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인터뷰] 왕총 연출가 2022-05-25

팬데믹 이후 중국 공연예술계의 현재

인터뷰어: 이희진 독립프로듀서
기록: 허영균 본지 편집장

제5회 중국희곡 낭독공연의 심포지엄을 통해 한국 관객과 비대면으로 만난 왕총 연출가와 팬데믹 이후 중국 공연예술계와 공연예술가와 관련한 대화를 나누었다. 중국 본토 보다는 해외에서 주로 활약하는 왕총 연출가는 중국 공연예술 창작 환경의 현주소, 젊은 세대의 공연예술계 진출 방식, 왕총 연출가의 해외에서의 활동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국가의 지원과 검열의 문제 등 예민한 주제에 대한 조심스러운 언급과 함께 동시대를 살아가는 중국 현대 연출가의 고민을 엿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팬데믹 이후 중국 공연예술의 창작환경

왕총 연출가님의 작업을 여러 차례 보아왔습니다. 주로 중국이 아닌 곳에서 공연하셨던 것으로 기억하는데요. 여전히 해외에서 더 자주 활동하시는지 중국을 중심으로 활동하시는지 궁금합니다.

10년 전부터 해외 활동에 집중해 왔습니다. 코로나19 이후에는 중국에서 온라인 작업을 하기도 했고요. 코로나19를 겪으면서 도시 전역이 관객을 위한 좌석이 될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 새로운 형태의 작업을 과정부터 기록하기 위해서, 제작 과정과 리허설 등을 통해 중요한 개념적 요점을 전달하고자, 제작 과정, 리허설, 공연을 전부 라이브로 진행했고 이를 강조하기 위해 당시 여전히 엄격한 봉쇄 조치가 내려져 있던 진원지, 우한을 기반으로 하는 퍼포머를 의도적으로 캐스팅하기도 했습니다. 벌써 2020년 초의 일입니다. 2022년 현재 거의 모든 것이 2020년의 상태로 돌아갔거나 오히려 더 나빠졌다고 생각합니다. 상하이, 베이징에도 극장 활동이 거의 없거든요. 중국은 베이징이나 상하이에서 작품이 제작된 후 다른 도시들로 팔리게 됩니다. 그렇기 때문에 베이징과 상하이에서 극장 운영이 중단된 것은 상당히 큰 영향을 미치고 있습니다.

팬데믹 기간 동안 중국의 독립 아티스트들이 어떻게 활동하며 살아남았는지 무척 궁금합니다. 한국이나 유럽의 일부 국가들은 정부가 아티스트를 지원하는 정책들이 있었습니다. 중국은 어떠했나요?

대부분의 아티스트들이 살아남기 힘들었을 겁니다. 지난 2년 동안 중국은 자본주의적 실패를 겪기도 했거든요. 영화계나 연극계 모두 사상 최악의 시간을 겪었으리라 생각합니다. 국가에서 제작하는 공연들은 2020년 이후 새로운 작품이 아니라 이미 제작된 것들을 공급하는데 초점을 맞췄습니다. 기본적으로 정부가 위기를 깨닫고 자기 식구들을 먹여 살리기 위한 국공립 단체에 자원을 투입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국가화극원을 비롯한 정부 산하의 국립예술단체, 극장 소속의 배우 및 직원 수만해도 엄청나기에, 정부는 그들을 지원하기에도 벅찼을 겁니다. 

연출께서 이미 알고 계시겠지만, 중국의 많은 극장은 과거 국가 혹은 성()·시(市) 정부에서 운영을 했습니다. 훗날 민영화가 되었으나 여전히 연간 재정은 국가로부터 지원을 받고 있지요. 연출께서 앞서 답변하신 얘기를 통해 짐작하자면 팬데믹 기간 중 독립 단체나 아티스트는 정부로부터 어떤 지원도 받지 못했겠군요.

맞습니다. ‘국가 예술 기금’은 제작을 위해 제공되는 돈이므로 대부분 제도권 내의 작업과 작업자를 위해서만 쓰일 수 있습니다. 중국에서 비영리 단체를 등록하는 것은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매우 도전적인 일이기도 합니다. 물론 우리는 독립적인 소수의 예술가들이 우리 사회에 진정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예술은 개별적으로 생각하는 일이기 때문에 더 큰 독립성을 요구합니다. 중국 내 새로운 예술을 창조하는 최전선에 있는 진정한 제작자들을 많이 알고 계시리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는 이들에 대한 정부 지원이 아직 부족합니다. 일부 배우들은 연기 활동이 아닌 음식 배달과 같은 부업을 하면서 팬데믹 기간 동안 살아남아야 했습니다.

거의 주류에 해당하는 기관 소속이 아니라면 독립적으로 자생하기 힘든 환경이군요. 최근 타오 댄스 시어터(TAO Dance Theater)가 문을 닫았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아마도 재정적인 문제도 하나의 이유였을 텐데요. 중국의 국가 기금이 국가 예술 기관에 소속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활동하는 예술가를 위해 작동하지 않는다면 팬데믹 이후 자신들만의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어떻게 얻게 되는지 알고 싶습니다.

독립 아티스트는 국립 예술 기금에 펀딩을 신청하고 약간의 기회를 모색할 수 있습니다. 정부로부터 보조금을 받을 기회가 생기는 것입니다만, 이론적으로는 영리 회사에 등록을 해야 하고 자신이 그 회사를 책임지고 있다는 것을 증명해야 합니다. 돈을 가지고 도망가지 않을 것이 확인 되어야 신청이 가능한 셈입니다. 따라서 회사가 꼭 필요합니다. 

젊은 세대가 공연예술계에 진출하는 방법

왕총 연출가를 중국에서 안정된 예술가라고 생각해도 될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거든요. 왕총 연출가의 경우 이런 자금을 받는 것이 좀 더 수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왕총 연출보다 젊은 세대의 상황은 어떤가요?

저를 입지를 확실히 다진 연출가로 보아주시는 걸 영광스럽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제 생각에는 그것은 국제적인 관점에서고, 중국 내에서의 입지는 그렇게 보긴 어려울 것 같습니다. 중국 예술계에는 여전히 이중 계층 시스템이 있습니다. 소위 주류(main stream) 예술가들은 기관에 소속되어 있으며, 연차나 수상 경력 등에 따라 1급 연출가, 2급 연출가, 1급 배우, 2급 배우 등으로 분류하지요. 저는 기관에 소속되어 있지 않기에 기록에 없는 연출가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젊은 예술가들이 자신의 작품을 선보일 수 있는 신진 예술가 플랫폼이나 축제가 있습니다. 우전연극제(Wuzhen Theatre Festival)의 청년경쟁 프로그램(Emerging Theatre Artists' Competition)이나 상하이국제예술제(Shanghai Arts Festival)에서 주관하는 R.A.W(Rising Artists' Works) 프로그램 등을 통해 젊은 아티스트들이 새로운 작품을 소개하는 기회를 얻을 수 있죠. 제가 15년 전에 창작 활동을 시작했을 때보다는 창작 환경이 확실히 나아졌다고 생각합니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예술 학교를 졸업한 예술가들은 많이 있지만 그 다음 프로페셔널한 예술가로 활동하기 위해서는 보다 구체적인 방법이 필요할 겁니다. 다양한 축제에서 젊은 세대를 인큐베이팅하는 프로그램들을 배치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입니다. 왕총 연출가가 보기에 중국의 신진 예술가들은 어떤 방식으로 공연예술계에 진출하고 있습니까?

저 또한 중국에서 관련 학과를 전공하지 않았습니다. 사실상 중국에서 활동하기 위해서는 관련 학교와 연극 아카데미를 졸업하지 않으면 어렵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북경대에서 법학과 경제학을 전공했습니다. 후에 뉴욕의 콜롬비아 대학에서 연극을 공부했습니다. 대학 시절 연극을 경험했거나 좋아하는 것으로 활동을 시작하기는 어려웠던 것 같습니다. 신진 예술가를 위한 플랫폼에 지원하려면 이력서를 보여주어야 하고, 관련 학업을 수학했는지에 관해 검토합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하거든요. 플랫폼은 연극을 전공한 사람을 선호합니다. 전문적인 훈련을 받지 않았다면 신용할 수 없다고 판단하거든요. 저는 대학시절 연극을 좋아하게 되어 많이 관람했지만, 공연예술계에 진출하기 위해서는 학위라는 입장권이 필요했습니다. 그래서 저는 하와이 대학에서 연극학 석사를 취득한 후에 뉴욕의 콜롬비아 대학에서도 연극 공부를 했습니다.

서구의 경우 한 사람의 예술 감독이 하나 이상의 축제나 기관을 맡는 일이 없습니다. 반면 중국은 한 명의 예술 감독이 다수의 축제와 극장을 감독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요.

그렇습니다. 중국 시스템 상 승자가 모든 것을 독식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적인 인정과 예술적 인정이 일치한다고 해야 할까요. 이 점을 이해한다면 중국을 이해하고 있는 겁니다. 결코 평등한 사회가 아닙니다.

해외에서의 활동과 국제교류

왕총 연출은 해외 페스티벌이나 공연장에서 더 많은 의뢰를 받고 있는데 차이점이 있는지 궁금합니다. 작업 주제와 같은 측면에서의 차이점도 있다면 이야기해주실 수 있을까요.

제 경험에 대해서만 말할 수 있겠지만, 중국 내에서 말할 수 없는 많은 것들이 있습니다. 정치적이지 않은 작품을 만들어야 했죠. 그렇지 않으면 중국 내에서는 작품을 올릴 기회를 가질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한 번은 제가 해외 축제에서 선보인 작품 을 중국에서 공연을 올리려고 했습니다. 작품에 키스하는 장면이 굉장히 많았는데, 중국의 제작자들이 검열 때문에 무대에 오르기 어려울 것이라며 반려하기도 했습니다.

중국의 관객들은 좋아했을 텐데요.

중국 청중은 확실히 좋아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새로운 것을 열망하지만 검열은 다른 문제입니다. 이를테면 한국의 영화 <기생충>은 중국 관객들로부터 큰 호평을 받았으나, 검열로 인해 중국에서는 상영될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왕총 연출의 작품에서 전해지는 무언가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앞으로의 작품이 더 궁금해지는데요. 계획하고 있는 다른 프로젝트가 있습니까?

앞으로의 계획이라면 2년 전 아시아 토파(Asia TOPA)에서 워크 인 프로그래스(work-in-progress) 공연으로 선보인 솔로 작업 <메이드 인 차이나 2.0(Made in China 2.0)>의 창작을 마무리 짓는 것입니다. 11월에 멜버른에서 호주 동료들과 리허설할 예정이고 이후 보스턴으로 갈 것 같습니다. 연극에만 집중하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형태의 작업자들과 국제적으로 협력하고 싶습니다.

매우 기대됩니다. 서울에 연출님의 작업이 다시 한 번 소개되었으면 좋겠습니다. 긴 시간 동안 흥미로운 이야기 들려주셔서 감사합니다.

이야기하는 동안 많이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저 또한 감사합니다. 또 뵙겠습니다.

왕총(Wang Chong/王翀)
왕총은 베이징 소재 공연단체 신전실험극장(薪传实验剧团, Théâtre du Rêve Expérimental)의 설립자 겸 예술 감독이다. 가장 많은 국제적 작업 의뢰를 받은 중국 극장 연출가이다. 왕총의 작품은 20여개국에서 공연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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