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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의 콘셉트와 아이디어와 더불어, 철학과 정신은 어떻게 이동될 수 있는가? 2021-07-07

작품의 콘셉트와 아이디어와 더불어, 철학과 정신은
어떻게 이동될 수 있는가?

_제롬 벨 <갈라> 국제 공동제작 사례를 중심으로

최석규_프로듀서, 아시아나우(AsiaNow)


제롬벨 갈라 ⓒPhotographer Bernhard Müller, Salzburg Sommerszene (Austria, June 2016)

2021 서울아트마켓은 기존의 10월 국제행사와 더불어 매월 국제교류 담론과 핵심이슈를 논의하는 <에어밋>(Air Meet)이라는 온라인 프로그램과 국내외 축제, 극장, 창작공간, 기관과 협력으로 장르와 주제를 포커스하는 팸스시즌(PAMS Season, 2022년 무용)을 새롭게 선보인다. 6월 <에어밋>은 <포스트 팬데믹 시대의 국제 이동성/유통의 새로운 담론과 기준>이라는 주제 아래 2020년 서울국제공연예술제가 공동제작한 ‘제롬 벨(Jérôme Bel)의 <갈라(Gala)> 사례를 통해 본 국제 협업의 윤리’라는 제목으로 지난 6월 3일 개최되었다. 제롬 벨 <갈라> 공연의 한국 총감독을 맡았던 김윤진 안무가, 서울국제공연예술제를 기획, 운영하는 이연경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예술기반팀장 그리고 국제교류 현장에서 활발한 활동을 하는 프로듀서 그룹 도트의 박지선 프로듀서가 발제와 패널로 참가하였다. 즉 창작자, 프로듀서, 축제 기획자의 관점에서 구체적인 하나의 국제 공동제작 사례를 통해 향후 국제 공동제작에 필요한 새로운 부분과 놓치지 말아야 할 교훈을 심도 있게 이야기 나누는 자리를 마련하고자 하였다.
<제롬 벨의 갈라>는 작품의 물리적 이동이라는 일반적인 해외투어 방식이 아닌, 창작자의 콘셉트(Concept)와 컨텍스트(Context)가 이동하여, 현지의 창작/제작팀과 온라인을 통한 국제협력으로 무대화된 작품이다. 그래서 코로나 시대의 국제교류/이동성/유통의 좋은 사례로서 많은 사람으로부터 회자 되고 있다. 그러나 한국 총감독으로 참여한 김윤진 안무가로부터 공동제작 공연 후 ‘국제 협업의 윤리’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것이 6월 주제를 선정하게 된 배경이었다.

공동제작 협력 과정과 문제 제기
<갈라>라는 작업에 대한 소개와 또 작업자들에게 공유된 상세한 프로토콜과 안무 스코어를 토대로 현지 리허설과 온라인을 통해 제작되었다. 제롬 벨 컴퍼니의 디렉터인 제롬 벨의 콘셉트를 토대로, 실제로는 총자문인 레베카 리(Rebecca Lee)와 조감독인 앙리끄 베네스(Henrique Neves), 한국 측 총감독 김윤진 안무가가 창작과 국제협력의 중심이었다. 제작과정은 본격적인 협의 과정을 포함해서 총 3개월 동안이었고 그리고 아주 짧고 압축적인 리허설을 통해서 20명의 아마추어 참여자와 무용 전문가들이 함께 만든 무대였고, 연령, 인종, 장애 여부를 떠나서 다양한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작품이었다.
김윤진 안무가는 먼저 이번 라운드테이블의 핵심은 ‘창작과 국제 공동제작 과정에서 어떤 개인의 문제적인 행동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 아니고 우리가 국제교류, 특히 협업 과정에서 어떤 방식으로 만나야 하고, 또 무엇이 중요하고, 과연 무엇을 놓치고 있었는지를 성찰하는 자리’가 되기를 바라면서 발제를 시작하였다.
그는 이 작업의 핵심적인 가치는 평등 그리고 다양성, 도전에 있다고 본다. 연령, 인종, 장애 여부 등 다양한 참여자들이 등장하고 국제간 협업에 있어서도 평등과 다양성의 가치를 당연히 존중하면서 작업이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했다. 그러나 실제 리허설 과정 중에 굉장히 모순되는 상황을 마주하였고 이에 대한 실망감을 언급하였다. 첫 번째, 리허설 과정 중에 장애가 있는 무용수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고 압박한 상황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고 이에 대해서 논의하는 과정 중에 현지 감독의 태도를 ‘케어’로 규정하고 앙리끄 조감독은 문제해결의 ‘솔루션’이 필요하다는 논쟁을 예로 들었다. 제롬 벨 컴퍼니 측은 온라인으로 리허설을 보는 한계를 분명히 인지하였고 무엇보다 현지의 상황에 관한 판단을 전적으로 맡기겠다던 약속과 달리, 현지 감독의 방식을 ‘케어’로 규정하고 권한을 제한하는 발언 등을 소개하면서 국제협력에 있어서 상호 존중의 필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또한 좋은 영상 결과물을 만들기 위하여 공연 당일에 의상 체인지의 급박한 변경 등을 요구하는 제롬 벨 컴퍼니의 협업방식에 관한 사례 등을 공유하였다. 무엇보다 작업 이후에 이러한 문제점들을 제기하고 소통하는 과정에서 양측의 문제 인식의 간극이 분명하게 드러났음을 보여줬고 바로 이점이 국제협업과정에서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성찰해야 할 지점임을 소개했다. 결국 ‘작품의 핵심가치와 제롬 벨 안무가 철학은 현지 창작자와 스텝들이 공유하고 실천하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 것이다. 즉 작품의 가치와 철학 그리고 콘셉트를 만든 창작자는 불평등한 작업 환경을 만들고, 과정에서 누군가에게 심각한 상처를 남기고 있지는 않은가, 그리고 기대하는 결과를 얻기 위해서 타인을 도구화하는 우를 범하고 있지는 않은가’를 확인해야 하는 것이 아닌가, 김윤진 안무가는 질문하였다. 그러므로 문화적 다양성과 차이의 존중이 빛바랜 구호가 아니라 진지한 성찰과 적극적인 실천이 되기 위해서 국제 공동제작에 무엇이 근본적으로 필요한가를 우리에게 질문하였다.

축제 측의 기획과정
작품의 초청과 국제 공동제작 기획을 맡은 이연경 팀장은 2019년부터 기획과정을 설명하였다. 이 작품을 초청하게 된 가장 큰 동기는 제롬 벨이 기후위기에 대한 예술의 대응과 실천을 행하는 예술가로 창작과 투어링에서 탄소발자국을 최소화하는 방법으로 대륙을 이동하는 점이었다고 한다. 또한 2020년도 팬데믹 선언이 있고 나서, 과연 축제에서 해외 초청작을 기존과 같이 물리적인 투어링 형태가 아닌 코로나 시대에 적합한 다른 형식을 고민하는 지점에서 최종 이 작품을 선정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러나 2020년 6월부터 3개월이라는 짧은 제작과정이라는 도전과제와 어려운 지점을 토로하였다. 동시에 코로나로 인해서 국제 이동성이 제한된 상황에서 <갈라>와 같이 콘셉트 이동의 제작 방식에서 현지 아티스틱 콜라보레이터(Collaborator)의 책임과 역할, 결정의 권한, 예술적 완성도에 대한 책임, 그리고 제작과정의 소통 방식과 효과적인 온라인 커뮤니케이션 방법에 대한 제작 축제의 입장에서 질문을 던졌다.

우리에게 남겨진 질문과 국제 공동제작의 동시대적 사유는?
두 명의 발제 후 패널 토론으로 참여한 박지선 프로듀서는 국내에서 협업도 굉장히 어려운데 서로 다른 문화의 있는 사람들이 협업한다고 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가를 언급하면서 토론을 시작하였다.
박지선 프로듀서는 먼저 제롬 벨의 작업은 신작을 현지에 있는 무용수와 온라인을 통해서 함께 리허설을 함께 진행하면서 같이 창작하게 되고 그들에게 공동작가 혹은 창작자(co-author, co-creator)라고 하는 명칭을 부여하고 있다는 의미를 부여한다. 또한 투어링 중심으로 계속해서 같은 작품을 확산하는 형식으로 무용계의 지나친 세계화에 대한 우려와 기후변화에 대한 예술가로서 책임 있는 행동 선언을 하는 측면에서 제롬 벨의 창작과 국제 이동성을 주목하고 있다.
그러나 <갈라>의 작업이 기후변화의 탄소 발자국을 줄이는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 말고, 기존의 투어 중심의 국제 이동성과 실제 무엇이 다르고 어떤 동시대적인 새로운 창작과 제작 방식으로 의미가 있는가에 관한 질문을 제기하였다. 즉 김윤진 안무가의 제작과정에 설명에 주목하며, ‘과정이 굉장히 중요한, 마치 과정 자체가 그냥 결과인 작품이며 창작 과정에 참여하는 다양한 사람들의 평등과 다양성의 철학이 굉장히 중요했다’라고 보면서, 과연 매우 중요한 요소인 창작 방식과 철학은 단순히 안무 스코어와 프로토콜이라는 매뉴얼을 통해서 충분히 공유될 수 있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두 번째로 국제공동 창작과 제작에서 협업의 윤리와 평등성 그리고 위계 없는 협업의 방식에서 새로운 위험성을 언급하였다. 지난달에 참여한 토론에서 옹켕센(Ong Keng Sen)의 다소 급진적인 발제를 언급하여 국제공동 창작과 제작에 ‘새로운 식민지화(Neo-colonization)’와 ‘아웃소싱(Outsourcing)’이라는 지점을 언급하며 향후 국제 협업에서 무엇이 중요한 것인가에 질문을 던졌다. 즉 국제 공동제작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공동 협력자들의 상호 존중과 사전의 관계 형성임을 강조한다. 상호 존중과 사전에 관계 형성이 충분하게 준비되지 않은 상태로 국제 공동제작을 진행하는 것은 결국 과정 없이 결과에만 집중하는 창작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제는 이러한 창작과 교류의 시대는 지났다고 강조한다.
세 번째로 국제 공동제작에 시작의 주체는 굉장히 다양할 수 있다는 것을 언급하여, 이번 <갈라>의 경우, 협업의 주체는 예술가와 축제라고 본다. 그러면서 해외 예술가와 국내의 축제가 주체가 되어서 한국 총감독을 선임하면서 진행해 됐었는데, 그 과정에서 현지 협력자의 역할과 책임의 모호성에 관한 질문을 던졌다. 또한 보통 국제 공동제작은 2년 정도의 시간 소요가 되는데 3개월의 제작과정이 과연 가능하였는가에 관한 질문과 서울국제공연예술제의 조직의 전문성과 제작과정에 발생하는 일련의 문제들을 해결해야 하는 축제 인력의 전문성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강조하였다.

발제와 토론을 마치며: 이동되어야 할 것은 작품 그 자체만 아니다.
우리가 팬데믹 이후의 국제교류/이동성/유통에 대한 사유를 질문하는 것은 팬데믹이 만들어 낸 물리적 이동성의 제약 때문만이 아니다. 전통적 해외 투어링과 국제공동 제작 방식은 여전히 지금도, 그리고 팬데믹 이후에도 유효할 수 있다. 그러나 변화하고 있는 동시대 예술의 가치와 예술의 다양성, 포용성, 평등성을 토대로 하는 국제교류/이동성/유통은 무엇이고, 예술가, 프로듀서 그리고 축제와 극장이 기후위기에 예술의 실천적 대응으로서, 기술의 일상화의 시간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국제 이동성과 유통에 대한 동시대적 사유에 관한 질문과 새로운 다양한 방법론을 찾는 것은 중요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예술가들의 무궁한 상상력은 위기를 또 다른 기회로 만든다. 그런 관점에서 제롬 벨의 새로운 시도와 실천적 대응은 존중할 가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는 제롬 벨의 <갈라> 국제 공동제작에서 첫 번째, 콘셉트 투어링(Concept Touring)은 프로토콜과 안무 스코어를 토대로 과연 디지털 인터스페이스를 통해 실제 그곳에 담긴 철학과 정신은 동시에 이동될 수 있느냐는 질문을 던진다. 둘째 서로 다른 문화, 지역성 그리고 사회적 컨텍스트는 어떻게 이동되어야 하는가? 즉 문화적 드라마트루기(Cultural dramaturgy)는 창작과 제작과정에 어떻게 다양하게 해석되어야 하고, 어떤 결정 과정을 거쳐야 하는가이다. 세 번째로 발제와 토론자들이 언급하였듯이 협력 과정에서 상호 존중과 신뢰는 어떻게 만들어져야 하고, 제작과정 중 도전과제와 어려움이 발생했을 때 어떤 열린 대화 공간과 구조가 보장되어야 하는가이다.
윤태양은 <모빌리티 시대, 정동적 변화와 윤리적 존재화: 순자 철학을 중심으로>라는 그의 논문에서 ’모빌리티의 정동(affect)은 단순한 물리적 운동이 아니라 이에 대한 주체의 정동, 체험, 지각, 인지 등을 모두 포괄하는 것이다. 그러면서 그는 테크놀로지로의 고도 모빌리티 시대에 오히려 감시와 배타성이 증대 할 수 있다는 역설적인 현상을 직면하게 됨을 지적하며 ‘윤리적 행위가 이뤄지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것이 상대에 대한 배타적이지 않은 마음 상태’라고 주장한다.
언젠가 제롬 벨과 콘셉트 투어링에서 작품의 콘셉트 이동과 더불어 동시에 이동되어야 할 철학과 정신 그리고 주체성의 이동은 무엇인가에 관한 토론할 기회가 주어지길 바란다.

최석규
프로듀서 아시아나우(AsiaNow) /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서울아트마켓 2021-22
동시대 예술의 중요한 화두인 ‘예술과 도시’, ‘예술의 다양성과 포용성’ 그리고 ‘예술과 테크놀로지’에 주제에 많은 관심을 가지고 창작 리서치 레지던시, 랩, 워크숍 등의 프로젝트 개발을 하고 있다. 춘천마임축제, 안산국제거리극축제, 한영상호교류의해 2017-18 등의 공연예술축제에서 예술감독으로 프로그램 기획과 축제 제작 일을 했다, 2005년 창립한 아시아나우(AsiaNow)를 통해, 지난 10년간 한국연극의 국제교류, 다양한 국제공동창작, 국제레지던시 프로젝트를 개발하고 프로듀서와 드라마투루기로 활발한 활동을 하였다. 2014년부터 시작한 아시아 프로듀서들의 다양한 프로젝트 개발을 위한 협력 네트워크인 ‘Asian Producers’ Platform’과 APP Camp의 운영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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