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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과 공연 사이, 허구적 리얼리티 - 커넥션 자율형 리서치 에세이(1) 2021-01-06

커넥션 자율형 리서치란?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0년부터 커넥션(KAMS Connection) 사업을 실시하여 한국 공연예술 전문가들의 지속가능한 국제교류 활동의 기반을 마련할 수 있도록 해외 공연예술 시장 리서치 및 후속 프로젝트 개발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20년, 코로나19로 공연예술 국제교류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였습니다. 이에 지금 현재, 그리고 앞으로도 국내외 공연예술 전문가 간의 협력을 지속하기 위한 대안의 방법을 함께 시도하고 찾아 나서고자, 비대면 협력 중심의 ‘한국-노르딕 커넥션’, ‘자율형 리서치’, ‘국제협력 우수프로젝트 개발지원’ 사업이 진행되었으며, 총 10건이 선정되었습니다. 이 중 ‘자율형 리서치’ 참가 선정자인 박초아 프로듀서의 에세이를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커넥션 자율형 리서치 에세이 (1)
게임과 공연 사이, 허구적 리얼리티

박초아 프로듀서 (예술기획 우에쇼아, 독립프로듀서)

1. 능동적 매체로서의 게임
오늘날 게임을 바라보는 수많은 방식이 존재합니다. 게임이 그저 행복하게 시간을 낭비하는 컨텐츠에 불과하다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하지만 저는 개인적으로 게임 산업에서 우리 사회의 어떤 가까운 미래를 볼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보다 근본적으로는 게임이 플레이어의 머릿속에서 무엇이 일어나는지를 다루는 문화 컨텐츠라고 여깁니다. 오늘날 게임이라는 매체가 거대한 포텐셜을 가지고 있다고 여겨지는 이유도 게임 플레이어의 능동성 때문일 겁니다. 플레이어의 능동성은 게임 산업이 발전하면서 점점 더 커지고 있는 특질입니다. 혼자서 하는 비디오 콘솔/아케이드 게임에서 사람과 사람이 서로 대결하는 형태의 게임으로, 그리고 온라인 멀티 플레이어 게임으로, 게임은 보다 경험적으로, 보다 리얼리스틱하게, 보다 능동적인 소통이 가능한 형태로 진화해왔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게임 산업은 전례 없는 부흥기를 맞았습니다. 방송이 시청자가 송출 영상을 수용하는 상대적으로 수동적인 매체라 한다면, 게임은 각각의 플레이어가 능동적인 주체로서 세계를 재구성합니다. 특히나 오픈 맵 게임 안에서 게임 플레이어는 매순간 주도적으로 결정을 내리면서 그 안의 세계를 운용합니다. 주어진 태스크를 빠르게 완료하고 다음 레벨로 넘어갈 수도 있지만, 태스크를 회피하면서 지연하거나 혹은 일부러 반복적으로 죽는 일도 가능합니다. 모두 자신의 선택입니다. 이 플레이어의 선택에 의해 게임 속 세상은 스토리텔링이 이루어지고 매번 다른 재구성 과정을 거치게 됩니다. 이 때문에 게임은 수많은 경우의 수를 가지게 되고 각각의 플레이어의 성향과 매순간의 결정에 따라 각기 다른 이야기를 전해줍니다.

2. ‘하는’ 게임에서 ‘보는’ 게임으로
저는 오픈 맵 게임이 출시되면서 게임이 플레이어들에게 전례 없는 수준의 능동성과 개성을 부여했다고 생각합니다. 모든 사람이 똑같은 루트와 방법으로 게임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자신만의 방식으로 게임을 즐기고 그것을 공유하고 싶은 니즈가 발생합니다. 동시에 남들은 과연 어떻게 게임을 하는지 보고 싶어 하는 욕구도 커집니다. 여기서 게임을 ‘하는’ 산업에 더해 게임을 ‘보는’ 산업이 성장하기 시작합니다. 자기가 게임을 하는 것도 아니고 남이 게임을 하는 것을 왜 보고 있느냐고 묻는 사람들이 종종 있는데요. 게임 스트리밍 채널에서 스트리머들이 보여주는 각각의 게임 스토리텔링 방식을 관람하는 것. 이것은 최근 게임 산업에서 발생한 또 하나의 특이점이자 변곡점입니다. 게임 스트리머는 제 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게임의 중계를 하는 아나운서와는 엄연히 다릅니다. 보통 게임 스트리머는 자기 주도적인 게임 플레이를 펼치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지극히 허구적이고 주관적인 해설과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즉, 이들은 일인칭 시점으로 게임 캐릭터를 직접 조종하고 게임을 운용합니다. 동시에 자신의 퍼포먼스를 주관적으로 평가하며, 채널을 관람하는 사람들과 개인적인 의견을 거리낌 없이 나눕니다. 게임 속 세상과, 자신이 허구적으로 만들어내는 방송 퍼포먼스, 스트리밍 채널의 온라인 관객들과의 지극히 현실적인 리액션까지 스트리머는 여러 층위를 실시간으로 넘나들며 소통합니다. 사람들은 현실과 판타지를 넘나드는, 이 유기적인 반응을 좋아합니다. 게임 스킬이 뛰어나다고 해서 모두 유명한 스트리머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이 리액션이 독특하고 매력적일수록 유명한 스트리머가 되죠. 닥터 디스리스펙트(Dr. Disrespect)와 같은 매력적인 트위치/유튜브 스트리머들은 종종 위키피디아 인명사전에 등재되기도 하는데요. 위키피디아 인명사전은 그들을 사람이 아니라 ‘인터넷 퍼스널리티’로 분류, 표기하고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이 가상 페르소나의 게임 플레이를 지켜보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사실인데요. 저는 이것이 공연계에서 흔히 말하는 ‘퍼포먼스’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다매체를 넘어 다중자아의 현실을 반영하며 파생한, 자연스럽고 허구적인 퍼포먼스로 느껴집니다.

3. 사회적 목소리를 대변하는 문화 컨텐츠
오늘날 문화 컨텐츠 중에서 가장 파워풀한 미디엄의 하나는 게임으로 꼽힙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종종 어떤 현상과 추이는 흔히 말하는 돈의 흐름에서, 구체적으로는 상업 광고의 타겟 플랫폼에서 먼저 파악되기도 합니다. 과거 신문에서 방송으로, 방송에서 인터넷 웹사이트로 몰리던 광고는 이제 유튜브, 트위치와 같은 독립적인 스트리밍 채널로 옮겨갑니다. 그리고 스트리밍 채널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큰 금액의 구독자 후원금, 광고 후원 및 계약금이 오가는 곳이 게임 플랫폼입니다. 그만큼 게임이 파워풀한 파급력을 지니게 되었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1990년대 게임 세상이 실제 현실과는 분리된 공간으로만 여겨지던 시절, 게이블레이드(GayBlade)라는 게임이 등장했습니다. 게이블레이드 게임 자체는 좀비 죽이는 슈팅 게임과 크게 다를 것 없지만, 이 게임이 특별해진 이유는 게임 외부에 있었습니다. 당시 게임 개발자였던 Ryan Best가 서슴없이 동성애 혐오 발언을 하던 정치인 Pat Buchanan을 겨냥하여 좀비 캐릭터 대신 그를 넣었기 때문인데요. 지구를 침략하는 스페이스 인배이더를 저격하거나 스트리트 파이터로 빙의되어 싸우기만 하던 시절에 이러한 발상은 상당히 신선한 것이었죠. 당시 동성애자 인권을 위해 연일 길거리 시위를 하던 LGBTQ 커뮤니티의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었다고 전해집니다. 몇 번이고 그를 죽여 버릴 수 있었으니까요. 지금까지도 단순 게임 플레잉을 넘어 실제 사회적 이슈를 게임화한 사례로는 게이블레이드가 그 시초라 여겨지고 있습니다. 이제 그 게임은 전설로 남았지만 이를 계기로 우리 사회의 이슈들은 게임 세상의 벽을 두드리기 시작했습니다. 게임은 사회 구성원과의 증대된 연결성을 인지하면서 영향력 있는 문화 컨텐츠로 성장했고, 많은 사람들이 게임 안에 이와 같은 사회적 이슈를 녹여내고 있습니다.

최근 언센서드 라이브러리(The Uncensored Library)라는 이름의 전시 작품이자 마인 크래프트 컨텐츠인 이 도서관을 알게 된 후, 저는 이 작품의 아이디어에 깊이 감화되었습니다. 2020년 3월 12일 사이버 검열 반대의 날, 이 도서관은 마인 크래프트에 오픈했습니다. 언센서드 라이브러리는 전 세계의 검열된 문서들만을 모아 200권이 넘는 책을 전시하고 있는데요. 러시아관, 베트남관, 사우디아라비아관, 북한관 등 각 나라별로 검열된 기사를 모아 공개합니다. 자료는 마인 크래프트 게임에 접속하거나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웹사이트에서 맵을 다운로드 받아 자유롭게 둘러볼 수 있습니다. 최근 COVID-19관도 신설되어 코로나 바이러스 이슈를 둘러싼 각종 언론 조작 및 은폐 의혹에 대한 책을 전시하고 있습니다. 언론의 자유, 발언의 자유를 위해 현재 무엇이 검열되고 있는지 젊은 세대에게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언론 검열에 대한 경각심과 연대감, 인식의 제고를 불러일으킵니다.

 
The Uncensored Library, 사우디아라비아관 ⓒReporters Without Borders

4. 판타지와 리얼리티의 경계를 허무는 형식

<포트나이트 X 트래비스 스캇>
올해 2020년 4월 23일 포트나이트(Fortnite) 온라인 플레이어들이 열광했습니다. 이날 유명 래퍼 트래비스 스캇(Travis Scott)이 포트나이트에서 "Astronomical" 이벤트를 열었기 때문인데요. 철저한 보안 속에서 신곡 발표는 포트나이트 게임 속 버츄얼로만 이루어졌습니다. 그 어느 곳에서도 발표하지 않은, 그야말로 월드 프리미어였죠. 이 가상 콘서트를 보기 위해 천이백만 명이 넘는 포트나이트 플레이어가 몰렸고, 포트나이트 측은 이 동시접속자 수가 올-타임 레코드라고 발표했습니다. 플레이어들은 포트나이트 게임 안에 특별히 설치된 가상 무대 위로 혜성처럼 떨어지는 트래비스 스캇의 대형 스킨을 보면서 그것이 제공하는 새로운 가상의 경험에 열광했습니다. 당연히 실존 인물은 한 명도 등장하지 않는 가상 콘서트였지만, 해당 이벤트의 녹화 영상은 8분짜리 단 하나의 영상만으로 1억 뷰가 넘었습니다. 이와 더해 수많은 게임 스트리머들이 자신의 시점으로 트래비스 스캇 무대를 경험하는 영상을 유튜브 개인 채널에 업로드하면서 여러 버전의 리액션 비디오가 무수히 양산되었습니다.


트래비스 스캇 X 포트나이트 게임 스크린샷 ⓒEpic Games

<동물의 숲 네타 포르테(NET-A-PORTER) 아일랜드: 이자벨 마랑 컬렉션>
지난 달 유명 온라인 쇼핑몰 네타 포르테는 동물의 숲에 판타지 아일랜드를 오픈했습니다. 섬을 돌아다니는 네타 포르테 크루 아바타들은 프랑스 패션디자이너 이자벨 마랑과의 콜라보로 이루어진 익스클루시브 컬렉션 옷을 입고 있었죠. 크루 뿐만 아니라 동물의 숲 꿈번지(DA-9835-1060-5257)를 통해 네타 포르테 섬에는 많은 고객들이 방문하였습니다. 방문객들이 의류 디자인을 구경하고 실제로 그들의 아바타들이 입을 수 있도록 공유되었습니다. 패션, 라이프스타일 쇼핑몰답게 이 섬에 있는 것은 옷만은 아닌데요. 스파, 요가 클래스, 명상 세션, 헬스장, 버츄얼 선샤인이 쏟아지는 해변가, 판타지 카푸치노가 준비되는 카페 등이 세심하게 디자인되어 코로나 블루에 지친 고객들의 디지털 현실 도피를 돕습니다. 언뜻 이런 가상 액티비티들이 인형놀이나 소꿉장난처럼 느껴질 수도 있으나, 귀여운 아바타 뒤로 엿보이는 섬 운영 마인드는 생각보다 치밀하고 상업적이며, 그리하여 지극히 현실적입니다. 이 프로젝트에서 협업 디자이너 이자벨 마랑은 자신의 FW20 컬렉션 의류를 실제와 가깝게 가상화하여 디지털 아바타들에게 부여했습니다. 모두 실제 네타 포르테 한정으로 출시된 의류였습니다. 누구든 이 섬에서는 이자벨 마랑 옷을 입고 스파를 즐기며 비치에 누워 버츄얼 선샤인을 즐길 수 있지만 동시에 언제든 QR코드를 통해 현실의 네타포르테 홈페이지로 넘어갈 수 있습니다.


네타 포르테(NET-A-PORTER) 아일랜드, 동물의 숲 게임 스크린샷 ⓒNET-A-PORTER, 박초아

1인칭 시점 3D게임이 보편화되면서 몰입도 높은 게임 체험이 안방에서 가능해졌습니다. 이와 더불어 온라인 네트워크에서 멀티 플레이어 사이의 인터랙션이 용이해지면서 게임 세상은 이제 굳이 판타지와 리얼리티 경계를 나눈다는 것이 다소 무의미한 공간이 된 것 같습니다. 동시에 우리는 이제 이 가상 이벤트들이 만들어내는 리얼리티를 부인할 수 없어 보입니다. 공연예술의 특이점이었던 현존의 개념은 이대로 사라지게 되는 걸까요? 어쩌면 현존의 개념을 유연하게 해석할 필요가 있을지도 모릅니다. 물리적 현존과 온라인을 통한 가상 현존을 구분하는 것이 어려워졌을 뿐만 아니라 때로는 구분 자체가 무의미하기 때문입니다. 더불어 온라인 실황 송출에 한정된 비대면 공연양식의 한계를 절실히 실감하는 현재 상황에서 가상의 참여적 현존을 이끌어내는 것은 우리의 과제입니다. 위에서 언급한 버추얼 이벤트들은 온라인 게임 플랫폼이 갖는 허구성에 게임 플레이어의 능동적 참여를 통해 플레이어의 친밀도 및 집중도를 괄목할 수준으로 끌어올리고 있습니다. 단순히 주어진 게임 컨텐츠를 소비하는 수준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가상의 플랫폼에서 관객/플레이어가 허구적 리얼리티를 함께 생성해낸다는 점에 주목할 포인트가 있다고 여겨집니다.

5. 한국 작품 속 게임

① 공연: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2020)> / 장소: 트위치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2020)’은 기획 단계부터 트위치 베이스로 온라인 공연을 기획한 국내 사례입니다. 전통적인 관념의 극장을 부수고 미래 극장을 다시 짓는다는 내용과 형식이 트위치 온라인 시청자들의 실시간 참여를 통해 완성되었습니다. 이 공연에서 온/오프라인 관객들은 공연에서 들을 노래와 춤의 내용과 순서를 직접 결정하고 미래의 극장을 함께 새로 짓는다는 아이디어에 참여하였습니다. 오프라인 극장에서 공연을 지켜보는 관객과 일인칭 카메라와 컴퓨터를 이용해 공연을 체험/중계하는 관객, 트위치에서 온라인으로 공연에 개입하는 관객 등 여러 층위로 이루어져있는 혼종적인 형태로, 공연의 전 과정은 국악인의 해설로 중계되었습니다. 올 한해 온라인 송출 공연의 한계를 실감했던 관객들에게 게임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공연의 참여도와 집중도를 크게 높일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줌으로써 관객들의 호평이 이어졌습니다.


메타 퍼포먼스: 미래극장(2020), 트위치 공연 스크린샷 ⓒ경기시나위오케스트라

② 전시: 경기도어린이박물관 <모두의 박물관(2020)> / 장소: 동물의 숲
요즘은 사람이 모이는 전시장에 가는 것도 꺼려집니다. 그렇다면 게임 안의 가상 전시라면 그 경험은 어떻게 달라질까요. ’모두의 박물관(2020)’은 섬 전체가 미술관 패키지에 가까웠습니다. 꿈번지(DA-2548-8029-7291)나 비번을 통해 도착한 플레이어들은 섬 곳곳에 설치된 가상 전시를 돌아보면서 섬을 탐험합니다. 여기에는 일반 전시장에는 없는 완전히 가상의 결도 존재하는데요. 이 섬은 전시실뿐만 아니라 기념품숍, 카페, 관장실, 학예사실 등 여러 시설을 갖추고 씬 뒤의 리얼리티를 내보이는 듯 보이기도 합니다. 이 섬에서 우리는 어딘가 여유 있고 고상해 보이는 관장실과 빈번한 야근에 시달리는 듯 방 한 켠에 침대가 놓인 학예실 내부를 구경할 기회를 얻습니다. 여기서 전시 그 자체와 더불어 업계에 대한 묘한 기시감과 동질감을 느끼기도 합니다. 관람객들이 섬을 나올 때에는 가상의 전시 관람 경험과 더불어 모종의 친밀감을 획득합니다.


모두의 박물관(2020) 제1전시실과 학예실, 동물의 숲 게임 스크린샷 ⓒ박초아

③ 공연: 김지선 ’슬픔의 집(2020)’ 쿤스텐페스티벌데자르 공연 / 장소: 마인 크래프트 + 자체 개발 게임
김지선 작가의 ’슬픔의 집(2020)’은 특정 게임이라기보다는 스트리밍 방송을 통해 게임이 매개되는 방식 자체를 공연 형식으로 차용하고 있습니다. 게임 스트리머가 실제로 무대로 나와 게임을 운용합니다. 퍼포머이자 스트리머인 이 매개자는 허구적 퍼포먼스와 게임 속의 가상 세계, 관객이 있는 극장 공간을 연결하고 쉼 없이 넘나듦으로써 전에 본 적 없는 형식의 퍼포밍을 구현해냅니다. 이 사람은 스트리머도 퍼포머도 아닌, 그 중간의 독특한 특질로서 존재합니다. 작가는 극장에서 또는 컴퓨터 모니터를 통해 사유하는 관객과 이를 매개하는 스트리머, 게임 속의 나레이터를 이용하여 우리가 살고 있는 중층적 세계를 무대로 끌어냄으로써 동시대 신체-감각과 기억, 그 변화양상에 대해 자문하고 있습니다.

’슬픔의 집’은 당초 극장 공연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하지만 팬데믹으로 인해 쿤스텐 페스티벌에서의 온라인 공연이 고려되면서 온라인 관객들에게 주어지는 것이 영상 송출에 그치기를 원하지 않았습니다. 작가는 온라인 관객들이 모여서 작품을 볼 수 있는 가상의 공간을 마인 크래프트에 만들어 두었습니다. 온라인 플레이어들은 공연을 기다리는 동안 마인 크래프트에 지어진 극장 맵을 구경합니다. 어수선한 극장 주변과 극장 앞 펍에서 음료를 마시는 사람들을 기웃거리면서 어딘가 현실과 유사하지만 다른, 가상의 관극 경험을 제공받습니다.


슬픔의 집(2020) 트레일러 스크린샷, 온라인 관객을 위해 설계된 마인 크래프트 극장 ⓒ김지선

6. 게임과 공연
게임이 원초적 오락물로서의 지위를 벗어버린 지는 이제 꽤 오래된 것 같습니다. 창작자의 입장에서 게임을 잘 디자인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디자이너가 게임 안에 무슨 캐릭터와 이미지를 그려 넣는지에 대한 문제만은 아닐 겁니다. 그것은 게임 플레이어의 머릿속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플레이어의 사고 체계에 대한 것입니다. 게임 디자이너들은 불특정 플레이어를 상정하고 그들의 머릿속을 들여다보려 합니다. 게임 산업은 이제 사람들의 사고방식, 생활방식, 의식체계를 깊이 들여다보고 이를 반영하게 되었습니다. 이 지점에서 공연예술이 극장 관객을 상정하고 작품의 구조를 짜는 점과도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동시대 공연예술인들은 무대를 보는 관객의 머릿속에서 어떤 새로운 감각과 사유가 촉발될 수 있을지 고민해왔습니다. 이제 그 연장선상에서 공연예술이 게임과 더불어 새로운 형식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을지 앞으로의 혼종적인 작품들이 궁금해집니다.

[References]
"GayBlade: The Lost LGBTQ Roleplaying Game, Explained". Comic Book Resources. August 22, 2020. Retrieved November 28, 2020.
Scott, Jason. "The Legend of GayBlade". Internet Archive. August 28, 2020. Retrieved November 30, 2020.
“High Score”, Netflix docuseries. Created by France Costrel and produced by Great Big Story. Premiered on August 19, 2020.
“Fortnite and Travis Scott Present: Astronomical”. Epic Games. April 21, 2020. Retrieved November 10, 2020.
“NET-A-PORTER Island Comes to Animal Crossing”. NET-A-PORTER. August 20, 2020. Retrieved November 30, 2020.
https://uncensoredlibrary.com/en

필자: 박초아
대학에서 천체물리와 공연예술학을 공부하고 2008년부터 현대무용계에서 일했다. 안애순무용단, 한국공연예술센터, 국립현대무용단을 거쳤으며, 현재 예술기획 우에쇼아를 만들어 독립 프로듀서로 일하고 있다. 
email: contact@uechoah.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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