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모든 것은 움직이고, 변하는군요!” 2020-07-31

“모든 것은 움직이고, 변하는군요!”

- ‘코로나 19’를 딛고 작업한 두 나라의 감각과 사유의 커넥션. 그리고 4살과의 만남. -

[한국-스웨덴 커넥션을 통한 공동제작 사례 ‘네 네 네 Nä Nä Nä’]

여기 ‘코로나 19’가 통하지 않은 작업이 있다. ‘차단과 분리’로 우리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친 바이러스를 오히려 ‘커넥션’의 다양한 형태의 실험을 진행하는 원동력으로 치환한 프로덕션. 한국-스웨덴 공동제작 프로덕션 ‘네 네 네 Nä Nä Nä’(이하 ‘네 네 네’)는 3년간 진행된 공동제작 여정의 막바지에 ‘코로나 19’를 만났지만, 멈추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작업을 통해 이제 관객과 만나는 것을 목전에 두고 있다. 3년의 녹록치 않은 과정을 함께 한 김민정 공동 연출가(한국)와 제작사 문화공작소 상상마루의 엄동열 대표를 만났다.

인터뷰 일시: 2020년 7월 16일(목)
인터뷰 장소: 예술경영지원센터 회의실
인터뷰어: 김미선 프로듀서


김민정 공동 연출가(왼쪽)와 제작사 문화공작소 상상마루의 엄동열 대표(오른쪽)와의 인터뷰 ⓒKAMS

김미선: 지금 어떠한 상황이며, 무슨 작업을 하고 있는가?
엄동열: 한창 한국공연을 연습중이다. ‘코로나 19’로 인해 스웨덴 친구들이 올 수 없고, 한국 작업자들도 갈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그간 공동워크숍 및 올해 2월 연습을 통해서 발전시켜 온 내용을 바탕으로 현재는 각 나라에서 창작을 진행하고, 두 나라의 작품을 영상으로 소통하면서, 작업하여 하나의 작품으로 합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참고로 ‘네 네 네’는 3명의 배우들이 출연하는 작품으로, 원래는 한국에서는 한국 배우 2명과 스웨덴 배우 1명이 출연할 예정이었으나, 오는 8월 예술의 전당 공연에서는 모두 한국 배우들로만 진행하게 되었다.

김미선: ‘네 네 네’는 어떠한 장르이고, 작업인가?
김민정: 1) 탄츠테아터(Tanz Theater) 라고 할 수 있는데, 움직임과 마임, 안무, 놀이적인 요소가 어우러진 복합적인 장르로, 장르를 규정짓기 어려우며, 대사가 없다. 엄동열: 공동제작사인 스웨덴의 ‘지브라단스(ZEBRA DANS)’는 움직임을 기반으로, 한국의 상상마루는 텍스트를 기반으로 작업을 해왔는데, 두 제작사의 각 장점을 결합하여 새로운 공동제작의 모델을 시도하고자 하였다.

김미선: 공동작업에서 서로의 다른 점은 보완이 될 수도 있지만, 연결지점을 찾기 전에는 어려움도 많았을 텐데 어떻게 소통하였는가?
김민정: 서로 절대적으로 다르기에 다름에서 나오는 어려움이 있었다. 중요한 것은 그때마다 우리가 어떤 방식으로 이야기할 것이고, 무엇을 향해 갈 것인지가 선명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업을 하는 동안 문제가 계속 발생해 의사소통이 중요하다는 것을 몸소 체감했다. 그래서 안산에서 작년 10월, 1주 공동 워크숍 종료 후, 스웨덴 공동연출가 Anne Jonsson과 3개월 동안 이메일과 화상회의를 통해서 공동 작업의 매뉴얼과 소통방식, 충돌에 대한 해결방 식까지도 세부적인 공동작업 가이드를 만들어가는 작업을 했다. 서로 다른 문화로 인한 충돌, 장르에 대한 차이가 존재하기에 서로 충돌만 하다가 끝나는 것이 아닐까 라는 고민을 했지만, 함께 준비한 매뉴얼이 있었기 때문에 이후 서울에서 3주간 연습할 때는 비교적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2019년 10월, 안산 워크숍 ⓒ상상마루

엄동열: 프로듀서 입장에서 작업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해 온 것은 사람간의 융화와 이해였는데, 기본적으로는 2) 노르딕 커넥션(Nordic Connection)에 참여, 공동제작사와 계속 미팅을 해오면서 서로 간의 믿음을 갖고 있었다. 먼저, 크레에이티브 워크숍을 할 때, 스웨덴에는 커피타임 피카(fika)라는 문화가 있는데, 크리에이티브 워크숍 뿐만 아니라, 프로덕션 구성원들이 피카를 통해서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에 대해 다양한 주제로 폭넓게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 두 번째는 서로의 작품에 대한 이해가 중요했다. ‘지브라단스’의 작품을 직접 모니터링하는 시간을 가졌으며, 세 번째는 연출가들이 크리에이티브 워크숍에서 도출된 작품의 키워드를 가지고, 프레젠테이션을 하여 작품계획을 좀 더 선명히 공유했다.

김미선: 현재까지 작업해 온 과정이 궁금하다. 조금 상세하게 연습상황 및 공연계획을 소개해달라.
김민정: 2019년 8월, 나와 스웨덴 연출가 Anne Jonsson과 함께 크리에이티브 워크숍 이후 오디션을 통과한 스웨덴 배우들과 한국 배우들이 함께 10월, 안산에서 5일 간 워크숍을 진행했다. 그 후 3개월 간 이메일 및 온라인 화상회의를 통해 각국에서 따로 연습을 진행했다. 2020년 2월, 스웨덴 배우들 및 연출이 한국에 입국해 함께 연습을 진행하고 있던 중 ‘코로나19’로 인해 긴급히 스웨덴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당초 서울에서 3주, 스톡홀름에서 3주 총 6주 간 공동 연습 일정 계획이 있었으나, 코로나 19의 영향으로 각 국가에서 예정된 연습을 진행하고, 4월에 25분씩 온라인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어떻게 하나의 작품으로 통합할 것인지 논의해 8월 예술의 전당에서 진행 예정인 작품의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굉장히 긴 여정이 되고 있다.
엄동열: 당초 공연계획은 올해 4월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연습을 마치고, 10회 공연, 5월 북유럽 Bibu Festival 공식초청공연, 9월 스웨덴 투어가 예정되어 있었다. 3년 간 노르딕 커넥션에 참여했고, 장기적 민간문화교류를 위한 작품 기획을 하면서 이번 프로젝트는 스톡홀름에서의 초연, 유통 플랫폼 개발, 스웨덴 극장 투어, 한국/스웨덴 어린이 문화교류 구성회를 같이 출범시켜 공연의 제작부터 유통까지 지속가능한 시스템으로 만들어보고자 했다. 비록 코로나 19로 인해 힘든 점들이 있지만 코로나19 이후에도 이 작품을 양국에서 더욱 발전시키고 싶다.


2020년 2월, 한국-스웨덴 프로덕션 합동연습 ⓒ상상마루

김미선: ‘네 네 네’가 상상마루의 3) Kordic Hit의 시즌 1으로 알고 있다. 이후, 시즌 2에 대한 계획이 있는지?
엄동열: 시즌 2에 대한 협약이 이미 완료된 상황이며, 뮤지컬 기획도 진행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궁극적으로는 3편의 국제 공동제작 프로덕션을 제작하고자 한다. 이번에 북유럽 유통시장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점차적으로 한국 프로덕션 자력으로 한국 어린이극을 만들어 유통/배급해 한국 어린이극에 대한 소프트웨어 파워를 강화하고자 하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현재 프로덕션들이 정부 지원금에 의존하는 구조로, B2C (Business to Customer) 매출구조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공연 이외의 수익모델을 만들어내지 못하는 것, 좋은 작품과 레퍼토리가 있지만 현지화에 대한 어려움을 겪는 문제가 있다. 가장 큰 고민은 한국의 어린이극에 대한 소프트 파워를 키우고, 해외 진출로 B2B(Business to Business, 기관 대 기관 초청) 및 B2C(Business to Customer, 관객 대상 판매) 비즈니스 모델을 발전시키고자 한다.한국에서는 이 두 가지 모델을 추구해야 좋은 작품이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의 제작자로서의 목표는 한국 어린이극의 오랫동안 사랑받을 수 있는 스테디셀러 작품을 만들어서 전 세계 어린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것이다. 현재 첫 번째 프로젝트를 김민정 연출가와 했고, 또한 2.5 프로젝트도 함께 준비 중인데, 첫 번째 프로젝트의 개선점을 반영해서 더욱 발전된 프로덕션의 체계와 비즈니스 모델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한다.

김미선: ‘한국과 스웨덴 공동제작 프로세스 속에서 어떠한 연결 지점과 다른 지점을 발견하였는가?
김민정: 질문도 많았고, 고민도 많았고, 처음부터 돌아보는 시간도 있었다. 우리나라의 어린이극은 스토리 중심의 어린이극이 주를 이루며, 심지어 놀이를 할 때도 스토리가 중요한 것 같다. 무용의 경우에도 스웨덴과 한국 배우들과 연출가 사이에 인식하고 있는 무용의 범위를 정해야 했다. 스웨덴 친구들은 순수한 몸의 형태로도 충분했다. 애나와 나는 DV9도 좋아하고, 서로 같이 좋아하는 것이 꽤 많아서 기대를 많이 했었다. 우리 상당히 비슷하겠구나. 그렇지만, 작업에 직접 들어갔더니 공동 관심사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애나의 경우에는 몸의 형태를, 나는 오브제와 인물의 연관성을 중요시했다. 이러한 다른 개성이 시너지를 내서 또 다른 다양성들로 도출되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것은 개성이 섞여서 비슷해져 버리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개성이 살아 있되, 함께 만나고, 새로운 것을 축적하고, 생성할 수 있는 것을 찾고자 했다. 물론,이러한 작업의 결과는 관객을 만나 반응을 봐야 정확히 알 것 같다.

김미선: 프로덕션의 시작에서 키워드를 함께 발견하고, 그로부터 출발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작품의 영감과 발전과정은?
김민정: 작년 8월 크리에이티브 워크숍에서 찾아낸 ‘나무, 외로움, 상실감, 길을 잃음(‘Tree, Loneliness, Get Lost, Refugee’)을 언어로 작품을 창작하던 중 안산 워크숍 때 개인적으로 좋아하던 폴란드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Joanna Concejo)의 그림책 <과자가게의 왕자님>을 제안했고, 모두 이 작품을 좋아했다. 키워드에서 출발해서 우리가 구체적으로 공유할 수 있는 작품의 디딤돌, 영감을 찾은 것이다. 이것이 창작의 전환점이 되었다. 즉 네 가지 키워드는 우리가 공유할 수 있는 언어였던 것이고, 이후 10월 안산 워크숍을 진행하면서 작품에 대한 영감이 시작된 것이라 할 수 있다. 물론 현재 준비하고 있는 작품은 네 가지 키워드, 이 책의 내용이 녹아 있지만, 이미 변형, 탈바꿈하였다.

김미선: 현재 작품의 키워드는 ‘행복’이 되었는데 어떠한 리서치를 했는가?
김민정: 현재는 2019년 8월에 함께 찾은 ‘숲’이라는 공간을 가져왔고, 작가 요안나 콘세이요의 그림책에서 찾은 ‘행복’이라는 단어를 가지고 왔다. “과연 숲에서 행복이란 뭐지?”
그래서 4살 아이들을 대상으로 스톡홀름과 서울에서 인터뷰를 진행했다. 양국 모두 아이들이 단어로서 ‘행복’을 완전히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훨씬 직관적이고 감각적인 답을 했다. 예를 들어, 한 아이는 ‘행복은 초록색 기차야.’라는 대답을 했는데, 감각과 직관의 요소를 공연에 풀려고 노력하는데, 어린이 관객이 위대한 것은 세상을 즐길 수 있는 가능성이 많고, 스토리텔링에 갇힌 어른들과 달리, 스토리 너머 추상적인 것을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김미선: 어떻게 ‘행복’을 작품에 녹이려고 하고 있나?
김민정: 돌이켜보면 4살 때 우리는 모두 무서웠고, 행복했고, 이상했으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다양한 감정들이 공존했던 것 같다. 이러한 감정을 극에 녹이려고 했다. 작품 연출을 하면서 4살 아이들이 보는 눈높이로 세상을 보려고 했고, 스스로 나이가 들수록 감각이 제한되기 쉬운 것 같다. 사유는 발전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래서그 감각을 일깨우기 위해, 깨어있기 위해 애쓰고, 스스로 싸우고 있다.

김미선: 왜 4세를 중심 관객으로 정했나?
김민정: 한국과 스웨덴은 관객 구분에서 좀 차이가 있는 것 같았다. 우리는 좀 연령대 설정이 넓은데 반해 스웨덴은 굉장히 세분화되어 있었다.
엄동열: 프로덕션에서 함께 결정을 한 것이다. 노르딕 커넥션에서 처음 본 작품이 0세부터 2세를 대상으로 한 베이비 오페라 <드라케주(DRAKE-ZOO)> 였는데, 처음에는 ‘어떻게 이 연령대의 어린이가 즐길 수 있을까, 어떻게 이해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이 있었다. 그런데 아이와 부모님이 함께하고, 아이들이 관람하는 내내 움직이는데, 배우들이 그 움직임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면서 공연을 하는 것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스웨덴 프로덕션 관계자에게 국가 규모도 작고, 인구도 적은데, 어떻게 관객 나이를 세분화해서 제작하는지 물은 적이 있다. 그런데, 그 관계자는 오히려 아이들이 연령대에 따라 감각과 극에 대한 이해도가 다른데 어떻게 광범위하게 어린이관객층을 설정할 수 있는지 되물었다. 스웨덴에서 이렇게 관객의 세분화가 가능하고, 어린이극이 활성화된 배경에는 국가적인 지원이 엄청난 것에 있다고 생각한다. Bibu festival을 참관하면서 어린이극이 하나의 축제 프로그램 안에서 학교와의 연계가 활발하였고, 민간 극장, 공공 극장, 지역극장, 학교 투어로 활발하게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이 잘 구축되어 있는 것이 무척 인상 깊었다. 이러한 배경에는 스웨덴이 아동 인권을 전 세계에서 최초로 선언한 나라이고, 학교 체벌과 가정 폭력도 가장 먼저 법적으로 금지한 나라로, 아동에 대한 인권과 아동의 예술교육의 역사가 깊은 데 있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아이와 성인의 인격과 동일시하고, 존중하는 태도가 영향을 미쳤다고 생각한다.
스웨덴과 공동 작업을 하면서 어떻게 관객을 설정할 것인가? 한국의 어린이극 관객층을 분석했을 때, 가장 공연을 많이 필요로 하는 관객층이 4살이었고, 이것이 양국가의 공연시장에도 적합하다고 판단했고, 서로 심도 있게 협의했다. 그래서 4세 어린이를 대상이고, 36개월 이상 아이들이 관람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다시 한 번 어린이극 활성화와 관객세분화에는 국가적 지원이 적극적으로 꼭 필요한 부분이라고 강조하고 싶다.


김민정 공동 연출가(왼쪽)와 제작사 문화공작소 상상마루의 엄동열 대표(오른쪽)와의 인터뷰 ⓒKAMS

김미선: 연습과정에서 직접 이 연령대의 아이들을 만났나?
김민정: 안산 공동 워크숍 당시에는 극장과 연계해서 마지막에 아이들과 함께 워크숍을 가졌다. 2월 연습 때는 ‘코로나 19’ 때문에 아이들을 만날 수는 없었다. 비록 계획대로 진행될 수는 없었지만, 프로덕션의 발전과정이 체계적이었기 때문에 향후 공동제작의 좋은 모델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미선: 4세 어린이의 특성은 어떻게 설정하고, 작업하였는가?
김민정: 4세는 나와 타인의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한다. 또한, 드라마를 출발할 수 있고, 나와 다른 사람과의 관계를 생각할 수 있는 시기라고 생각하고, 이 점을 염두 해두고 작업했다.

김미선: 관계와 드라마의 시작, 세계를 만나는 감각의 시작이 작품에 어떻게 녹아있는지?
김민정: 이 작품은 선과 움직이는 형태에 대한 감각의 직관 자체가 중요하고, 인물의 관계도 담아있다. 하지만, 기승전결이라는 스토리텔링의 드라마를 가지고 있지 않다. 그래서 재밌다. 어른들은 이미 정해진 형태 속에서 사고하지만, 아이들한테는 정의된 형태들이 없기에 좀 더 자유로운 사고가 가능하지 않은가. 결국에는 현재 작품에는 지금까지 우리가 해왔던 모든 것이 흡수되고, 섞여있는 것 같다. 해왔던 것들이 액체처럼 섞여있다. 하지만, 한 색으로 섞여있지 않다. 자신의 색을 유지하되 경계는 없는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김미선: 이번 작품을 관람한 아이들과 어른들이 각각 무엇을 느꼈으면?
김민정: 공연을 보고 집에 가서 아이들이 종이, 사물을 가지고 엉뚱한 형태를 만들고, 이상한 그림을 그렸으면 좋겠다. 혼자 무엇인가 만들면서 좋아했으면 좋겠다. 극을 통해 무엇을 느꼈는지 아이들이 정확하게 표현할 수 없을 수도 있겠지만, 색다른 행동을 한다면 좋을 것 같다. 반면, 어른의 입장에서는 잠시 아이의 보호자로서의 관점을 내려놓고, 스토리가 없는 예술도 가능하고, 선과 음악 등 다양한 요소들이 그것이 꼭 하나로 엮이지 않아도 그 자체로 충분하다는 것에 대해서 느꼈으면 좋겠다. 이를 통해 내 삶을 더 즐길 수 있는 방식을 찾으면 좋겠다.

김미선: 작품 ‘네 네 네’의 디자인 컨셉은?
김민정: 바우하우스(Bauhaus)의 기본 형태를 가지고 갔다. 훨씬 더 표현주의적이다. 사물의 형태를 규정짓기 보다는 사물의 변형(transformation)을 바탕으로, ‘모든 것은 변형 가능하고 모든 것은 움직인다.’라는 대전제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했다. 이 말은 애나와 내가 참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다. ‘맞아, 모든 것은 다 변해!’

김미선: 이번 공동 작업을 하면서 배우거나, 깨달은 부분이 있는가?
김민정: 나에게 스웨덴은 ‘힐링’, ‘편안함’, ‘낭만’이 연상되었는데, 공동 작업을 하면서 스웨덴친구들은 굉장히 이성적, 논리적이며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존에 나는 예술이 공학(engineering)이라고 생각한 편이었는데, 이것이 스웨덴 친구들과 잘 맞았다. 또한 그동안 살아가면서 잊고 있었던 것을 환기할 수 있는 시간이 되었다.

김미선: 공연제목 ‘네 네 네’는 어떻게 지어졌나?
엄동열: 한국과 스웨덴의 비언어적인 요소들이 상당히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예를 들어, 우리나라에서 자주 쓰는 말인 ‘네네네’는 긍정의 의미이지만 스웨덴에서 ‘Nä Nä Nä(네네네)’는 엄마들이 아이들에게 ‘안돼, 하지마(No)’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제목 ‘네 네 네’는 ‘모든 것은 변형이 가능하다’라는 것처럼 한국과 스웨덴에서 각기 다른 의미로 사용되는 yes 와 no가 합친 새롭고 다른 상징으로서의 의미를 가지고 있다. 따라서미국과 같이 다른 해외 투어를 진행할 때도, 작품 영문 이름을 ‘Ne, Ne, Ne’로 사용할 계획이다. 또한, 한국과 스웨덴에서 자주 쓰는 비언어적인 요소들을 모두 영상으로 녹화해 같은 의미로 사용할 수 있게 매뉴얼화 했다.

김미선: 작업하면서 한국과 스웨덴, 양국의 배우들 및 스태프가 한 기억에 남는 말이 있다면?
김민정: 김준성 음악 감독이 안산 워크숍 당시, ‘너무 행복하다’라고 했는데, 이후 프레젠테이션 종료 후에는 ‘두 나라의 개성이 너무 강해서 다른 둘이 시너지를 가지면 새로운 것이 나올 것 같다’라고 했다.

“행복하지만, 다르고, 그로부터 발생한 시너지가 새로운 곳으로 가도록 하는 것” 그것이 공동작업의 묘미가 아닐까. 김민정 연출가는 작품의 영감을 준 요안나 콘세이요의 책 <과자가게의 왕자님>에서 감각을 일깨우고, 즐기는 댄서 ‘칵투시아’와 철학과 사유를 이야기하는 ‘왕자’ 두 인물이 친구로 나오면서 서로에게 질문을 주고 받는다고 했다.
한-스웨덴 커넥션으로 만난 친구들은 인생에서 꼭 필요한 감각과 사유의 커넥션으로 새로운 드라마를 만들어 내었고, 이제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행복이 뭐지?”

한·스웨덴 공동제작 어린이 공연 ‘네 네 네’는 8월 19일-23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 무대에서 드디어 한국의 관객을 먼저 만난다. 부디 스웨덴과 더 많은 관객을 자유로이 만날 수 있는 날이 더 빨리 오기를.


2020년 2월, 한국-스웨덴 프로덕션 합동연습 ⓒ상상마루


1) 탄츠테아터(Tanz Theater)       춤을 기본 소통 수단으로 삼고, 대사를 가미하거나 일상 소도구를 활용하여 연극적 무대를 실현하는 일종의 극무용으로, 독일 출신의 무용가 피나 바우쉬를 중심으로 하여 발전한 춤과 연극적 요소가 조화롭게 결합된 댄스 퍼포먼스이다.
2) 노르딕 커넥션(Nordic Connection)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공연예술 해외진출 기반바련을 위해 해외시장 리서치 및 협력 사업을 다각화하고, 해외진출 전문 인력의 역량을 강화하고자 지난 2010년부터 커넥션 사업(KAMS Connection)을 시행해오고 있으며, 노르딕 연합기관(스웨덴예술위원회 외)과 공동주관으로 실시 한국-노르딕 커넥션 사업을 진행 중에 있습니다. ‘네 네 네’는 2017, 2018년도 사업 참여에 이어, 2019년도 커넥션 사업의 일환으로 국제협력우수프로젝트 개발지원 사업을 통해 스웨덴의 Zebra Dans와 공연 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한 바 있다.
3) Kordic Hit       2019년 ~ 2022년까지 문화공작소 상상마루가 북유럽 우수 아동 예술단체와 함께 총 3편의 어린이 공연을 공동 제작하여 인터내셔널 시장에 공동 진출하는 사업이다. 2017년 ~ 2018년 (재)예술경영지원센터가 주최한 북유럽 예술단체 교류프로그램인 ‘노르딕 커넥션(NORDIC CONNECTION)’을 계기로 시작된 프로젝트로 한국문화예술위원회(Arts Council Korea)가 후원하고 있다.


<네 네 네> 공연 정보 링크
http://www.sac.or.kr/SacHome/perform/detail?searchSeq=43370


필자소개
김미선 프로듀서 (이메일 misun.kim0601@gmail.com)

2012년부터 (재)국립극단 어린이청소년극연구소 프로듀서로서 새로운 청소년극 제작, 개발에 힘쓰고 있다. 흥미로운 질문과 찾아가는 과정을 즐기기 위해 노력중이다. 2014년-2018년 5년간 한국-영국 청소년극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영국 버밍엄레퍼토리씨어터, 한영씨어터와 함께 청소년극 <오렌지 북극곰>을 공동 제작했다. 극단 목화레퍼토리 컴퍼니에서 연극기획을 시작했고, (주)파임커뮤니케이션즈에서 다양한 공연물을 제작했다.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아르코영아트프론티어에 선정, 프로듀서로 활동하며, ‘월드뮤직’과 ‘인형극’을 중심으로 리서치를 진행했다.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korea Arts management service
center stage korea
journey to korean music
kams connection
pams
spaf
kopis
Sh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