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대의 아시아 그리고 예술: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 리서치 공유
APP VR3(Reality, Research, Residency)는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이하 ‘APP’Asian Producer’s Platform)에서 팬데믹의 영향으로 직면한 새로운 현실에 대응하기 위해 기획한 가상의 리서치 및 레지던시 프로젝트였다. 2021년 5월부터 11월까지 7개월 동안 진행한 이 프로젝트는 ‘다시 상상해 본 우리의 미래: 아시아 공연예술의 창의적 협력과 연대의 재고 및 재구성’이라는 주제 아래 진행되었다.
이 연구를 통해 프로듀서의 경력개발과 아시아 도시 연결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사전 리서치, 아시아 장애예술과 접근성, 프로덕션 하우스에서의 드라마터지 방법론, 예술의 사회적‧정치적 역할, 디지털 시대의 새로운 협력 방법 등 아시아의 동시대 주제에 대한 리서치가 진행되었다. 리서치에 참여한 아시아 프로듀서들은 리서치, 토론과 워크숍 등을 통해 주제를 심화시키며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졌다.
1. 예술생태계: 공연예술의 미래는 무엇인가?
2. 네트워크: 뉴노멀 시대에 아시아 연결을 재구축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
3. 프로듀서의 새로운 역할: APP 캠프 참가자들은 팬데믹 시대의 미래지향적 프로듀서의 역할에 대해 어떤 생각을 가질 수 있을까?
4. 이동성: 팬데믹/기후 변화 시대에 국제 이동성 회생을 위해 어떤 새롭고 색다른 방식을 찾을 수 있을까?
위의 질문들은 2022년 APP Camp를 통해 더욱 심화할 예정이다.
리서치뿐 아니라, APP VR3는 두 차례의 오픈 포럼을 열었다. 8월에는 아시아 공연예술계에서의 공공과 민간의 창의적 협력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11월에는 개막 세션인 ‘뉴질랜드 공연예술 환경의 이해와 동시대 예술’을 시작으로, ‘탈식민지화, 교차성, 기후위기’ 세 개의 주제에 대한 2차 포럼을 열었다. 두 번째 세션에서는 세 명 예술가가 자신의 경험과 관점, 삶과 작업의 철학을 나누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관점 전환과 확장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아랫글은 APP VR3 11월 오픈 포럼에 대한 리뷰이다.
컨템포러리 재고: 아시아 프로듀서 플랫폼 스피커 시리즈
위니 양Wennie Yang
APP와 아츠이퀘이터ArtsEquator는 최근 유명을 달리한 공연예술가 JK 아니코체JK Anicoche의 비보에
삼가 조의를 표합니다. JK는 스피커 시리즈에 참석해 필리핀에서의 코뮤니다드 엑스KOMUNIDAD X
문화 활동에 대해 열정적인 강연을 했습니다.
프로듀서 업무의 기저에는 조용하고 어떻게 보면 완고한 낙관주의가 깔려 있다. 항상 새로운 작업 방식을 찾는 것을 직업병이라 부르는 이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정신이 11월 11일부터 12일까지 열린 최근 APP의 오픈 포럼을 이끈 것으로 보인다. 공연예술계와 그 생태계의 미래를 재고하기 위해 진행된 가상 리서치 및 레지던시였던 APP VR3는 이번 포럼을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 기사에서는 아시아의 동시대적 주제를 심층 탐구한 스피커 시리즈를 되짚어 보려 한다. 스피커 시리즈는 사디아 분스트라Sadiah Boonstrah 박사의 ‘탈식민지화와 예술에 대한 발표와 한국의 예술가 박영희의 교차성에 관한 발표, 그리고 필리핀 예술가 JK 아니코체의 필리핀의 문화와 기후위기에 대한 발표로 구성되었다.
모멘텀을 얻은 탈식민지화
분스트라 박사는 ‘동남아시아의 공연 예술과 탈식민지적 접근’ 발표를 시작하며, 수십 년 동안 예술가와 활동가, 역사가들이 다양한 예술적 개입을 통해 지식을 생산한 결과, 탈식민지화 담론이 문화예술계 전반에서 모멘텀을 얻게 되었다는 점에 주목하였다.
인도네시아와 네덜란드계 출신의 분스트라 박사는 큐레이션 활동을 통해 유산의 연속체인 전통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영향력을 행세할 때, 전통을 현대성으로 대체하는 것과 같이 식민지적으로 구축된 개념에 집착하기 쉽다는 배웠다고 이야기했다. 그녀는 예술인들에게 컨템포러리 예술 형식이 어떤 모습을 해야 하는가에 대한 지배적인 내러티브에서 벗어나, 용어와 틀의 오류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는 ‘현대성’, ‘국제적 표준’에 대한 열망, 서구 지배적 예술 시장 등의 관념과 관련하여, 많은 이들의 접근을 막았던 예술 말하기artspeak 관행을 상기시켜주었다.
절차에 필수적으로 내포돼야 하는 교차성
다음으로 박영희 작가는 극장 내 안전한 공간 구축에 대한 발표를 가졌다. 한국과 호주를 넘나들며 활동하는 박영희 작가는 #MeToo 움직임으로 인해 서양에서는 공연 제작 절차를 재검토하는 상황이 촉발되었지만, 아시아에서는 이에 대한 인식이 거의 없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에서 안전은 주로 육체적인 측면에 초점이 맞춰져 있으며, 예술인들이 정책에 대해 모르거나, 부실하게 시행이 된다고 이야기했다. 가부장적 구조와 ’우리는 가족이다’라는 태도는 경계선이 모호한 경우가 많아, 특정 그룹, 특히 여성 신진예술가들을 착취와 괴롭힘에 노출시킨다. 그는 “가족으로서 합당한 보상을 요구하고 부당 행위를 보고하는 것은 잘못된 행동처럼 느껴진다”라고 말하며, 사법 기관의 지원도 부족하다고 말했다. 그는 극장 내 안전한 공간을 만들기 위한 첫 단계로 교차성의 관점에서 위험 분야를 식별할 것을 제안했다. 이를 위해 개인 정체성의 다른 측면이 어떻게 그들을 다양한 형태의 차별에 노출할 수 있는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이러한 이슈에 대응하는 규율과 표준이 많을수록 더 포용적인 공간이 가능하다는 사실을 덧붙였다.
기후 위기=문화적 위기=상상력의 위기
스피커 시리즈의 마지막 연사 JK 아니코체는 기후 위기가 필리핀 문화계와 깊게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을 공유했다. 그는 기후 변화에 대응하려는 예술가들이 현 정권 지지자들에 의해 반체제 인사나 테러리스트로 낙인찍힐 위험, 소위 레드태깅Red tagging을 감수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하였다. 그는 이것을 상상력의 위기라고 불렀다.
JK는 이에 대한 대응책으로 공연 제작자들이 다양한 언어를 사용하여 여러 다른 학제를 유동적으로 연결하고 동맹을 찾는 방법을 공유했다. 이어서 “예술 창작을 포기하기보다 의미를 확장해서 우리가 자원을 어떻게 이동시킬 수 있는지, 그 가능성을 스스로 보여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곧 있을 총선을 대비해 예술가들은 내러티브를 만드는 것 외에도 정보 접근의 민주화나 유권자 교육 강화와 같은 직접적 행동에 중점을 둘 수도 있다.
어떻게 하면 미래를 재건할 수 있을까? 이 질문이 APP VR3의 주제였고, 세 명의 연사들은 어떻게 문화예술 프로듀서들이 지속가능성과 재생을 위한 새로운 접근 방식을 통해 사고할 수 있는지 보여 주었다. 이렇듯 새로워진 철학과 관점이 우리 앞에 놓인 새로운 길을 보여 줄 수 있을 것이다.
위니 양은 캐나다 토론토 출신 예술 매니저 및 재무 행정가로, 토론토에서 싱가포르에 걸친 비영리 예술계에서 총괄 관리 분야 경력을 쌓고 있다. 워털루 대학에서 회계 및 재무 관리 학사 학위를 받은 후, 라셀 예술대학에서 문화예술 리더십 석사 학위를 마쳤다.
이 글은 아츠이퀘이터(https://artsequator.com/asian-producers-platform/)에도 게재되었다.
뉴질랜드 아오테아로아의 문화적 맥락 이해
로자벨 탄Rosabel Tan
2022년 아오테아로아에서 열릴 다음 대면 APP 캠프 준비 과정의 일환으로 뉴질랜드 APP 캠프 참가자들은 뉴질랜드 문화의 맥락에 대해 발표하였다.
셉 워커Steph Walker가 발표한 첫 번째 소주제는 젊은 국가인 뉴질랜드의 역사로, 마오리가 기원전 1250년에 도착하고 유럽인들이 1800년대에 이주하였으며, 그 후 1840년에 뉴질랜드 건국 문서인 와이탕이 조약이 체결된 역사를 설명했다. 이 조약은 여러 이유로 문제가 있다고 여겨지는데, 두 유럽 정착민이 하룻밤 사이에 급하게 테 레오 마오리(마오리 언어)로 번역해 작성하였고(결과적으로 조약에 대한 완전히 다른 두 가지 해석이 있음), 그래서 100년 이상 대체로 무시되었다. 슬프게도 뉴질랜드는 지금까지 여전히 이 폭력 행위에 대응하면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뒤를 이어 돌리나 위하이피하나Dolina Wehipeihana가 마오리 세계를 소개하며 이야기를 확장했다. 그는 아로하(사랑), 마나키탕가(환대), 와나웅가탕가(관계), 카이티아키탕가(후견) 등을 포함하는 우아라(가치)와 티캉가(관습과 의례), 와가파파(혈통), 테 타이아오(환경과의 연결)에 대해 설명했다. 또한 그는 널리 일어나고 있는 마오리 르네상스의 일환인 마오리 언어 부흥 운동을 소개했다.
또한 뉴질랜드 예술생태계는 영국의 식민지화의 영향을 깊이 받았는데, 정부의 예산 지원을 중심으로 하는 영국의 예술기금 지원모델의 차용한 면이 그렇다. 섬스 셀바라잔Sums Selvarjan은 발표를 통해 지속 가능한 장기적 접근 방식이 아닌 경쟁 구조의 프로젝트 기반 지원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점과 복권 수익처럼 신뢰할 수 없는 출처에 의존하는 점에 대한 발표를 이어나갔다.
마지막으로, 로자벨 탄은 뉴질랜드 정부가 코로나-19에 대응하기 위해 추진한 바이러스 박멸 전략이 성공을 거두었으며, 치명적 타격을 받은 예술계를 지원하기 위해 발 빠른 자금 지원을 했다고 소개했다. 뉴질랜드는 현재 불확실한 상태가 지속되는 쉽지 않은 시기에 들어서고 있다. 새롭게 창설된 자금 지원 기관이 자리를 잡으려 하는 가운데 많은 독립 예술인들이 예술계를 떠나고 있다.
발표를 마치면서, 로자벨은 팬데믹이 우리가 일을 처리하는 방식을 재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었다고 말했다. 관료주의적 구조가 본질적으로 인종차별과 고전주의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방식, 또한 누가 자금 지원받고 누가 잊혀질 지에 영향을 미치는 전략적 우선순위를 살펴보는 작업이 위와 같은 뉴질랜드 내 담론에 포함된다.
옛 땅 위에 선 새로운 영토를 탐구하는 역사의 새로운 시대를 열어가면서 뉴질랜드 APP 캠프 참가자들은 이러한 생각들을 다음 APP 캠프 방문자들에게 선사하기를 희망한다.
로자벨 탄은 뉴질랜드 아오테아오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티브 프로듀서이자 작가 겸 전략가다. 그녀는 문화예술저널, 더 판토그래프 펀치(The Pantograph Punch)의 창립 편집자이며, 아오테아로아 내 아시아계 디아스포라를 탐구하는 예술가들과 함께 작업하는 프로덕션 하우스, 새틀라이츠(Satelites)의 총감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