웅대한 자연풍경과 맛있는 먹거리, 그리고 겨울 눈으로 최근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높은 홋카이도. 그 홋카이도의 중심 삿뽀로시는 인구 190만명, 일본에서 5번째 도시이다. 거기에 일본에서는 유일한 민간의 연극재단 <홋카이도연극재단>이 있다.
이 <홋카이도연극재단> 상무이사인 히라타 슈지씨는 홋카이도의 무대예술의 기반을 마련하여 이끌어온 인물이다. 그에게 홋카이도연극재단의 활동과 지역문화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본다.
- 안녕하세요. 먼저 지난 10월
먼저 저를 초청해주시고 한국의 무대예술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를 마련해주신 재단법인 예술경영지원센터께 감사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몇 번 서울을 방문한 적이 있었고 한국연극인들과의 교류도 있었는데, 프로듀서로의 관심사인 공연 기획이나 문화 정책에 대해선 전혀 정보가 없었습니다. 이번 그런 궁금했던 부분을 좀 알 수 있었던 것 같아요.
또 한국이라는 나라가 체계적인 문화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문화를 나라의 힘으로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서 부러워지기도 하고요.
이번 PAMS CHOICE 작품 중 판소리 프로젝트 자의 <사천가>를 매년 11월 한 달 동안 삿뽀로에서 개최되는 <삿뽀로 아트 스테이지-삿뽀로 극장제>에 초청하기로 했어요. 판소리는 영화<서편제>를 보고 알게 된 한국 전통예술인데 그걸 연극적으로 풀고 브레히트가 가진 재미를 더 재미있게 보여줬어요. 내년 삿뽀로에서의 공연이 기대가 됩니다.
- 히라타씨는 삿뽀로의 연극을 이끌어왔던 분인데 홋카이도연극재단을 창립하기 전에 어떤 활동을 했었습니까? 또 연극재단을 창립한 계기는?
저는 원래 홋카이도 출신이 아니에요. 홋카이도대학 물리학과에 입학한 걸 계기로 삿뽀로에 살게 됐어요. 물리학을 전공한 사람은 졸업 후 대부분 학교에 남아서 연구자가 되거나 대기업에 입사하고 연구원이 되는 게 일반적였는데 저는 물리학은 ‘인간은 뭘 해야할 존재인지’ ‘인간의 삶은 뭐인지’를 생각하는 일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졸업 후의 방향을 못 잡았었어요. 그 때, 학생 시절 본 체홉 작품이 생각이 나서 내가 가진 인간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주는 게 연극이라고 생각해서 연극 기획이라는 일을 시작했어요. 전공했던 물리학과는 참 거리가 먼 연극을 선택했죠.
처음에는 당시 전국적으로 조직되고 있던 연극감상회를 삿뽀로에도 조직하고 20년 정도 사무국장으로서 활동했어요. 연극감상회는 지방에서 연극을 보기가 어렵기 때문에 시민들이 회비를 모아 주로 도쿄에서 공연된 작품을 초청해서 보는 민간단체인데 삿뽀로의 경우 가장 활동이 활발했을 때 7,000명의 회원이 있었고 일본 작품만이 아니라 소련의 레닌그라드 말르이 드라마 시어터 등 1년에 15 작품을 초청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삿뽀로의 극장이나 연극 상황을 고려할 때, 시민이 보고 싶은 연극을 초청할 수 있는 기획력이나 프로듀서가 있어도 순수한 민간 단체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어요. 그리고 삿뽀로의 연극을 생각할 때, 감상하는 것 뿐만이 아니라 좀 더 창조적 면을 가진 민간 단체도 공공 단체도 아닌 조직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 모델로 미국의 리저널 시어터(Regional Theater)가 있었어요. 리저널 시어터는 지역극장이라는 뜻인데 극장과 극단을 보유하는 지방 연극단체고 미국에 300개 정도 있어요. 그게 홋카이도문화재단의 밑그림이 됐어요.
- 홋카이도연극재단을 창립한 건 언제입니까?
1996년에요. 처음은 삿뽀로시나 홋카이도의 공공 단체로 창립할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민간 단체라는 입장을 선택했어요. 그게 훨씬 활동 면에 있어도 창작 면에 있어도 자유로울 수 있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죠. 그래서 재단이라고 하면서도 늘 경제적인 어려움에서 못 빠져 나오지만요. (웃음) 자금은 6,000만엔이었는데 창립 취지를 지지하는 100 정도의 기업과 5,600명 정도의 개인의 기부로 자금이 마련됐어요. 그 중3,000만엔을 재단을 창립하는 준비금으로 사용하고 나머지 3,000만엔을 기본 자금으로 했습니다. 정말 많은 사람들의 열정과 꿈이 담겨 시작된 단체에요.
현재, 경상비와 사업비를 합쳐 연간 총 운영비는 4억엔 정도인데 정부와 자치체에서의 지원금, 기업비나 개인에서의 후원금, 공연료와 티켓 판매 수입 등으로 조달하고 있습니다.
- 홋카이도연극재단의 목표와 사업은?
저희는 연극 진흥과 연극을 통한 지역문화의 창조를 목표로 하고 있어요. 이걸 달성하기 위해 크게 3개의 사업을 펼쳐 있어요. 하나는 시어터 ZOO라는 100석 정도의 소극장의 운영이고, 또 하나는 TPS(Theater Project Sapporo)라는 극단을 운영하는 것과 함께 삿뽀로 시내에 있는 몇 극단과 프랜차이즈 계약을 해서 지원하고 있어요. 마지막으로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지방에서 연극을 볼 수 있는 기회가 별로 없기 때문에 그 기회를 마련하기 위해 도쿄의 극단을 포함해서 홋카이도 순회공연을 기획하고 있어요.
앞으로 목표는 삿뽀로에 시립의 극단을 만드는 겁니다. 단 기성의 시립극단의 개념과 다르고 좀 더 자립성을 가진 민간 주도의 시립극단이라는 이미지입니다. 삿뽀로에는 삿뽀로 교향악단이라는 민간 음악 단체가 있어요. 삿뽀로시에서 거액의 지원을 받아서 활동하고 있고 연주자들도 대부분 연봉제로 근무하고 있고 삿뽀로시 예술문화재단이 운영하는 음악전용 홀 키타라를 거점으로 사용하고 있어요. 그래서 공공 단체라고 착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반 공공 단체 같은 성격을 치니는 민간 단체에요. 삿뽀로 연극계에도 이런 시스템이 필요한 시기에 왔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현재 삿뽀로시에 제안을 하고 있어요. 저희가 운영하는 극단 TPS는 올해 같은 경우엔 7작품 93회 공연을 했는데 이제 단원들에도 연극 활동만으로 생활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주고 싶고요.
- 홋카이도연극재단의 해외 교류는?
해외 교류를 시작해서 얼마 되지 않아요. 2005년에 기회가 있어서 극단 TPS가 첫 해외공연을 헝가리에서 했는데 많은 자극을 받았고 극단원들도 이 공연을 통해 크게 성장했어요. 그 때, 해외교류의 소중함을 절실히 느꼈어요. 해외교류라는 의도를 가지고 2006년에 한국을 방문하고 서울의 극단 청우를 만나게 됐어요. 2007년에 극단 청우를 삿뽀로에 초청하고 <발자국 안에서>를 시어터 ZOO에서 공연했고, 2008년에는 극단 TPS가 서울연극제와 의정부극제음악극제에서 <봄의 야상극>을 공연했고 올해 합동공연으로 <게와 무언가> (작:사이토 아유무, 연출:김광보)를 삿뽀로에서 연습하고 홋카이도 5개 도시에서 공연했습니다. 또 2007년에는 광주 평화연극제에도 초청된 바 있어요. 이 몇 년 사이에 우리와 한국과의 거리가 아주 가까워졌고 이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한국과의 교류를 지속적으로 추진해갈 생각이에요.
한국 이외에도 올해 다시 헝가리와 루마니아 공연을 했고 내년부터는 러시아 사할린주 노보시비르스크와의 사업도 준비하고 있어요.
- 삿뽀로의 연극 상황은 어떻습니까?
일본 도시 중에서도 연극이 활발한 편이라고 생각해요. 극단도 많고 소극장을 포함해 극장도 많아요.
2005년부터는 삿뽀로시 주최로 <삿뽀로 아트 스테이지>라는 예술 폐스티벌이 개최되고 있는데 연극 부문, 미술 부문, 음악 부문이 있어요. 연극 부문 프로그램인 <삿뽀로 극장제>는 한 달 동안 9군데 극장에서 약 40 개 작품을 올리고 있고 전체 관객수는 1만명 정도에요. 작품 중에는 연극 뿐만이 아니라 오페라와 어린이극도 있지만 대부분이 삿뽀로와 홋카이도에서 활동하고 있는 단체들의 공연입니다. 일본에서도 이 정도 규모의 페스티벌은 요즘 없을 거에요.
올해 5년째를 맞이하였는데 내년부터는 연극부문과 미술 부문을 본격적으로 국제화시킬 계획을 하고 있어요. 연극 부문에서는 특히 한국과 러시아와의 교류를 추진해갈 생각이고 내년은 한국의 <사천가>와 러시아 사할린 주의 극단을 초정할 예정에요. 양국은 홋카이도와 지리적으로도 가깝고 연극적으로도 배울 게 많아요. 앞으로 이 폐스티벌을 통해 한국의 많은 단체와 만나고 싶습니다.
- 마지막으로 히라타씨 꿈은?
꿈은 앞에도 언급했지만 삿뽀로에 시립의 극단을 만들고 환경적으로도 경제적으로도 홋카이도의 연극인들이 창작에만 집중할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고 삿뽀로에서 이 시대를 비치는 좋은 무대를 발신하는 일입니다.
감사합니다. 앞으로도 홋카이도와 한국의 교류가 더욱 활발하게 되기를 바랍니다.
인터뷰 & 글 : 기무라노리꼬 (프리렌스 공연기획자)
히라타 슈지 (平田修二)
현재, 홋카이도연극재단 상무이사, TPS(Theater Project Sapporo)주임 프로듀서, 시어터 ZOO 프로듀서, 삿뽀로극장연락회 회장, 삿뽀로 아트 스테이지 운영위원
홋카이도연극재단 http://www.h-paf.ne.jp (일어)
삿뽀로 아트 스테이지 http://www.s-artstage.com (일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