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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예술 영상의 소비와 향유’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2020-10-07

‘공연예술 영상의 소비와 향유’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2회차 -

필자/김수현
SBS 보도본부 정책문화부 선임기자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공연예술 영상화’에 대하여 전문가 분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SBS <커튼콜>과 함께 마련하였습니다. 지난 8월 5일 수요일부터 총 5회에 걸쳐 매주 수요일 팟캐스트를 특집 편성하였으며, 오디오와 영상을 위 링크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원고와 함께 매 회를 정리하는 기획 원고가 순차적으로 등재 중 이오니,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기획원고 시리즈
1. ‘코로나19시대의 공연예술 영상’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바로가기]
2. ‘공연예술 영상의 소비와 향유’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3. ‘공연예술 영상의 제작’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바로가기]
4. ‘공연예술 영상의 지식재산권’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11월 4일 업로드 예정)
5. ‘새로운 예술장르로서의 공연예술 영상’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11월4일 업로드 예정)

예술경영지원센터와 SBS가 함께 한 공연예술 영상화 특집 팟캐스트, 두번째 순서의 주제는 ‘공연예술 영상의 소비와 향유’였다. 코로나 19 이후 공연예술 영상과 관련해 많은 이야기가 쏟아져 나왔지만, ‘생산자’ 입장에서 전개하는 논의가 대부분이었다. 그래서 이번 회차에는 공연예술 영상을 소비자 관점에서 이야기하면서 공연예술 영상 플랫폼과 유통, 시장 등의 주제를 다뤄보려 했다.

곽아람 국립현대무용단 기획팀장, 김관호 올댓플래닝 대표, 김세규 LGU+ IPTV서비스 기획 책임, 김지원 EMK 뮤지컬컴퍼니 부대표 겸 EMK 인터내셔널 대표가 패널로 참여했다. 나는 진행을 맡으면서, 최근에 많은 공연 영상을 본 ‘소비자’ 관점의 이야기를 보탰다. (발언 내용과 순서는 글의 흐름에 따라 간략하게 재구성했다.)

소비자가 원하는 공연 영상은?

코로나19 이후 많은 한국 공연단체들이 기록용 영상으로 갖고 있던 과거 공연 영상을 온라인 상영하거나, 관객 없이 공연을 진행하고 이를 온라인에서 실시간 혹은 지연 중계하는 비대면 공연을 진행했다. 당장 오프라인 공연을 못 올리게 된 생산자들이 급하게 짜낸 비상 대책의 성격이었다. 공연을 못 보는 소비자를 위한 것이라는 전제가 있었지만, 평면적이고 건조한 영상은 소비자들에게 꼭 봐야 할 이유를 제공하지 못했다.

유료 온라인공연을 전에도 해온 해외 단체들을 보면 현장감을 살리기 위해 여러 가지 장치를 더한다. 도입부에 공연장 전경을 보여주며 인사를 하고, 휴식 시간에는 백스테이지에서 출연진 즉석 인터뷰를 하고, 끝날 때도 커튼콜의 느낌을 살린 영상으로 연출한다. 그런데 한국의 온라인 공연 중계 영상은 대부분 그런 연출이 전혀 없다. 아무런 예고 없이 갑자기 공연이 시작되고, 공연이 끝났는데 출연진이 어디다 인사를 해야 할지 망설이고, 어색한 침묵 속에 갑자기 암전이 되는 중계는 이제 그만 해야 하지 않을까.

김관호/공연 감상은 ‘맥락적’ 소비다. ’공연을 볼까?’ 하는 마음이 든 순간부터, 뭘 볼까 언제 볼까 선택하는 과정, 그리고 공연장을 찾아가는 경로, 그리고 공연장을 맞닥뜨렸을때의 느낌, 인터미션 시간에 나와서 느끼는 공기, 끝나고 난 뒤의 여운, 돌아가는 길 차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이 공연의 기억과 오버랩 되는 것, 이 모든 것들이 총체적으로 공연 소비 행위를 구성한다. 영상으로 공연을 제공할 때는 이런 공연 소비의 ’맥락’을 충족시켜주려는 노력을 병행해야 한다. 해외단체들이 리허설을 보여준다든가, 백스테이지 인터뷰를 보여준다든가 하는 게 그런 노력인 것이고, DVD에 수록되는 부록 영상들도 같은 역할을 한다.

김수현/완결성 있게 잘 만들어진 공연 실황 영상도좋지만, 관객들이 평소 보지 못하던 것을 보여주는 영상도 눈길을 끈다. 조성진을 비롯해 전세계에 있는 피아니스트들이 집에서 하는 연주 영상을 릴레이로 보여준 ‘월드피아노 데이’ 유튜브 상영이 좋은 사례다. 마치 피아니스트의 집들이에 간 듯한 느낌으로 감상했다. 피아니스트의 집에 쌓인 책들이 궁금하고, 거실 벽난로를 보며 아늑한 느낌을 받았다.

곽아람/코로나19 확산 초기에 국립현대무용단 단원들이 각자 집에서 혼자 춤추는 모습을 짧게 영상으로 찍어 올렸다. 관객들이 의외로 많은 호응을 보내 주시더라. 무대 밖 예술가의 일상에 대해 사람들의 관심이 많은 것 같다. 공연을 온라인 중계하면서 관객 피드백을 받아보니, 앞으로 보고싶은 콘텐츠로 가장 많이 꼽은 답이 ’안무가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 과정이 보고 싶다’는 것이었다.

김지원/EMK인터내셔널의 대표로서 ’브로드웨이온디맨드’라는 미국 공연영상 플랫폼의 ’K-씨어터’ 프로그래밍 디렉터 역할도 맡고 있다. 이 플랫폼에서 EMK가 제작한 뮤지컬 <엑스컬리버>를 상영했는데, 8시에 공연이 시작된다 하면 7시부터 ‘프리 레드카펫 쇼’라는 사전 프로그램이 있었다. 8시 이전에 접속해 대기 중인 사람들한테, 작품을 더 재미있게 보기 위한 일종의 ‘붐업’을 시켜주는 거다. 원작자나 주연 배우 인터뷰나 관람 팁 같은 건 물론이고 작품에 등장하는 동작을 따라하게 한다든지 하는 콘텐츠가 반응이 좋았다.


공연예술 영상화팟캐스트 2회차 녹화 현장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 영상 플랫폼…네이버? 유튜브? IPTV?

공연 영상 소비 플랫폼으로 국내에서 가장 많이 이용된 것이 네이버TV와 유튜브다. 네이버TV는 2016년 뮤지컬 ‘팬레터’의 전막 상영이 폭발적인 반응을 얻고, 공연 관객도 급증한 것을 계기로, 공연 홍보를 위해 이전부터 많은 제작사들이 이용해왔다. 코로나19 이후에는 공연 스트리밍 건수가 이전의 4배로 늘어났다고 한다. 유튜브 역시 각 단체가 홍보 영상을 올리는 채널로 이용해왔는데, 코로나19 이후 공연 스트리밍 플랫폼으로도 활용되었다. 네이버TV는 국내용이지만, 유튜브는 해외에서도 접근성이 높다.

곽아람/국립현대무용단이 4월에 예정돼 있던 공연을 유튜브와 네이버에서 다 해봤는데, 온라인 조회 수가 오프라인 관객 수의 7배 정도 됐다. 다만, 평균 시청 시간이 그리 길진 않더라. 충성도 높은 시청자는 유튜브 채널 쪽에 많았다. 유튜브에서 보는 시청자 수는 실제 공연장 관객 수와 거의 흡사하다. 반면 네이버는 불특정 다수의 많은 이용자에게 현대무용을 처음 선보이는 효과가 높더라. ’처음 본다’ ’신기하다’는 댓글도 많이 달렸다. 온라인 스트리밍의 경우 관객들이 채팅을 많이 하는데, 공연 관람 자체를 방해하는 측면도 있지만, 공연 제작 프로듀서나 안무자들이 실시간으로 관객들과 소통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봤다.

가입자 기반의 IPTV 역시 공연 영상 소비 플랫폼이다. LG유플러스는 2016년부터 콘텐츠 차별화, 다양화 전략으로 공연 영상을 확보해 왔다. IPTV 가입 회원이면 무료로 볼 수 있는데, 잘츠부르크페스티벌 공연 영상 같은 해외 클래식 공연 영상이 가장 많고, 같은 계열사인 LG아트센터에서 초청 공연을 했던 해외 발레와 무용 작품들도 있다. 코로나19 이후엔 국내 작품들도 늘어나고 있다. 현재 많은 온라인 공연들이 ‘라이브 스트리밍’으로 진행되지만, IPTV의 공연 영상은 VOD(주문형 비디오)로 서비스된다.

김세규/IPTV 팀원 중에 한 명이 "실시간 드라마를 보다가 습관적으로 빨리 감기 버튼을 눌렀다"고 하더라. 워낙 ’온 디맨드’라는 유저 인터페이스가 보편화되어 있다 보니 생긴 해프닝인데, 시청자가 이미 그렇게 변했다는 걸 잊지 말아야 한다. 아직은 공연 장소만 극장에서 스크린으로 물리적으로 바뀌었을뿐 스트리밍 공급자 중심의 마인드가 강한데, ’내가 원할 때, 원하는 방식으로’ 보겠다는 시청자들을 어떻게 만족시킬지 고민이 필요하다.

공연을 영상화하면 이미 공연 그 자체가 아니라 여러 채널을 통해 유통할 수 있는 ‘영상 콘텐츠’가 된다. 공연 영상을 어떤 식으로 유통시킬 것인지, 스트리밍을 할 것인지, VOD 형태로 제공할 것인지, 어느 채널을 이용할 것인지, 플랫폼 별로 다른 소비 행태를 파악해 접근해야 한다.

온라인 공연 조회 수는 어떤 의미?

온라인 공연의 ‘성과’는 흔히 수만 명, 혹은 수십만 명의 ‘조회 수’로 측정된다. 그런데 온라인 공연의 조회 수를 공연 관객 수와 비교할 수 있을까. 잠깐 클릭했다 나가는 것도 모두 조회 수로 집계하는데, 체류 시간은 짧은 게 현실이라면, 실제로 공연을 ‘관람’하는 사람은 극히 일부가 된다. 그렇다면 조회 수는 어떻게 해석해야 할까.

김관호/조회 수가 높은 반면 시청 지속시간이 짧다는걸 부정적으로만 볼 필요는 없지 않을까. 조회 수가 높다는 건 그만큼 우리 작품을 선택해 줄 의지가 있는 관객층, 즉 잠재적 소비자가 존재한다는 뜻이다. 체류시간이 짧다는 건 그런 잠재적 소비자들이 정말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 주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고 반성해야 할 것이다.

김세규/온라인 공연을 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모바일 디바이스로 기존의 공연 시간만큼 영상을 쭉 본다는 것 자체가 쉽지는 않은 일이다. 거실의 편안한 소파에서 TV를 보는 게 아니고, 모바일 디바이스를 들고 봐야 한다는 것이 지속시간을 짧게 하는 환경 아닐까. LGU+에서 서비스하는 VOD 중에 공연 장르는 영화나 다큐멘터리 같은 장르보다, 중간에 끊지 않고 지속해서 보는 시간이 길다. 공연은 충성도가 높은 관객들이 찾아서 보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공연 영상 틀어놓은 그대, 라면 끓이는 중?

김관호/영화는 시청자가 몰입해서 보고 있었기 때문에 중간에 다른 일이 생기면 일시 정지를 눌러 놓고 처리하고 와서 다시 보지만, 공연 영상은 오히려 몰입도가 약하기 때문에 그냥 영상을 켜둔 채로 다른 일을 보는 게 아닐까. 라면도 끓이러 가고, 화장실도 다녀오고.

김수현/시청자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장르에 따라 그런 면이 좀 있다. IPTV로 공연을 볼 때, 서사가 있는 장르는 잠시 다른 일 하느라 흐름을 놓쳤다가도 다시 돌려서 챙겨 보는데……

김관호/우리가 일상에서 음악을 소비하는 방식이 ’백그라운드 뮤직’인 경우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화면에 나오는 게 조성진쯤 되면 시청자도 터치 하나하나 집중해서 보겠지만, 장면적요소가 음악과 밀접하게 결합되어 흥미를 유발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음악은 소리로 들으면서 설거지도 하고 그러는 거 아닐까.

곽아람/사실, 현대무용의경우, 라면 끓여 먹고 와도 화면에 별 일 안 생긴다(일동 웃음). 내용상 서사가 없는 경우도 많고. 장르 특성상 일반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 데에는 시간이 좀 걸릴 것이다.

LG유플러스 IPTV의 공연 영상 시청 추이를 살펴봐도, 스토리텔링이 있는 장르가 영상으로 보기에 상대적으로 적합하다는 걸 알 수 있다. 전체 시청 건수로 보면 해외 영상이 풍부한 클래식 음악회 시청이 많지만, 편당 시청 건수는 서사가 있는 장르인 뮤지컬과 연극, 오페라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Fun? Function?...공연 영상 소비를 선택하는 이유

김관호/문화 콘텐츠는 소비자에게 펀(fun:재미)이냐 펑션(function:기능. 쓸모)이냐, 둘 중 하나는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 순수 무용 영상물 같은 경우, 그 자체에 흥미를 느껴 감상하고 싶어하는 사람이 있을 수도 있지만(fun), 무용 전공으로 진로를 정한 학생이 배우려는 목적으로 볼 수도 있다 (function). 지금까지 공연 영상이 작품 전체가 패키징되어있는 완결된 구조를 선호했다면, 이제는 소구 대상의 특정한 목적(function)을 실현시켜 주기 위해 콘텐츠를 가공해야 할 것이다. 소비자가 ’시간’이라는 재화를 투입할 이유를 제공하지 않으면, 영상이 유료든 무료든 소비자에게 선택 받을 수 없는 것이니까.

국립현대무용단의 ‘혼자 추는 춤’ 영상처럼, 공연 실황 영상 외에도 다양한 영상 콘텐츠를 시도해 볼 필요가 있다. 김관호 대표는 무용이 오히려 영상화 전망이 좋은 장르라고 진단했다. 대사가 없다는 건 언어적 장벽을 넘기 쉽다는 뜻이기도 하다. 무용은 일찍부터 다른 예술 장르나 기술을 결합해 다양한 시도를 해온 장르다. 특히 무용 장르는 일찍부터 영상을 적극적으로 접목해 왔는데, 공연을 바탕으로 하지만 영화 문법으로 찍은 ‘댄스 필름’이 좋은 예다.

클래식 음악은 이미 수많은 해외의 명 연주 실황이 넘쳐나서 경쟁이 치열한 장르다. 수많은 영상 중에 왜 이 영상을 선택해야 하는지, 확실한 ‘재미’나 ‘쓸모’를 제시해야할 것이다. 공연에 대한 ‘취향’이 형성되어 있지 않거나, 어떻게 공연을 즐겨야 할지 모르는 사람들을 위해, ‘공연 읽어주는 사람’처럼, 교육적인 ‘쓸모’가 있는 영상 콘텐츠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2회차 녹화 현장 ©예술경영지원센터

공연 영상 유료화 가능성은? 관람료 수준은?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공연이 봇물을 이뤘지만, K팝 아이돌 콘서트 외에는 모두 무료였다. 지금까지 공연계에서는 유료화를 전제로 영상을 제작해 본 경험이 거의 없다. 모두 기록용이나 홍보용 영상 정도였다. 막대한 영상 제작비와 추가 저작권료를 부담해야 하는데 감당할 만한 업체도 많지 않고, 유료화 한다 해도 수익성 전망이 극히 불투명했기 때문이다. 예술의 전당이 2013년 공연 영상화 사업인 ‘SAC 온 스크린’을 시작하면서, 처음엔 수익사업도 생각하다가 바로 문화복지 사업으로 방향을 돌린 것도 이 때문이다.

하지만 코로나19 상황이 길어지는데, 언제까지나 무료 온라인 공연만 할 수는 없다. EMK가 제작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일본에서 먼저 온라인 유료 상영되었다. 김준수를 비롯한 스타들이 출연한 10주년 공연 실황을 최근에 찍었다. 순수 영상 제작비 외에 저작권료 추가 지출, 유료 객석을 일부 비우고 촬영한 것까지 고려하면 비용이 2억원 가까이 들었다.

김지원/아이돌 온라인 공연 관람료가 3만원 대인 점을 감안해 일본 온라인 공연 관람료를 책정했다. 주역 배우 세 명을 다 볼 수 있는 3회 관람권은 9천 엔, 1회 관람권은 6천 엔 정도로 했는데, 비싸다는 반응은 없었다. 일본에서 한국에 공연 보러 오는 것보다 덜 드니까 합리적인 가격이라고 받아들이는 것 같았다. 일본은 한국보다 뮤지컬 관객 연령대가 훨씬 높고 60대도 많다 보니, 가격이 아니라,온라인 플랫폼 회원 가입과 결제 등을 낯설어하는 게 더 큰 문제였다. 다행히 일본에서의 반응은 폭발적이었다. 국내 상영도 준비 중이다.

온라인 공연은 아니지만 코로나 이전에도 영화관이나 공연장에서 공연 영상을 ‘상영’한 적은 종종 있다. 모두 메트로폴리탄 오페라나 NT 라이브같은 해외 공연이었다. 예술의전당은 ‘SAC 온 스크린’ 사업을 통해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공연 실황을 지역 공연장이나 영화관 등에서 상영한 적이 있지만, ‘문화 복지사업’ 차원에서 원칙적으로 무료였다. 다만 ‘SAC 온 스크린’ 작품중에 뮤지컬 ‘웃는 남자’는 지난해 처음으로 메가박스에서 1만 5천원에 유료 상영되었다. 한 달 상영 기간 중 잠깐이지만 매표 순위 2위를 찍기도 했다. (1위는 ‘겨울왕국2’였다!) 그러나 문화 복지사업을 전제로 만든 영상이었기 때문에, 저작권료를 제외한 매표 수입은 모두 기부되었다.

김관호/영상 콘텐츠는 공짜라는 인식이 팽배한 현 시점에서, 공연 영상 유료화는 소비자 저항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고해서 무료로 시작한다면 나중에 더 힘들어질 수도 있다. 현재로서는 영화 VOD 체계를 참고해야 할 것 같다.

이 원고를 쓰고있는 시점에, 뮤지컬 ‘모차르트!’ 의 국내 유료 온라인 공연이 확정되었다. 추석 연휴에 10주년 기념공연 영상을 유료 상영한다. 관람 패키지는 실시간 스트리밍 관람, 그리고 VOD 48시간 관람, 부가 상품을 더한 여러 종류를 내놓아 3~4만원대로 책정했다. K팝 유료 온라인 콘서트가 주로 열리는 네이버 V라이브에서 송출한다. (V라이브는 한류에 특화된 플랫폼으로 해외에서도 시청 가능하고 앱 기반이라 수수료가 비싸다.)

이 밖에도 LG아트센터가 영국 램버트 무용단의 런던 현지 공연 온라인 생중계 티켓을 1만 5천원에 판매했다. 또 국립오페라단의 ‘마농’, 서울예술단의 ‘잃어버린 얼굴 1895’가 스트리밍 방식으로 네이버TV를 통해 상영된다. 관람료는 1만 5천원에서 2만원. 네이버TV는 유료 과금 시스템을 새로 개발해 ‘후원 라이브 채널’을 유료 온라인 공연 플랫폼으로 내놨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온라인 공연 송출료와 수수료를 최소화해서 공연계를 ‘후원’한다는 의미를 담은 이름인데, 관객 입장에서는 ‘후원’이 아니라 ‘유료 관람’이다.

팬덤이 강한 뮤지컬 ‘모차르트!’는 K팝 온라인 콘서트를 참조해 다양한 패키지를 만들고 관람료를 정했는데, 오프라인 관람료 최고가의 20% 정도다. 다른 공연들도 대부분 오프라인 공연 티켓의 20%대로 가격을 책정했다. 영화 VOD보다는 비싸고, 실제 오프라인 공연 관람료보다는 훨씬 저렴하다. 소비자 반응은 면밀히 살펴서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가는 데 참고해야 할 것이다.

영상화, 유료화는 ‘케이스 바이 케이스’

곽아람/국립현대무용단은 무용단 자체적으로 VOD 유료화를 준비하고 있다. ’댄스필름+ 공연+ 예술가와의 대화’를 한 패키지로 묶어서, 우선 극장-영화관에서 시험적으로 선보이려한다. 11월에 나올 ’볼레로 만들기’라는 현대 무용 콘텐츠가 우리 단체 첫번째 유료화 모델이다.

김지원/세계적으로 공연 영상화가 활발하지만, 유료화한 경우는 극소수다. 국내에서도 코로나19 때문에 공연 영상화가 화두가 됐지만, 유료화 사업을 끌고 갈 수있는 콘텐츠는 몇 안된다. 공연의 영상화는 ‘아카이빙’을 위한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공익적 목적도 있다. 앞으로 국공립단체들은 정부 지원을 받아 좀 더 품질 좋은 영상을 만드는 데 앞장서야 할 것이고, 우리 같은 민간 단체들은 어떻게 살아남을 수 있을지 치열하게 고민하고 과감히 투자해서 시장을 만들어야 한다. 모두가 영상화 하고, 모두가 유료화할 수는 없는 시장인 게 명백하다. 각자의 위치를 잘 파악해야 한다.

곽아람/뮤지컬이나 상업적 연극은 수익을 기대해 볼수 있겠지만, 순수예술에 대해서는 돈 내라고 하면 ’안 보면 그만!’이라는 정서도 있다. 순수예술 입장에선, 공연장으로 관객을 끌어들이는 준비 단계로서 영상을 활용하는 측면도 있다. 공연영상 유료화의 전망은, 장르 안에서도 작품 별로 ’케이스 바이 케이스’ 인 것 같다.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

잘 만든 공연 영상, 킬러 콘텐츠 될 수 있다

김지원 대표는 뮤지컬 ‘해밀턴’의 영상화 사례를 소개했다. 미국에서 새로 출범한 OTT, 디즈니 플러스가 ‘해밀턴’ 공연 실황 영상을 최초로 상영했다. 촬영 감독이 대본을 갖고 두 달 동안 철저히 연구해서 사흘간 9대의카메라로 찍은 영상이다. 공연 영상 제작에 100억원이 들었는데, 이를 신규 회원을 끌어들일 ‘킬러 콘텐츠’로 여긴 디즈니에서 그 몇 배의 돈을 들여 사갔다. 액수에 놀랐더니, 김세규 책임은 ‘블록버스터 영화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예요’라고 했다. 디즈니 플러스는 ‘해밀턴’ 덕분에 가입자가 75만명 늘었다는 얘기가 나왔다. ‘극장에 없던 최상의 좌석’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받았다.

이렇게 동영상 소비 플랫폼도 많아지면서, 새로운 콘텐츠 확보 경쟁도 치열해졌다. 잘 만든 공연을 영상화한다면, 이런 플랫폼 사업자들에게 매력적인 콘텐츠가 되지 않을까. 천문학적인액수의 영화 제작비를 생각한다면, 공연 영상도 ‘가성비’ 있는 좋은 콘텐츠가 될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질 좋은’ 공연을, ‘질 좋은’ 영상으로 만들어야 한다는 당연한 전제가 있지만.

공연 영상화, 소비자를 보고 나아가야

예술가, 창작자들은 아직 영상화에 대한 거부감도 많다. 코로나19 초기, 저작권에 대한 고려 없이 공연 영상이 마구 상영된 것에 대한 거부감도 있지만, 공연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여주는 걸 꺼린다거나, 자신의 모습이 영상으로 남는 것 자체를 부담스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영상화는 이전에도 중요했고, 코로나19 이후에는 피할 수 없는 추세가 되었다. 적극적으로 받아들이고, 적응해야 한다.

공연의 영상화나, 유료화나, 국내에선 모두 초기 단계이다. 소비자들이 보고 싶어하고, 나아가 지갑까지 열 수 있는 공연 영상은 어떤 것들인지, 어떻게 하면 공연 영상의 ‘시장’을 만들 수 있는지, 아직 우리는 뾰족한 답을 모른다. 코로나19 이후 온라인 공연은 대부분 ‘생산자 입장에서, 뭐라도 해야 하니까’ 이뤄졌지만, 답을 모른다고 해서 이전에 하던 방식만 반복하면, 영원히 ‘초기 단계’에 머무를 수밖에 없다. 앞으로는 소비자를 바라보며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 길이 열리고 시장도 생긴다.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2회차(1부) 다시보기 ©SBS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2회차(2부) 다시보기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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