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아프로 포커스

2019 커넥션 에세이 연재 [무용]; 세미나 인 타이페이, Operaestate-B motion 2020-07-01

2019 커넥션 에세이 연재 [무용]
- 세미나 인 타이페이, 그리고 Operaestate; B motion -

(재)예술경영지원센터는 2010년부터 커넥션(KAMS Connection) 사업을 실시하여 공연예술 분야의 국제교류 및 협력을 진작하고 시장조사에 따른 국제협력이 다각도로 이루어질 수 있도록 공연예술전문가들의 해외시장 리서치 및 네트워킹을 지원하고 있습니다. 2019년에는 총 14건이 선정되었으며, ‘한국-노르딕 커넥션’, ‘한국-이탈리아 커넥션’, ‘자율형 리서치‘, ’국제협력 우수프로젝트 개발지원사업‘, 그리고 ’해외세미나 연계리서치 지원사업’의 일환으로 2015년부터 스위스예술위원회(Pro Helvetia)와 협력하여 진행 중인 ‘세미나 인 타이페이’ 참가 지원 사업이 진행되었습니다. 이 중 ‘세미나 인 타이페이’ 참가 선정자인 장수혜 프로듀서와 ‘한국-이탈리아 커넥션’ 참가 선정자 박나훈 감독의 에세이를 아래와 같이 공유합니다. 코로나19로 잠시 멈춘 공연예술 국제교류가 빠른 시일 내에 다시 활발히 이루어지기를 기원합니다.

[1] 타이페이 국제예술제; 세미나 인 타이페이

장수혜 (공연예술 국제교류 프로듀서, 책누나프로젝트 대표)


C-LAB(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 세미나 / ⓒ장수혜

“저는 대만인입니다. 저는 젊고, 대만이라는 국가도 젊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민주주의는 더 젊습니다. 저는 대만의 민주주의 체제 아래 자라왔습니다. 대만의 민주주의는 극심한 갈등을 거치며 시민들의 노력으로 발전되어 왔습니다. 그러나 대만 정부는 투명한 민주주의적 과정을 거치지 않고 중국과 양안 서비스 무역협정을 맺었습니다. 이 협정은 수백만 시민들의 일자리 기회와 일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입니다. 대만은 현재 역사적 위기를 맞이하고 있습니다. (이하 중략)”

2014년, 대만 정부의 부당하고 불투명한 결정에 맞서 한 어린 학생이 전 세계 시민들의 지지를 요구하며 선언한 낭독문이다. 이는 우리에게 태양화 학생운동(太陽花 學生運動), 일명 318학생 운동, 국회 점령 사건으로 기억된다. 젊은 아티스트들이 몇 년간의 협업을 통해 제작하여 타이페이 아트페스티벌이 선보인 공연에서는 대만 아티스트와 대만에 거주하는 외국인이 스토리텔링을 하며 그에 맞는 칵테일을 주조하여 관객들에게 나눠주는 공연인데, 노래방 기계에 재생된 도서천광(島嶼天光)이라는 노래를 배우와 관객들이 함께 합창하며 2014년 그날의 사건을 기억했다. 관객 중 일부는 정치적 공격성에 공연장을 박차고 나섰으며 일부는 눈물을 참으면서 노래를 따라 부르기도 했다.

젊음과 세련됨으로 가득할 것 같았던 타이페이 아트페스티벌은 대만의 역사와 정체성에 대한 긴 강의로 시작되었고 그들의 역사를 이해하지 않고는 스위스 문화예술위원회가 주최한 ‘대만 공연예술 리서치: 세미나 인 타이페이’에 참가할 수 없을 정도였다. 그만큼 대만은 예술가에 의해 재해석되는 역사와 사회, 정치에 대한 동시대적 사상들을 중요시하고 있었으며 세미나 인 타이페이를 통해 유럽, 아시아, 아프리카 대륙에서 참가한 열두 명의 아티스트들에게 이를 전파했다. 참가하는 2주 내 유일하게 비 예술인이자 한국 출신 참가자로서 열정과 위협을 동시에 느끼는 시간이었다. 

“나는 당신에게 속(하지 않는다)한다. I (do not) Belong To You”, 예술작품을 통해 정체성을 논한다. 타이페이 아트페스티벌

‘사회적 테마’를 축제주제로 기획하는 건 아시아 축제의 일시적인 경향일까? 아니면 예술이 동시대를 반영하는 현상일까? 세계적 공연단들을 비싼 값에 초대하며 지역 예술가들에게 예술적 계몽을 주로 이끌어왔던 아시아의 대표적인 국제공연예술축제들이 90년대에 시작되어 비슷한 시기에 20주년을 맞이했고 몇 되지 않는 아시아의 대표 공연예술 축제들이 우연히 비슷한 변화를 이끌고 있었다. 2018년 서울 세계 무용 축제는 ‘난민’을 테마로 축제를 개최하여 관심을 이끌었으며 타이페이 아트페스티벌 역시 2018년에 20주년을 맞이하여 ‘Assembly: Because of __ We are together (집회: ___ 때문에 우리는 함께 한다)’의 슬로건으로 지난해 축제를 올린 바 있으며 올해의 슬로건은 ‘I (do not) Belong To You, 나는 당신에게 속(하지 않는다)한다’로서, 주로 정체성을 주제로 작품들을 선보였다. 이 주제의 숨은 부제로는 ‘Towards the South (남으로 가다)’ 라는 방향성을 제시했는데 이는 대만의 외교적인 전략이 잘 드러나는 주제로 보이며 중국과 홍콩 사이에서 국가적인 정체성을 가지지 못했던 대만이 국가적으로 남아시아의 이민자들을 능동적으로 받아들이는 추세를 잘 드러내고 있다. 대만인이 된 남아시아인, 대만의 원주민, 외국인노동자 그리고 대만 대다수의 인구수를 차지하고 있는 한족(중국인)이 함께 대만인으로서의 정체성을 찾아가는 사회적 성향을 반영했다.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젊은 아티스트 레지던스 프로그램 ADAM / ⓒ장수혜
(Asia Discovers Asia Meeting for Contemporary Performance)

게다가 대만 문화부가 주최하는 행사인 타이페이 아트페스티벌에 싱가포르 출신의 탕 푸쿠옌 (Tang FuKuen)이 예술 감독으로서 축제를 이끈다는 사실도 매우 흥미롭다. 프로그램은 진보적으로 사회적 트렌드를 가진 국내외 작품들이 메인 라인업으로 공개되었으며 한국에서는 안은미 컴퍼니의 <북한 춤>, 정금형의 <유압 진동기>를 선보였고, 제롬 벨(Jérôme Bel)과 지역아티스트 진무강(陳武康, Chen Wukang), 엽명화(葉名樺, Ye Minghua)의 합작 , 필리핀 안무가 아이사 족슨 (Eisa Jocson)의 등을 소개했다. 그 외에 쇼케이스 형태의 신진안무가를 소개하는 ‘Think Bar’ 프로그램은 중국, 홍콩, 대만 출신 5명의 아티스트에게 2주의 레지던시 기간을 준 뒤 작품을 선보이는 프로그램으로 3팀으로 나누어 신작을 선보여 대만 예술인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또 동 기간에는 아시아태평양지역의 젊은 아티스트 레지던시 프로그램인 ADAM(Asia Discovers Asia Meeting for Contemporary Performance)이 열렸는데 열 두 명의 국제아티스트들이 타이페이에 한 달간 머물며 지역사회를 반영하고 지역주민들과 협력하는 프로그램이다. ADAM의 마지막 주에는 전 세계의 축제 및 예술기관 인사들이 방문했고 한 달간 레지던시 아티스트들이 이루어낸 결과물을 함께 이야기하고 평가하는 자리를 가진다. 한 달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외국에서 온 국제 아티스트들이 지역주민과 소통을 하는 데엔 많은 어려움과 한계점이 있지만 참가하는 젊은 예술가들에게는 다음 단계로서의 도약을 위한 발판이 되는 듯했다. 또 아티스트들이 큐레이터가 되어 동료들을 소개하는 재미있는 구성으로 전문성보다는 새로운 시도에 중점을 맞춘 프로그램이었다 (한국 참가자로는 2018년 1회에 예술가 정세영이 참가한 바 있으며 올해는 연극예술가 송이원이 참가했다). 마침 태풍과 지진이 대만을 지나갔고, 홍콩의 시위사태가 한창인 8월, 세미나 참가자들은 사회적, 환경적 배경에 따라 변모하고 있는 아시아의 예술 축제를 목격할 수 있었다. 타이페이 아트페스티벌은 국제적 명성보다는 지역사회와의 연계성, 신진예술가의 레퍼토리 개발, 참신함 등에 더욱 포커스를 맞춘 듯했고, 이는 축제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었다. 다만 오히려 개방적인 주제가 예술가들을 제한하고 있지 않은지는 고심해 볼 만하다.

상처 깊은 언더그라운드 아트신 vs. 국가적인 도약, 융합문화예술센터 C-LAB


국립타이페이사범대학 박물관 (MoNTUE, Museum of National Taipei University of Education)에서 초연한 공연 / 드라마투르기 베타 진(陳佾均 Betty Yichun Chen), 판거스 나야(陳 斌 Fangas Nayaw) / ⓒ장수혜

한국계 독일 철학자인 한병철 교수는 시대마다 그 시대에 고유한 질병이 있다고 하였고, 현대사회를 ‘피로 사회’라 칭하였다. 끝없이 민족 간에 갈등을 겪어 온 대만에서는 어느 민족보다도 정체성의 위기를 겪어온 원주민의 역사를 매우 강조하고 있는 가운데 드라마투르기 베타 진(陳佾均, Betty Yichun Chen)은 타이페이 아트페스티벌의 드라마투르기로서, 그리고 한국과 마찬가지로 대만공연예술계에서 점점 강조되고 있는 드라마투르기로서 왕성히 활동 중이다. 그녀는 세미나에서 대만의 원주민 안무가인 판거스 나야(陳彥斌, Fangas Nayaw)와 함께 작업하여 국립타이페이사범대학 박물관 (MoNTUE, Museum of National Taipei University of Education)에서 초연한 라는 공연을 소개했다. 이 프로젝트는 박물관에서 관람객들과 원주민 예술가들이 밤을 새우며 함께 원주민의 방식으로 파티를 열고 술을 마시며 대화를 나누는 공연이다.

공연을 방문하는 관람객은 방문자의 입장으로, 원주민 예술가는 호스트의 입장으로 현대사회에서 뒤바뀌어 버린 호스트(역사적으로는 침략자였으나 현재는 인구 대다수를 차지하는 민족)와 방문자(탄압되어버린 원주민) 간의 사회적인 태도를 바꿔버린다. 관객을 모욕하지 않는 형태로 역사와 현재를 돌이켜보게끔 하는 서사적이고 대담한 공연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세미나 프로그램 중 많은 스피커가 이 공연에 대해 언급했다. 세미나 기간에는 공연예술뿐 아니라 노이즈사운드 예술가, 다큐멘터리 감독, 시각 예술가 등을 만나는 기회도 있었는데, 대부분의 예술가은 그들이 힘겹게 쌓아온 대만 예술계의 아픈 역사에 대해 잘 기억하고 있었으며 이를 이겨낸 대만이라는 국가에 대해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고 이를 예술로 승화하여 끝없는 사회적, 외교적 위기에도 좌절하지 않으려는 모습을 보였다.


2018년에 개관한 C-LAB(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 / ⓒ장수혜

이에 반해 대만은 막대한 국가 예산을 들여 문화예술기관의 시설보수를 하고 있다. 2018년에 개관하여 1,981석의 콘서트홀과 2,236석의 오페라하우스를 가지고 있는 대만 가오슝 국립극장은 거대한 규모의 건축물로 전 세계의 이목을 이끈 바 있다. 2020년에 준공되는 타이페이공연예술센터는 네덜란드 건축가 렘 콜하스(Rem Koolhaas)가 디자인하였고 타이페이 도심 한복판에서 현재 시공 중이며 이미 오랜 역사를 가진 타이페이 국립극장과는 차별된 현대예술작품들을 선보이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2018년에 개관한 C-LAB(Taiwan Contemporary Culture Lab)도 마찬가지이다. 일제강점기 공군기지를 문화시설로 재건하여 대규모의 건물들이 아직은 빈 상태로 사업을 가동하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이곳은 대만 문화부와 대만 생활예술재단이 세운 곳으로 ‘문화혁신’, ‘문화 예술적 실험과 사회혁신’을 위한 생태계를 만들고, 시민들에게 문화적인 경험을 제공한다는 것이 그들의 미션이다. C-LAB의 시니어 컨설턴트 공탁군(龔卓軍, Gong Jow Jiun)은 이곳이 과학과 예술의 실험 그라운드가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으며 한국에서도 적극적으로 촉진되고 있는 과학과 예술의 융복합 예술 장르를 선보일 것이라고 했다. 특히, 대만 내 모든 공연예술 극장의 사운드시스템을 개선할 예정으로 세운 사운드 랩은 NASA가 상상될 만큼 거대하고 비싼 장비들로 꽉 차 있었고, 설화 속 괴물을 주제로 한 C-LAB의 전시장은 최첨단 VR과 3D 체험들로 가득하여 관람객들을 놀라게 했다. 그러나 대만의 현지 아티스트들의 반응이 그리 달갑지만은 않다. 그들은 최첨단 장비나 대규모의 극장보다는 투명한 경영과 잦은 기회를 원하고 있다. 

아직은 초기 단계이지만 아시아 국가 중에서도 빠른 성장을 보이는 대만 예술계의 움직임이 또 다른 기회로 여겨질 수도 있겠다. 동아시아가 90년대에 재정적으로 안정된 선진국들과의 교류를 선도했다면 이제는 아시아 국가 간의 교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으로 보인다. 아시아의 예술계는 지리적 근접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는 경제적, 언어적 차이에 따라 교류에 어려움이 많은 편이었지만 경제적인 경쟁력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시점이다. 굳이 아시아의 예술가들을 선발하여 아시아국에서 세미나를 연 스위스 문화예술위원회의 의중도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를 연구하고자 함이 아닐까 예상된다. 이번 세미나에 이어 아시아 국가 간 예술가의 상호 파견뿐 아니라 전문가들의 교류와 파견도 적극적으로 추진하여 부족한 정보를 채우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단계로 넘어갈 수 있길 바란다.

□ 필자소개 : 장수혜 (공연예술 국제교류 프로듀서, 책누나프로젝트 대표)
공연예술 프로듀서 장수혜는 1994년부터 시작한 배우 활동을 바탕으로 공연예술, 통·번역, 예술경영을 공부했으며 2008년부터 국내외 연극, 뮤지컬, 무용, 음악 등 분야의 공연예술 프로덕션에 제작, 기획으로 참여해 왔다. 2019년까지 국제공연예술프로젝트, 서울 세계 무용 축제 등에서 국제교류 담당 PD로 일해왔으며 현재 비영리 독서 및 문화예술교육단체 ‘책누나프로젝트’의 대표이자 공연예술 독립기획자로서 현재 국내외 예술단체, 기관들의 국제교류 및 국내기획을 도모하고 필요한 연구프로젝트들을 진행 중이다.

 

[2] 내면과 외부의 경계를 넘어 대중성을 지향하는 다양성의
Operaestate 축제

박나훈 (박나훈 컴퍼니 감독)

차별화된 축제의 시작과 방향성

이탈리아 북부 지방의 발사노 델 그라파는 이미 와인 찌꺼기로 독주를 만드는 그라파로 유명한 지방이다. 이번 2019년 한국-이탈리아 커넥션에 참가한 본인은 ‘B-Motion’이라는 Operaestate 축제 세부 행사에 참석하여 네트워크 확장과 세미나 등을 참석하고 나아가 본 참가자 컴퍼니의 교류 목적을 가지고 도착하였다. 발사노 델 그라파 지역은 앞서 언급하였듯이 이탈리아인들이 식후에 소화를 돕기 위한 그라파라는 독주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여느 유럽 지역처럼 한적하고 고즈넉한 도시의 분위기는 과연 이런 곳에서 문화 예술 축제가 가능할까 하는 의구심을 가지게 되지만, 마치 스페인 마요르카 지방처럼 한적하기 그지없으나 축제가 시작되는 오후부터는 숨어있던 지역민과 도시의 문화예술에 대한 열정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Operaestate 축제는 7월부터 음악, 연극, 무용 등의 다양한 행사가 8월과 9월에 걸쳐 CSC Garage Nardini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발사노 델 그라파의 거대한 축제이다. 인텐시브 참가자와 무용인을 위한 썸머 스쿨은 B. Class, Nonlimita- C-Tions 워크샵, Mini-B-Motion, 안무 리서치 프로젝트(Choreographic Research Project), 티칭 코스(Teaching course)로 이루어져 있으며 필름 페스티벌까지 함께하는 전방위적인 축제이다. 한적하지만 정갈한 모던함을 갖춘 그라파 도시에서 벌어지는 이번 축제에서 B-Motion 행사는 50% 정도의 이탈리아 아티스트와 나머지 50%는 유럽, 아시아 지역에서 온 작품들로 이루어졌다. 또한 축제 기간에 일어난 오전 세미나는 대화의 언어, 관계와 대화, 그리고 낯선 타인과의 대화 등의 주제로 몸 리서치가 진행되고 나아가 ‘파킨슨이라는 질병과 함께 추는 춤’이라는 강연도 함께 진행되었다. 즉, 현대 공연예술이 지향하는 대중성(Public)에 대한 화두를 곳곳에서 확인 할 수 있었다.

본 참가자는 축제 이틀 전 도착하여 로비고 지방의 텐시오니(TENSIONI) 축제 감독과의 미팅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하였다. 이미 유럽 연합의 성격을 가진 에어로웨이브(Aerowave) 및 다양한 기관들이 참여하는 행사이다 보니 자칫 이탈리아 현대예술시장의 컨디션은 소외되고 피상적인 축제 참가를 지향하기 위함이었다. 이탈리아 북부의 로비고 지방을 중심으로 일어나는 텐시오니 축제의 감독인 클라우디오 론다(Claudio Ronda)는 이탈리아의 다양한 현대공연예술을 유치하고 공연하는 축제 감독이다. 그를 통해 이탈리아 현대 공연예술과 지원 시장, 그리고 예술가들의 복지와 열망에 대하여 들을 수 있었다. 한국 시장과 달리 하나의 지원 사업 신청과 진행을 위해서 실로 장기간에 걸친 기다림과 행정절차가 있다는 점, 나아가 그런 점에서 독립 예술가들의 해외 시장교류와 현지에서 예술 활동에 많은 영향을 받고 있다는 점도 빼지 않고 말해 주었다, 아마도 이는 현재 이탈리아 국가가 처한 유럽 시장 내에서의 경제적인 여건과 궤를 함께한다고 볼 수 있다. 또한 이는 비단 이탈리아뿐만 아니라 유럽 시장의 예술지원 침체 경향을 단적으로 드러내는 것이었다. 그러한 면에서 한국 지원시장의 다양성과 지원 규모는 어떤 면에서는 유럽 시장보다 처지가 좀 나은 편이 아닌가 하는 생각과 함께 그래도 언제나 지원시장의 일관된 예술가 육성은 요원한 사실임을 잊지는 않고 있다.

몸과 사유가 넘나드는 경험(Practice)

다르다, 기존의 어떤 축제도 이러한 경험(Practice) 행사를 통해 각국의 대표자(Delegator)와 다양한 부류의 관계자들이 몸으로 만다고 서로를 교감하는 행사는 보기 드물다. 그 대표적인 행사가 바로 매일 아침에 열리는 경험 프로그램이다. 

댄싱 뮤지엄에서 탐구한 경험(Practice) / ⓒ박나훈

첫날, 댄싱 뮤지엄에서 탐구한 경험(Practice explored in Dancing Museums)에서는 유럽에서 활동 중인 젊은 창작자들과 함께하는 몸에 대한 탐구 시간이었다. 박물관을 배경으로 층마다 준비된 몸 리서치 과정은 아래층에서 정해진 돌, 종이, 펜 그룹에 의해서 로테이션으로 돌아가며 공간을 리서치하고 공간 안에서 몸의 위치를 실험하는 밝고 편안한 리서치였다. 기본적으로 장소 특정적 공연을 경험해온 본인에게 맵핑(Mapping)이라는 과업은 익숙한 과제였고, 맵핑이라는 것이 대상을 향한 디자인과 구조를 부여하는 방법임을 경험 해온 터라 나의 맵핑보다는 상대방들의 맵핑이 궁금하였다. 서로의 드로잉과 언어 사용 등에 대한 맵핑을 작성한 후 전시 형태를 통한 공유도 진행되었다. 나아가 다른 공간에서는 박물관의 그림과 조각상과 함께 하는 몸 리서치 형태로서 기존의 창작 기제들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으나 야스민 고더의 지휘 아래 자연스러운 리서치와 몸 경험을 가지는 시간이었다.

특히 불특정 다수가 만들어가는 삼각형 원리 등은 과거 불특정 다수 사람의 우연성과 목적이라는 비예측적 방법론과 대동소이한 경험이었다. 또한, 움직임과 흉내 내기 그리고 알아맞히기 등의 과제 등은 최근 들어 박물관의 외연 확장과 관련하여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바 이날 보았던 박물관 탐구 경험(Practice)은 관객 참여 측면에서 상당한 의미가 있어 보인다. 브레히트의 “행동하는 것은 체감하는 것보다 낫다”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이 관객참여를 몸이라는 기제를 통한 행동을 끌어내고 그것이 만들어가는 대중화 혹은 예술의 민주화를 목격한 사례가 된 것이다.

둘째 날도 역시 경험 리서치(Practice Research)로 아침을 맞이한다. 이번 과제는 첫날의 신체적인 경험(Physical Practice)보다는 주로 언어적 요소가 비중을 많이 차지하는 대화의 언어라는 주제로 행해졌으며 내면이 외부와 연결되는 지점을 찾기 위한 계속되는 경험(Practice)이었다. 2분이라는 절대적인 시간을 귀를 막고 점검하는 과제와 두 명의 파트너가 각기 움직임과 언어라는 소통기구를 가지고 어떻게 소통할 수 있는지에 대한 탐구로서 상당히 흥미로운 연구였으며 예술 전공인을 넘어서 일반 대중도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연구 형태로서 진행되었다.


야외에서 진행된 경험 리서치(Practice Research) / ⓒ박나훈

셋째 날 오전 경험(Practice)은 대화와 관계(Dialogue and Relationship)라는 과제 아래, 침묵 아래 감각을 연결하라는 과제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어지는 불편함과 폭력, 그리고 분노, 고통에 대한 개인사를 끌어내고 그 주제에 대한 질문과 이야기들이 2시간에 걸쳐서 진행되었고, 서서히 관계와 대화라는 근본적인 화두가 현대공연예술에서 어떻게 자리매김하여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으로 옮기게 된 시간이었다, 위에서도 언급하였듯이 인간의 내면과 외면이라는 큰 주제 아래 모든 공연예술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이날의 경험(Practice)도 의미 있고 진지한 접근이었다.


‘파킨슨 병과 무용(Dancing with Parkinson)’ 강연과 워크숍 / ⓒ박나훈

넷째 날도 어김없이 푸른 잔디 광장에서 벌어지는 누구나 참석 가능한 몸에 대한 경험(Practice)으로 시작되었고 축제가 지향하는 다양성에 맞추어 다양한 분야 즉 일반인과 전공인들이 서로 몸으로 연결되는 몸 탐구가 이뤄졌다. 나아가 ‘파킨슨병과 무용(Dancing with Parkinson)’이라는 주제로 사라 허스턴(Sara Huston)의 강연과 워크숍이 진행되었다. 파킨슨병과 무용 치료에 관련한 다양한 실험과 의료 실험들이 최근의 이슈인 만큼 또 파킨슨병과 춤이라는 사회적 이슈에 대한 열기도 상당히 뜨거웠다. 특히, 파킨슨병과 잘살기(Living well with Parkinson)이라는 전체 주제 아래의 네 가지 키워드로서 아름다움에 대한 탐구(Exploring Beauty), 힘에 대한 이해(Understanding Agency), 감사함에 대한 표현(Interpreting Grace), 자유 찾기(Finding Freedom) 강의도 흥미로운 주제였으며, 이러한 강연을 일반 축제와는 다르게 프로그램의 하나로 디자인한 로버토(Roberto)의 다양성과 대중성(Public)에 대한 진지한 고민을 극명하게 보여준 사례라고 생각한다.

화려하지는 않으나 소신 있는 유럽의 작가들

첫날 공연은 여성 안무가들로 이뤄진 옴니버스의 형식의 유럽 안무가들의 공연이었다. 나하린, 바체바에서 활동했던 그들은 현대 무용이 동작의 나열이 아닌 철학의 반열에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역시 컴퍼니 생활을 오래 해온 무용가들의 상상력은 다소 아쉬움을 드러냈고, 이후에 초저녁에 보여준 이탈리안 안무가, 알렉산드로 시치아로니(Alessandro Sciarroni)의 공연 "마지막 춤을 나와 함께(Save the last dance for me)" 공연은 탱고를 탱고 이상도 이하도 아닌 철저한 탱고 입장에서 미니멀하게 보여준 작가들이었다. 시류를 쫓지 않고 묵묵히 자기 생각을 담담히 담아낸 그들과 또 아름다운 극장에 높은 점수를 주고 싶었다. 언제나 감동과 소통은 교감은 아주 작고 간단명료한 데서 시작된다는 생각을 다시금 갖게 한다.

둘째 날 공연의 백미는 역시나 파킨슨병을 주제로 연구해온 다니엘의 “내 몸이 쿵쾅대다(My body goes boom)” 는 움직임은 과연 어디에서 출발하는가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을 주었으며 나아가 훈련받지 않은 일반인의 움직임의 가능성과 아름다움을 확인할 수 있는 백미였다. 누가 과연 움직임을 얘기할 수 있는가? 인간의 몸이 바닥에서 수직으로 중력을 이겨내기까지의 처절한 아름다움을 간결하게 그려냈다. 또한 파킨슨이라는 대중적 인지도에 따른 많은 관객동원도 춤 공연이 사회적으로 어떻게 이바지할 수 있는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 작품이었다. 셋째 날의 공연 중 이탈리아 안무가의 피지컬 무브먼트가 주를 작품들이었다, 특히 노르웨이 출신의 듀엣 안무가와 이탈리아 안무가의 움직임의 특징은 어쩌면 다소 유행이 지난 몸에 대한 집착과 미니멀에 대한 고민을 풀어낸 것으로 보인다. 

넷째 날은 몇 년 전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만났고 2004년 한국 모다페에서도 함께 축제에 참여했었던 혁신적인 안무가 야스민 고더를 만났다. “아직도 살아있는 야성성”을 보여준 야스민 고더, 이번에는 작은 듀엣으로 한 시간을 넘나드는 공연이었지만 작가로서 작품을 끌고 가는 구조에 대한 철학과 야성성, 그리고 문화적 저항이라는 주제를 집요하게 잘 접근한 작품이었다고 생각된다. 한편 창고극장 밖에서는 이미 미국에서 성공 가도를 달리고 있는 “더 이상 잠자지 않기(No more sleep)” 라는 펀치 드렁크 극단의 작품과 유사한 형태의 건물 투어 작품이 있었다. 이 작품은 본 참가자의 장소 특정적 공연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건물 내부에 미리 자리를 잡은 전형적인 장소 특정적 공연이었다. 무엇보다 이 축제의 경계가 이리 넓을 수 있다는 것이 개인적으로 몹시 놀랍고 즐거운 목격이었다는 점을 언급하고 싶다. 이 모든 공연이 단순한 블랙박스나 화려한 오페라 하우스가 아닌 소박한 갤러리나 교회 그리고 박물관, 폐가 등에서 이뤄진다는 점이 춤의 색감을 더 빛내준 것으로 보였다.

가능성과 잠재력의 Operastate 축제 - B motion

앞서서 언급하였듯이 확실히 “다르다” 기존의 작품 프로모션과 세미나, 프로모션 미팅 그리고 공연중심의 축제를 넘어선 다양성에 기초를 둔 이탈리아 발사도 델 그라파의 축제는 그동안 참가자에 목격해온 세계의 유수한 축제보다 크거나 화려하지 않지만 명확한 컨셉과 지향점을 가지고 작지만 묵직한 울림을 주는 축제임이 명확했다. 사실 커넥션 사업 참가자 입장에서 해야 하는 현지 아티스트들과의 교류와 현지 조사와 참가를 담당해 줄 예술경영지원센터의 인력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지극히 자연스럽게 모든 일정이 흘러갈 수 있었던 것은 아무래도 축제가 지향하는 바가 너무나도 캐쥬얼하고 번잡스럽지 않았기에 가능했으며 이 모든 일이 불과 20분 거리 안에 모두 일어나는 물리적 환경도 한몫했으리라 생각한다.

스페인 피라타레가 축제는 그 도시가 주는 환경적 요인이 크게 기대는 바가 적지 않다. 그러나 그런 점에서 비교한다면 바사노 델 그라파의 축제 또한 도시에 위치한 수많은 교회와 박물관 그리고 작은 갤러리와 거리가 주는 물리적 축제 환경 인프라가 너무나도 훌륭하였기에 부족함이 없었고 앞으로도 지금의 조건에서 필요한 만큼만의 욕심을 부리기를 바란다. 

아직도 지난 며칠간의 경험(Practice)과 공연, 세미나, 바사노만의 공간 환경이 주는 모든 인프라가 어떠한 디자인으로 구성되었는지 다시금 감탄케 한다. 

“화려하지 않지만 묵직하고 소란스럽지 않으나 뜨겁고 진지한 이 축제에 대해 높이 평가하며 이러한 전략과 철학을 가진 축제에 대해 부러움은 비단 본 참가자만의 이야기는 아닐 것이다.”


Operastate - B motion 사무실 / ⓒ박나훈

□ 필자소개: 박나훈 (박나훈 컴퍼니 감독)
2004년 평론가가 선정한 최우수 안무가 선정을 기점으로 출발한 박나훈 무용단은 2011년 한, 핀란드 무용전문가 협력 프로젝트 선정 후 양국을 오가며 네트워크를 가진 후 2012년 국제협력 우수 프로젝트로 선정되어 한국과 핀란드를 오가며 공동제작을 실행하였다. 나아가 덴마크, 독일, 미국, 아시아 등 다양한 지역의 예술가들과 협업을 진행 오고 있다.
2013년에는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스코로호드 극장에 초청되어 한국 현대무용을 최초로 선보였으며 또한 아시아 다년간 거점 사업으로서 싱가폴 Aliwal art center에 다년간 초청되어 객원 안무 및 레지던시 사업으로 아시아 네트워크를 유지하고 있으며 2014년에는 한, 베를린, 이탈리아 공동제작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한국의 SID 페스티벌에 초청되어 초연을 가진 후 2015년에 베를린 Acker stadt palast 극장, 로이트링겐의 Rueitringen 극장에서 공연했다.
이에 박나훈 무용단은 유럽을 넘어 미주지역 투어를 위한 첫 프로젝트로서 2015년 아르코 팜스 선정 사업으로 샌프란시스코 국제 아트페스티벌에 “세 개의 공기”에 초청되어 공연했고 또한 연장선에서 2017년 미국의 샌프란시스코의 ODC 컴퍼니와 객원 안무로서 최초로 초연을 가졌다. 또한 2015년 12월에는 국제행사 참가 선정으로 이스라엘 현대무용 플랫폼에 프로듀서 및 공연 전문가 입장으로 참가하게 된다. 또한 최근에는 2019년 국제협력 공동프로젝트 우수 선정됨으로써 한 덴마크 사업을 진행해왔다.
이렇듯 박나훈 무용단은 국내는 물론이며 아시아, 유럽, 미주 지역까지 개인 무용단으로서 안무와 국제 협업뿐만 아니라 프로듀싱의 역할까지 진행하며 박나훈 컴퍼니의 확장을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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