있어 했던 것 같아요. 공연이 끝나고 나가면 관객들이 문 앞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평을 얘기하기도 하고, 감상을 얘기하고 싶어서 오퍼실로 올라오려고 하시는 분도 있었고요. 관객들이 소통하려는 의지가 있더라고요.
아비뇽에 다녀오며 그런 생각을 많이 했는데 아비뇽에 가서 4명이 같이 한집에 살았거든요. 같이 MT도 가긴 하지만 4주를 한 집에서 산 건 처음이었어요. 진짜 가족 같거든요. 너무 편하고, 모든 걸 얘기할 수 있고. 같이 지내보니까 더 좋더라고요. 사이가 더 견고해진 것 같았어요. 진짜 우리가 정말 가깝구나하는 친밀감이 생기더라고요.   

강렬한 느낌과 끈질긴 치열함이 맺어주는 작품과의 만남

어떻게 공연이 될 거라고 혹은 어떤 것을 미리 기대하고 만든 적은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매번 다르긴 한데 가장 강렬하게 자기에게 찾아온 작품을 선택하는 것 같아요. 4명이 다 동의해야 시작하는데 4명이 다 동의할 수 있는 어떤 기준은 저희가 자기 자신의 내면에서 벌어지는 일, 이것들이 정말 치열하게 부딪히는 순간에 관심이 많아요. 4명 다 궁금하고 더 알고 싶고 나눌 수 있는지 기대가 될 때 선택되는 것 같아요. 단편소설 같은 경우에는 4명이 도서관에 들어가서 각자 찾아본 후 모여서 추리고, 다시 읽어보고 추린 다음에 다시 읽어보는 굉장히 긴 과정을 겪어요.

소설을 연극화하는 작업에서 얻는 남다른 즐거움

기본적으로 소설을 가지고 작업할 때는 희곡을 가지고 작업할 때와 시작점이 많이 다른 것 같아요. 소설은 잘 짜인, 세밀하게 묘사된 이야기가 있는 느낌인 거죠. 이 이야기를 자유자재로 선택하고 포장하고 생략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것 같아요. 오늘 연습하면서도 그런 얘기를 우연히 하게 됐는데 희곡의 경우는 배우로서 어떤 캐릭터를 연기한다는 개념을 갖게 되는데, 소설을 무대화할 때는 배역을 연기한다는 느낌보다 일단 서사자가 존재하고 꼭 그 배역, 인물이 아니라 좀 더 추상적인 것까지 내가 연기를 하는 대상이 되는 느낌이 있거든요. 그래서 희곡의 어떤 캐릭터를 연기할 때와 소설 작품의 배우로서 무대에 설 때 많이 다르고, 그게 재미있는 것 같다는 얘기를 했어요. 또, 소설의 서술어들을 표현하는 게 재미있는 부분인 것 같은데, 희곡에는 서술어가 없으니까요(지문 같은 게 있긴 하지만). 소설의 경우 풍경이나 내면을 직접 서술어로써 표현하는데, 연극에서 이것을 어떻게 표현할 것이냐고 했을 때 그 소설의 서술어가 대사가 될 수도 있고 하나의 문장이 긴 씬이 될 수도 있고. 선택할 수 있는 여지가 있어서 재미있다고 느껴요.    

1) ’Theatre des Halles’ 라는 극장에서 2016년 7월 6일 - 7월 28일까지 공연되었다.

▲ <여직공> © 양손프로젝트

▲ <여직공> © 양손프로젝트

“양손프로젝트=공동창작”

한 사람이 전체적으로 주도하지 않다 보니까 시작했을 때 이게 어떻게 나올지 전혀 가늠이 안 된 상태에서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것이 결과물로 나오는 것, 그게 가장 재미있어요. 각자 다 자기 작품이라고 생각하게 되면, 굉장히 몰입도가 큰 것 같아요. 작품에 관해 토론 할 때도 확실히 좀 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이고, 저도 더 자극을 많이 받게 되고요. 개개인한테 다 좀 더 주도적인 작업이 되는 것 같아요. 단점도 있어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러다 보니 산으로 가기도 하고. 그런데 요즘 느끼는 건 연극작업, 특히 양손프로젝트 작업이 재미있는 게 상대방의 삶의 고민, 연극을 하면서 가지는 고민이 뭔지를 어느 정도 파악한 상태에서 그것이 어떻게 변하고 있는 지까지 같이 보게 되다 보니까 4명의 관계가 정말 긴밀해져요. 작품 만들 때 나누는 얘기도 좀 더 달라지고, 이 사람들과 나눌 수 있는 게 점점 넓어지고 깊어지는 느낌이에요. 꾸준히 공동창작을 할 수 있었던 게 참 운이 좋았던 것 같고요. 모두 다 연출인 것 같기도 하고 작가인 것 같기도 하고 배우인 것 같기도 한 느낌으로 시작하는 것 같아요.

작가적이면서도 연출가적인 배우들과의 공동창작

저한테 사실 도움이 많이 돼요. 궁극적으로 저는 연극이 배우예술이라고 생각하고 무대에 서는 퍼포머(performer)의 예술이라고 생각해요. 초반과정에서 만드는 것은 같이 열심히 하는 것이고, 제 역할은 배우가 가장 창의적인 아티스트로서 무대에 설 수 있게 도와주는 것 같아요. 퍼포머가 퍼포밍을 하는 순간에는 거울이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연출은 그것을 가장 깨끗하게 비춰주는 사람이고요. 무대에 서기 직전까지는 넷이 똑같은 꿈과 지분을 가지고 얘기하지만 무대에 서고 나서부터는 사실 정확하게 배우, 연출이 구분되거든요. 그 역할을 하기 위해 수행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죠. 그럼 저는 우리가 했던 얘기들이 실제로 무대에서 벌어지고 있는지를 바깥에서 봐주는 역할을 한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그것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을 겪을 때 제가 계속 안내해주고 제시해주기도 하고요. 다행히 이 사람들이 어떻게 다 이렇게 모였는지 모르겠지만, 권위의식 같은 것도 없고 제 얘길 정말 잘 들어줘요. 다행히 뜻이 잘 맞는 것 같., 그래서 제가 얘기하면 내 얘기가 너의 얘기고 너의 얘기가 내 얘기라고 이렇게 합의된 지점들이 생겨요.

잘 나가는 양손프로젝트? 좋아서 하는 연극!

저희는 항상 혼란스럽거든요. 정말 모르겠고. 좌절되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몰라서 매번 헤매는 것 같아요. “양손프로젝트 잘 나간다면서?” 그런 얘긴 소문인 것 같아요. 공연 봤냐고 물어보면 막상 안 본 사람도 많아요. 처음에는 양손프로젝트 팬이 많아졌다는 얘기를 들었을 때 그럼 어떤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관객들이 어떻게 평가할까가 궁금하고 걱정스러운 순간이 있었는데 결국에는 기준이 너무 바깥으로 나가면 안 되니까 더 내적으로 실을 기해야 하지 않나 싶어요. 무엇보다 우리가 정말 좋아서 하면 좋겠어요. 

올해 팸스초이스에 선정된 소감

너무 기쁘고 행복해요! 누구나 어떤 낯선 환경에 가면 내 정체가 명확하게 보이는 순간들이 있잖아요. 중국, 일본, 프랑스에 갔을 때 그런 느낌을 많이 받았어요. 여기 안에 있을 때는 우리는 이런 색깔인 것 같다고 느꼈던 어떤 정체성을, 나를 바깥에서 보게 되는 거잖아요. 그런 낯선 문화와 어떤 인식들이 새롭게 만들어주는 게 있더라고요. 저희는 소극장 공연이다 보니까 아무래도 관객들과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는 느낌도 있고요. 최대한 많은 문화권에서 경험해보고 잠깐이라도 그 문화에서 살아보고 싶어요. 그 사람들하고 대화도 많이 나누고 싶고요.

팸스초이스를 위한 양손프로젝트의 초이스

<여직공>은 저희 작품 중에 가장 신체적이고 비언어적인 표현, 소리, 움직임 이런 것들이 많이 있고, 좀 이미지적이고요. 세트가 없으므로 투어하기도 좋고. 이게 일제강점기 한 소녀의 이야기인데, 굉장히 특수한 상황이잖아요. 이러한 개인의 갈등은 특수한 상황이지만 누구나 공감할 수 있지 않을까, 어떤 문화권이나 비슷한 경험을 가지고 있고 비슷한 것들이 있기 때문에 보편적으로 만날 수 있는 지점이 있을 거라는 기대가 있어요. 

▲ 박지혜 연출가 © 이강혁

▲ 박지혜 연출가 © 이강혁

서울아트마켓에 참가하면서 기대하는 부분, 해외진출 계획

<여직공>은 처음에 학교 복도에서 발표했고 그다음엔 공장을 개조한 갤러리에서 공연해서, 외국에 나갔을 때 극장이 아닌 공간, 대안공간이라고 불리는 그런 다양한 공간에서 관객들을 만나보고 싶은 기대도 있어요. 팀원들한테도 물어봤어요. 한 명씩 돌아가면서 원하는 지역을 말해보라고. 프랑스에 간다고 했을 때 정말 간 것처럼, 말하는 대로 되기 때문에! 저는 독일, 종욱 오빠는 헝가리, 주희는 노르웨이, 지원이는 스위스, 상규 오빠는 아르헨티나. 이 중에 한 군데 가면 좋겠다, 가게 될 것이다,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리라 하면서요.  

진정으로 서로를 깊고 넓게 이해하며 누구보다 진지하게 연극을 탐구해나가는 양손프로젝트. 진짜 가족 같은 이들이 정말 좋아서 하는 연극을 독일, 헝가리, 노르웨이, 스위스, 아르헨티나에서도 함께 나눌 그 날이 오기를, 말하는 대로 이루어지길 함께 바라본다.

  • 기고자

  • 최보미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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