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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뮤지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이해의 장
_K-뮤지컬국제마켓 국제 컨퍼런스
2022-02-09

한국뮤지컬 글로벌 시장 진출을 위한 전략적 이해의 장

_K-뮤지컬국제마켓 국제 컨퍼런스

고희경_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장

지난해 11월 24일부터 26일까지 3일간 K-뮤지컬국제마켓이 열렸다. 예술의전당 공연장과 회의실에서 진행된 K-뮤지컬국제마켓은 뮤지컬 정보를 공유하는 콘퍼런스와 라운드테이블, 한국 창작 뮤지컬을 소개하는 피칭 프로그램과 리딩 공연 등 다양하게 개최되었다. 첫날 필자가 모더레이터로 참여하였던 국제 콘퍼런스는 ‘뮤지컬 시장 공략: 새로운 시장, 투자, 협력’을 주제로 한국과 영국, 미국의 프로듀서들이 참여하여 ‘K-뮤지컬 시장 및 투자현황에 따른 투자 모델링 개발’, ‘브로드웨이 및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제작, 투자, 유통 현황’, ‘뮤지컬 해외시장 진출 전략’에 관한 정보를 나누고 토론하는 기회였다.
한국 패널로는 K-뮤지컬국제마켓 총괄 프로그램 디렉터를 맡은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와 크라우드펀딩으로 문화 부문의 새로운 투자 양식을 개발하고 있는 펀더풀의 윤성욱 대표가 참여하였다. 해외에서는 미국의 제인 베르제르 프로듀서, 코디 라슨 프로듀서와 영국의 제임스 시브라이트 총감독, 브라이언 후크 제작감독 등 4명의 뮤지컬 프로듀서들이 참여하였다.

K-뮤지컬국제마켓 콘퍼런스 모더레이터 고희경(좌측) (ⓒKAMS)K-뮤지컬국제마켓 콘퍼런스 모더레이터 고희경(좌측) (ⓒKAMS)

시장 안정화를 위한 한국형 뮤지컬 투자모델
첫 번째 주제는 ‘K-뮤지컬 시장 및 투자현황에 따른 투자 모델링 개발’로 신춘수 대표와 윤성욱 대표가 발제를 맡았다. 이번 K-뮤지컬국제마켓 총괄 프로그램 디렉터로서 한국형 뮤지컬 투자모델을 제안한 신춘수 오디컴퍼니 대표는 “뮤지컬은 공연업계 부동의 매출 1위를 지켜내며 공연 시장을 주도하는 어엿한 하나의 산업이 되었음에도 최근 몇 년간 내수 시장의 한계로 인해 성장세가 둔화하고 있다”라는 전제와 우려로 발제를 시작하였다.

‘K-뮤지컬 시장 및 투자현황에 따른 투자 모델링 개발’ 발제자 신춘수 (ⓒKAMS)‘K-뮤지컬 시장 및 투자현황에 따른 투자 모델링 개발’ 발제자 신춘수 (ⓒKAMS)

완성된 작품을 수입하는 해외의 라이선스 뮤지컬이 한국의 뮤지컬 시장을 주도하면서 투자자들 역시 흥행 안정성을 담보한다는 이유로 라이선스 뮤지컬을 선호해왔다. 장기적인 안목에서 공연의 IP 기반 수익 창출과 산업적인 저변 확대를 위해서는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뮤지컬을 기획 개발 단계부터 지속적으로 자본을 투입하여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는 것이 필요한데 이에 대한 투자가 취약하다. 2010년 기준 945억 원이었던 국내 뮤지컬 시장이 코로나 직전인 2019년 2,100억 원으로 성장하였고 이 가운데 창작뮤지컬이 30% 이상을 차지하며 긍정적인 사인을 보내고 있지만, 투자환경은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다. 뮤지컬을 제작하는 진입장벽은 낮지만, 투자환경은 불안정하여 시장이 성장하고 뮤지컬에 대한 관심이 증대되는 상황에서 발제자들은 다음 네 가지 투자모델을 제안하였다.

콘퍼런스 참석자 (ⓒKAMS)콘퍼런스 참석자 (ⓒKAMS)

첫째는 공연제작사가 오리지널 IP를 보유한 작품에 투자하고 해당 프로젝트 예산을 기준으로 투자자와 사전에 협의한 지분에 따른 이익을 배분하는, 현재 가장 보편적인 프로젝트 투자모델이다. 두 번째는 작품의 기획 개발 단계부터 투자자가 참여하여 투자 손익을 제작사와 공유하는 장기 투자모델이다. 제작사가 초기 개발비용과 프로덕션 비용, 오픈런의 러닝 코스트를 전체를 프로젝트로 보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되 로열티, 부가 판권 등 다양한 수익을 공유하고 위험도 공유하는 방식이다. 세 번째는 첫째와 두 번째를 혼합한 라인업 투자형이다. 제작사가 보유한 기존 흥행작과 초기 개발작품을 복수로 구성하여 동시에 자금을 조달하는 형태의 투자이다. 제작사가 가진 라인업 전체의 손익을 합산하여 최종정산하는 방식으로 투자한다. 이를 위해서는 공익 성격을 띤 뮤지컬제작사협회가 주주가 되는 뮤지컬 전문 투자회사와 같은 별도 관리회사를 두고, 효율적이며 독립적인 제작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네 번째는 일반공모형 프로젝트 투자모델이다. 온라인을 통한 소액투자 방식으로 MZ세대에게 관심을 가질만한 모델로서 최근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되고 있는 방식으로 팬덤이 강력한 뮤지컬 시장에서 소액투자를 통한 제작 안정성과 마케팅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모델이다.
K-뮤지컬 투자모델의 제안은 창작뮤지컬 제작 안정성을 위한 시의적절한 발제였는데 흥행작보다는 진입장벽이 높은 신작을 개발하는 프로듀서들에게 제작 자체를 신중하게 접근하라는 신춘수 대표의 토론이 있었고 윤성욱 대표는 오프라인 투자에만 익숙한 뮤지컬 제작사들이 온라인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준비가 있어야 일반공모 투자가 가능하다는 첨언이 있었다.

영미권의 뮤지컬 제작 트렌드와 시장의 이해
2부에는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의 뮤지컬 제작 투자, 유통 현황에 대한 네 명의 프로듀서들의 발제가 이어졌다. 코로나19로 1년 반 이상을 문을 닫았던 브로드웨이와 웨스트엔드가 최근 공연을 시작했기 때문에 해외 프로듀서들은 대부분 현 상황에 대한 인식과 한국 공연계에 대한 관심 표명으로 발제를 시작했다.
제인 베르제르 프로듀서는 코로나19 전후의 브로드웨이 상황을 먼저 설명했다.〈라이온킹〉,〈오페라의 유령〉,〈물랑루즈〉,〈해밀튼〉등 기존의 인기 작품들은 코로나 이후에도 지속적인 성공을 거두고 있지만 심각한 주제를 다룬〈치킨 앤 비스킷〉이나〈다나 H〉와 같은 작품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소개하며 관객들은 더 이상 극장에서 설교 듣기를 원치 않는다는 배경을 설명했다. 신작의 경우〈비틀주스〉나〈미세스 다웃파이어〉와 같은 코믹하고 가족 친화적이며 스펙터클한 대형 뮤지컬이 기대를 모은다면서, 코로나 이후로 관객들은 희망적인 이야기를 원하고 있으며 한국도 예외가 아닐 것으로 예측했다.
베르제르는 뮤지컬 제작과 투자를 하는 사람들은 작품을 사랑해야 한다는 전제하에 라이선스나 법적인 절차는 상호 소통이 중요하며 영미권 어디에서든 전략적인 파트너를 만드는 일이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미국의 경우 기업이나 기관 투자 못지않게 개인 투자자들이 많아서 이들을 설득하는 일도 중요하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작품이 상업적인지 비영리 목적인지에 따라 접근법을 달리해야 한다고 보았다. 상업극의 경우 관객이 그 스토리와 주인공을 사랑해야만 성공할 수 있고 비영리극의 경우는 생각할 것을 던지는 소규모 작품이 중요하며 두 가지 경우 모두 타이밍은 중요하다는 점을 역설했다.
영국의 제임스 시브라이트 프로듀서는 올리비에 어워드를 수상한 연극제작자로서 영미권 뮤지컬의 트렌드와 제작현황을 소개했다. 그는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현재의 중요한 트렌드로 보았다. 미투 운동과 관련된〈헤더스〉, 여성서사의 강화라는 새로운 시각에서 역사를 바라본〈식스〉, 자기 정체성에 대한 진솔한 표현을 다룬〈제이미〉등 세 편의 뮤지컬은 시대정신을 잘 살리면서 상업적으로 성공한 작품이다. 위험을 분산하고 극장을 안정적으로 담보하기 위한 공공극장들과의 공동제작의 사례도 소개했으며 코로나로 인하여 관객을 만날 수 없을 때 뮤지컬 초연을 영상화 프로젝트로 전 세계에 출시한 사례도 발표했다. 학생 공연에서 시작된〈식스〉의 초기 투자 상황은 시장 간 교량을 잇는 대표 사례였으며 영미의 프로듀서들이 공동제작한〈미세스 다웃파이어〉의 사례, 브로드웨이 히트작〈북 오브 몰몬〉의 영국 성공도 소개하였다.
영국의 제작자 브라이언 후크는〈위대한 개츠비〉등을 제작한 하트숀 후크사의 프로듀서로 이머시브 공연과 새로운 뮤지컬 스타일에 주목하고 있다. 그는 작품의 현지화 작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위대한 개츠비〉한국 공연에서도 한국의 정서에 관심을 가졌고 유럽의 다른 국가들에서도 그런 작업에 치중해왔다. 또한 각국의 조세제도나 법적 상황에 대한 이해도 중요하다는 점을 지적했다.

해외 발제자 제임스 시브라이트(좌측)와 코디 라슨(우측) (ⓒKAMS)
해외 발제자 제임스 시브라이트(좌측)와 코디 라슨(우측) (ⓒKAMS)

〈스프링 어웨이크닝〉을 제작한 프로듀서 코디 라슨은 전통적인 뮤지컬 제작 방식이 변화하고 있음에 주목했다.〈식스〉는 에든버러 페스티벌에서 시작해 영국투어를 거쳐 웨스트엔드, 브로드웨이로 진출했고〈하데스타운〉은 앨범 제작, 오프 브로드웨이, 캐나다, 영국을 거쳐 브로드웨이로 진출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작품이 개발되고 있다. 새로운 투자모델은 투어와 다른 시장을 고려한 것이어야 하고 캐스트 앨범과 라이브 공연을 녹음까지도 포함한 계획이어야 한다. 브로드웨이는 뉴 미디어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상위 5위급 대형 공연들은 제작 첫날부터 글로벌 시장을 목표로 제작해야 함을 강조했다.

미래를 위한 상호 이해의 장
3부에서는 해외 발제자들과 CJ ENM 예주열 본부장과 컬쳐홀릭 진영섭 대표 등 6명의 참석자의 토론과 방청객 질의응답이 있었다. 브로드웨이 투자와 라이선스 양쪽을 경험한 예주열 본부장은 제한된 파트너십(LP)과 장기적인 파트너십(GP) 투자자로 참여한 경험을 소개하며 <킹키부츠>는 LP로 시작했지만, 앞으로는 GP로서 활동 영역을 확대할 계획을 밝혔으며 진영섭 대표는 중국에서 우리 뮤지컬을 현지화하는 과정에서 문화적인 차이, 현지 문화에 대한 이해는 정말로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했다. 영미권 프로듀서들도 이제 뮤지컬은 글로벌 시장의 산업이라는 전제에 동의하면서 라이선스가 쌍방향의 소통을 전제로 한 현지화, 시대정신의 이해가 가지는 중요성을 여러 사례로 소개하였다.

‘뮤지컬 해외시장 진출 전략’ 토론자 예주열(좌측) (ⓒKAMS)‘뮤지컬 해외시장 진출 전략’ 토론자 예주열(좌측) (ⓒKAMS)

한국 뮤지컬의 브로드웨이 진출 방법, 새로운 관객개발 방법 등에 대한 방청객의 질문에, 영미권 프로듀서들은 콘텐츠의 내용과 힘이라는 원칙을 강조하며 두려워 말고 자꾸 두드리라는 제안을 했다. 더해 K-뮤지컬국제마켓과 같은 자리는 매우 의미 있는 소통의 기회이며 이런 만남이 작품의 진출, 관객과 새로운 만남을 준비하는 기회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어린 관객에 대한 관심, 가족물의 제작 등은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기초임을 강조했다.
K-뮤지컬국제마켓의 학술대회를 통해 해외 프로듀서들의 관심과 제작 방식을 이해함으로써 한국 창작뮤지컬이 해외 진출을 위한 기초적이고 현실적인 정보를 공유하는 기회가 되었다. 투자를 유치하고 성공적인 흥행을 위한 지름길은 쉽게 찾을 수 없지만 새로운 시대정신에 대한 이해를 담은 좋은 콘텐츠가 성공한다는 원칙은 로컬이든, 글로벌 시장에서든 마찬가지로 중요한 사실임을 재차 확인한 기회였다.

고희경
고희경은 홍익대학교 공연예술대학원원장이자 홍익대 대학로 아트센터 센터장, 여수문화예술공원 예울마루 예술감독이다. 1987년 예술의전당 공채 1기로 공연기획자의 길을 들어섰고, 23년간 예술의전당에 재직한 후 2009년부터 4년간 대성 디큐브아트센터 초대 극장장을 역임하였다. 저서로는 〈인문의 스펙을 타고 가라〉(사회평론, 2010), 번역서로〈뮤지컬 워크북〉(연극과인간.2018) 있고〈공공극장 기획공연의 프로그래밍 사례연구〉(한국연극학회.2012), 공동연구로〈국립극장 마케팅 연구〉((재)한국문화정책개발원, 1996),〈공연마케팅 연구〉(예술경영지원센터, 2007)가 있다.
hkko@hongik.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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