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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시대의 공연예술 영상에 대해 이야기하다 2020-09-02

‘코로나19 시대의 공연예술 영상’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1회차 -

필자/김수현
SBS 보도본부 정책문화부 선임기자

(재)예술경영지원센터에서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가속화된 ‘공연예술 영상화’에 대하여 전문가 분들과 허심탄회하게 논의하는 자리를 SBS <커튼콜>과 함께 마련하였습니다. 지난 8월 5일 수요일부터 총 5회에걸쳐 매주 수요일 팟캐스트를 특집 편성하였으며, 오디오와 영상을 위 링크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또한, 이 원고를 시작으로 매 회를 정리하는 기획 원고가 순차적으로등재될 예정이오니, 여러분들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기획원고 시리즈
1. ‘코로나19시대의 공연예술 영상’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2. ‘공연예술 영상의 소비와 향유’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10월 7일 업로드 예정)
3. ‘공연예술 영상의 제작’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10월 7일 업로드 예정)
4. ‘공연예술 영상의지식재산권’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11월 4일 업로드 예정)
5. ‘새로운 예술장르로서의 공연예술 영상’에 대하여 이야기하다. (11월4일 업로드 예정)

BC는 Before Corona, AD는 After Disease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코로나19는 모든 것을 바꿔놓았다. 국내 공연계도 2월부터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 우려로 공연 취소 사태가 잇따르면서 코로나19의 영향권에 들었다. 내가 진행하는 SBS 공연문화 팟캐스트‘커튼콜’에서는 한동안 개막을 준비하다 ‘엎어진’ 공연 이야기를 하는 ‘공연취소 한풀이 팟캐스트’로 명맥을 이어갔다.

팟캐스트에 나온 한 예술가는 녹음에 들어가기 전에 농반진반, 코로나 얘기를 하면 힘이 빠진다며 ‘코로나’를 금기어로 하자고 했다. 그러나 정작 녹음이 시작되자 ‘코로나’를 빼놓고는 이야기를 제대로 진행할 수 없었다. 코로나 때문에 공연이 취소되었고, 코로나 때문에 집에만 머물렀고, 코로나 때문에 한국에 입국해 자가격리를 해야 했고, 코로나 때문에 관객 없이 온라인 공연을 하게 됐으니까.

코로나19 이후, 내가 SBS 뉴스에 쓴 공연 기사는 모두 온라인 공연 얘기였다. 온라인 공연은 공연의 영상화를 전제로 한다. 이렇게 공연계 ‘화두’가 된 공연예술의 영상화를 좀 더 본격적으로 다뤄보고 싶었던 차에, 예술경영지원센터와 함께 8월 한 달 동안 팟캐스트 ‘커튼콜’을 ‘공연예술 영상화’ 특집으로 진행하게 되었다. 공연 제작현장의 전문가들과 함께 공연 영상의 제작과 소비, 유통, 지식재산권, 새로운 장르로서의 공연 영상 등 세부 주제별로 다양하고 심도 있는 논의를 해보자는 의도였다.

8월 5일 업로드 된 특집 팟캐스트 첫 회차는 ‘코로나 시대의 공연예술’을 타이틀로 진행되었다. 코로나19 이후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공연예술계 변화를 짚어보면서, 이후 논의의 큰 틀을 잡아보는 ‘서론’ 격이었다. 연극평론가이면서 드라마터그로 공연 제작 현장을 지켜온 충북대 조만수 교수, 코로나19 초기 ‘방구석 클래식’으로 온라인 공연을 시작했던 윤보미 봄아트프로젝트 대표, 오랫동안 공연계를 취재해온 더뮤지컬 박병성 국장이 함께 했다. 1시간반 동안 열띤 대화가 진행되었는데, 주요 발언들을 복기해 본다.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1회차 녹화 현장 ©예술경영지원센터

조만수/온라인 공연을 계속하다 보니 질문이 나온다. “연극이라는 게 ‘대면’이 필수적인 예술인데, ‘우리가 지금 뭘 하는 거지?” 지금까지도 영상화, 온라인 공연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면서, 누구는 가능성을 보고, 누구는 연극의 본질을 흐린다는 비판을 하는 상황이다

박병성/외국에선 ‘오페라의 유령’이 온라인 영상으로 공개돼 이틀 만에 전 세계에서 천만 명이 보기도 했다. 사람들이 공연장에 못 가도 관심은 많은 것 같다. 국내에서는 국공립 단체들을 중심으로, 기록용으로 촬영해 두었던 작품들을 풀면서 공백을 메우는 역할을 해 왔다. 무관중으로 공연을 올리고 그것을 온라인 영상으로 공개하는 방식도 등장했다.

윤보미/처음 한두 달은 사람들이 호기심에 들어오지만, 흥미 유지가 어렵다. 제작비, 스태프, 기획 등 모든 면에서 한계를 경험하고 있다.

박병성/코로나 19 이전부터 많은 준비를 거쳐 영상을 공개해 온 영국 내셔널 씨어터(National Theatre, NT)나 미국 메트로폴리탄 오페라(MET)와 달리 우리 공연계는 갑작스럽게 온라인 공연을 올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해, 준비가 부족할 수 밖에 없었다. 사람들이 공연예술 영상물에 집중할 수 있는 지속시간이 20분이라는 조사결과도 있던데, 흥미 유지가 쉽지 않다.

조만수/공연이라는 것이 그 내용을 감상하는 면도 있지만, ’외출한다’는 의미도 크다. 공연을 본다는 것은 집 밖에 나가서, 평소에 하지 않던 경험을 하는 것이다. 이것이 온라인으로 어디까지 대체 가능한가 하는 문제가 있다.

김수현/공연장에 간다는 것은 공연에 몰입할 수 밖에 없는 환경 안에 자발적으로 나 자신을 집어넣는다는 의미가 있다. 집에서 영상을 볼 때는 아무래도 이런저런 요인의 방해를 받는다. 서사가 있는 장르, 줄거리를 따라가야 하는 장르가 상대적으로 집중하기 쉬웠다.

박병성/NT Live나 MET 오페라 라이브의 경우도, 영화관보다는 공연장에서 상영하고, 상영시간 및 중간 휴식시간 등을 실제 공연할 때처럼 운영했을 때 관객의 몰입도가 더 높아진다고 한다.

윤보미/’방구석 클래식’ 온라인 공연의 경우, 온라인 관객과 채팅을 지속적으로 함으로써 집중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박병성/’싹 온 스크린’으로 제작된 ’늙은 부부 이야기’의 경우 연극 앞부분에 실사 영화를 붙이는 등의 새로운 시도로 관객의 집중도를 높였다. 카메라도 이전 방식대로 객석에 머무르면서 무대를 지켜보는 것이 아니라, 배우를 따라 무대 위로 올라간다. ’스테이지 무비’라는 새로운 장르를 시도한 것이다.

조만수/문제는 우리 상황에서 이런 시도를 위한 경제적 모델을 만들기가 힘들다는 거다. 지금은 원래 공연을 하려고 책정해 놓았던 예산으로 온라인 공연을 하고 있지만, 당장 내년 시즌에 공공극장들의 예산 삭감이 예상된다.

박병성/연극을 영화 방식으로 촬영해서 보여준 ‘혜경궁홍씨’의 경우, 40개월 만에 손익분기점을 넘었다고 한다. 영상을 극장에서 개봉했고, IPTV, OTT로도 넘겼다. 이런 종류의 콘텐츠가 생소해서 오래 걸렸던 거지, 많아지면 가능성도 커질 것이고 투자할 사람들도 많아질 것이라고 하더라. 다만, 현재 공개된 영상들의 경우 유료화를 염두에 두지 않고 기록용으로 촬영한 경우가 많아 출연자나 제작진의 권리가 해결 안 된 부분이 많다. 지금은 무료지만 유료화하면 본격적으로 이 문제가 제기될 거다.

윤보미/클래식 음악의 경우 DG 등 유명 브랜드나 국제적 스타들은 유료화를 한다. 그러나, 작은 로컬시장에서 본격 유료화가 가능한지가 과제다. 지금 하는 펀드레이징도 ‘저희 힘들어요. 좀 도와주세요’의 차원이다. 본격적으로 공연의 대가를 받는 유료화까지 가기에는 아직 부족하다.

김수현/취재하면서 국립극단에 물어보니, 공연 영상을 유료화할 경우 얼마를 받아야 되는지도 고민스럽다고 하더라.

조만수/극단 마방진 ‘리어외전’ 사례를 보면, 유료화 논의 이전에, 온라인 영상 공개를 통해 노출이 늘어난 것 자체도 성과로 보고 있다. 상품 하나만 갖고 경제성을 발생시키는 건 쉽지 않다. 연극의 본령이 무대라고 보면, 온라인을 통해 확장된 경제 가치가 무대적 가치로 다시 소환될 수 있게 틀을 만든다면 상생 구조를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온라인 영상만으로 경제적 가치를 발생시키는 건 쉽지 않은 도전이다.


공연예술 영상화 팟캐스트 1회차 녹화 현장 ©예술경영지원센터

윤보미/’방구석 클래식’ 공연으로 팬이 늘어난 연주자가 자신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수익을 발생시킨 사례도 있다.

박병성/뮤지컬 쪽에선, 해외 공연을 하기로 했다가 코로나 때문에 공연을 가진 못하고, 대신 영상이 해외에 나간 사례가 있다. 아이돌급 스타가 출연한다거나 하는 이유로 상품성이 갖춰지면 글로벌한 시장에도 내놓을 수 있다.

김수현/영상이 계속 유통되는 경우 아티스트 등의 불만은 없는지? 브로드웨이 뮤지컬도 그런 이유로 영상화에 소극적이라고 들었는데.

조만수/초상권이 보장되고 정당한 대가가 지불되지 않으면 공연 아티스트는 당연히 불만이 있다. 유럽의 경우 많지는 않아도 좋은 작품을 영상으로 구해서 볼 수 있었는데 북미 것은 굉장히 어렵더라. 관련 저작권 보호가 북미에서 훨씬 강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런데, 비교적 신작인 공연을 온라인으로 공개하는 것이 공연단체의 장기적 수익에 도움이 될지?

김수현/메트로폴리탄 오페라는 MET 라이브로 영상 상영 수익 자체는 크게 늘었는데, 오프라인 오페라 극장의 관객은 영상 때문에 늘어나지 않았다는 얘기를 들었다. 반면 영국 내셔널 시어터는 NT Live 영상을 보는 관객도 늘고, 오프라인 공연 관객도 늘었다고 한다.

윤보미/ NT와 달리 MET 오페라는, 직접 가서 보기에는 표 값이 너무 비싸서 그럴 수 있다.

박병성/뮤지컬 ‘팬레터’가 제일 먼저 네이버에 전막 무료로 상영했는데, 초연 때는 공연장 관객이 많지 않았다가 네이버에 영상을 푼 이후 공연장 관객도 크게 늘었다고 한다. 이후로는 그런 사례가 늘었다. 전막을 온라인에서 볼 수 있다고 해도, 현장에서만 느낄 수 있는 게 있으니까.

김수현/온라인 공연이 많아지니, 국제적으로 유명한 공연장이나 단체, 연주자들의 영상을 찾아보게 된다. 팬덤이 탄탄하고 자본력 있는 쪽으로 온라인 관객이 집중될 것이다.

박병성/공연의 영상물이 공연 자체와는 다른, 별도의 콘텐츠로서 만들어질 때 독립적인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공연에 익숙하지 않은 관객까지 끌어들일 수 있다면 좋다. 미국 폭스TV가 영상화한 뮤지컬 ‘렌트’는 그런 면에서 좋은 사례다.

윤보미/지금 상황이 힘들지만, 예술가들이 적극적으로 본인의 관객이 누군지, 내 예술이 누구를 향해야 하는지, 내가 전할 예술적 메시지는 무엇인지 해답을 찾는 노력을 할 기회다.

김수현/영상화를 잘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영상에 담길 공연의 내용이 탄탄해야 하는 게 먼저다.

조만수/공연이 영상이라는 매체로 옮겨질 때, 그걸 매개해 주는 역할을 하는 사람들과 생태계가 생겨날 것이다. 공연 영상 콘텐츠가 그 자체로서 돈을 벌어주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플랫폼 입장에선 콘텐츠를 모은다는 것 자체가 의미가 있을 것이다. 그런데 거기에 참여한 개별 예술가도 자기 몫을 보호 받을 수 있어야 한다.

김수현/개개인이 대처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공연계 전반의 합의나 기준, 시스템이 필요하다.

박병성/아직 시장 자체가 형성되기 전이라서, 어느 정도 합리적인 수준에 시장이 도달할 때까지는 금전적 보상에 치중하는 식은 힘들지 않을까.

조만수/공연 참여자의 저작권 문제는 사실 코로나 이전에도 있었던 문제다. 생태계가 만들어지고 있는 과정에서 원래 생태계 문제에 대한 반성이 나오는 건 긍정적이다.

공연을 영상화하면 이미 공연 그 자체가 아닌, 영상 콘텐츠가 된다. 오프라인 공연, 그리고 영상화한 온라인 공연이 상생하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코로나19로 영상화가 갑작스럽게, 어쩔 수 없이 화두가 된 상황이지만, 당면한 현실이니 어떻게든 길을 찾아 나아가야 할 것이다. ‘이럴 때일수록 국공립 공연장의 역할이 중요하다’(윤보미)는 지적,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는 대면 공연의 가치가 더 커질 것(박병성)’이라는 예측도 나왔다. 공연예술의 영상화 이야기를 하자고 시작한 팟캐스트였지만, 대화를 나누다 보니 공연예술 그 자체의 가치를 자꾸 환기하게 되었다.

코로나19 감염 우려로 문을 닫았던 공연장이 다시 열렸을 때 가서 공연을 본 이들이라면, 현장에서 대면 공연을 본다는 게 얼마나 소중한 경험인지를 체감했을 것이다. 요즘 코로나19의 기세가 다시 거세지면서, 공연 중단과 연기, 취소 사태가 반복되고 있다. 다들 영상화, 온라인화를 외치는 시대지만, ‘공연예술의 본령이 무너지고 나면 보여줄 것도 없다’(조만수)는 게 진실이다. 공연예술의 ‘본령’은 현장, 무대에 있고, 이 본령을 지킬 수 있을 때 영상화, 온라인화도 의미가 있을 것이다. 결국 ‘공연예술의 영상화’ 특집 팟캐스트 1회차는, 공연예술을 어떻게 영상화할 것인가도 문제지만, 그 이전에 공연예술계가 어떻게 계속 ‘라이브’할 수 있느냐, 살아남을 수 있느냐가 당면 과제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한 자리이기도 했다.


공연예술 영상화팟캐스트 1회차 다시보기 ©SB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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