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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대 거리예술축제는 지속되어야 하는가 2020-09-02

코로나 시대 거리예술축제는 지속되어야 하는가
- 한국거리예술협회 온라인포럼 종합 리뷰 -

필자/이란희
(사)한국거리예술협회 대표 및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 예술감독

코로나와 함께하고 있는 일상이 계속되고 있다. 코로나 시대를 살고 있는 문화예술 각 분야에서는 변화된 환경에서 생존하기 위한 다양한 대응과 전략을 시도하고 있고, 코로나 이후 문화예술의 모습을 예측하며 수많은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문화 민주주의’를 기조로 축제 플랫폼과 동반 성장한 한국의 거리예술은 대규모 관객과 관객참여를 중요한 요소로 삼아왔다. 지난 3월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고, 앞서 언급한 특성은 거리예술의 태생적 한계로 작동하게 되었다. 거리에서, 공공장소에서 밀려난 예술은 어디로 가야 하는가. 지금 해당 분야의 종사자들은 각자의 예술 활동에 직격탄을 맞고 근근이 버티고 있는 상황이다.

거리예술 분야 사회적 안전망 부재와 뉴노멀 시대의 대안

한국거리예술협회에서는 지난 4월 코로나 관련 거리예술 분야 피해 실태 조사를 진행했고, 온라인 긴급포럼을 통해서 국내 거리예술 분야 축제나 행사의 취소 상황 및 유관정책의 동향 등을 공유하였다. 축제가 취소될 경우 수많은 예술가와 비정규 계약직은 생계에 타격을 입는다. 참가자들은 축제를 기반으로 조성된 문화예술생태계를 새삼 조망하고, 축제의 취소 결정 과정과 그 이후의 대응에 대한 합리적인 방식이 무엇인지에 대해 논의하였다. 특히 거리예술 분야 창작 환경의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계약이 사각지대를 만들어내고 있음을 지적하고, 축제나 사업의 취소에 따른 불가항력 조항에 대한 문제점을 짚으며 거리예술 분야 표준계약서의 필요성에 대해 입을 모았다. 이후 협회에서는 논의된 내용을 토대로 권고문을 배포하고 거리예술 분야 표준계약서 양식을 연구하는 팀을 조직하여 후속 논의를 이어갔다.


한국거리예술협회 1차 온라인 긴급총회 <어쩌지 코로나> ⓒ이란희

이후 개최된 두 번째 온라인 포럼에서는 거리예술의 뉴노멀, 코로나 이후의 예술 형식 등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코로나 시대를 상징하는 사회적 거리두기의 다양한 이미지들, 테라스 콘서트, 드라이브스루와 같은 방식을 차용하고 변형한 거리예술의 관람방식, 비대면 정책으로 급부상한 온라인 공연과 같은 대안들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비대면과 사회적 거리두기 조건에서의 거리예술이 본질적으로 가능한지, 그 방식을 ‘뉴노멀’이라고 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확신 없는 토론이 이어졌다. 코로나 시대를 겪으면서 오히려 공연예술의 현장성과 즉각적인 관객과의 소통이 훨씬 더 가치 있게 여겨질 것이라는 예측도 있었으나, 코로나 이후 일상이 정상화된다고 하더라도 관객의 태도가 변화하여 거리예술가의 존재가 불안으로 여겨지는 것에 대한, 또는 축제를 찾아오지 않는 것에 대한 걱정도 있었다. 공공기관과 축제에서는 예술가들이 당장의 현실을 버틸 수 있는 지원제도와 미래를 준비할 수 있는 교육의 기회를 동시에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가 이어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거리예술은 지속되어야 하는가

세 번째 포럼은 7월 31일 광명문화재단과 함께 개최되었다. 광명문화재단에서 진행한 뉴노멀 시대 대비를 위한 온라인 집담회 중 ‘광명 가족극장 축제 포럼’을 협회에서 함께 준비하며 하반기 거리예술축제의 실제적 운영방식에 대한 사례를 모았고, 그 안에서 거리예술의 뉴노멀을 고민하던 논의들이 현실적으로 어떤 의미와 가치를 만들어내고 있는지 논의하였다.


광명문화재단x한국거리예술협회 3차 온라인 집담회 <그래도 거리예술> ⓒ이란희

<그래도, 거리예술: 코로나19 시대 거리예술축제의 (불)가능성과 변화된 가치>를 주제로 열린 이 포럼은 “코로나 시대, 거리예술축제는 지속되어야 합니까?”라는 다소 두려운 질문과 함께 시작되었다.

정진세 극단 문 드라마작가는 코로나 시대 거리예술축제는 이런 식으로는 지속할 수 없다는 말로 기조 발제를 시작했다. 사회적 거리두기와 비대면이라는 조건은 거리예술가에게는 치명적인 환경이며, 거리예술축제는 다른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의 거리예술축제는 거리로 나올 수 없는 누군가를 배제하고 자연을 포함한 거리와 생명에 대한 인식이 부족했던 것에 대하여 반성해야 한다. 이 반성은 ‘배리어 프리’와 ‘플라스틱 프리’와 같은 실천으로 이어져야 하며, 미래의 거리예술과 축제를 위해 ‘환경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유용한 기술’로 예술을 바꾸어야 한다고 전했다. 또한 시민들이 축제를 통해 거리예술가들에게 말할 권리를 위임했다면 이제 그들은 어떤 말을 해야 하는가를 고민해야 한다. 거리예술축제에서 관객과 예술가, 공공 모두가 인정한 하나의 합의는 ‘소비’의 가치가 아니라 ‘안전’, 지구와 환경과 사회의 안전이어야 한다는 것을 강조했다.

시공간의 분산, 일상으로의 침투, 변화된 일상에서의 축제성

기조 발제 이후 4개 축제의 실제 운영사례와 1명의 거리예술가의 사례가 발표되었다. 강영규 춘천마임축제 총감독은 지난 5월 춘천마임축제의 취소 이후 새롭게 기획된 ‘춘천 마임 100Scene’프로젝트를 소개하며, 대규모의 소비적이고 일회적인 클럽에 가까운 기존의 축제 이미지를 안전하고 지속적이고 생산적인 모습으로 바꾸고자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프로그램과 공간, 관객을 분산시키고 일상적으로 반복되는 전략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며 전환과 공생의 메시지를 전달하고자 했다. 또한 코로나가 장기화되며 그동안 내재되고 침잠되어 있던 스트레스를 느끼고 있는 사람들에게 예술가들의 어이없는 상상들이 유쾌한 위로를 주는 것 같다고 춘천 시민들의 반응도 소개했다.


춘천 마임 축제 ‘춘천 마임 100Scene 프로젝트’ ⓒ이란희

홍철욱 노원문화재단 문화사업부장은 코로나로 밀집 공간을 피하고자 발견된 ‘경춘선 숲길’에서 축제를 하게 되었다며 ‘경춘선 숲길, 거리예술’ 사례를 소개하였다. 또한 자치구에서 자율적으로 코로나 블루를 해소하고 힐링을 줄 수 있는 문화행사를 적극적으로 해야 할 때라는 인식과 그를 지지하는 구민들과의 신뢰 관계가 잘 형성되어 추진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의 이은주 기획팀장은 제한된 형태의 대면 방식과 비대면(온라인) 방식의 축제를 투 트랙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오프라인 축제는 공간 내 코로나19 관련 지침을 최대한 준수하고, 코로나 TF팀을 구성하여 그와 함께 구성원 단위별로 지켜야 하는 수칙들을 제작했다. 또한 온라인 축제는 집에서도 축제의 현장감을 느낄 수 있는 다양한 굿즈를 제작하고 게임 형식으로 축제 공간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을 마련했다. 동시에 민감해진 동영상 스트리밍과 관련하여 아티스트의 저작권을 보장하는 협약서를 작성하고, 공연 영상이 무료로 배포되지 않도록 운영방식을 설정했다. 민간축제로서 공공 공간 사용에 대한 불확실함이 커다란 위험요소이며, 파트너라고 생각했던 기관과의 대화가 잘 이루어지지 않는 현실이 답답하다고 토로했다. 안전한 축제를 만들기 위해서는 예술가의 아이디어나 민간단체의 의지만으로는 힘들며, 작은 시도에 대한 공공기관의 열린 자세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울프린지페스티벌2020 온라인 페스티벌 소개 ⓒ이란희

시흥갯골축제의 최윤현 총감독은 올해 온라인으로 진행하는 시흥갯골랜선축제를 소개하며 지역 축제의 중요한 가치들을 온라인에서 어떻게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나누었다. 기본적으로는 축제 기간을 확장하고 장소를 분산시키는 시공간적 거리두기를 통하여 안전한 축제 플랫폼을 구축하되 온라인에서 참여와 체험, 연결, 실천의 축제성을 구현하기 위한 다양한 방식의 프로그램을 소개하였다. 이는 코로나로 변화된 환경에서도 기본적인 축제의 속성인 유희성, 자발성, 공동체성의 가치가 여전히 유의미함을 나타내며, 그렇다면 그 가치들을 비대면 환경에서 ‘어떻게’ 담아낼 것인가를 고민한 결과로 보인다.


시흥갯골(랜선)축제 비대면 프로그램 소개 ⓒ이란희

다양한 단위의 축제 주체들의 이야기 속에서 거리예술가 이성형(마린보이)은 코로나 시대 축제에서 거리예술 하기 라는 주제로 발제하며, 자신의 예술을 지키기 위해서, 예술가로서 생존하기 위해서 깊은 질문들을 던졌다. 전염병과 기후변화의 위기 상황에 축제가 가능하지 않다고 하더라도 예술은 그 상황 안에서도 존재해야 한다고 말하며, 축제 참여방식에 대해, 작품의 형식에 대해, 창작과정의 변화에 대해, 관객을 대하는 방식의 변화에 대해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또한 무대와 거리, 관객이 그리운 시기를 지나 이제는 다시 돌아갈 수 없음에 두려움이 커진다고 토로하며 예술인들에게도 위로와 치유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안전’이라는 포괄적인 생존전략을 위하여

이어지는 토론에서는 변화된 환경에서 거리예술의 새로운 가치는 무엇인가에 대한 다양한 이야기들이 논의되었다. 거리예술의 대면 속성이나, 일상적 영역에서의 예술 향유 방식, 공공장소로서의 ‘거리’에 대한 사유 등이 변화되어야 한다는 것에 일정 부분 동의하며 어려운 위기의 상황에 안전한 방식을 고민하며 축제를 추진해 나가는 주체들의 노력과 헌신에 감사를 표했다. 세 차례의 포럼을 통해 우리는 축제와 관계된 다양한 단위들의 존재를 확인했으며, 돌보아야 하는 대상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 있음을 깨달았다.

예술이 던지는 질문들로 인하여 어떤 사람들은 위로와 즐거움을, 어떤 사람들은 새로운 발견과 인식의 전환을, 또 어떤 사람들은 주변을 둘러보고 연결되어 있음을 느낀다. 코로나19시대 축제의 가치는 이렇게 변화하고 있었다.

거리예술축제가 현재 다양하고 용감하게 시도하고 있는 ‘어떻게’의 방법론들 속에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왜’라는 질문이라는 것을 언급하며 포럼은 마무리되었다. 지금까지 안전한 공간에서 안전한 방식으로 이루어진 거리예술이, 거리예술축제가 더 이상 안전하지 않은 거리에서 왜 존재해야 하는가. 이를 보여주는 것이 우리 앞에 닥친 커다란 과제가 될 것이다.

필자/ 이란희
이란희는 축제와 거리예술 분야의 기획자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사)한국거리예술협회의 대표이자 울산프롬나드페스티벌 예술감독이다. 한국예술종합학교에서 <축제운영> 수업을 하고 있다. ludicompany@gmail.com

※참고자료 링크
1. 한국거리예술협회 1차 온라인 포럼 자료집 :
https://drive.google.com/file/d/1saSU76A8Kcw1VJeXUkb8HHhJgcluwmyc/view
2. 한국거리예술협회 2차 온라인 포럼 자료집 :
https://drive.google.com/file/d/1DdEwR7TG_TgVvWlf72YPaW-9yah1wu7L/view
3. 한국거리예술협회 3차 온라인 포럼 자료집 :
https://drive.google.com/file/d/1kbLoF9zR9ImZLOSMOts4FR7h2qe-oJBy/vi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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