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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등대
_K-뮤지컬국제마켓 라운드테이블 후기
2022-02-09

새로운 등대

_K-뮤지컬국제마켓 라운드테이블 후기

김준영_아이러브스테이지 대표

게스트 프로듀서: 케이티 립슨(영국 Aria 엔터테인먼트 대표)

잭 달글리쉬(미국 JD 엔터테인먼트 대표)

김지원(한국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

키요야마 코즈에(일본 아뮤즈 엔터테인먼트 대표)

모더레이터:        김준영(아이러브스테이지 대표)

12월 26일, 행사가 끝나갈 무렵 20세기 마지막 절반 동안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받는 작곡(사)가 중 한 명으로 기억되는 서구 뮤지컬의 등대인 스티븐 손드하임(1930~2021)이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뉴욕 브로드웨이는〈웨스트사이드 스토리〉, 〈집시〉, 〈컴퍼니〉, 〈스위니 토드〉, 〈인투 더 우즈〉 등 그의 유산을 갖고 있으며 그보다 앞서 미국엔 로저스 & 해머 스테인이 있어 대중적인 브로드웨이 뮤지컬을 연쇄 제작했고, 뮤지컬의 ‘황금시대’를 기폭한 것으로도 알려져 있다. 그들의 작품 중에서도〈오클라호마!〉, 〈회전목마〉, 〈남태평양〉, 〈왕과 나〉, 〈사운드 오브 뮤직〉이렇게 다섯 편의 뮤지컬이 특히 대흥행을 거둔 것으로 기억된다. 한편 바다 건너 런던 웨스트엔드에서는 1970~1980년대 앤드루 로이드 웨버, 캐머런 매킨토시가 있어〈캣츠〉, 〈레미제라블〉, 〈오페라의 유령〉, 〈미스 사이공〉이 줄을 이었다. 영미의 젊은 프로듀서들과 우리가 다른 점이 있었다면 그들이 시작할 땐 큰 ‘등대’가 있었다는 것이고 우리 한국 프로듀서가 시작할 땐 ‘개별 손전등’을 가졌다는 점이다.

라운드테이블 모더레이터 김준영(좌측), 토론자 키요야마 코즈에(중앙) (ⓒKAMS)라운드테이블 모더레이터 김준영(좌측), 토론자 키요야마 코즈에(중앙) (ⓒKAMS)

그래서 우리는 그들이 만든 뮤지컬들을 보고 배우며 창작 뮤지컬을 제작했다. 이렇게 시작한 우리 한국 뮤지컬이 아시아를 넘어 세계 무대로 나아갈 수 있도록 뮤지컬의 기획 및 개발 단계에서 해외 유통 단계까지 전 과정에 걸친 투자 기반을 마련하여 안정적인 뮤지컬 제작과 유통 환경을 조성하고자 K-뮤지컬국제마켓K-MUSICAL MARKET이 성황리에 열렸다.
행사 이틀째인 11월 25일(목)에는 정보제공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뮤지컬 콘텐츠의 활용’이라는 주제로 한국, 미국, 영국, 일본의 뮤지컬 제작자들이 예술의전당 오페라하우스 4층 컨퍼런스홀에서 라운드테이블을 진행했다. 뮤지컬 산업 내 투자 확장으로 연계 콘텐츠, IP의 활성화 등 새로운 부가 가치를 창출하는 뮤지컬 산업의 선순환 구조 조성 방안을 각국에서 초청된 인사들과 자유롭게 논의했는데 주요 내용을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얼마 전 국내 뮤지컬 제작사와 투자사 사이에 논의된 내용을 기반으로 만들어진 인터뷰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영화와 비교했을 때 국내 뮤지컬 시장은 수익률이 무척 낮기 때문에 프로듀서는 공연 제작에 앞서 콘텐츠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가에 관한 연구를 동시에 시작하게 된다는 요지였다. 다른 나라의 프로듀서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잭 달글리쉬
뉴욕에서 약 25년 동안 연극과 뮤지컬을 제작해온 입장으로 본다면 특히 한국에서 최근 만들어지는 문화 컨텐츠가 K-POP에서부터 영화, 드라마에 이르기까지 여러 분야에서 괄목할 만한 주목을 끌어내고 있다. 이런 시점에 창작 뮤지컬을 소개하고 부가 상품을 논의하기엔 매우 적절한 시도라고 본다. 스스로도 공연을 제작할 때 사실 많은 다양한 수입원에 대해 고려하게 된다. 그래서 공연 제작에 있어 신규 프로젝트를 살펴볼 땐 언제나 비즈니스로 바라본다. 전통적인 티켓 수입 외에 공연 자체보다 음반, 게임, 애니메이션, 영화, 오디오 드라마, MD 등 모든 가능성을 살펴보고 부가 상품으로 어떻게 최대한 활용할 수 있을지 살펴본다. 특히 뮤지컬의 경우엔 20% 정도의 성공률을 갖고 있어 제작자로서 다양한 수입원을 고려하는 것은 너무 당연한 이치다.
그중 대표적인 현상으로 뮤지컬을 영상으로 제작해 스트리밍하는 서비스는 사라지지는 않을 것이다. 여러 플랫폼이 생겨나고 있으며, 나 역시 향후 플랫폼 사업에 투자할 계획이다. 기존에 제작된 뮤지컬들도 플랫폼에 선보일 것이다. 그렇다고 기존의 공연장 관객이 사라지는 것이 아니다. 여전히 남아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공연은 온라인이든 무대든 어디에서나 볼 수 있어야 한다.
기술의 발전으로 정말 흥미로운 모습 중 하나는 대체 불가 토큰, ‘NFT(투자용 자산)’라는 암호화 화폐가 있다. 디지털 형태로 저장되는 예술품이라고 할 수 있다. 블록체인 기술이 기반에 있어 가상 공간에서 저장할 수 있고 각자 독자적이기 때문에 대체 불가한 토큰이다. 2021년 1분기에는 매출이 10억 달러에 달했다. 따라서 희소가치를 바탕으로 디지털 정품 인증서 역할을 하는 NFT로 공연뿐 아니라 원작 포스터 등을 소유하고 디지털 MD까지 거래하는 시대가 왔다. 공연 제작은 비즈니스로 접근해야 함이 당연하다.

케이티 립슨
런던에서 2012년에 제작사를 창업해 약 10년간 웨스트엔드, 오프 웨스트엔드에서 활동을 해왔다. 7년 동안 뮤지컬 페스티벌을 진행해왔으나 최근 팬데믹으로 자금 손실과 공연 중단을 경험했다. 이제는 정말 다양한 수익 모델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얼마 전 배우들이 각자 집에서 격리하는 동안 촬영한 영상을 모두 모아 편집한 작품과 오디오 드라마 등을 제작해 다행스럽게도 새로운 온라인 플랫폼을 출시하면서 신규 투자를 유치할 수 있었다. 마치 장편 영화와 공연 사이에 있는 고유한 틈새시장을 본 듯하다.

라운드테이블 토론자 케이티 립슨(우측) (ⓒKAMS)라운드테이블 토론자 케이티 립슨(우측) (ⓒKAMS)

영국 같은 경우 영상화로 수익 창출은 쉽지 않다.〈레미제라블〉같은 대형 작품이 영상화된 예는 있다. 영국 국립극장에서 좋은 품질의 영상으로 선례를 남기기도 했다. 하지만 그런 규모의 작품은 영화 판권만으로도 엄청난 수익을 거둘 수 있지만 작은 플랫폼은 상황이 다르다. 비교적 젊은 제작사가 영상 제작, 유통을 통해 현상 유지하기는 힘들다.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영상화는 다른 프로듀서들에게 우리가 무엇을 하는지 보여주기 좋다고 생각한다. 다른 국가의 관객들에게도 우리가 이렇게 훌륭한 작업을 한다는 것을 공유하기 좋을 것이다. 하지만 수익 창출이 가능한 공연은 제한되어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팬데믹 기간에 무대 공연이 불가능한 시점을 막 지나온 프로듀서들이라 토론이 진행되면서 공연의 다양한 수익 모델에 대한 논의 중 유독 스트리밍 서비스, 영상화 정도로 자연스럽게 집중되고 있었다. 일부 게스트 프로듀서 가운데 이 분야의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있어 추가로 들어보았다. 하나는 한국의 ‘웹 뮤지컬’, 다른 하나는 일본의 ‘실시간 상영Live viewing’이다.

라운드테이블 토론자 김지원(좌측) (ⓒKAMS)라운드테이블 토론자 김지원(좌측) (ⓒKAMS)

김지원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와 한국에서 자체 제작하는 EMK는 계기 자체가 다르다. 코로나 전에는 대부분 스태프와 원작자들이 영상화에 대해 굉장히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영상화를 원했지만, 공연은 공연장에서 직접 봐야 하고, 영상화를 하면 공연의 본질이 훼손된다는 입장이었다.
한편으로 홍보 마케팅 측면에서 보면, 한국 제작자에게 가장 힘든 것은 라이선싱이다. 프로듀서들이 판권을 구하러 브로드웨이나 웨스트엔드에는 가지만, 한국으로 오지는 않는다. 게다가 웨스트엔드와 브로드웨이의 공연은 오픈런 시스템이지만, 한국은 2~3개월의 단기공연이 많아 공연 기간에 바이어를 데리고 오는 것도 힘들다. 이런 환경에서 어떻게 해외 바이어에게 우리 IP에 관심을 끌게 할 수 있을까. 그것이 고민이었다. 이렇게 코로나 전부터 어떻게 외국인의 흥미를 끌어낼 수 있을지에 대해 고민했기 때문에 영상화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이탈리아의 멋있는 여행 영상을 TV에서 본다면 그 영상을 봤으니 이탈리아에 안 가도 되나?”라고 설득했다. 멋있는 영상을 보면 거기에 가고 싶은 것처럼, 이탈리아에 갔다 와도 그 영상을 보는 것처럼 두 가지를 만족시킬 수 있다고 생각한다. 좋은 영상을 만든다면 공연을 보지 못했던 잠재 고객, 이미 본 고객, 볼 수 없는 고객을 다 만족시킬 수 있다. 또한 해외에서 한국에 오지 못했던 잠재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고 2014년부터 생각했다. 관계자들의 부정적인 시선으로 펼칠 수 없었던 일이 코로나 이후에 가능해진 것이다. 선택이 아니라 필수가 되었기 때문에 설득을 할 수 있었다. 영상화에서 중요한 점은 질 좋은 영상을 하나라도 남겨 공연의 본질을 없애지 않으며 확장성을 얻었을 때 지속이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이제는 온라인 스트리밍에서 시작해 웹, 시네마 버전으로 하는 것에 집중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우리 프로듀서는 영상을 만드는 게 아니라 공연을 만드는 사람들이다. 그래서 제작하시는 분들 각각의 콘텐츠에 대한 성격, 환경, 투자 여건 등 고려했을 때 영상화는 철저히 프로듀서 개인의 선택이라 생각된다.

키요야마 코즈에
아뮤즈는 2000년 1월 한국 영화〈쉬리〉를 일본에서 개봉하면서 한류의 신호탄 역할을 했고, 한국과 일본의 파이프라인을 만들며 K-POP, 드라마, 뮤지컬 등 다양한 분야에서 한일교류역할을 해왔다. 파트너십을 구축해 한국 웹툰, 뮤지컬의 기획 개발을 10개 작품 정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큰 전환기를 맞아 엔터테인먼트 사업 자체에 대한 방향성이 바뀌고 있어 새로운 전개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지금은 온라인 공연이 당연하게 여겨지는 시대가 되었다. 2020년도 조사 결과 유료 온라인 시장은 일본 내에서만 448억엔, 4,480억 원에 해당한다. 80.6%가 오프라인 공연 후에도 온라인 공연을 시행하고 싶다는 조사 결과가 있다. 한국 뮤지컬 IP를 활성화하는 방안으로 ‘실시간 상영’을 제안했는데 일본, 한국 해외의 영화관에서 뮤지컬을 보이는 방법이다. 연극 무대, 뮤지컬, 스포츠, 콘서트 등 다양한 장르의 공연, 이벤트를 행사장, 영화관에서 고화질로 생중계 상영할 수 있는 사업이다. 기간 한정으로 상영하는 방식이고 녹화, 수록된 영상에 자막을 입히는 것도 가능한데 일본의 경우 전국 350개 이상의 영화관, 최대 3,000개 스크린에서 상영이 가능하다.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을 활용해 라이브 스트리밍을 하고 아시아 각국에서는 실시간 상영을 이용하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실시간 상영과 온라인 스트리밍의 시너지를 통해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라운드테이블 ‘뮤지컬의 IP 유통 및 OSMU 콘텐츠 활용방안’ 참가자 (ⓒKAMS)라운드테이블 ‘뮤지컬의 IP 유통 및 OSMU 콘텐츠 활용방안’ 참가자 (ⓒKAMS)

결론
영국에서는 최근 재미있는 조사 결과가 발표되었다. 이전에 온라인 작업에 참여했던 126개 단체에서 56%가 올 연말부터는 디지털 제작 계획을 철회한 것인데, 공연 제작 여건을 갖춘 약 40여 개 공연장 스태프들과 추가로 진행한 인터뷰에 따르면, “공연의 영상화에 들어가는 높은 비용과 더불어 거리 두기도 없어진 지금의 환경에서 더이상 디지털에 투자할 경제적 동기가 부족하다”는 의미를 찾아낸 것이다.
공연 제작에 있어 추가 수입원으로 국내외 프로듀서들이 집중하는 영상 컨텐츠가 이들의 말처럼 과연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수 있을까? 물론 투자자 입장에선 제작에 임하는 프로듀서가 다양한 수익 모델을 가지고 있으면 콘텐츠가 매력적으로 돌변하기 때문에 좋은 아이디어라 생각되지만 작은 프로덕션이나 초기 투자가 어려운 창작 뮤지컬에서는 다가서기 어려운 지점이다.
필자가 지난 20년 정도 한국과 영국의 공연계를 넘나들며 목격한 바에 의하면 ‘프로듀서들은 어떤 나라에서 태어나고 어떤 나라에서 공연을 만드는가?’라는 명제가 프로듀서 삶의 50%를 좌우한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놀랍게도 지난 20년을 지나오면서 어느덧 한국 뮤지컬의 규모가 3,500억이 되었고 이젠 산업적 성장 가능성이 큰 분야로 인식되었다. 이번 ‘K-뮤지컬국제마켓’이 우리 창작 뮤지컬을 주변 아시아 시장을 넘어 세계로 진출시키는 새로운 ‘등대’가 되길 기원한다. 그런 의미에서 행사를 준비한 예술경영지원센터와 주최 측에 머리 숙여 감사를 전하고 싶다.

김준영
김준영은 영국 런던의 공연 유통회사인 아이러브스테이지(ILOVESTAGE)의 대표 및 프로듀서이다. 아이러브 스테이지는 공연 문화 컨텐츠 개발, 라이선스, 대본, 투어링 투자 제작을 하고 있으며 국내 최초로 실시간 런던 웨스트엔드 공연 티켓 플랫폼을 한국어로 제작해 운영되는 회사이다. 런던을 중심으로 프로듀서 네트워크를 활용한 한국 공연의 해외 유통에 관여하고 있으며 한국의 상업 공연 단체 및 공공 기관에 사업 컨설팅을 하고 있다. 그 외에도 한국 공연 전문 웹진과 월간지에 공연 소식을 전하고 있다.
junyoung.kim@ilovestag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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