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예술 영상의 제작’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3회차 -
필자/김수현
SBS 보도본부 정책문화부 선임기자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공연예술 영상화’에 대하여 전문가 분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SBS <커튼콜>과 함께 마련하였습니다. 지난 8월 5일 수요일부터 총 5회에 걸쳐 매주 수요일 팟캐스트를 특집 편성하였으며, 오디오와 영상을 위 링크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원고와 함께 매 회를 정리하는 기획 원고가 순차적으로 등재 중 이오니,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기획원고 시리즈
1. ‘코로나19 시대의 공연예술 영상’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바로가기]
2. ‘공연예술 영상의 소비와 향유’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바로가기]
3. ‘공연예술 영상의 제작’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4. ‘공연예술 영상의 지식재산권’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11월 4일 업로드 예정)
5. ‘새로운 예술장르로서의 공연예술 영상’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11월4일 업로드 예정)
SBS 커튼콜과 예술경영지원센터가 함께 하는 ‘공연예술의 영상화’ 특집 팟캐스트 세 번째 주제는 ‘공연예술 영상의 제작’이다. 과연 영상을 어떻게 만들어야 할까. 공연을 영상화할 때는 무엇을 신경 써야 할까. 예술의전당 ‘싹 온 스크린(SAC On Screen)’ 사업을 2015년부터 진행해온 신태연 프로듀서, 그리고 공연 영상 제작감독 김수기, 국립극단 지민주 공연기획팀장 등 공연예술 영상 제작 프로듀서와 감독, 그리고 공연단체 기획팀장이 모였다.
공연 영상화, 무엇부터 챙길까.
카메라 몇 대 설치할까 하기 전에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은 저작권 관련 협의다. 영상을 찍어서 무료로 상영하든 유료로 상영하든 제일 먼저 해야 한다. 물론 유료 상영할 때는 초상권이나 저작권 관련 비용이 좀 더 많이 들것이다. 공연단체와 영상 제작 계약을 하게 되면 한꺼번에 하면 되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권리 보유자와 접촉해 직접 풀어야 한다.
언제, 무엇을, 어떻게 찍을 것인가. 어떤 플랫폼에서 상영할 것인가. 카메라 대수와 특수 장비 필요 여부, 영상 제작팀 구성을 결정한다. 영화 촬영팀과 방송 촬영팀은 쓰는 카메라도, 특징도 다르다. 어떤 용도로 찍느냐에 따라서 결정한다. 싹온 스크린은 영화 방식으로 찍는다. 영화 촬영에 쓰는 카메라는 색감이 화사하고 색깔을 나중에 보정하거나, 완전히 바꾸는 것도 가능하다. 그러나 배율이 작아 멀리서는 클로즈업을 할 수 없다. 그래서 영화 방식으로 찍을 때 클로즈업 쇼트는 객석을 비우고 촬영한다. 방송 카메라는 색감은 영화보다 좀 떨어지지만, 멀리서도 타이트한 화면을 잡을 수 있다. 스포츠 중계 할 때 생각하면 된다.
미리 준비할수록 좋다
가장 이상적인 건 공연 기획 단계에서부터 영상팀이 들어가는 거지만, 예산과 시간 문제 때문에 어렵다. 최소한 공연 리허설 때는 들어가서 봐야 작품도 이해하고 동선도 파악할 수 있다. 영상 연출을 맡은 감독뿐 아니라 카메라 촬영 스탭들도 미리 보는 게 좋다. 공연은 촬영할 수 있는 기회가 많지 않아서 미리 촬영 콘티를 자세하게 준비하는 게 좋다. 카메라에 각각 역할을 부여하지 않으면 무대에서 동시다발로 일어나는 상황을 효과적으로 잡을 수 없다. 카메라 스탭들이 미리 어떤 장면을 어떤 앵글로 잡을지 숙지하도록 해야 한다. 공연은 여러 번 찍기 어렵다. 두번째 찍으면 공연의 호흡이 또 달라져 있다. 사전에 치밀하게 조율하고 한번에 담아내는 게 가장 좋다.
공연과 영상 사이, 부지런히 소통해야
무대 공연에 대한 기대를 갖고 보는 관객들에게 영상이 공연의 느낌을 잘 전달해야 한다. 공연을 영상으로 보면 카메라가 선택한 장면을 보게 되는 셈이다. 영상 감독은 책임감을 갖고 본질을 지켜야 한다. 그러나 영상 감독이 모두 작품을 해석하는 데 있어서 전문가는 아니기 때문에 반드시 공연 연출가와 협의가 필요하다. 신태연 PD는 공연 제작 파트 쪽에서도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요구가 있다면 미리 알려서 협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영상 제작 과정 내내 별 얘기 없다가, 작업이 다 끝난 뒤에 얘기하면 난감하다.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2회차 녹화 현장 ©예술경영지원센터
풀쇼트 대 클로즈업 쇼트
공연을 영상으로 볼 때, 배우의 표정이나 연기를 가까이서 생생히 볼 수 있는 게 장점이다. 또 객석에서 보지 못했던 앵글이나 화면을 영상에서 보게 되는 경우도 있다. 영상에서는 특히 클로즈업 쇼트가 박진감을 선사한다. 그런데 공연 단체 입장에서는 클로즈업보다는 무대 전체와 동선이 보이는 풀쇼트를 선호하는 경우가 많다. 풀쇼트가 많으면 영상이 지루하게 느껴진다. 하지만 무대 전체를 담아내는 게 교육적 측면이나 기록적 측면에서 유용할 수도 있다.
국립극단은 그래서 교육용으로는 무대 전체를 주로 풀쇼트로 담아낸 공연 영상 한 편, 그리고 관람용으로는 다양한 쇼트를 편집해 박진감 있게 만든 영상 한 편, 이렇게 목적에 따라 별도로 영상을 만들어볼까 고민 중이다.
예술의전당 신태연PD는 지금도 싹 온 스크린은 두 가지 방식을 혼용해서 찍는다고 소개했다. 두 차례 나눠서 찍되, 1회차에는 관객이 있는 상태에서 풀쇼트 위주로, 관객 반응까지 담는다. 2회차에는 관객 없는 상태에서 카메라가 무대위에도 올라가고 지미집도 동원해 타이트하게 공연을 촬영한다. 두 편의 영상을 섞어 편집하되, 1회차의 관객 반응 음향을 섞어 현장감 있는 관람용 영상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영상화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음향이다.
‘영상화’라는 말 때문에 화면에만 집중하기 쉽지만, 정말 중요한 건 음향이다. 클래식 음악이나 뮤지컬 장르는 영상 자체보다 음향 전달이 더 중요하다. 앰비언스 음향의 효과가 크다. 공연만을 위한 음향 장치 외에도 적정한 장소에 ‘앰비언스’ 마이크를 설치해서 공간음을 담아낸다. 대극장 공연에서는 앰비언스 마이크를 관객석을 향해 설치하고, 소극장에서는 위에서 떨어뜨려 공간음을 확보한다. 김수기 감독은 이런 ‘앰비언스’ 음향이, 현장감을 더하고 건조한 영상을 촉촉하게 해준다고 했다. 클래식 음악회도 관객이 있을 때 촬영하는 게 훨씬 분위기 좋다. 음악회는 앰비언스 음향이 재미있다. 기침 소리나 휴대폰벨소리도 생동감과 현장감을 더한다.
신태연 PD는 요즘 공연 온라인 중계 중에 음향이 안 좋은 게 많다고 걱정했다. 뮤지컬이나 발레는 좀 나은데, 연극은 대사가 제대로 안 들린다. 연극에서는 보통 핀 마이크를 안 쓰는데, 영상화할 때는 써야 한다. 배우들의 적응을 위해 촬영 사나흘 전부터 핀 마이크를 차고 연습하는 게 좋다.
“음향만 좋으면 카메라 한 대로 풀쇼트만 보여줘도 돼요. 소리가 안 들리면 아무리 공연 좋아하는 사람도 꺼버려요”
공연의 조명과 영상의 조명은 다르다.
공연에서는 밝았는데 영상으로 찍어 놓으면 마치 옛날 영화처럼 어두워지는 경우가 많다. 공연 연출 의도에 따라 조명을 어둡게 하면 영상으로는 형체도 잘 안 보인다. 연극에서 암전 장면을 영상으로 그대로 담을 수가 없다. 화면을 ‘블랙’으로 만들수는 없지 않은가. 밤 장면은 공연 조명기에다 실크 천을 붙여서 밤 분위기 나게 만들어서 찍기도 한다. 신태연 PD는 ‘윤동주 달을 쏘다’ 영상 촬영 때 촛불 들고 나오는 장면 때문에 애를 먹은 경험을 소개했다. 공연 조명으로 했더니 영상에 촛불이 제대로 표현되지 않고 화면에 노이즈만 지글거렸다. 4시간 걸려서 조명을 완전히 다시 설정했다.
분장도 마찬가지다. 연극은 객석 뒤쪽에서도 잘 보이게 하려고 분장을 굉장히 진하게 하는 편이다. 그런데 이를 그대로 영상으로 옮겨 클로즈업하면 어색하다.
영상 촬영 도중 출연자가 실수하면?
음원이라면 간단하다. 다른 회차에 녹음된 것을 삽입하면 된다. 대부분의 경우 음향도 멀티트랙으로 소스별로 출연자별로 받기 때문에 크게 어려움이 없다. 그런데 화면은 고치는 게 간단하지 않다. 출연자가 공연 촬영 도중 넘어지는 일이 있었는데, 그럴 때는 다른 각도의 화면을 쓴다든지 해서 보완한다. 끝나고 나서 그 부분만 다시 촬영하기도 한다.
지금은 ‘과도기’
국립극단은 최근 연극 ‘조씨고아, 복수의 씨앗’ 공연 실황을 촬영했다. 첫날은 관객 없는 상태에서 촬영했는데, 에너지가 너무 없어서 다음날 급히 공연 관계자들로만 모니터단을 꾸려 객석에 앉게 했다. 대사를 잘 녹음하려고 무대에 있는 마이크 외에 객석 통로에 마이크를 설치했는데, 잡음이 자꾸 들어가서 실패했다.
연극이라는 장르를 굳이 영상화해야 할까. 연극 본질이 손상되는 거 아닌가, 이런 심리적 저항감이 있는 경우가 꽤 있다. 공연을 본다는 건 사실 ‘의식’과 같은 건데, 영상에선 그런 맥락이 다 빠지고 ‘콘텐츠’만으로 바라보는 거 아닌가. 공연의 맥락이 삭제된 채 모바일이나 PC, TV 어떤 장소에서 상영될지 모르는 것에 두려움이있다. 마치 ‘네오 러다이트 운동’처럼, 당장 영상화로 잃는 것이 많아 보이는데, 얻는 것이 뭔지는 아직 딱 눈에 보이지는 않아서 거부감이 있는 상황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영상화는 피할 수 없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무대 공연과 상생하면서 영상화도 제대로 추진해야 한다. 특히 공연이 비싸서, 혹은 공연장이 멀어서 공연을 보기 힘든 분들에게는, 영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신태연 PD는 지금은 영상화에 대한 태도나 적응도가 혼재된 ‘과도기’라고 했다. 관객 없이 못하겠다는 배우들이 있는가 하면, 관객 없어도 카메라 앞에서 잘 하는 배우들도 있다는 거다. 카메라에 야광 스티커로 위치를 표시하면, 카메라 쪽을 바라보며 자연스럽게 연기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