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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뮤지컬의 투자 환경에 대하여
_제작사와 투자사 좌담회
2021-11-12

한국 뮤지컬의 투자 환경에 대하여

_제작사와 투자사 좌담회

박병성_공연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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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산업화되기 위해서는 투자 유치가 필수적이다. 국내 공연시장은 영상이나 웹툰 등 인접 장르에 비해 투자 상황이 활성화되지 않았다. 예술경영지원센터는 국내 뮤지컬 시장의 발전을 도모하고 건전한 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K-국제뮤지컬마켓을 개최한다. 라이브 공연 산업의 투자가 원활하게 이루어지기 위해선 어떠한 환경이 조성되어야 할까. 국내 대표적인 창작뮤지컬 제작사인 ㈜네오프로덕션 이헌재 대표와 라이브㈜ 강병원 대표, 그리고 K-콘텐츠 전문 플랫폼인 펀더풀㈜ 윤성욱 대표를 모시고 한국 뮤지컬 시장과 투자 환경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좌담은 월간〈공연전산망〉박병성 편집장의 사회로 진행됐다.

충분한 투자가치가 있는 공연시장

박병성: 현재 한국에서 뮤지컬 투자 환경 및 현황은 어떠한가?
   
강병원: 전체 시장 환경은 잘 모르겠지만 라이브의 경우, 작품 수로는 제작하는 작품의 50% 정도를, 투자 금액으로는 제작비의 70~80% 정도를 투자받는다. 재연이나 삼연은 작품의 성과를 바탕으로 투자를 받을 수 있는 가능성이 크지만, 초연의 경우 투자받기 어려운 환경이다.
   
이헌재: 영화의 경우는 투자가 필수적이라는 인식이 깔려 있다. 투자가 없으면 영화가 만들어지지 않는다. 그러나 공연은 콘텐츠를 기획 개발할 때 투자 유치 여부와 상관없이 극장 대관부터 먼저 한다. 공연이 제작되기 위한 첫 번째 필수조건은 대관인 셈이다. 대관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투자를 받기도 힘들고, 투자를 못 받았다고 위약금을 물고 대관을 취소할 수도 없다. 결국 지금의 공연 제작 현실에서 투자는 필수적인 단계가 아니다.
   
박병성: 공연은 영화나 드라마에 비하면 투자 대비 수익률이 낮다. 티켓 판매 위주 수익 이외에 부가 수익이 적기 때문에 기대효과가 떨어진다. 특히 창작뮤지컬의 경우는 작품 수는 많지만, 국내 뮤지컬에서 시장 점유율이 30%대에 불과하다. 공연이 투자상품으로서 매력이 있다고 보는가?
   
이헌재: 절대 금액은 적지만 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은 높다. 영화같이 큰 수익은 아니지만 공연 IP 하나의 누적되는 매출이 중 저예산 영화 정도는 된다. 게다가 공연은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재연, 삼연으로 지속될 수 있으므로 가능성 있는 콘텐츠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윤성욱: 미국과 영국의 공연시장은 공연이 부가가치가 높은 시장임을 이미 증명했다. 앞서 창작뮤지컬 시장이 30%에 불과하다고 했는데, 이 정도면 우리 뮤지컬 시장이 정말 대단한 거라고 본다. 영국과 미국 이외에 자국의 뮤지컬 점유율이 이 정도로 높은 나라는 거의 없는 것으로 안다. 시장 자체를 긍정적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충분히 성장 가능한 시장이고 10억 원 작품에 외부 자본을 들여와 100억 원짜리로 키우고, 여기서 발생하는 수익을 재투자하는 구조로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이헌재: 아직 우리는 공연 투자를 논하는 자리에서도 공공 지원의 문제를 언급하기도 한다. 지원과 투자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그런 인식에서 투자를 논의한다면 다시 지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공연 산업이 어떻게 성공하고 있는지, 자료를 공개하고 공론화시켜야 한다. 이 산업이 충분한 산업적 가치가 있다는 인식이 들게끔 우리 스스로가 이 시장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해내느냐가 중요하다. 창작뮤지컬은 충분히 투자하기 좋은 시장이라고 생각한다.

네오프로덕션 이헌재대표
박병성: 규모가 큰 라이선스 뮤지컬에 상대적으로 투자가 몰린다. 창작뮤지컬 중에서도 검증된 재연 공연이 투자 대상이 된다. 제작사 입장에서는 초연 때 투자가 더 절실할 텐데, 초연 투자를 받기 힘든 상황이다.  
강병원: 정부가 투자하는 모태펀드에서 일정 부분 창작뮤지컬 초연에 투자하도록 정해놓는 식으로 정책적인 접근은 가능할 것 같다.  
윤성욱: 기획개발비는 향후 몇 년 동안 회수하면서, 초기 투자에 대한 로열티를 인정해주는 구조라면 초연 공연은 어렵지만, 재연-삼연까지 패키지로 투자를 받는 형태를 논의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연 투자의 활성화를 위해

박병성: 공연 투자가 활성화되기 위해 보완되어야 할 것은 무엇인가?
   
윤성욱: 일반적으로 투자 결정은 투자처가 제공하는 데이터를 신뢰할 만한지 점검하고 확신할 때 이루어진다. 투자기관에서 공연 투자 제안을 점검하기가 어렵다. 투자가 활성화되려면 투자의 실적 정보가 오픈되고 교환되어야 하는데 그런 정보가 매우 드물다. 콘텐츠 산업에서 유통사가 제작사나 작품의 정보를 투자사에 제공해 주는데 공연계는 그러한 역할을 하는 곳이 없다.

펀더풀 윤성욱대표
이헌재: 공연시장의 규모가 작아서 투자를 결정할 때 그것이 방해 요소가 된다. 투자자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시장 규모가 작으니 여러 작품을 묶어서 규모를 키워오라고 한다. 계획된 공연이 정해져 있는데 몇 년 치 공연을 묶을 수도 없고, 그렇다고 투자를 받기 위해 무작정 규모를 키울 수도 없다. 그래서 요즘 생각하는 것은 비슷한 시기에 하는 타 회사의 여러 작품을 묶어서 투자를 받는 것이다.  
   
윤성욱: 투자기관의 입장에서 보면 2억 원 규모 사업을 검토하나, 20억 원 규모를 검토하나 똑같은 시간이 걸린다. 펀드 운용 비용이나 효율성을 고려할 때 일정 이상 규모가 되어야 투자 유치가 유리하다. 투자기관으로서는 1~2년이 걸리더라도 전체 규모로 투자하고 투자금 회수 조건을 적정 수준에서 합의가 된다면 투자를 검토해 볼 수 있다.
   
강병원: 뮤지컬 시장 자체의 파이를 키워야 한다. 뮤지컬을 독립 장르로 법제화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영화나 다른 콘텐츠 산업처럼 법제화를 통한 인프라 지원이 이루어지고 시장의 규모를 키운다면 투자도 늘어날 것이다.
   
윤성욱: 산업에서 얼마나 많은 검토 과정을 거치느냐도 투자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이다. 한국 영화는 일 년에 1천 편 이상의 시나리오를 검토한 후에 50편을 만든다. 투자받는 공연이 얼마나 많은 작품 중에서 선택된 것인지를 프로세스로 답하는 것이 중요하다.
   
박병성: 다양한 K-콘텐츠의 투자를 수년간 해왔다. 공연 투자의 과정에서 가장 어려운 점이 무엇인가.
   
윤성욱: 공연 투자에서 가장 어려운 건 투자 작품을 결정하는 일이다. 일단 투자가 이루어지면 투자금이 집행되고 정산하는 과정은 어렵지 않다. 공연 투자의 판단 요소는 창작자, 작품 콘셉트, 제작사의 능력 등이 될 것인데 이것을 투자기관에서 판단하기가 쉽지 않다. 드라마의 경우 예전에는 PD나 CP가 제작할 작품을 결정했는데 요즘은 집단지성을 믿는 경우가 많다. 일례로 한 드라마 스튜디오에서 작품을 결정할 때 전문 프로듀서 다수가 참여하여 3회분의 대본을 보고 투표로 제작할 작품을 결정했다고 한다. 그만큼 요즘 관객들의 취향이 다양해서 소수의 의견만으로는 결정하기 어렵다. 공연시장에서도 전문집단의 집단지성으로 투자 작품을 결정해주는 프로세스가 필요하다.
   
이헌재: 공연은 산업인 동시에 예술이어서 공정성이라든가 정의의 문제라든가 다양한 가치관이 개입할 여지가 크다.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목적과 방향이 다양해서 집단지성이 발휘되기 힘들 수 있다.
   

캣츠크라우드펀딩 페이지
출처: 캣츠크라우드펀딩 페이지

박병성: 투자기관뿐만 아니라〈캣츠〉는 크라우드 펀드를 통해 5억 원을 넘게 모으기도 했다.
 

라이브 강병원대표
윤성욱: 올해 처음으로 K-뮤지컬국제마켓이 치러진다. 이 플랫폼이 어떤 역할을 하길 바라나.
 
박병성: 5억 원을 투자기관에서 받으려면 한두 달은 걸린다. 온라인 투자는 팬덤이 형성된 콘텐츠라면 하루만이라도 가능하다.〈캣츠〉는 단 몇 분 만에 목표 투자금을 모았다. 라이브 콘텐츠는 그것을 소비하기까지 관객들이 의지가 필요한 고관여 상품이다. 온라인 투자는 고관여 상품인 중소 규모의 라이브 콘텐츠나 창작 콘텐츠에서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제작비에는 공연을 위한 순수 제작비 이외에도 유통이나 홍보, 마케팅비 등이 포함되어 있다. 온라인 투자는 생산과 소비 이외의 홍보나 유통 비용을 제거하고 운영한다. 이후 온라인 투자를 통해 확보한 회원 DB를 어떻게 활용하느냐도 중요하다.
 
강병원: 한국 뮤지컬이 아시아 시장에서 확장돼 해외의 투자나 공동제작까지도 이루어질 수 있는 자리가 되었으면 한다. 우선 공연 산업에 있는 다양한 분야의 분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본다. 이들이 편하게 서로를 알리고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자리가 되도록 신경 써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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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병성
월간〈공연전산망〉편집장이자 공연 칼럼니스트. 뮤지컬 전문지〈더뮤지컬〉의 편집장을 오랜 동안 지내왔다. 현실과는 다른 무대에서 펼쳐지는 삶의 이야기에 관심이 많고, 무대의 생생한 감동을 어떻게 글로 잘 옮길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다.
저서로는〈뮤지컬 탐독〉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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