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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즈뮤지션? 한국창작음악가!
_재즈어헤드(jazzahead!) 쇼케이스 선정, 서수진 인터뷰
2021-05-03

재즈뮤지션? 한국창작음악가!
_재즈어헤드(jazzahead!) 쇼케이스 선정, 서수진 인터뷰

김일송(TheApro 편집장)

 

“한국의 창작음악가이자 드러머인 서수진입니다.”
한국의 창작음악가, 드러머, 작곡가 서수진. 수식만큼 활동 반경도 넓다. 그는 개인적 활동을 하는 동시에 코드리스 퀄텟(Chordless Quartet)과 컬러리스 트리오(Coloris Trio)의 리더로, 그리고 니어 이스트 쿼텟(Near East Quartet)과 밤새(Baum Sae)의 드러머로 다양한 활동을 병행 중이다. 아마도 국내 재즈씬에서 그만큼 왕성한 활동을 하는 이도 드물 것이다. 그런데 어쩌면 그는 여기서 ‘재즈씬’이라는 표현이 마뜩잖을 수 있을 듯하다. 그 이유는 이어지는 인터뷰에서 확인할 수 있다.

Soojin Suh ⓒ Seung Yeol Nah

많이 늦었지만, 재즈어헤드(jazzahead!) 쇼케이스에 선정되신 걸 축하드립니다. 먼저 재즈어헤드(jazzahead!)가 어떤 행사인지 소개해주실 수 있을까요?
재즈어헤드(jazzahead!)는 독일에서 개최되는 행사인데, 워맥스와 함께 전 세계에서 규모가 가장 큰 아트 마켓 중 하나라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워맥스가 월드뮤직에 초점을 맞춘다면, 재즈어헤드(jazzahead!)는 전 세계의 재즈를 소개하려는 축제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쇼케이스 선정은 작년에 됐는데, 코로나19로 인해 1년 연기가 되었어요. 올해도 원래는 현지에 가기로 돼 있었으나 또 못 가게 돼서 영상으로 참여하게 됐어요.

한 해에 재즈어헤드(jazzahead!) 쇼케이스에 선정되는 단체나 개인이 몇 명 정도인가요?
해마다 다르긴 한데, 독일에서 개최되는 행사라 일단 독일 뮤지션을 몇 팀을 선정하고요(German Jazz Expo), 또 협력 국가(Partner Country)에서 몇 팀을 선정해요. 그리고 유러피안 카테고리가 있고(European Jazz Meeting), 마지막으로 ‘오버시즈 나잇’(Overseas Night)이라고 앞의 국가를 제외한 해외단체 중에 몇 팀을 뽑는데, 이번에는 8팀이 뽑혔어요.

경쟁률이 상당하겠네요. 이전에 쇼케이스에 선정되었던 한국 뮤지션이 계신가요?
저도 경쟁률이 엄청 높은 거로 알고 있어서, 한 5년 도전해볼 생각으로 별 기대 없이 신청했는데, 바로 선정이 되었어요. 저 혼자 서류 작성해서 신청했는데, 신기하게도 된 거죠. 귀중한 기회라 가고 싶었는데……

심사위원들에게 어떤 매력, 어떤 장점이 부각이 된 것 같아요?
모르겠어요. 사실 국내에는 제 음악을 미국재즈와 비슷하다고 느끼시는 분들이 계세요. 아무래도 재즈가 미국음악이고, 미국에서 유학했으니 영향이 없을 수는 없겠죠. 하지만 저는 나름대로 토속화된 미국음악을 배제하려고 하거든요. 그렇다고 제가 잘 모르는 우리 전통음악을 제 음악에 넣거나 협업하려고 하지도 않아요. 하지만 제가 한국인이라 제 음악이 우리 역사를 닮은 것 같다는 생각은 해요. 우리나라가 발전이 빨랐듯, 저는 저 자신이 그 과도기를 거친 결과물이라고 생각해요.

과도기를 거친 결과물이요?
어릴 적에는 클래식 음악을 배웠어요, 그게 일반적인 문화였어요. 여자아이들이 피아노 배우는 게. 그렇게 제가 클래식이랑 재즈는 배웠고, 지금은 우리나라 국악을 공부하고 있어요. 생각해보니 우리나라 국악을 배운 경험은 없는 거예요. 그래서 뒤늦게 공부하고 있는데, 나중에 나이 들어서 자연스럽게 배어 나오면 좋겠어요. 그렇게 제가 하는 음악들이 지금까지 내가 노출되었던, 공부했던 것에 대한 집약체인 것 같아요. 그런 부분을 국내에서는 미국재즈와 비슷하다고 느끼는 것 같은데, 미국인들은 그렇지 않을 거예요. 아마 제 음악을 재즈라고 느낄지도 모르겠어요. 이렇게 모든 게 섞여 있는데, 그걸 하나의 카테고리로 정하는 건 아닌 것 같아요. 그래서 저는 제 음악을 한국 창작음악(Korean Creative Music)이라고 부르고 있어요. 그렇게 혼자, 몇 년 전부터. 재즈로 받아들이셔도 오케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더 큰 카테고리가 필요할 것 같아서요. 포트폴리오가 쌓이면 한 장르가 될 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점이 음악적으로는 어떻게 드러나나요?
일단 작곡할 때는 지금까지 나온, 그리고 지금 나오고 있는 재즈 음악들과 차별화를 두기 위해서 노력을 많이 해요. 그래서 재즈를 아예 듣지 않아요. 물론 제가 재즈를 좋아하지만, 재즈의 색깔을 유지하면 유지할수록 손해일 것 같아요. 그리고 당장 유행하는 음악도 듣지 않으려고 해요. 아직 경험하지 못했거나 새로운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음악을 찾아 들어요. 나라별로 전통음악 같은. 그래서, 아직은 막연하지만 새로운 사운드를 제시하려고요. 그렇다고 일부러 생소한 악기를 등장시키는 건 아니고요. 오로지 작곡적인 방법론이나 표현력으로 승부를 걸어서 극복하려고 하고 있어요. 예를 들어 꽹과리 같은 국악기를 이용할 수도 있지만, 그렇게 하지 않는다는 거죠. 오히려 우리나라의 성향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악기 편성과 멤버 구성으로, 오로지 음악적 내용만으로 유럽이나 미국재즈와 다른 무언가를 만들어내려고 하고 있어요. 그게 빠른 길은 아니지만,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고, 점점 나아지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 그래서 저도 심사위원들에게 물어보고 싶어요. 어떤 점이 다른 팀의 음악과 다르게 느껴졌는지, 왜 저의 음악을 소개하고 싶었는지.

ⓒ Soojin Suh Chordless Quartet

혹시 롤모델은 있나요?
좋아하고 존경하는 뮤지션은 많지만, 창작자라면 누구나 그렇겠지만 새로워야 하잖아요. 그래서 롤모델도 세우지 못하겠어요. 따라 하면 안 되니까. 어떻게 보면 저주죠. 작업하는 동안에는 좋아하는 음악도 못 듣고……. 거기에 노출이 되면 비슷한 음악이 나오니까요.

그런데 이번에 쇼케이스가 비대면(온라인)으로 이뤄지죠?
맞아요, 사실 여기에 선정되는 게 엄청난 기회거든요. 쇼케이스를 하면 전 세계 페스티벌 담당자, 레이블 담당자가 오시기 때문에, 레코딩 계약을 할 수도 있고, 투어 스케줄이 잡힐 수도 있고, 아티스트 계약을 할 수도 있고, 지금까지는 그랬어요. 그래서 저도 선정되었을 때 다른 거 다 내려놓고, 앨범 작업만 했는데, 온라인으로 진행되어서 아쉬워요.

얼른 코로나 상황이 나아져야 할 텐데요…. 마지막으로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면 말씀해주시겠어요?
제가 재즈를 좋아하게 된 건 재즈에 다양한 문화를 거리낌 없이 받아들이는 매력이 있어서였어요. 그래서 다양한 문화가 재즈에 흡수되었고, 이제는 재즈라는 말이 더이상 전통적인 재즈를 의미하지 않는다는 걸 많은 사람이 알고 있어요. 하지만 국내에는 재즈를 한정적으로 보는 인식이 아직도 만연한 것 같아요. 그래서 제가 ‘재즈’라는 단어를 피하게 되는 것 같아요. 재즈라는 용어에 갇히기 싫어서요. 전 한국에서는 저를 소개할 때, 재즈뮤지션이라고 하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어요. 저는 “한국 창작음악가이자 드러머인 서수진”이라고 합니다. 사실 드러머라고 할 때도 ‘세션’이라는 인식이 있어서, 그런 개념에서 벗어나려고 노력을 많이 하고 있어요. 그러니까, 타이틀은 한국 창작음악가라고 해주시면 좋을 것 같아요.

Soojin Suh Chordless Quartet ⓒ Seung Yeol Nah

그렇다. 재즈를 일컬어 자유의 음악이라 하지 않던가. 정형화되지 않은 자유로운 즉흥이 재즈의 특징이자 정체인데, 사람들은 익숙한 재즈만을 재즈라 말하는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서수진이 추구하는 음악이야말로 재즈가 아닐까. 아직 국내 인식에서는 요원한 믿음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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