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한일 뮤지컬 교류
- 아틀라스 대표 고토우 마도카 인터뷰
2021-11-19

새로운 단계로 나아가는 한일 뮤지컬 교류

- 아틀라스 대표 고토우 마도카

박병성_공연칼럼니스트

최근 일본에서 한국 뮤지컬을 가장 열심히 올리고 있는 제작사는 아틀라스Atlas다. 올해에도〈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더 데빌〉,〈호프〉등 세 작품을 공연했다. 2010년대 초반 K-팝 스타가 출연하는 투어 공연이 왕성하게 이루어지다가, 최근에는 스몰 라이선스로 한국의 뮤지컬을 일본 스태프가 만드는 방식으로 전환되었다. 일본에서 공연되는 한국 뮤지컬에 대해, 그리고 일본 뮤지컬 시장에 대해 아틀라스의 대표 고토우 마도카Goto Madoka에게 들어보았다.

뮤지컬〈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일본 공연 @Eri Iwata (제공: 아틀라스)
뮤지컬〈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일본 공연 @Eri Iwata (제공: 아틀라스)

한국 뮤지컬과의 인연
아틀라스는 현재 일본에서 한국 뮤지컬을 가장 왕성하게 소개하는 제작사입니다.
한국 뮤지컬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무엇입니까.

공연도 제작하고 배우 매니지먼트도 하는 아텔리에 던컨ATELIER DANCAN에서 팀장으로 일을 했는데, 아틀라스는 아텔리에 던컨이 파산하게 되며 독립해 만든 회사입니다. 20대 때 아버지가 한국 출장을 가실 때마다 동행해〈김종욱 찾기〉를 보았습니다. 3년 동안 두 달에 한 번씩 주말 동안 한국에 머무르며〈김종욱 찾기〉와 대형 뮤지컬 한 편, 그리고 대학로 소극장 뮤지컬 한 편을 보았습니다. 독립해서 제작사를 차리면서 동업자가 추진하는 작품 제작을 도와주다가 내가 만들고 싶은 작품을 올려야겠다는 마음으로 2016년〈김종욱 찾기〉를 올렸습니다. 그 인연으로 2016년 초연 이후 2018년까지 공연을 연이어 세 차례 올렸습니다. 일본에서는 이렇게 짧은 주기로 재공연하는 사례가 드뭅니다. 그만큼 예외적인 작품이었습니다.

〈김종욱 찾기〉에 매료된 이유가 무엇인가요?
멀티맨 때문이었습니다. 멀티맨은 일본 공연계에 없는 형식입니다. 일본 관객들에게 굉장히 새로웠고 충격을 주었습니다. 초연 때부터 멀티맨으로 출연한 코마다 하지메 씨는〈미스 사이공〉의 엔지니어 역을 맡을 정도로 실력이 있는 배우입니다. 이 배우가 뮤지컬어워즈에서 상을 받은 후 출연한 작품이〈김종욱 찾기〉이었습니다. 이 분을 위해서라도 바로 다시 공연해야겠다는 마음으로 공연을 연속 3번 올리게 되었습니다.

지금까지 아틀라스에서 공연한 한국 뮤지컬은 무엇이고, 그 작품들의 평가는 어떠했습니까.
〈김종욱 찾기〉를 세 번 하고,〈스모크〉를 네 번 했습니다. 외에〈최후진술〉,〈톰아저씨〉,〈블루레인〉,〈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더 데빌〉,〈호프〉를 한 번씩 했고, 내년에는 새로운 한국 뮤지컬을 한 편 더 올릴 예정입니다. <최후진술>은 일본에서 보기 힘든 스타일의 작품입니다. 나의 죽음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 생각하게 해주는 작품입니다. 멀티맨이 등장하는 밝은 작품인데도 드라마가 깊었고 음악이 대단히 아름답습니다.〈스모크〉는 100석 극장에서 올리며, 레이저를 이용하고 오브젝트 맵핑을 하는 등 소극장이지만 할 수 있는 모든 시도를 다 했던 작품입니다. 특히 배우의 열정이 대단했던 작품이었는데, ‘날개’라는 넘버가 관객들에게 상당한 사랑을 받았습니다.

뮤지컬〈스모크〉일본 공연 @Eri Iwata (제공: 아틀라스)
뮤지컬〈스모크〉일본 공연 @Eri Iwata (제공: 아틀라스)

이 작품을 보는 관객들은 한국 뮤지컬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나요?
관객들은 한국 뮤지컬이라는 걸 생각하지 않습니다.〈스모크〉부터 최근에 올린〈호프〉까지 지속적으로 찾아오는 관객이 많습니다. 재관람 티켓이 굉장히 많이 판매되었는데, 처음에는 배우의 팬이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작품에 관심이 있어서 오는 팬들이었습니다. 특별히 한국 뮤지컬이라는 것을 강조하지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고 봅니다.

한일 뮤지컬 교류
최근 일본 뮤지컬 시장은 창작뮤지컬의 성장으로 규모가 크게 성장했습니다. 일본 뮤지컬 시장의 특징이 무엇인가요?
일본에서는 만화나 게임을 원작으로 하는 뮤지컬을 2.5차원 뮤지컬이라 부르는데, 이런 작품까지 창작뮤지컬이라고 본다면 일본의 창작뮤지컬 시장은 커지고 있는 게 맞습니다. 하지만 일본 공연 관계자들은 2.5차원 뮤지컬은 그냥 2.5차원 뮤지컬이라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런 작품들은 무명 배우가 출연해도 브랜드의 힘 때문에 열광적인 지지를 받습니다.〈테니스의 왕자〉에 출연한 시료타 류는 이 작품에 출연한 이후〈팬텀〉,〈킹키부츠〉등에 출연했습니다.

일본 뮤지컬 관객의 특징은 무엇인가요?
다른 나라와 마찬가지로 여성 관객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20대부터 공연을 좋아한 후 결혼, 출산, 육아를 거치면서도 꾸준히 공연을 보아온 중장년 여성 관객이 많습니다. 일본에서 티켓 판매가 가장 잘 되는 날이 평일 마티네 공연입니다. 전업주부이거나 은퇴한 중장년 여성들이 뮤지컬 시장의 주요 관객이기 때문입니다. 최근에는 뮤지컬 배우들이 드라마나 영상 매체에 출연하는 경우가 많아졌는데요. TV를 통해 배우에 관심을 두게 된 사람들이 배우를 쫓아 공연장에 오는 경우도 생겼습니다.

특별히 일본 관객들이 선호하는 작품 스타일이 있나요?
한국 뮤지컬은 죽고, 무겁고 어두운 작품들이 많잖아요. 그런 작품들도 인기가 있지만, 일본에서는 드라마적인 요소가 강한 작품이 더 인기가 높습니다. 어쩌면 연극적이라 할 수도 있을 겁니다.〈엘리자벳〉이 일본에서 가장 히트한 작품 중 하나입니다. 화려한 왕궁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지만, 시어머니와 며느리의 갈등 등 다양한 이야기를 품고 있기 때문입니다. 선호하는 음악에도 차이가 있습니다. 한국은 빅넘버 위주로 직설적인 음악이 인기가 많은데, 일본에서는 가사나 분위기를 제대로 전달하고 여운을 주는 음악을 선호합니다. 일본 관객은 음악이나 드라마에서 다 설명해주기보다는 여백이 있는 것을 좋아합니다.

2013년을 즈음해서 아이돌이 출연하는 투어 형태로 한국 뮤지컬의 일본 진출이 많았는데요.
최근에는 그런 작품들이 매우 드뭅니다. 그 이유가 뭘까요?

우선 아이돌이 출연하는 작품들은 티켓 가격이 너무 비싸고 가격대도 좁습니다. 한 작품에서는 공연이 끝난 후 모든 관객이 배우와 악수하는 이벤트를 하기도 했는데, 뮤지컬을 보러 간 관객 중엔 오히려 이런 이벤트를 불편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아이돌 배우가 출연하는 투어공연은 제작비가 비쌉니다. 팬층에서 대중으로 관객을 확장시켜야 하는데 한국 뮤지컬의 작품 팬을 만들지 못한 게 실패 이유인 것 같습니다.

일본에서 한국 뮤지컬의 강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한국은 이웃 나라이고 문화적으로나 정서적으로 공감할 수 있는 부분이 많습니다. 한국은 국가적으로 뮤지컬 창작자를 육성하고 있습니다.〈호프〉를 보고 굉장히 놀랐습니다. 이렇게 깊은 내용을 담고 있는 작품이 아카데미 졸업작품으로 제출한 작품이라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습니다. 창작자를 발굴하고 작품을 올릴 수 있는 시스템이 한국 뮤지컬 시장의 가장 큰 경쟁력입니다.

뮤지컬〈호프〉일본 공연 @Eri Iwata (제공: 아틀라스)
뮤지컬〈호프〉일본 공연 @Eri Iwata (제공: 아틀라스)

한일 뮤지컬 교류에서 프로세스적으로 개선했으면 하는 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일본에서는 브로드웨이나 유럽 뮤지컬 제작 경험이 많은 연출가와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오리지널을 존중하면서도 현지화하려는 일본 창작진의 공통 목표가 있어서 제작 과정에서 부딪히는 어려움이 없습니다. 단지 계약할 때 공연문화의 차이에서 발생하는 어려움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일본에서는 DVD 스트리밍이나 MD 제작과 관련해 제작비가 워낙 많이 들어 창작자와 별도의 수익 배분을 하지 않는데, 그러한 공연문화의 차이를 조율하는 게 어렵습니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올해 K-뮤지컬국제마켓을 엽니다. 한국에서 개발 중인 작품을 선보이고, 기존에 소개된 작품 중 물적, 인적교류를 지향하는 작품들의 오픈 마켓입니다. K-뮤지컬국제마켓에 바라는 역할이 있다면 말씀해 주세요.
아틀라스 대표 고토우 마도카
아틀라스 대표 고토우 마도카
대구국제뮤지컬페스티벌보다 조금 더 산업적이고 공연 관계자들을 위한 자리인 것 같네요. 아이디어가 굉장히 훌륭합니다. 무엇보다도 개발 중인 작품을 볼 수 있는 게 좋은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콘텐츠 소개도 좋지만, 창작자 소개도 함께 이루어졌으면 좋겠습니다. 한국 뮤지컬 작곡가의 능력은 뛰어납니다. 한국 뮤지컬에는 마음을 흔들어놓는 곡들이 꼭 있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우리의 아이디어를 한일 창작진의 합작으로 만드는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그뿐만 아니라 뛰어난 기량이 있는 한국 배우들이 일본에서 활동한다면 일본 뮤지컬 배우들에게 좋은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끝난다면 저도 당장 달려가 참여하고 싶습니다.  
   
   
   

K-뮤지컬국제마켓 홈페이지 바로가기

박병성
월간〈공연전산망〉편집장이자 공연 칼럼니스트. 뮤지컬 전문지〈더뮤지컬〉의 편집장을 오랜 동안 지내왔다. 현실과는 다른 무대에서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무대의 생생한 감동을 어떻게 글로 잘 옮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저서로는〈뮤지컬 탐독〉이 있다.
Tag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