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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영과 축제 2022-06-15

‘상영과 축제’
모므로살롱에서의 벨기에 댄스필름 페스티벌 상영회 피핑톰〈Third Act〉

글: 손지민(무용가, 움직임 작가)

모므로살롱에서 열린 ‘벨기에댄스필름페스티벌 2022’ 상영회에 갔다. 필름 페스티벌은 언제나 관심이 간다. 공연예술 쪽에서 활동하고 있지만 실제로 작업을 할 때는 미디어나 영화에서 보여지는 미장센이나 이미지에 영감을 받고 영향을 많이 받기 때문에 이런 행사는 즐겁게 한다. 벨기에댄스필름페스티벌은 국제무용협회(CID-UNESCO) 한국본부와 주한벨기에대사관이 주최·주관하는 행사로, 총 7편의 벨기에 무용영상을 소개한다. 축제 부대행사 중 하나로, 모므로살롱에서는 피핑톰의〈Third Act〉을 상영했다. 이 작품은 작년 서울세계무용추게(SIDance)에서도 상영된 적 있으며 노후의 삶을 주제로 한다. 노후의 삶에 대해서 지금은 막연하다. 진짜로 깊이 있게 생각해 본 적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피핑톰을 보고 자연스럽게 요양원에 계시는 할머니를 떠올렸다. 그리고 죽음이라는 것에 대해 떠 올렸다. 노년의 삶이라는 주제 의식 속에서의 영상 안에 있는 노배우들이나 엑스트라로 출연하는 노인들처럼 나의 말년에도 여전히 스스로 삶의 방식을 선택하면서 살 수 있는 힘이 내게도 있겠느냐는 의구심이 생겼다. 다가오는 죽음 앞에 인간의 존엄성은 무엇이며, 그것은 인간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것인가라는 생각하게 했다. 필름의 형식을 보면서는 피핑톰의 무용단의 실제 무대 공연 작업과 출연자들의 내레이션이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것이 흥미로웠다. 이를테면 공연 전에 캐스팅이 이뤄지는 과정이라든지 노인들과 노년의 배우들이 작업 과정의 안에서의 하게 되는 행동들, 움직임 대사들이 정해지는 장면에서 출연자 배우 개개인의 삶에 대한 고백이 내레이션으로 입혀졌을 때 노배우들의 인생 자체가 하나의 공연처럼 느껴지기도 했다. 80분이라는 시간이 짧았다.

〈Third Act〉2019, Film ⓒPeeping tom Dance Company
〈Third Act〉2019, Film ⓒPeeping tom Dance Company

축제로서의 상영
무용 축제 안에서 댄스 필름의 상영이라는 것이 자체로써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는 기존의 여타 축제(무용영화제, 영화제 안에서의 댄스필름 상영)들과의 어떤 차별점이 있으면 좋을지 고민해볼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상영에 초점을 맞춘다면 축제에서의 상영회는 관객들이 무용 축제와 장르에 쉽게 다가가고 참여할 할 수 있는 발판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요즘엔 많이 나아지고 있다고 하지만, 본질적으로 무용 공연에는 연극보다 훨씬 제한적인 관객들이 온다고 생각한다. 영상 상영은 무용수들과 관객이 직접 만나지는 못하지만, 대신 더 많은 사람들에게 작품을 선보일 수 있다. 다양한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모일 수 있는 공간이 더욱 많이 생겨나고 공간의 새로운 활동이나 흐름이 지속 가능해지려면 개인의 능력으로는 한계 있을 수도 있지 않나 조심스레 예측한다. 물론 개개인의 사명감이나 욕구 등이 모여서 만들어지는 것이 축제의 성향 중에 하나임은 분명하지만, 무용 페스티벌이 무용인들만의 축제로만 남지 않으면 하는 바람이 있고, 대중화는 많이 되었다고 해도 어렵다는 것을 몸소 체험할 때가 많다. 꾸준히 공간들과 큰 축제들이 연계하는 활동이 늘어남과 동시에 함께 하게 되는 작가들의 행동력과 다양한 페스티벌들의 지속적인 교류도 중요하겠다.

모므로살롱과 무용을 위한 공간들
소규모 극장 공연이 아티스트를 발굴하고 작품을 개발한다면, 축제는 공간 개발의 측면이 더해진다고 볼 수 있다. 모므로살롱에서 이루어진 이번 상영회는 일상과 작품이 동시 개발되는 환경을 제공한다는 면에서 긍정적이다.일반적으로 무용이라고 하면 어떤 특정한 공간이 확보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여전히 존재한다. 일반적인 편견들 안에서만큼은 무대에서 이뤄지는 것이라 무용이라는 장르가 가진 한계라고도 생각할 수도 있다. 그러나 공연예술씬 안에서만큼은 다양한 공간성을 확보하려고 모두 노력한다는 것은 너무도 오래 되어왔고 대중화라는 논제는 내가 죽을 때까지 존재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무용에서 대중화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듣지만 실제로 창작자들이 대중화에 대한 방법적인 고민을 구체적으로 하고 있는지는 의문이다. 무용 창작자들이 장르의 한계를 넘어서 다양한 작업 형태를 선보이는 것만큼 공간의 다양화도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모므로 살롱의 활동은 공연예술씬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말해도 좋을 것이다.

모므로살롱 전경 ⓒ모므로살롱 제공
모므로살롱 전경 ⓒ모므로살롱 제공

이번 서울세계무용축제가 주관한 페스티벌에 모므로살롱과 누벨당스가 협업해 부대 프로그램이 열렸듯이, 축제와 함께할 수 있는 개인 운영 공간이 더 많이 늘어나면 좋겠다.미국의 저드슨 처치처럼 그 공간에서 일어난 공연들과 전시들이 하나의 맥락을 이루고 훗날 작업하는 작가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고 상상했을 때는 꽤 재밌는 일이다. 누군가 나서야 하겠지만, 아카이빙을 잘하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코로나 이후의 축제들이 온라인으로 대체 되는 것을 보았다. 외국 안무가들이 오는 대형 축제들은 필름페스티벌로 전환되는 것을 심심치 않게 보게 되었다. 볼 수 없던 작업의 형태가 된 필름들을 보는 것이 좋았으나 큰 축제들이 본래 시작되는 기간들이 겹치고 거의 다수의 페스티벌이 온라인상영 형태로 대체 되면서 되려 작업을 다 보지도 못하고 놓치는 일도 부지기수였기 때문에 아쉬움도 있었다.

〈Third Act〉
나이 듦과 가족에 대한 3부작〈아버지〉,〈어머니〉,〈아이들〉에 대한 다큐 필름이다. 엑스트리로 출연했던 지역 노인들, 나이든 배우들이 직접 전하는 이야기가 민감한 개인사를 포함해 영상 속에 펼쳐진다. 우리는 죽음에 대해 끝없이 이야기하며 죽음을 관념화시키지만 죽음은 시간 속에 다가오며 현실이 된다. 인생의 막이 내려올때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나이든다는 것, 보살피고 보살핌 받는다는 것의 의미는 무엇인가.

피핑톰 댄스 컴퍼니(Peeping Tom Company)
피핑톰은 가브리엘라 카리조와 프랑크 샤르티에가 2000년에 세운 댄스시어터 무용단이다. 이들의 춤 스타일은 춤, 연극, 오페라와 퍼포먼스 사이에 위치하며 현실적인 무대를 배경으로 초현실적 미학을 추구한다. 〈Third Act〉는 다큐멘터리 감독인 미케 스트러우브와 로테 스토웁스의 작품이다.

손지민

손지민
손지민은 현재 무용을 기반으로 무용수, 움직임 디자이너(연극), 퍼포머(시각예술), 예술가 교사라는 여러 형태로 명명되어 필요로 하는 곳에서 예술 작업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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