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클리쉐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
_외국인 배우와의 협업, 캐스팅까지 ①
2021-06-02

클리쉐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
_외국인 배우와의 협업, 캐스팅까지①

김일송(TheApro 편집장)

 


@KIM SeungHwan

진행 김일송(더아프로 편집장)
참석 강훈구(연출가, 공놀이클럽 대표)
아누팜 트리파티(배우)
윤안나(배우)
이준영(배우)
최진아(연출가, 극단 놀땅 대표)
일시 2021. 5. 24 18:00~20:00
장소 극단 놀땅 연습실

지난 4월 영국의 주간지 《더 스테이지》The Stage는 인종 문제와 관련된 일련의 특집 기사를 내보냈다. 아프리카 가나 출신의 배우 엠마누엘 고조Emmanuel Kojo는 “왜 전통적인 백인 역할에서 백인이 아닌 다른 얼굴을 보는 것을 불편하게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까”Why do some feel so uncomfortable seeing non-white faces in traditionally white roles? 질문을 던지며, 인종 차별과 관련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담론을 공유하자고 개진하였다. ‘인종과 연극 비평’이라는 제목의 또 다른 기사에서 《더 스테이지》는 연극평론가들에게 비평의 내용 중 인종에 관련된 부분이 있을 때 유의해야 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였다. 제시된 가이드라인 대부분은 상식적인 선에서 충분히 예상 가능해 보인다. 그러나 여러 문장 중에 이 한 문장은 숙고해볼 만하다.

“프로덕션의 의미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는 한, 연령이나 인종, 성별, 외모처럼 변할 수 없는 특성은 언급을 삼가라."1)

이와 관련해 더아프로에서는 인종 문제에 대한 좌담을 개최하였다. 다만 좌담은 국내 공연계에서 아직 인종 문제가 불거진 사례가 부족한 상황을 감안하여, 외국인 배우와의 협업 시 유념하여야 하는 문제로 범위를 좁혀 진행하였다. 좌담에는 최근 난민을 주제로 한 연극 <아라베스크>를 연출한 극단 놀땅의 최진아 연출과 이 작품에 출연했던 배우 이준영이 참석하였다. 그리고 지금 외국인 배우들과 연극 <마더퍼커 오이디푸스>를 준비 중인 공놀이클럽의 강훈구 연출과 이 작품에 출연하는 배우 윤안나, 아누팜 트리파티가 함께하였다. 좌담은 총 2번에 걸쳐 연재될 예정이다.

김일송

Lee JunYoung
@KIM SeungHwan
최근 영국의 《더 스테이지》에서 인종의 관련된 이슈를 특집으로 기사화한 적이 있었는데, 그래서 국내에서도 이런 논의가 가능할까 싶어, 외국 배우분들과 함께 작업해 보신 연출님, 그리고 국내에서 활동 중인 외국 배우분들과 오늘의 자리를 마련했습니다. 이야기는 캐스팅 단계에서부터 연습, 공연까지 과정 순으로 진행할까 싶고요, 단계별로 고민하거나 유의하게 되는 지점 등을 말씀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 외국인 배우분들과 작업을 계획 중인 다른 연출분들께 길잡이가 될 수 있게, 그리고 평론 등 공연계에서 함께 고민하면 좋을 부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고자 합니다.

저는 공놀이클럽에서 연출하는 강훈구입니다. 지금은 여기 두 외국인 배우분들과 <마더퍼커 오이디푸스>를 준비 중입니다.

저는 <마더퍼커 오이디푸스>에 출연하는 인도에서 온 배우 아누팜이라고 합니다.

저는 독일에서 온 배우 윤안나라고 하고, 한국 온 지는 7년 됐어요. 지금은 <자본 2: 어디에나 어디에도>에 출연 중이고, <마더퍼커 오이디푸스>를 준비 중입니다.

저는 극단 놀땅의 배우 이준영이라고 하고 난민 이야기를 다룬 <아라베스크>에 출연했었습니다.

저는 쓰고 연출하는 최진아입니다.
강훈구
아누팜
윤안나
이준영
최진아

 

다문화사회로 한국사회의 변화

김일송

Choi ZinA
@KIM SeungHwan
그러면 두 분 연출님께 많이 기대서 좌담을 진행하겠습니다. 보통 공연에서는 한국 배우들이 외국인 역할까지 맡고 있는데, 두 분 연출님의 경우 외국인 배우와 작업을 했고, 하고 계십니다. 그 이야기부터 시작할까요?

한국에 많은 외국인이 살고 있는데, 근데 무대에는 한국인들만 나오니까 독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러면서 외국인과 같이 무대에 서고 싶다는 욕구가 생겼어요. 그게 이유에요. 그들과 함께 어울려 보고 싶은 욕구?

저는 그전에 공연을, 번역극을 보면서 한국 사람들이 외국인의 흉내 내는 부분에서 아쉬움을 많이 느꼈었어요. 5년 전만 해도 하얗게 칠하거나 검게 칠하거나 그런 연극 많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런 연극을 보면서 ‘이상하다’를 넘어서 ‘문제 있다’고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 방식으로 작업할 게 아니라 우리나라에도 많이 외국 분들이 계시니 같이 작업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외국 배우를 찾기도 어렵고, 같이 작업을 해 본 경험이 없으니까 어렵더라고요. 저도 경험이 많지는 않은데, 외국인 배우들이 무대에 올랐을 때는 존재만으로도 확장되는 부분이 있어서 굉장히 재밌게 작업을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이 시작은 이미 우리가 많은 외국 분들이 살고 계신 데에서 시작한 것 같아요. 그러다 보니 예전에는 연극에 우리나라 사람들의 이야기만 있었다면, 이제 연극이 꼭 번역극이 아니라 창작극에서도 외국인과 같이 사는 이야기가 등장한 것 같아요. 그런 한국사회의 사회적 배경이 있었고, 그 안에서 함께 사는 일에 대한 고민이 생긴 것 같아요. 연극 만드는 사람으로서 저는 그런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최진아
강훈구
최진아

 

전공자도 받기 어려운 예술인 비자

김일송 방금 훈구 연출님이 어려움을 이야기하셨는데, 외국 배우분들을 찾기 어려운 점 외에 또 어떤 고충이 있을까요?

함께 작업할 수 없는 환경이 많은 것 같아요. 연기를 전업으로 하는 배우의 경우에는 TV 등 매체에 종사하고 계시기 때문에 연극에 출연할 시간이 많지 않은 것 같아요. 광고나 드라마, 영화도 많아서 연극까지 할 시간은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고 일반분들과 작업을 하려면 그분들은 평일에 일해야 하니 연극에 참여할 시간이 없는 것 같아요. 그리고 간단한 문제는 아닙니다만, 출연료를 지급할 때 비자 문제로 어려움이 많이 있어요. 학생 비자인 경우에 출연료를 지급할 수 없는 때도 있고요.

제 주변에 연기를 하고 싶어 하는 다른 외국인을 보면, 연극을 할 때 얼마나 많은 투자를 해야 하는지 모르는 것 같아요. 그리고 저는 배우 교육을 받지 않은 사람을 캐스팅하는 건 위험하다고 생각해요. 그런 점을 연출이 잘 고려해야 할 것 같아요. 함께 작업하자고 해서 시작했다가 실망하는 예도 있어요.

매체(TV, 영화 등)에서는 외국인 많이 보이는데, 무대에서는 외국인 많이 보이지 않는 건, 수입 때문인 것 같아요. 매체에서 아르바이트하면, 하루에 어느 정도를 수입이 생기는데, 연극은 그렇지 않고, 시간도 많이 들여야 하니까 연극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것 같아요.

좀 전에 비자 이야기가 나왔는데, 학생 비자를 가지고 있으면 사례비를 받을 수 없나요?

어렵습니다. 이런 이야기는 외국인 처지에서 꺼내기 조심스러운 이야기입니다. 입국 심사 관련된 거라. 학생 비자로는 일정 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없고, 일을 하면 반드시 신고해야 합니다. 그런데 신고하기도 쉽지 않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학교 다닐 때, 외부 작업으로 두산아트센터 공연에 출연하면서 예술인 비자를 신청했어요. 그런데 그게 개인으로 신청하기 어려워요. 그래서 극단을 통해서 신청했고, 출입국관리소에 갔는데 그리 좋게 보지 않는 것 같았어요. 제가 당시에 한예종에서 예술을 전공하고 있었는데요, 뭔가 불법적인, 특히 여자니까 약간 이상한 일(성매매)을 할까 봐 계속 이상한 질문을 던지는 거예요. 혼자 감당하기에는 무섭고 힘들었어요. 그리고 직원도 예술인 비자에 대해 잘 알고 있지도 않고, 그러면서 무조건 학생비자에서 예술인 비자로 변경이 안 될 것 같다고 그러는 거예요. 그때 꼬치꼬치 묻는데, 무시 받는 느낌이랄까.

저도 극단 생활하면서 똑같은 경험을 한 적이 있는데, 우리는 예술 전공자인데, 전공자에게도 이상한 질문을 하는 거예요. 그래서 무시하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런데 거기에 앉아있으면 잘못한 일도 없는데 몸이 굳어지는 느낌을 받아요. 비자를 발급받기도 쉽지 않지만, 받더라도 기간이 짧아요. 딱 연습 시작부터 공연일까지만 받을 수 있어요. 그래서 공연이 끝나면 다시 비자를 바꿔야 해요.

거기에 가면 자신감이 없어져요. 그 사람 손에 달려 있으니까, 뭔가 문제를 이야기하고 싶어도 할 수 없어요. 마음에 들지 않으면 추방당할 수 있으니까, 그런 두려움 항상 있으니까. 그나마 저는 한국어를 잘하지만 그리고 무시하는 태도가 깔려 있으니까. 거기 공무원들 “알아들어?” “시험 봤어?” 반말로 윽박질러요. 이런 이야기 하면 맨날 울어요.

아까 일정 시간 이상 일을 할 수 없다고 하셨는데, 그러면 돈도 일정 금액 이상을 벌 수 없는 건가요? 물론, 연극 쪽 출연료가 워낙 적긴 하지만.

네, 일정 금액 이상 벌 수 없어요.

그리고 아무리 적은 금액이라도 신고를 해야 해요. 신고하지 않으면 벌금이 출연료 받는 것보다 더 많이 내야 할 거예요.

저는 외국 친구들이 많이 있는데, 졸업하는 순간 비자 때문에 고민하는 거예요. 절실하게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어요. 그런데 예술인 비자를 받기가 정말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그나마도 아시아분들은 정말 받기 어렵다고 하더라고요. 이력이 많은데도.

그러면 혹시 저런 절차적인 문제로 인해서 출연료를 못 받은 때는 없나요?

없어요. 어떻게 해서든 해결하려는 사람들이나 에이전시가 있어요. 그래서 에이전시가 돈을 많이 가져가긴 하지만요. 에이전시 말이 비자 문제나 출연료 문제를 해결해주니까 그런다고.

제 친구가 모델 에이전시에 들어갔는데, 1년에 200만 원을 줘야 한다고 하더라고요. 그리고 일이 들어오면 에이전시에서 60%를 가져가고, 그 친구가 40%를 받는다고.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면 한국에서 살 수 없으니까.

그래서 저는 일을 많이 해서, 제가 캐스팅하게 하려고 해요.
강훈구
윤안나
아누팜
김일송
아누팜
윤안나
아누팜
윤안나
김일송
아누팜
윤안나
강훈구
김일송
아누팜
윤안나
아누팜

 

외국인 며느리, 외국인 노동자

김일송

Anna Elisabeth Rihlmann
@KIM SeungHwan
말씀처럼 작품에 출연하는 일이 많아지면 좋지만, 현실적으로 외국 분들이 무대에 설 기회가 많지는 않은 것 같아요.

저는 그런 생각을 하지 않는데, 그런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안나가 할 수 있는 역할은 외국인 며느리밖에 없다”는 이야기를. 되게 속상했어요. 저는 긍정적으로 생각하는데, 사람들이 계속 이렇게 얘기를 하니까. 저는 절대로 외국인 며느리 안 하겠다고 얘기를 했어요. 운이 좋게 좋은 극단을 만나서 독일인 이야기를 많이 해서 무대에 설 수 있었고, 감사하게 생각해요. 그런데 그 외에 외국인 역할 아니어도 하고 싶은데, 그런 일은 많지 않아요. 다행히 지금 준비 중인 공연(마더퍼커 오이디푸스)에서는 주인공이 한국인인데, 제가 엄마 이오카스테 역을 맡고 있어서, 그렇게 캐스팅하는 거 대단하다고 생각해요.

저는 인도인이다 보니 맡은 역할이 한정되어 있어요. 죽은 몸, 외국인 노동자, 한국말 잘하는 외국인. 이렇게 되어 있어요.

그러고 보면, 대표적으로 뮤지컬 <빨래>나 놀땅에서 선보였던 연극 <아라베스크>라거나, 외국인들을 등장시키는 방식이 외국인 노동자 혹은 난민처럼 조금은 정형화되어 있는 것 같아요.

매체에서 그렇게 보여 주니까. 학생들 단편영화를 봐도 다양한 이야기가 없어요. 아시아 사람들은 불법체류자들로 그려요. 어떻게 보면 클리쉐인 것 같아요. 제가 최근에 출연했던 어떤 드라마는 그런 외국인 노동자의 총합이었어요. 저는 연기하는 입장에서 새로운 걸 보여줘야 하는데, 그래야 사람들도 저를 연기자라고 생각할 텐데, 그 과정이 힘들고 어려워요. 하지만 아직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한국 사람들에게 시간이 좀 필요한 것 같아요.

클리쉐한 역할 말고 다른 역할도 맡은 적 있어요?
 
윤안나
아누팜
김일송
아누팜
강훈구
아누팜

Anupam Tripathi
@KIM SeungHwan
드라마 <아스날 연대기>에서 상인 역할 처음 맡고, 영화 <승리호>에서 비서 역할을 맡은 적이 있어요. 무대에서도 작년에 연극 <오이디푸스>에 출연하고, <모모>에서 할아버지 역할도 했어요. 아는 사람이 슬슬 많아지니까, 다른 역할들이 하게 된 것 같아요. 그래서 영상원 친구들이랑 이야기하면서, 클리쉐한 이야기는 이제 그만 쓰라고 이야기해요. 여기에 한국인과 결혼한 외국인도 많이 있으니까, 그런 이야기를 써보라고 제안도 하고 아이디어도 많이 줘요.

저는 아까 외국인 며느리 안 하겠다고 이야기했는데 3년 전에 <텍사스 고모>라는 연극에서 외국인 며느리 역할 했어요. 그런데 그 역할이 너무 좋았어요. 제가 3년 동안 서울이주민대표자회의에서 활동을 했어요. 거기에 이주민 여성들이 많았는데, 베트남, 이란 이런 데서 온 분들로부터 힘든 이야기를 많이 들었는데, 이주민 여성 역할을 맡아 연기를 하니까 그분들이 보러 와서 자신들의 이야기를 해줘서 공감한다고, 고맙다고 이야기하더라고요. 그래서 그 작품 되게 의미 있었어요. 그리고 저도 이런 역할만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해서, 아누팜이랑 작품을 하나 준비하고 있어요. 제목은 ‘안나전’. 제가 춘향전에 해 보고 싶어서, 작년부터 워크숍하고 있어요. 한국 배우들도 외국인 역할을 맡는데, 외국인이 한국인 역할을 못 하리란 법도 없잖아요.
 
윤안나
강훈구

Kang HoonGu
@KIM SeungHwan
아직 우리나라에서는 외국인 배우들에게 자기 당사자성을 드러내는 역할을 주는 것 같아요. 그런데 제가 2016년에 마로니에공원에서 비를 맞으며, 로열셰익스피어컴퍼니의 <햄릿>을 봤는데, 그때 햄릿이 흑인이었어요. 그래서 되게 놀랐던 기억이 있어요. 우리는 캐스팅을 할 때, 유전적으로 개연성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데, 그 작품은 그렇지 않았잖아요. 그런데 우리의 연극에서 그 외국인 배우들에게 한국 사람 역할을 맡기는 지점에 있어서, 우리가 영국과 같을 수는 없을 것 같아요. 하지만 앞으로는 달라질 것 같아요. 외국인들도 늘고, 또 한국에서 자란 외국인 2세 배우들이 등장할 거라고 봐요. 그때는 달라지는 부분이 있어야 할 것 같아요.
2020년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2019 지방자치단체 외국인 주민 현황』에 따르면,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주민은 한국 국적을 취득한 자와 취득하지 않은 자를 포함해 221만 6,612명으로, 전체 인구의 4.3%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 유학생, 단기체류자, 미등록외국인까지 더하면 한국은 이미 전체 국민의 5%가 외국인인 다문화사회로 진입한 셈이다. 그러나 그들에 대한 이해도는 얼마나 깊을까? 그리고 이들에 대한 인식은 얼마나 높을까? 무엇보다 그들에 대한 정책은 과거로부터 얼마나 진척되었을까? 이어지는 2부에서는 캐스팅 이후 연습 과정에 관한 이야기가 이어질 예정이다.
 

1) Avoid referring to immutable characteristics such as age, race, gender and appearance unless such characteristics directly affect the production’s mean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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