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관객, 작품, 극장, 기술과의 새로운 ‘연결’
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 디지털개발총괄 사라 엘리스와의 대화
2021-11-03

관객, 작품, 극장, 기술과의 새로운 ‘연결’
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 디지털개발총괄 사라 엘리스와의 대화

이혜원_기어이 이머시브 스토리텔링 스튜디오 대표/프로듀서

넥스트 모빌리티 화면캡처 ©서울아트마켓 제공
넥스트 모빌리티 화면캡처 ©서울아트마켓 제공

매일 밤 천여 명의 관객이 함께 모여 공연을 보던 영국을 대표하는 셰익스피어 극장도 피해 갈 수 없었다. 팬데믹의 영향은 2년간 굳게 닫혀 있던 극장의 문을 디지털로 열게 하는 대전환의 계기를 만들게 된다. 2021년 3월에 열렸던 영국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이하 ‘RSC’)의 ‘드림 프로젝트’Dream Project는 물리적 거리에 얽매이지 않는 라이브 기술의 미래를 탐색한 시도였고, 공연의 미래에 대해 질문을 던진 탐색의 기회였다. 디지털 무대로 이동한 극장은 무엇이 되어야 하고, 디지털이 주는 상호작용을 어떻게 작품 내에 도입할 수 있을지 등 여러 기술적 시도가 녹여졌던 창작실험이기도 했다. 이 혁신적 시도는 10번의 공연만으로 92개 국가에서 6만 5천 명의 관객을 동원했고, 76%가 RSC를 처음 보는 관객이었고 40%가 젊은 관객층이었다는 고무적인 결과를 도출해냈다.
이번 서울아트마켓(PAMS) 넥스트 모빌리티 세션은 디지털로 촉발된 새로운 이동성은 어떤 변화를 가져다줄지 조망해보고 디지털 전환시대에 맞추어 함께 의미 있는 질문을 던지고자 했다. 이를 위해 선행적 경험을 시도한 해외 선진 단체와 국내외 예술가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특히 다년간 디지털 실험을 계속해온 RSC의 대표적 예술과 기술 사례를 이끈 디지털 개발 담당 이사 사라 엘리스Sarah Ellis와의 심층 세션을 통해 변화의 조망을 넘어선 선도적인 시도를 통한 교훈과 시사점을 나눌 수 있었다.
창작, 유통, 관극에 걸쳐 공연예술의 벨류체인Value Chain에서 변화를 시도해 본 ‘드림 프로젝트’를 비롯하여 리얼타임 모션 캡처 기술 등 최신 기술을 실제 물리적 공연에서 사용했던〈템페스트Tempest〉사례를 통해 혁신적 기술이 촉진하고 있는 새로운 공연예술의 단면을 들여다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기술 변화의 시대에 필요한 리더십은 무엇인가? 극장의 미래는 무엇이고, 미래의 관객은 누구일까? 디지털로 달라진 상호작용이란 무엇일까? 현재 모두가 직면한 가장 중요한 질문을 나누면서 결론은 ‘연결’로 귀결된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과연 단절의 시대에 의미 있는 ‘연결’이란 무엇인가?

미래의 관객Audience of Future를 향한 노력 : 관객의 집으로 찾아가는 공연
〈한여름 밤의 꿈〉을 재해석했던〈드림〉은 원래 리얼타임 캡처 기술을 활용해서 물리적 무대 위에 구현하려고 했던 대면 공연으로 기획되었다. 코로나로 인해 제작 과정이 중단되기도 했지만, 새로운 변환을 모색했던 RSC는 이 기회를 관객과의 연결을 새롭게 정의하는 기회로 삼았다. 극장과 멀어진 관객은 지금 무엇을 필요로 할까? 관객에 대한 고민은 관객이 무엇을 기대하는가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극장 문을 열고 관객이 오기를 기다리며 그들을 맞이하는 것이 아니라, 관객이 현재 있는 관객의 집으로 찾아가는 것, 어떻게 관객의 공간으로 다가가고 관객으로부터 환영받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를 고민하는 것, 온라인 공연이 본질적으로 달라야 하는 것을 관객과의 연결고리에 대한 생각을 바꾸는 것에서부터 시작한 것이었다.

RSC Dream 웹사이트 화면
RSC Dream 웹사이트 화면 (출처 https://dream.online)

공연장에 오지 못하는 사람들과 어떻게 다시 연결되어야 할까? 무엇보다, RSC는 관객은 하나의 공동체임을 간과하지 않았다. 공연은 단순히 시청하고 방청하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함께 시간과 공간을 점유하는 공동체적 경험이자 사회적 경험이기도 하다. 공연장에 들어서는 순간부터 설렘을 안고 들어가는 관객의 모습을 떠올리면서, 로비 공간에서 기다리면서 코트를 맡기고 공연소개 자료를 받아들고 함께 친구와 나누던 대화로 기대감을 높였던 순간들을 다시 재현하는 등 디지털 경험 설계에도 고심을 다 했다. 웹사이트로 구현된 디지털 극장 역시 함께 접속한 몇천 명의 숫자를 보여주며 소속감을 주고, 공연을 위해 남겨진 시간을 표시하며 긴장감을 높이고, 공연 후에 있던 관객과의 대화를 사전 프리쇼Pre-Show에 배치해 기술적 이해를 돕기도 하고, 동시에 기술 테스트를 하며 관객의 새로운 디지털 공연 경험 준비를 돕기도 하면서, 문화적 공간으로서 극장이 갖고 있던 사람과 작품을 연결하는 사회적 공간으로서의 연결고리를 조금이나마 구현하고자 했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경험을 설계하는 것 외에 영국에 국한된 것이 아닌 전 세계의 사람들이 작품을 볼 수 있게 하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했을까? 단순히 영상을 찍어서 디지털 매체에 담는 ‘복제’가 아닌 시대의 변화를 수용하는 혁신적 창작이 되기 위해서, 이들은 3가지를 고려하였는데, 함께 어울리고Togetherness 생생한 현장감Liveness을 구현하는 것 외에, 디지털 불평등에 대한 이슈를 고려했다. 기술에 대한 접근성Accessibility은 새로운 기술 시도를 할 때 가장 장애가 되는 요소이다. 경험과 숙련도 측면에서 관객의 디지털 문해력Digital literacy이 다를 뿐만 아니라, 각기 다른 장비와 접속 인프라 환경도 각기 다르다. 고려해야 할 경우의 수를 세심하게 예측할수록 다양한 사람들이 작품을 접할 수 있게 되지만, 태블릿, 핸드폰, 데스크톱을 비롯하여 모든 환경에서 균질한 경험을 누릴 수 있게 하려면, 개발은 그만큼 범위가 늘어나기 마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래는 다양한 연결이 핵심이 되어야 하며, 보다 포용적이어야 한다는 것을 주지했다. 그렇기에 RSC는 아직 보급률이 일정 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HMD1)는 배제하였고, 온라인과 모바일을 통해 접속 가능한 공연으로 완성했다. 도달 범위의 목표를 전 세계로 확장하면서 지역 시간대에 맞춘 공연 시간대를 배려하기 위해 영국 내에서 새벽 2시에도 공연을 하는 시도도 감행할 수 있었다. 조금 더 포용적 환경을 만들기 위해 장애가 있는 사람들을 위한 음성설명, 자막, 수화 등이 고려되어야 했지만, 모든 것을 구현하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들은 디지털로부터 소외된 커뮤니티를 고려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되어야 하는 가를 숙제로 남기고, 현재 다음 프로젝트를 위해 고민 중이다.
보다 많은 관객에게 도달하려는 목표를 위해 기술전문가들과 협업했고, 맨체스터 페스티벌, 필하모니아 오케스트라를 비롯한 예술단체와 축제, 학교 등이 다양하게 연구개발 컨소시엄을 마련하였고 이 협력체는 하나의 비전과 목적을 공유하면서 이것이 RSC만의 프로젝트가 아닌 하나의 커뮤니티로서 미래의 관객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했다고 한다. 거대한 협업을 위해 단체들이 모인 커뮤니티가 하나의 비전 안에서 유기적으로 움직이고 일할 수 있는 것에 대해 고민하기도 했다. 연구개발 프로젝트로서의 의의를 다하기 위해 어떤 실험을 하고, 어떤 어려움이 있었고, 어떤 결과를 얻었는지를 기록하고 공연예술계와 전 세계 현장 사람들과 공유하는 것을 목표로 삼았다. 그렇기에 사전 관객 조사를 통한 관객의 요구 파악은 보다 구체적이고 살아있는 언어로 만들어졌고, 사후 피드백을 하는 조사는 100여 개의 문항으로 이루어졌을 정도로 정교하고 촘촘했다.

기술적 실험이 창조적 협업이 되기 위한 전제조건 : 변혁적 리더십의 중요성

RSC Tempest
RSC Tempest (출처: https://www.rsc.org.uk/the-tempest/)

2016년 당시 가장 최첨단 기술 시도를 했었던 RSC의〈템페스트〉공연에는 무대 위에 거대한 규모의 디지털 캐릭터 ‘아리엘Ariel’이 등장했다. 셰익스피어 서거 400주년을 기념하는 마지막 작품이었던 〈템페스트〉를 준비하면서 RSC는 기술을 통해 셰익스피어의 마법과 상상력을 담아내고자 했다고 한다. 인텔Intel과 같은 기술기업과 2년여의 걸친 기술 개발을 시도하면서 사전 녹화 후 편집을 하거나 포스트 프로덕션 과정을 거치는 형태가 아닌, 실시간으로 아바타가 동작을 통해 등장하고 27대의 프로젝터로 쏘아서 거대한 스케일로 등장하면서 공연의 일부가 되도록 하는 기술을 시도한 것이었다. 이러한 기술은 현재의 물리적 공연무대에서도 전례를 찾아보기 힘든 기술 실험이자 현재 메타버스 등으로 촉발된 변화된 디지털 환경에서 디지털 캐릭터인 아바타가 공연하는 것을 보고 있는 시점에서도 앞서가는 시도였다.
이러한 기술 실험을 할 때 RSC는 항상 근본으로 돌아가려고 노력했다. 400년 전의 셰익스피어의 자료로부터 시작했다. 당시 역시 어떻게 관객을 더 작품에 몰입시킬 수 있을까 고민의 일환으로 관객이 보석이나 거울을 직접 붙여서 무대를 비추게 하는 시도를 했다는 발견했다. 이와 같은 사실은 기술이 항상 연극 현장과 함께했다는 것을 알 수 있게 한다. 또한 관객 역시 개인을 넘어서 공동체이자 커뮤니티로 존재하듯, 공연 역시 늘 혼자 하는 일이 아닌 협업 창작이기에 기술적 파트너십에 있어 달라져야 하는 태도가 필요했다는 것을 강조했다.
사라 엘리스는 무엇보다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협업의 원칙으로 첫째, 함께 하는 기술파트너를 존중하면서 전문성을 인정하는 태도를 강조하면서 ‘예술가는 엔지니어가 되어야 하고 엔지니어는 예술가가 될 줄 알아야 한다’는 말을 언급했다. 하지만 모두가 코딩을 배워야 하고 직접 기술을 배우는 것이 아닌, 각자의 전문영역을 존중하며 배워가려는 태도를 강조한 것이다. 둘째, 위계질서를 타파하는 문화의 변화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새로운 시공간을 제공해야 하는 디지털 공연이나 기술적 시도에서 서로 실험하고 기다리고 테스트하는 시간, 또한 전통적 여건과 달라진 환경에 대한 보다 숙고하는 사고가 필요하기에 존중하며 기다리는 노력은 중요하기 때문이다. 강압적인 태도로 결과를 요구하거나 냉소적 태도로 비판만 해서는 안 되며, 도전하는 것이 아니라 ‘질문’하는 긍정적 관점의 변화야말로 필요하다는 것을 말했다. 셋째, 기술 협업을 위한 적극성을 위해 변혁적 리더십Transformational Leadership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언제나 유연하게 시대적 흐름을 읽어내고 급변하는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서 열린 사고를 할 수 있는 리더십은 함께 동기부여 하면서 변화를 이끄는 데 있어 필수적이다. 그는 또한 기술적 역량이 뛰어난 미래 세대로부터 배우고 항상 연결되어 있도록 깨어 있을 것을 강조했다.
모든 역사가 말하듯, 혁신과 기술을 통해 예술과 사회는 끝없이 진보하였다. 팬데믹 이전에도 기술은 계속 발전되어 왔지만, 기술 수용에 있어 더뎠던 전통의 공연예술 현장조차도 디지털 이동성을 생각해보는 계기를 제공했을 정도로 우리는 지금 새로운 전환기를 맞고 있다. 디지털에서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미래의 관객을 발굴하고, 작품과 관객을 연결하고, 배우와 관객을 연결해 내며, 원래의 물리적 공연이 갖고 있던 현장감, 공동체 경험, 현존감Presence등을 구현해 내려 했던 RSC의 디지털 실험들은 새로운 이동성은 결국 더 많은 연결로 향한다는 것을 시사했다.
사라 엘리스와의 대화는 우리가 모두 함께 고민하고 학습하면서 다시 질문해야 할 화두를 던졌다고 생각한다. 멀어진 관객의 존재를 다시 정의해 볼 시간이자, 코로나로 달라진 라이프스타일 안에서, 디지털 상호작용이 일상화되고 보다 참여하길 원하는 지금의 관객들이 디지털 무대와 공연 현장에 무엇을 바라는지 소통하며 미래의 관객에 대해서도 탐구할 시간임을 인식시켜 주었다. 또한 하나의 공통된 비전과 목표를 통해 기술전문가들을 인정하고 소통하면서 다시 기술이 예술 현장을 진화시킬 수 있는지 지켜보고, 작고 의미 있는 실험을 지속해야 함을 깨닫는 시간이었다. “내일은 다가올 미래를 바라보는 자의 것이다”라는 데이빗 보위의 말로 시작했던 사라 엘리스의 말을 끝으로 나누면서 창작자와 관객 그리고 기술자가 공존하며 미래를 고민하는 연대와 커뮤니티를 통해 함께 앞으로 나아가는 새로운 이동성이 계속되기를 바라본다.

이혜원, 기어이 이머시브 스토리텔링 스튜디오 대표/프로듀서
기술이 어울리는 이야기, 기어이 이머시브 스토리텔링 스튜디오 대표이자 프로듀서로 한국예술종합학교 강사다. 융합공연, 아트앤테크, 콘텐츠 산업, 미국 VR스타트업 등 문화예술과 기술을 결합하는 영역에서 경험을 쌓았다. XR 실감콘텐츠매거진 ‘아이엑스아이(ixi.media)’를 운영하고, 오리지널 XR 콘텐츠 제작, 가상과 현실을 연결하는 전시, 메타버스 및 버추얼 문화 경험을 기획하는 일을 한다. 예술과 기술을 매개하고 스토리를 연결하는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다.
rene.lee@giioii.com/ @giioii_immersivestudio

1)   Head mounted Display, 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대형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 (편집자 주)

Tag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