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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보버그 _ 포틀랜드현대예술협회 공연프로그램 디렉터 2011-01-10

에린 보버그(Erin Boberg)
포틀랜드현대예술협회 (PICA, Portland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 공연프로그램 디렉터


인터뷰 : 강민경 (남산예술센터 극장운영팀)


미국 서부지역 포틀랜드에 위치한 PICA(Portland Institute for Contemporary Art)는 새로운 현대예술의 개발과 예술가와 관객 사이의 창조적 관계형성을 지향하며 1995년 설립된 민간기관이다. 문화의 불모지나 다름없는 곳에서, 정부나 공공의 지원 없이, 20대의 젊은 큐레이터를 중심으로 개인후원자와 자원봉사자들이 힘을 모아, 조그만 사무실에서 시작한 PICA는 설립 15년 만에 서부지역의 대표적인 문화기관으로 회자되고 있다.
PICA는 공연이나 전시를 위한 공간 대신 젊은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와 자료실을 운영하며 신진 예술가들의 창작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그들이 2003년부터 매해 9월 개최하고 있는 TBA 페스티벌(Time-Based Art Festival)은 무용, 연극, 음악, 뉴미디어, 비디오아트, 설치, 전시까지 모든 장르를 망라한 다양한 프로젝트를 선보이고 있는데, 미국 뿐 아니라 해외의 젊은 예술가들이 함께 만들어 내는 최신 경향들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미국을 대표하는 현대공연예술축제로 자리 잡았다.
지난 12월, 미국공연장연합회(NPN) 총회에서 만난 PICA의 공연 프로그램 디렉터 에린을 통해 PICA와 TBA페스티벌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Q: 먼저 PICA가 시작된 계기와 그동안 걸어온 발자취를 간략하게 소개해 주세요.


A: PICA는 1995년 포틀랜드 미술관이 문을 닫자 그 곳의 젊은 큐레이터였던 크리스티(Kristy Edmunds)를 중심으로 지역 예술가와 기부자들이 새로운 예술을 펼쳐나갈 조직의 신설에 뜻을 모아 조그만 사무실에서 시작되었습니다.
처음 PICA는 신진 예술가와 큐레이터 지원 사업으로 시작했는데, 젊은 작가들을 중심으로 창고에서 비주얼아트 작품들을 선보이는 레지던시 프로그램을 운영했습니다. 이후 2000년 광고홍보 에이전시인 Wieden+Kennedy의 지원으로 회사 건물 내에서 사무실과 갤러리 등을 운영했는데, 3년이 지나자 예술가들이 다시 창고를 그리워하더라구요. 너무 현대적이고 모던한 공간을 힘들어 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갤러리를 팔고 다시 창고로 돌아오며, 남은 비용으로 TBA 페스티벌을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2006년부터 3년간 현재 뉴욕 언더더레이더페스티벌(Under the Radar Festival)의 예술감독인 마크 러셀(Mark Russell)이 예술감독으로 함께하기도 했습니다.




Q : TBA 페스티벌 관련하여 흥미로웠던 것이 오전부터 밤늦게까지 쉴 새 없이 행사가 진행되는 것이었는데 프로그램 수도 많고, 운영상에도 여러 어려움이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페스티벌의 운영방식에 대해 조금 더 자세히 설명해 주세요.


A : 먼저 프로그램을 세는 방식이 조금 다른데, 우리는 몇 개의 프로그램이 진행되는지가 아닌, 몇 아티스트의 프로젝트가 진행되느냐로 이야기합니다. 2010년의 경우 예술가 50명이 참여하여 진행되었습니다. 실제로 한 프로젝트를 1명이 진행하는 경우도 있고, 공연의 경우 10~15명이 참여할 때도 있기 때문에 정확한 숫자는 저희도 알지 못합니다. 아마 35~38개 정도 되지 않을까 생각됩니다. PICA 레지던시 작가들 중심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됩니다.
이야기한 것처럼 TBA 페스티벌은 오전부터 저녁까지 계속 진행되는데, 관객이 마음먹고 일주일간 집중하면 모든 공연과 전시를 다 볼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 되어 있습니다. 오전에는 주로 지역주민이나 지역아티스트들과 함께하는 교육이나 워크샵 중심의 프로그램, 오후는 전시, 저녁은 공연들로 구성됩니다.
TBA 페스티벌이 가장 중요하게 추구하는 것은 공공에게 열린 축제가 되는 것입니다. 전체 공연 관람 패스를 발급 받아 자유롭게 관람하고 구경할 수 있는 축제이길 바랍니다. 그래서 공연장 주변에 시각예술 작품을 설치해 공연 관람객들이 자연스럽게 전시를 접할 수 있도록 하고, 클럽이나 바와 같은 곳에서 자연스럽게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합니다. 2009년에는 학교를 하나 빌려서 각 교실은 갤러리로, 강당을 공연장으로 활용하기도 했습니다.


Q : PICA의 프로그램은 공연 디렉터와 미술 디렉터가 함께 다양한 형태의 복합장르 공연을 선보이고 있습니다. 각 작품에 대한 장르구분을 어떻게 하고 있나요?


A : PICA 프로그램 중 공연은 TBA에 몰려있습니다. 사실 장르로 구분 짓기에는 어려운 작품들이 많아서 우리는 공연과 미술 등으로 작품을 구분하지 않습니다. 우리가 구분하는 방식은 공간입니다. 프로그램북에도 어느 곳에서 행해지느냐로 표시(on stage, on screen, on site, outside 등) 됩니다.
공연 디렉터와 미술 디렉터의 역할도 각 분야에만 한정하지 않습니다. 미술부분 디렉터가 공연 프로젝트를 제안하기도 하는데, 정해진 공간이 없기 때문에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는 PICA의 특징이라 생각합니다. 조직 내부에서도 작품이 어떤 장르에 속하느냐에 대한 구분은 하지 않습니다. 다만, 어느 예산으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가 정도의 구분만 있습니다.



Q : 여러 장르의 아티스트가 함께 작업을 진행하다보면, 각 장르의 특성과 작업방식의 차이에서 오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특히 장르의 구분을 넘는 다양한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TBA 프로그램을 보면 그런 어려움이 있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A : PICA 역시 그런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이 사실입다. 사무실 스태프 8명 중 4명이 공연예술 장르, 4명이 시각 장르인데, 가끔 우리끼리도 소통의 어려움을 겪습니다. 공연예술은 여러 명이 함께 작업하는 것이고, 시각예술분야는 혼자 하는 것에 익숙하다보니 이런 장르 간 이해가 다른 부분은 교육과 설명을 통해 서로 이해하려 노력합니다. 여러 해 동안 이런 충돌을 직간접적으로 겪으며 느낀 것은 예술 작업에 있어서도 서로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는 것이고, 서로를 알기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렇게 함께 작업하면서 배우는 것이 많은 것 같습니다.



Q : PICA의 프로젝트 중에 해외 아티스트들과의 작업도 눈에 띄는데, 국제 교류는 어떤 방식으로 진행하고 계신가요?


A : PICA가 국제교류를 적극적으로 추진하지는 않고, 아티스트 역량에 따라 차이가 있습니다. 미국은 정부 지원이 거의 없기 때문에 일본, 호주, 영국, 아일랜드와 같이 정부지원이 많고 시스템이 갖추어져 있는 나라와의 교류가 주로 이루어집니다. 아직 한국 아티스트와 작업할 기회가 없었는데, 이런 기회를 통해 서로 정보 공유하는 것이 중요하겠지요.



Q : 아티스트간 혹은 다른 기관과의 공동작업은 주로 어떻게 진행이 되나요?


A : PICA는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발굴하고 그들에게 워크샵 기회를 주어 꾸준히 작품을 만들어 볼 수 있게 하는 것에 의의를 두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젊은 예술가들간의 공동작업을 많이 지원하고 있으며, 국내와 해외 아티스트가 함께 작업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다른 기관과의 관계를 형성하는데 있어서는, 각자가 지닌 문화 환경과 추구하는 장르, 지역의 특징을 고려하게 됩니다. 아무래도 비슷한 문화가 형성되어 있고, 같은 장르의 공연을 주로 선보이는 곳이라면 통하는 것이 많겠지요.



Q : TBA페스티벌을 비롯한 PICA가 진행하는 프로그램들의 관객 개발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나요?


A : 페스티벌 중 관객 개발 프로그램으로 진행되는 것이 저녁에 진행되는 공연(The work)인데, 클럽이나 바에서 공연을 하다보면, 그동안 관심이 없던 사람들도 관객으로 편입되곤 합니다. 음악이나 영화제처럼 처음부터 끝까지 앉아있지 않아도 되는 캐주얼한 프로그램을 통해 젊은 관객들이 자유롭게 시간을 보낼 수 있게 하는 것이지요.
사실, PICA의 가장 큰 힘은 자원봉사자입니다. 매해 25세이하의 3~400명이 축제에 자원활동가로 참여하는데, 그 축제가 지난 후 관객으로 이어집니다. 저도 처음 PICA가 만들어졌을 때 음악을 전공하는 학생이었고, 자원봉사자로 처음 인연을 맺었습니다. 현재의 스태프들도 대부분 자원봉사 활동에서 시작하였습니다.


Ten Tiny Dances
Choreographer: Mike Barber
TBA Festival 2009
Photo: Wayne Bund



Q : TBA페스티벌과 함께 PICA의 대표적인 프로그램이 예술가 레시던시인데, 아티스트들의 선발 및 운영방식에 대해 소개해주세요.


A : 아티스트를 선발하기 위한 별도의 공모 기간이 있지 않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지원서를 다운로드 받아 담당자 메일로 보내면 되는데, 다만 결정하는데 있어 지역주민과의 연계성, 창의성, 교육성 등 이 세가지를 주요 기준으로 삼고 있습니다.
예술가에 따라 운영되는 양상이 많이 다른데, 레지던시 예술가들의 체류 기간은 평균 2~3주 정도입니다. 지금까지 가장 길게 체류한 작가는 3개월간 머물렀는데 프랑스 정부의 지원을 받았던 경우입니다. PICA가 예술가들에게 지원하는 것은 공간과 교통비, 체류비, 기술지원과 파트너 소개 정도이고 별도의 창작지원금을 주지는 않습니다. 예술가들이 각각 지원을 받아서 작업하는 경우가 많은데, 시각분야 예술가들의 비중이 높습니다. 평균 5명 정도의 작가들이 머물지만 축제기간이나 특별한 지원을 받을 경우 그보다 많아지기도 합니다. 예술가 뿐 아니라 큐레이터, 공연기획자들에게도 레지던시 기회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Q: 포틀랜드는 미국의 서부에 위치하고 있는데, 공연예술 실무자로서 뉴욕(동부)과 서부 공연예술은 어떤 차이점이 있다고 생각하시나요?


A : 뉴욕은 잘 알다시피 문화예술의 중심이고, 최신의 경향을 이끌고 있습니다. 매일 밤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공연이 진행되고 공연의 홍수 속에 사람들이 살고 있습니다. 반면 포틀랜드를 비롯한 지역은 문화예술의 폭이 다양하지도, 공연되는 작품의 수가 많지도 않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TBA 페스티벌이 생겨났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서부는 동부보다 아시아와 호주 쪽과 교류할 기회가 많고, 보다 실험적이고 새로운 공연을 시도할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젊은 예술가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생각합니다.



Q : 앞으로 PICA와 TBA 페스티벌을 통해 선보이고 싶은 프로그램이 있으신가요?


A : 계속 새로운 형태의 공연을 보여주고 싶습니다. 요즘 주목하고 있는 극작가가 있는데, 그 작가의 작품을 올려보고 싶은 욕심이 있습니다.
PICA의 작업방식은 아티스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파악하고 아티스트들을 중심으로 프로젝트를 진행한 후 그에 맞는 공간을 선택하는 방식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고를 기반으로 하면서도 갤러리와 협력이 가능한 유연한 형태의 작업을 선보이고 싶습니다. 그와 함께 페스티벌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고자 하는 지역주민들의 수요도 늘어났습니다. 이런 부분들을 채우기 위해서 더 많이 생각하고 고민해봐야 할 것입니다. 사람들이 금방 싫증을 느끼는 최근의 예술형태에서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새로운 예술을 선보일 필요가 있다고 생각됩니다.


관련페이지 : http://www.pica.org/


  • 기고자

  • 강민경 _ 서울문화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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