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고단할 만큼 흥미진진했던 시간(Exciting and Exhausting)
_K-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후기
2022-03-02

고단할 만큼 흥미진진했던 시간(Exciting and Exhausting)

_K-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후기

크리스 그래디_예술 경영 컨설턴트

지난 주는 한국과 미국, 영국의 뮤지컬을 공유하고 알아가는 극도로 흥미진진한(그리고 몸은 고단한) 시간이었다. 필자는 한국을 방문할 기회가 몇 번 있었다. 우선 2005년에는 정명근Michael Chung, 정지원Mark Chung의 ㈜KCMI와 협력해 〈미스 사이공〉을 재공연하며 서울의 멋진 출연진과 함께했다. 이후에는 대구에서 뮤지컬 신작과 비언어 예술에 대한 다양한 토론에 참여한 바 있다. 마지막으로 2015년에 〈식스Six〉 제작자인 앤디Andy, 웬디 반스Wendy Barnes와 함께 한영 신작 뮤지컬 협업을 논의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적이 있다. 한국을 방문한 후 영국으로 돌아올 때마다 항상 든 생각은 한국이 뮤지컬 신작에 있어서 전 세계적으로 중요한 시장이라는 점이었다.
2020년 여름에 이곳 런던에서 ILOVESTAGE 김준영 대표를 여러 번 만났는데 감사하게도 이번 K-뮤지컬국제마켓을 개최한 예술경영지원센터(KAMS)를 소개해주었다. 김준영 대표는 또한 런던의 한국문화원장님을 소개해주었고, 그와 함께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코리안 허브Edinburgh Festival Fringe Korean Hubs를 살펴보고 한국과 영국 작가를 연결해주었다. 코로나19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트라우마와 제약사항이 따르는 이 시기에도 불구하고 두 기관과의 교류가 현실화되어서 너무나 기쁘다. 필자가 영국 동료들과 함께 런던에서 출발했을 때 우리는 무엇을 기대해야 할지 몰랐다. 뮤지컬 관련 논의를 위해 제작자들이 모여 있을 거라는 점은 알고 있었다. 도전과제와 문제를 다루는 이러한 논의에는 익숙하다. 하지만 우리가 모인 자리에는 제작자뿐만 아니라, 뮤지컬이 세계적인 수출 품목이자 수익 창출원이라는 사실을 잘 아는 연륜 있는 기관장과 진지한 투자자도 있었다. 이 현명한 투자자들은 신생 IT스타트업을 지원하는 것보다 뮤지컬을 지원하는 게 위험성이 적다는 이점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필자는 제작자와 투자자가 함께 모여 있는 것을 본 적이 없다. 이들은 이것을 ‘쇼’와 ‘비즈니스’가 공존하는, ‘쇼비즈니스’라고 불렀다.

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예술경영지원센터(KAMS)
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예술경영지원센터(KAMS)

필자는 〈K-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프로그램에서 예비 프로듀서와 전문 프로듀서를 대상으로 총 네 개의 세션에 강연자로 참여해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그 중 ‘예비 프로듀서 과정’은 제작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은 프로듀서와 학생들을 대상으로 진행했는데, ‘영국과 미국의 뮤지컬 개발 과정’ 세션에서는 영국과 미국의 뮤지컬 개발 과정을, 두 번째 세션에서는 프린지와 소규모 작품에 초점을 맞추어 ‘새로운 작품에 대한 관객 찾기’라는 주제를 다루었다.
보다 경험이 많은 제작자들 및 기관장을 위한 ‘전문 프로듀셔 과정’에서는 ‘영국과 미국의 뮤지컬 규모별 제작 현황’이란 주제를 통해 영국과 미국 그리고 신작의 글로벌 가능성에 대해 나누었다. 또한 〈아담스 패밀리〉, 〈틱, 틱…붐!〉, 〈작은 아씨들〉 등을 제작한 영국 제작자 케이티 립튼Katy Lipson과 함께 플랫폼에 초대되어서 어떤 질문이든지 받는 오픈 Q&A 시간을 가졌다.
집중력과 관심을 갖고, 통찰력 있는 질문으로 세션에 참여해준 90여명의 프로듀서분들과, 두 문화와 언어 간 대화 흐름을 원활하고 풍성하게 해주신 동시통역사분들에게 찬사를 보내는 바이다.

진행했던 세션들에 대해, 필자는 영국에 초점을 맞추었다. 가장 잘 아는 곳이기 때문이다. 또한 영국은 여러 가지 측면에서 한국과 매우 다르기도 하다. 상대국에서의 논의와 신작 공동제작을 최적화하는 방법을 이해하려면 양국간의 몇몇 차이를 이해하면 도움이 된다.
서울에는 너무나 경이로운 대학로라는 ‘연극의 거리’가 있다. 길 하나에 150개 이상의 극장이 있는 곳은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것이다. 대학로는 특별한 곳이다. 이곳의 극장과 관객을 충족시키기 위한 신작과 새로운 작업에 대한 수요가 빠르게 발생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런던에는 웨스트엔드 바깥에 매우 작은 공연장이 꽤 있기는 하지만, 소규모 뮤지컬을 올릴 수 있을 정도의 규모를 갖춘 극장은 소수이다. 10개 정도의 극장이 정기적으로 전문적이고 잠재력있는 신작을 위해 사용되고 있을 것이다.
그러나 영국에는 유서 깊은 지역극장이 있다. 제작 공간이 함께 있는 이러한 극장은 영국,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에 걸쳐 거의 모든 도시에서 볼 수 있다. 이 극장들은 작품 제작을 위해 지역 당국 및 정부 출연 예술위원회의 지원을 60년 넘게 받아왔다. 이들 중 다수는 뮤지컬을 창작해왔으며, 일부는 최근에 웨스트엔드 대상의 창작뮤지컬을 다량으로 제작한 바 있다. 로열 셰익스피어 컴퍼니Royal Shakespeare Company의 〈레미제라블〉, 셰필드 크루서블Sheffield Crucible의 〈제이미Everyone’s Talking About Jamie〉가 그 예이다.
이렇게 정부 지원을 받는 극장들은 연극 및 아웃리치 교육프로그램을 지역사회에 제공한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볼 때 뮤지컬은 ‘진지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여기서 아까 언급했던 한국과 영국의 차이가 드러나는데, ‘뮤지컬’이라는 예술 형태에 대한 존중의 정도가 다르다. 연극계에 오래 몸담은 분 중 다수는 뮤지컬을 상업적이고 중요성이 덜한 예술 형태로 보는 반면, 극작과 드라마가 진정한 연극이라고 보고 있다. 그런데 한국에서는 오페라, 발레, 연극, 그 외 모든 창작 예술형태와 더불어 뮤지컬을 존중한다.

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예술경영지원센터(KAMS)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예술경영지원센터(KAMS)

영국과 미국의 경우, 영어가 세계 공용어라는 장점이 있다(이로 인해 게을러져서 다른 언어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고 종종 다른 문화를 고려하지 않게 되기도 한다). 한국의 경우, 번역 또는 자막 작업을 거치지 않으면 원작의 세계 투어가 불가능하다.
세션과 행사 안팎에서 한국 대학로가 글로벌 관광지(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처럼)가 될 잠재력에 대한 이야기도 나누었다. 언어 문제뿐만 아니라 주말 대학로 연극 관람 체험에 대한 방문객 인식 제고와 관심 유발을 위한 지름길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뉴욕에서는 ‘쇼트랜스’ShowTrans에서 공연 관련 다국어 시놉시스/무대 정보를 실시간으로 상세하게 제공한다(이는 뮤지컬시장 확장 프로젝트를 연달아 만들고 있는 필자의 동료 수전 리Susan Lee가 만들었다). 다른 국제 도시의 경우, 시놉시스가 있는 프로그램 시트가 영어, 스페인어, 그 외 언어로 로비에 비치되어 있다. 안내판과 지도로도 방문객 안내를 도울 수 있다. 즉, 한국 관객을 영국극장에 유치하고 해외관객을 한국 뮤지컬에 유치하기 위해 협업하는 기발한 방법을 찾을 수 있는 영역은 무궁무진하다. K-뮤지컬 마켓에는 수많은 신규 협업이 시작될 조짐이 보인다.
세션 중 받은 질문은 구체적이면서도 강력했다. 제작을 시작하고 있거나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예비 프로듀서들께 우리 답변이 뮤지컬계의 잠재력에 대해 생각하는 방향을 잡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예술경영지원센터(KAMS)
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예술경영지원센터(KAMS)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 초점을 맞춰 대화를 진행하기도 했다. 스코틀랜드 에든버러에서 열리는 이 축제에는 매년 8월에 도시 전체에 걸친 150개 이상의 극장과 팝업 공간에서 약 3,400개의 공연/행사를 볼 수 있다. 공연은 오전 10시에 시작하는데, 마지막 공연은 새벽 2시가 되어 시작한다. 하루 개별 공연 수는 2,500개 정도이다. 전 세계 최대 규모의 축제로, 팬데믹 전 마지막 풀버전 축제가 열린 2019년에는 72개국의 단체가 참여했다. 새로운 작업과 신작의 세계를 보여주는 쇼케이스다. 한국은 반응이 매우 좋은 작품을 자주 선보였다. 그 예로는 극단 후암의 〈흑백다방〉과 2008년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에 포함된 뮤지컬 축제의 일환으로 필자가 운영하던 공연장에서 무대를 올린 댄스뮤지컬 〈사랑하면 춤을춰라〉가 있다. 이제 K-프린지가 에든버러에서 독립 공연장을 가지게 될 것 같아 기쁘게 생각한다. 세션에 참여한 제작자 및 창작자와 함께 도전과제를 살펴보았다. 에든버러 페스티벌 프린지 참여에 대한 도전과제였다. 관객을 찾으려고 하는 3,400개의 다른 공연이 내는 소리를 뚫고 어떻게 본인의 소리가 ‘들리게’ 할 것인가? 도시 전역에서 본인 공연의 관객을 어떻게 찾을 것이며, 이들에게 40단어로 된 카피나 몇 건의 SNS 글로 어떻게 메시지를 전달할 것인가? 우리의 논의는 전적으로 내로캐스트 마케팅Narrowcast Marketing에 대한 것이었다. 즉, 공연 때마다 앞줄에 앉을 관객을 정확히 집어내는 것이다.

우리의 논의에는 제작자(한국 또는 영국/미국 제작자)를 위한 최적의 피칭 방법도 포함되었다. 제작자들은 언제 여러분의 설명을 듣기 원하는가? 이들은 얼마나 적거나 많은 자료를 필요로 하는가? 이들은 어떻게, 그리고 언제 본인과 일을 시작할까? 쉬운 답은 없다. 독자 여러분에게 질문을 던져 놓고 답변을 회피하는 것은 아니다. 제작자마다 다르다. 팁을 드린다면, 이들의 입장이 되어 이들이 뭘 필요로 할지 생각하는 것이다(이때 기억해야 할 점은, 이들의 입장이 되려면 먼저 자신의 입장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공연 판매 방식에 대한 본인의 선입견을 내려놓아야 한다). 전 세계 제작자들이 티켓이 팔리고, 영향을 미치고, 새로운 방식으로 관객에게 영감을 주고 교육할 수 있는 신작(또는 이들과 이들의 관객에게 새로운 작품)을 진정으로 원하고 있다는 점만을 기억하라.

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예술경영지원센터(KAMS)뮤지컬 프로듀서 워크숍 @예술경영지원센터(KAMS)

큰 논의 주제는 이야기할 스토리의 선택이었다. 이와 관련해 세 개의 중요한 질문이 제기되었다. 첫째, 왜 지금인가? (왜 이 이야기를 지금 해야 하는가) 둘째, 왜 여기인가? (이 이야기가 들려주기 위해 적합한 장소, 도시, 극장, 관객인가?) 셋째, 왜 나인가? (내가 이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적합한 사람인가?) 이규린 프로듀서, 허수현 음악감독, 추정화 연출, 만화가 Hun(최종훈)이 만든 〈은밀하게 위대하게–THE LAST〉의 쇼케이스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남한으로 잠입한 북한 간첩 이야기였는데, 이 작품에 대해 앞의 질문을 해보았다. 첫째, 왜 이곳인가? 분쟁과 긴장이 계속되고, 세계적으로 많은 나라가 분단을 경험했거나 분단 상태에 있으며, 다른 나라에 잠입한 스파이들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 왜 이곳인가? 실제로 이런 일을 겪은 부모와 조부모를 둔 관객 앞보다 이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더 나은 곳이 있을까? 셋째, 왜 나인가? 내가 이 작품을 제작할 수 있나? 이 작품을 제작해야 할까? 이것이 내 이야기인가? 아니다. 하지만 한국 단체가 이 작품을 제작하는 것은 무척 합당하게 여겨진다.
그 외에도 수많은 질문을 살펴보았다. 온라인/디지털 관객과 물리적 극장/현장 관객 간의 균형을 어떻게 맞출 것인가? 전 세계 관객, 스태프, 경영진을 포함한 전체 연극계 구성을 어떻게 바꾸면 다문화와 신경다양성, 보다 강화된 젠더 균형과 유동성을 갖춘 사회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을까? 어떻게 투자(특히 새로운 아이디어와 신작을 위한)를 유치할 것인가? 한국 작품을 해외 경영진에게 어떻게 홍보할 것인가? 제작 예술가의 경우 일과 삶의 균형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필자는 ‘디플로마 인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싱'Diploma in Creative Producing에서 온라인 줌수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이러한 주제는 풍성한 논의의 일부다. 또한 예산수립, 팀빌딩, 계약, 저작권, 마케팅, 아이디어의 무대적용 과정 등 제작 ‘수단과 규칙’도 살펴보고 있다. 통역사분들의 귀중한 도움으로 이러한 대화를 한국 제작자분들과도 나누게 되어 너무나 기쁘다. 예술경영지원센터, 한국문화원, 한국과 영국의 교류에 대한 논의에 참여한 그 외 모든 단체들이 우리를 어디로 이끌어갈지 기대된다. 곧 다시 서울에 와서 논의와 작업을 계속하기를 바란다.
다시 한번 언급하고 싶은데, 뮤지컬을 위해 투자자, 제작자, 작가/신작, 해외 제작자, 정부 대표가 모이는 자리는 압도적이었다. K-뮤지컬의 탄생이 너무나 흥미진진하다. 예술의전당에서 진행된 일주일간의 행사를 기점으로 멋진 국제 협업이 이루어지기를 학수고대한다.
 

크리스 그래디(Chris Grady)
크리스 그래디(Chris Grady)는 프리랜서 강연자, 예술 경영 컨설턴트이자 마케팅 및 프로젝트 전문가이다. 이전에는 Cameron Mackintosh의 국제 라이센스 책임자, Buxton Opera House, 런던 및 에든버러의 Pleasance Theatre 매니지먼트 총괄, Edinburgh International Festival 및 Plymouth Theatre Royal의 마케팅 총괄 책임자를 지냈다. 신작 공연들을 발굴하기 위해 영국 최초의 신작 페스티벌을 만들고, 새로운 작품들에 대해 Vivian Ellis Prize를 운영, MTM:UK (현재 Musical Theatre Network)를 설립하고, 최초의 Musical Theatre Awards를 설립, 에든버러에 Musical Theatre @ George Square를 설립하기도 했다. 또한 런던에 기반을 둔 Producers’ Pool 네트워크를 운영하고 있으며 제작 및 관리 등 모든 측면에 대한 실질적인 마스터 클래스, 코칭, 진행 및 패널 토론을 이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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